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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EP013-이름


“…그래서, 사진을 두 장 밖에 못 찍었어. 미… 미안, 오빠.” “…괜찮아.” 은지의 설명을 들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아침부터 한 발, 그리고 교육을 받은 뒤에 점심시간에 차에서 두 발. 그 뒤로 매튜 씨는 출장을 갔고, 은지는 남은 교육을 받은 뒤에 귀가. 이야기에 빈틈은 없다. 어색하거나 모순되는 점도 없다. 하지만, 증거도 없다. “아직 내가 이, 이런 일에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깜빡했나봐….” “그럴 수 있지. 나는… 이해해.” 이해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은지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더욱 괴롭기 때문에. 은지가 보여준 사진 두 장은 간단했다.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과 한창 매튜 씨의 자지를 빨아주고 있는 은지. 아침부터 사무실에 불려간 S급 히어로가 지부장의 자지를 빨아주고 있다. …남자친구의 부탁 때문에. “…윽.” “왜, 왜 그래? 괜찮아, 오빠?” 그 뒤의 상황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은지의 말은 물론 사실이겠지만… 만약에 아니라면? 이런 짓을 더 하고 싶지 않았던 은지가 깜빡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더 하고 싶어서…. “…….” “…좀 괜찮아, 오빠? 그… 망상.” “…응.” 은지가 돌아오기까지 집에서 기다리며 그려냈던 망상들은 분명 잠잠해졌다. 은지가 어디서 어떻게 매튜 씨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자지를 빨아댔는지, 그리고 그 진하고 비릿한 정액을 흘리지 않고 삼켰는지, 전말을 상세하게 얘기해준 덕분이다. “혹시… 다시 한 번 말해줄 수 있어?” “으응? 뭘?” “…차에서 삼킬 때 어땠는지.” “…….” 뺨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하는 은지. 수줍은 그런 모습은 분명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단 둘만이 있는 좁은 차 안에서 열심히 굵은 자지를 빨아대느라 저 예쁜 얼굴이 어떻게 망가졌을까. 괴로웠을까? 어쩌면… 조금은 즐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롭다. “그, 그러니까… 매튜 씨가 싸기 전에는, 자지가 꿈틀거리면서 단단해지거든.” “…….” “차 시트에 흘리면 곤란하다고 하셔서, 나도 입술을 살짝 오므려서 흘리지 않게… 했고.” “…그리고?” “그리고 사, 살짝 혀를 움직이면… 입 안으로 막, 쏟아져.” “…….” “사실 입보다는 목… 목으로 넘어오거든…?” 은지의 입을 꽉 채운 굵고 길다란 기둥을 따라서 타고 올라온 꾸덕한 정액이 은지의 목구멍으로 쏟아진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입술을 떼지도 못하고. 은지는 그걸 전부… 삼켰다. 지금도 혹시 모르지. 나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은지의 뱃속에는 매튜 씨의 진득한 정액이 가득 고여있을 지도. 망상은 멈췄지만, 자꾸만 머릿속의 생각이 비참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다. 막을 수 있는 건 괴로운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뿐이다. “숨을 쉬기도 힘들어서 계속… 한참, 그대로 삼키고, 계속 삼켰어.” “그걸 차 안에서… 두 번?” “응. 두 번.” “…….” “응? 왜, 오빠…?” “정말… 두 번?” “다, 당연히 두 번이지!” 그래. 당연히 두 번만 했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솔직하고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은지야.” “으응…?” “사실… 세 번, 아니… 그 이상의 것도 했다고… 말 해볼래?” “…그게 무슨 소리야?” “거짓말을 해달라는 뜻이야.” 내 욕망은 지금 분명 만족을 했다. 은지도 내 부탁을 확실하게 들어줬고. 하지만 망상은 그려지지만 않을 뿐, 충분히 뻗어갈 수 있다. “시, 싫어! 오빠한테 거짓말하는 거… 싫단 말이야.” “…부탁할게. 한 번만.” “…….” “오늘은 이걸로 끝낼 테니까.” “…진짜 한 번이다?” 마지못해 내 부탁을 수락한 은지가 거리를 살짝 좁히며 가까이 다가온다. 넓은 소파에 딱 붙어 앉은 우리. 나는 눈을 감았지만 망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니다. 망상을, 그리고 괴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확실하게 억누를 마무리를 기다린다. “…이, 있잖아. 방금 오빠한테 말한 거.” “…응.” “차에서 두 번… 하고 나서.” “…….” “매, 매튜 씨 자지가 계속… 서있는 거야.” “…….” “근데 이쯤 되니까 나, 나도 조금… 저, 젖어서.” “…….” “…했어. 차에서.” 거짓말이다. 분명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데,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면서도…. 자지는 금방이라도 사정해버릴 듯 움찔거리며 떨린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쾌감이 허리를 타고 흐른다. “…아.”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먼저 하자고 하는 쪽은 누구였을까. 세 번이나 진득한 정액을 삼켜대면서 자신도 모르게 은근하게 흥분해버린 은지? 자기가 부탁한 일 때문에 매튜 씨가 이렇게 흥분해버린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 은지가 아닐까? “됐지? 이, 이제 끝! 으, 으으… 이런 거짓말, 진짜진짜 부끄러워….” “…….” 발기를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자지가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은지의 수고 덕분에 쫓아냈던 망상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와서 딱 한 순간, 한 장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비좁은 차 안에서 매튜 씨의 위로 올라탄 채로 힘겹게 허리를 들썩이는 은지의 모습이다. 물론 그런 망상은 곧바로 눈 씻듯이 말끔하게 사라진다. …은지는 준비가 조금 필요할 것 같다고 했지. 그럼 이게 망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은 언제가 되는 걸까…. “…오빠.” “…어.” “혹시… 오빠도, 입으로 하고 싶어…?” 은지는 내 바지 앞섬을 슬쩍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내 눈으로 시선을 올리고 있다. 내 흥분을 들켜버렸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동시에… 왠지 짜릿하다. “해, 해줄까…?” “…….” “아니, 그냥 그… 계속 얘기하는데 오빠가 좋아하는 거 같아서, 으응….” 은지는 작은 오해를 하고 있다. 나는 펠라치오에 대한 얘기를 해서 흥분한 게 아닌데. 내 여자친구인 네가 반나절 동안 매튜 씨의 자지를 세 번이나 빨아주고 온 것에 흥분한 건데. “나는 괜찮아.” “그래? 아… 알겠어.” “…네가 해주는 게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지금의 나는 괴로움에 흥분한다. 그리고 은지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은지가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상황에 흥분한다. 나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매튜 씨에게 은지를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기대한다. …역시 이런 특성, 빨리 없애고 싶다. “다, 당연히 알지, 오빠! 나… 부끄럽긴 해도 오빠가 치료받기 전까지는 계속… 노력할 테니까.” “…….” 나는 조만간 오늘보다 더한 것을 망상하고, 그걸 원하게 될 것 같다. 은지가 말했던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얘기를 꺼낸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나에게 실망할까? …어쩌면 그런 모습까지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오늘은 드디어 은지가 히어로로 공식 데뷔를 하는 날이다. 지부장인 매튜 씨와 함께 기자 회견을 진행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지난번의 그 빌런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만류됐다. “승윤 씨. 정기 검진일은 멀었는데 조금 이르게 찾아오셨네요.” “…네. 특성이 생각보다… 독해서요.” 대신 협회에 부속된 치료 센터에 왔다. 내가 잘 버티고 있는 게 맞긴 한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물며 은지에게 그런 부탁을 하면서도 자꾸 욕망이 커져가는 내가 조금… 싫었다. “음… 사실 말씀하신 증상들에 이상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럼… 정상이라고요?” “네. 망상 – 피학의 이름에서부터 피학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피학. 괴로움을 즐기다. 아직까지 신체적인 괴로움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아무튼 오늘 검사 결과,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말씀해주세요.” “먼저 하나. 좋은 소식입니다. 망상에 따른 정신 오염 수치가 줄어들었어요.” “그럼….” “네. 승윤 씨가 찾아낸 방법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지만, 어쨌든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말은 앞으로도 계속 이 짓을 반복하게 된다는 말과 같다. 끔찍하면서도 좋은 소식이다. “그럼 다른 하나는….” “이건 나쁜 쪽에 가까운 소식이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네요.” “…….” “승윤 씨의 특성, 지난번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내성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동일한 자극으로는 점점 망상을 억누르기 힘들어질 거라는 말입니다.” 분명 희소식은 아니지만 아주 놀라운 얘기도 아니다. 당장 어제 은지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망상이 잠잠해진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이 다음에는 더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아주 작은 기대를 품기도 했다. 내가 아니라 이… 이 특성이. “그러니 승윤 씨의 방법을 계속 사용하되, 천천히 강도를 높여서 자극을 더해주는 방식을 권장드립니다.” “제… 방법이요.” “네. 말하기는 곤란해도 망상을 억제할 방법을 찾았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효과도 있고요.”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진료를 마치고 대기실로 나가자,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볼 수 있도록 벽에 걸어 둔 티비가 보인다. 진행되고 있는 뉴스에는 마침 은지와 매튜 씨가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있는 순간을 중계하고 있다. ‘히어로 협회 서울 지부, 새로운 S급 히어로 공식 발표 – 코드 네임은 “헤이즈”’ 뉴스의 자막이 은지의 새로운 이름을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이름과 함께, 여웅의 삶을 살아가게 될 은지의 얼굴에서 긴장과 설렘이 엿보인다. 옆에 있는 매튜 씨는 늘 그렇듯 위엄이 느껴지는 진중한 표정을 하고 있고. “…….” 저기 있는 기자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저 새로운 영웅이 당장 어제, 옆에 서있는 지부장의 자지를 세 차례나 빨아줬다는 걸. “옷, 잘 어울리네….” 무심코 나온 혼잣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옷도, 새로운 이름도. 그럼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이름을 가진 채로 하는 섹스는… 누구와 하는 게 잘 어울릴까? 나? 아니면 저기 옆에 서있는 저 남자? “…하.” 알고 싶다. 모든 망상은 의심과 호기심의 사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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