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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EP034-완벽주의


“피… 피임약이요?” “그래.” 협회에 출근하자마자 더스트 언니의 호출해서 따라왔더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피, 피임약? 내가 왜? 애초에 그… 피임 없이 한 적도 없다구! “저… 지부장 님이랑 할 때에는 항상 코, 콘돔 쓰는데요….” “앞으로는 아닐 수도 있잖아?” “어, 언니!” “승윤 씨가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결국에는 악화를 억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건 알고 있지?” 더스트 언니의 태도나 말투, 표정은 늘 그렇듯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매번 나는 언니의 장난이 진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해. 특성을 제거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상황. 심지어 마스터마인드를 잡아도 제거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야.” “…그래서요?” “악화되는 속도를 늦춘다고 해도 결국 승윤 씨는 점점 더 큰 자극, 더 큰 괴로움을 얻어야 버틸 수 있을 거야.” “…….” 언니의 말은 며칠 전에 오빠가 했던 말과 분명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수상한 의사가 권유한 방식으로 그…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뭔가를 한 뒤로 오빠는 많이 괜찮아졌다. 물론 내가 곁에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내가 보낸 사진이 조금 자극적이었다는 점도 맞긴 하지. 그렇다고 해도 오빠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할 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언젠가는 그게 필요해질 날이 올 수도 있어.” “…….” “그러니 항상 지참하고 있어. 지부장님은 좀… 특별하니까, 평범한 시판 제품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가… 강한 자극이라고 했죠, 언니.” “왜?” “…오늘 저, 매튜 씨랑 잠깐 만나기로 했는데.” “그래서.” “지부장님… 다음 일정까지 시간, 얼마나 있어요?” *** “…….” 나는 지금 호텔에서 매튜 씨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유는… 이 사진 때문이다. 출장을 가서 찍은 마지막 날의 사진. 오빠의 욕망을 조금 더 확실하게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한 다음에 보여주겠다고 했던 이 사진은…. “…하아.” 생각할수록 밋밋해. 그냥… 그래. 그렇게 잔뜩 기대감을 심어줄 정도로 대단한 사진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잘못이 있다면 나한테 있어. 아이디어를 낸 건 나니까. 더스트 언니 말대로 예전이랑 비슷한 정도의 자극으로 오빠가 만족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그래서 분명 싫으면서도 그 의사를 찾아간 건데, 오빠는. 똑, 똑- “지, 지금 나가요…!” 두 번의 노크 소리. 종종걸음으로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있는 매튜 씨를 마주하게 된다. “헤이즈.” “아, 안녕하세요, 지부장님….”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네, 네!” 매번 느끼지만 덩치… 진짜 크다.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게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이렇게 부르신 용건이… 출장 마지막 날에 찍은 사진 때문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그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저도 동의한 의견입니다.” “하지만 오빠 상태를 생각해보면, 게다가 기대까지 하게 해버린 걸 고려하면… 조금 부족할 것 같아서요….” 내가 만족시키지 못하면, 오빠는 또 그 의사를 찾아가게 돼. 그건… 싫어. “즉, 조금 더 수위를 높여서 다시 촬영을 하고 싶다는 뜻입니까?” “마, 맞아요! 지부장님이 보시기엔 이 사진, 어때요…?” “…승윤 씨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충분한 자극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그… 그렇죠? 그래서 지부장님이 조금… 도와주셨으면 해요. 아이디어도 그렇고.” 마른침을 꿀꺽. 아까 더스트 언니가, 대충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고 했지?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야. “그럼 저, 이거 옷 좀 벗은 다음에… 씻고 올 게요. 순찰 임무 끝나고 바, 바로 온 거라서….” “사람들의 이목이 꽤나 끌렸을 것 같군요.” “그래서 체크인은 더스트 언니가 대신해줬어요… 헤헤.” 내가 늦으면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드는 거니까. 협회에 들려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그냥 이곳으로 뛰어… 반은 날아왔다. 살짝 땀이 나기도 해서 탈의와 함께 간단한 샤워를 해야 할 것 같다. “…헤이즈.” “네? 왜 그러세요?” “이번에는 슈트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촬영에.” “어… 어떻게요?” “우선 이쪽을 조금, 잘라서-” “자, 자, 잘라요?” “특수 소재라서 괜찮습니다. 그 다음에는….” *** “어… 어때? 잘 어울려?” “오….” “뭐, 뭐야! 그게 끝이야? 좀 더 칭찬해줘!” “하하… 예뻐. 엄청 잘 어울린다.” “그치, 그치? 역시 오빠 눈은 정확하다니까?” 예쁜 너에게 무슨 옷을 입힌 들 어울리지 않겠어. 하지만, 역시 이건… 너무 잘 어울리네. 이곳저곳 살결이 많이 드러나긴 해도 새하얀 웨딩 드레스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그리고 은지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근데 이거 약간… 웨딩? 그런 느낌 나지 않아?” “맞아. 그런 컨셉이라고 하더라.” “뭐, 뭐야아… 프로포즈야? 히히히.” 겨우 이런 선물 하나로 프로포즈를 하기엔 아쉽지. 사실… 몇 달 전부터 청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긴 했다. 당장 급하게 할 생각은 아니긴 했지만, 재수없게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조금 미루게 됐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 청혼. 그렇게 맞이한 첫날밤에도 너는 이 속옷을 입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예쁘긴 한데… 이것만 입고 있으니까 살짝 쌀쌀하다.” “겉옷 줄까?” “으으웅… 아니, 오빠가 안아줘.” “안아줘?” “웅.” “이리 와.” 소파에 앉아있던 내 품에 와락, 뛰어들 듯이 안기는 은지. 정말이지 질리지 않는 사랑스러움이다. …지금부터 내가 부탁할 일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짝 속이 울렁거린다. 아닌가? 그냥 가슴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는 건가? 구분하기 어렵다. “이건 이제 특별한 날에만 입어야겠다! 맨날 입기엔 아까워.” “그래? 그럼 오늘 지나고 또 보려면 좀 기다려야겠네.” “에이, 오빠가 입어달라고 하면 바로 입어줄 수 있지~” 품에 폭 파고들어서 웃는 은지에게 오늘 밤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건 조금 어렵다. 다행…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먼저 이야기를 꺼낸 쪽은 은지였다. “오빠, 있잖아… 지난번에 오빠가 찍고 와달라고 한 사진, 오늘 보여주기로 했지?” “…그랬지.” “근데 원래, 사진들 여러 장을 찍고 제일 괜찮아 보이는 사진을 오빠한테 한 장, 아니면 두 장 보낸 거거든?” “그래서?” “그걸 매튜 씨랑 같이 골랐었는데, 이번에는 깜빡하고 고르지를 못해서… 어떻게 할래?” “무슨… 의미야?” “그… 그러니까! 다 보, 볼래? 아니면 내가 한 장만 고를까…?” 사진이 여러 장이 있다는 말이구나. 그 중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은지가 혼자 고르는 건 어려웠을 테니, 매튜 씨의 도움을 받았고. 한 장…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할까? 당장 오늘 의사를 만나고 오긴 했지만 지금 사진을 보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궁금해지게 될 거다. “…그냥 다 보자. 많아?” “아, 아니! 열 장도 안돼!” “그럼… 괜찮겠지. 먼저 사진 보고, 그 다음에 동영상 보면서… 따라해보는 걸로?” “으, 으응. 따라하는 건, 자신은 없지만 나… 열심히 해볼게.” 협의가 끝났다. 조금은 피하고 싶었지만, 기대한 적 없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는 때가 코앞까지 닥쳐왔다. “그럼 사진은 여기서… 보여줄게. 하, 하는 건 이따가 내 방에서 하구… 괜찮지?” “응. 괜찮아.” “…….” 살짝 긴장한 표정을 한 은지가 소파에 내려놨던 휴대폰을 집는다. 화면을 몇 차례 톡, 톡 두드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쉬고. “이번에도 거, 거짓말이 좀 섞여 있으니까! 너무 믿으면 안돼…?” “알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해줘.” “…일단 이, 이거.” 은지가 내미는 휴대폰으로 시선이 내려가고, 내가 보게 된 첫 번째 사진은…. 히어로 슈트를 입은 은지와, 그 옆에 서있는 매튜 씨였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평범한 사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이거….” “호, 혹시 몰라서 슈트! 가져갔거든… 근데 자르거나 찢어져도 괜찮다고 해서, 이… 이렇게 해봤어.” “…….” 그래. 자르거나 찢어지는 건 괜찮지. 하지만 그런 차림으로 저렇게 굵은 자지를 입에 쑤셔박고 있는 건… 괜찮은 건가? 잘 모르겠다면… 사진을 옆으로 넘긴다. “누, 눈은 매튜 씨가 자꾸 사진 찍을 때마다 이쪽 보라고 해서….” “…그렇네.” “엄청 부끄러운데 오빠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괜찮기도 했구….” “…….” 다시, 옆으로. 이번에는 방금 전 사진보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찍은 사진이다. 여전히 은지의 입에는 자지가 처박혀 있고, 그 자지의 기둥에는 희미한 붉은색 자국이 얼룩덜룩 묻어 있다. “하다가 머리가 풀려서 묶는데… 그, 그거 묶는 동안에도 계속 빨라고 하셔서….” “…….” “머리 움직이면서 하니까 조, 조금 힘들더라… 으, 으응.” “후우… 하.” “괘, 괜찮아, 오빠?” “응. 계속… 보여줘.” 망상이 올라오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나. 발기했다. 사진을 또 한 장 옆으로 넘기자, 이번에는 드디어 은지의 입을 꽉 막고 있던 자지가 뽑힌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졌다는 뜻은 전혀 아니겠지만. “워, 원래 한 장만 보여달라고 했으면 이거, 보여주려고 했거든….” “…그래?” 침으로 끈적하게 젖은 매튜 씨의 자지가 은지의 눈을 가리고 있다. 자지의 밑기둥, 가장 깊은 곳까지 묻은 게 보이는 립스틱 자국이 아주 잘 보인다. 은지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매튜 씨의 손도. 활짝 벌어진 입, 튀어나온 혀, 차마 입에 머금지 못하고 질질 흘러내려 슈트의 가슴 부분에 고인 정액까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릿한 괴로움이 따끔하게 심장을 콕, 찌르고 사라진다. “그럼 이게 끝… 인가?” “아… 아직 두 장 남았는데, 그건… 이따가! 오빠 동영상 보고 나서 보여줄게.” “…왜?” “그, 그냥 부끄러워서. 으응… 근데 거의 비슷해! 그러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말구….” 일본 출장을 가서 히어로 슈트를 코스프레 섹스를 위한 소품처럼 써놓고, 기대하지 말라니. 이렇게 옷을 잘라낸 것도 매튜 씨의 취향인가? 너는 점점… 매튜 씨의 취향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그럼 이제 오빠 차례! 나, 잘 보면서 배워 볼게.” “…알겠어.” 이제 내가 오늘 당하고 온 수치스러운 순간을 공개해야 할 차례다. 이걸 보고 난 너는 어설프고 서툴게 의사를 따라하겠지. 조금은 떨리고, 말을 더듬으면서도 나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내가 이, 이렇게 입고 매튜 씨 자지 빨아줬다는 인증샷 보면서 발기한 거야…? 근데 오빠 자지, 이렇게 보니까 좀… 귀, 귀엽다아…♡’ “후우….”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다 못해 쿵, 쿵 박동하는 소리가 귀까지 들려오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은지가 남겨둔 두 장의 사진에 대한 호기심? 아니면 지금부터 은지에게 보여줄, 내가 마조 돼지 취급을 받으며 짜이는 순간에 대한 수치심? 그것도 아니라면 그걸 따라하면서 나를 매도하는 은지에 대한 기대? …뭐가 됐든, 곧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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