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48화
48.
무혁이 틈을 더 깊숙이 뚫고 들어가며 낮게 내뱉었다. 버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새로운 광증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후우.”
제 기둥을 조여 대는 압박감에 이마에 푸른 핏대가 곤두섰다. 둥글게 부푼 엉덩이를 감싸 올리자 삽입이 한층 더 원활해졌다. 무혁은 하임이 고통을 덜 느끼도록 엄지로 음핵을 빙빙 굴리며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흐읏……!”
하임은 어느새 눈이 완전히 풀린 채로 낯선 이물감을 받아들였다. 성기가 자궁 끝에 닿는 순간, 고통으로 미간이 찡그려지자 무혁이 알아서 몸을 물렸다가 얕게 들쑤시길 반복했다.
애무만 받았을 때보다 더 강렬한 쾌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점멸하는 시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차가운 듯 뜨거웠고, 이따금 힘이 들어간 눈썹과 눈빛이 관능적이었다.
하임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과 몸을 섞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몽롱해지는 정신과 온몸이 붕 뜬 듯한 기분이랄까. 무척이나 자극적인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이내 무혁이 밑동을 끝까지 욱여넣자 스스로도 낯선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뾰족하게 곤두선 유륜을 꼬집고 비틀며 작은 몸을 짓눌렀다.
“하으응……!”
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접합부가 애액으로 질펀하게 젖어 갔다. 어느 정도 구멍이 넓어졌음을 느낀 무혁이 한층 더 격하게 관통했다. 오싹하리만치 강렬한 쾌락이 그의 뇌리를 잠식하는 순간이었다.
“하, 씹.”
끝없이 난폭해지려는 성미를 억누른 무혁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퍽 퍽 찧는 허리 짓에 가냘픈 허벅다리가 애처롭게 흔들렸다.
“내 거 먹어 보니까 어때요.”
“흣, 흐으, 흣.”
“맛있다고 해야지, 하임아. 음?”
무혁은 딱 먹기 좋게 여문 과실 같은 여체를 느른히 어루만지며 유영하듯 움직였다. 교접이 계속될수록 그 또한 정신이 다른 곳으로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어서 빨리 저만의 공간에 하임을 데려다 놓고 마음껏 취하고 싶었다. 매일 그녀의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쪽쪽 빨며 잠들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방해자를 전부 처리하기 위해서라면 좆만이가 시키는 사살 명령에 토씨 하나 달지 않고 복종할 텐데.
“우리 하임이 잘 먹네.”
“아, 안 돼, 흐응, 그만…….”
“이렇게 조여 대면서 뭘 그만해.”
무혁이 두 팔 사이에 하임을 가둔 채 격한 추삽질을 이어 갔다. 그는 미약하게 흐느끼는 하임의 입안을 혀로 뭉개고 휘저었다.
“자꾸 혼자만 흘려 대지 말고 얼른 나도 싸게 해 줘요. 할아버지 오기 전에 끝내야 할 거 아니야. 음?”
하임은 그에게 시달리는 와중에도 착실히 두 귀를 연 채 주변의 소리를 좇았다. 무혁은 이따금 그녀의 정신이 다른 곳으로 향할 때 나오는 표정이 귀엽다는 양 픽 웃었다.
“온전히 집중하게 하려면 얼른 새집으로 데려가야겠네.”
내 신부는 뭘 좋아하려나.
무혁은 무해하고 귀여운 하임에게 어울릴 만한 집을 상상하며 손을 내렸다. 그새 퉁퉁 부어오른 음부를 보자 쯧,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처음 결합한 날이니 이쯤에서 봐줘야겠지.
그는 무력하게 흔들리는 하임의 골반을 붙잡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격하게 허리를 털자 그녀가 비명 같은 교성을 흘리며 절정에 다다랐다.
큭.
동시에 사정한 무혁이 그녀를 숨 막히도록 끌어안으며 낮게 호흡을 골랐다.
* * *
배터리가 방전된 인형처럼 깊은 잠이 든 하임은 도무지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손수 닦이고 옷을 입힌 무혁이 후덥지근한 방을 나섰다.
밤이 내려앉은 여담 마을은 겉보기엔 늘 그랬듯 평온해 보였다. 마당에서 찬 바람을 쐬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저예요, 형. 공사 다 끝났고 내일 오전이면 전부 다 마무리될 것 같아요.
“최대한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 놔. 한 번 들어가면 나가기 싫어지게끔.”
-아, 네. 아기자기…….
무혁의 입에서 나올 리 없을 것만 같았던 단어에 성기가 어색해하며 보고를 이어 갔다.
“주방도 알아서 채워 놓고. 하임이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나 음식도 뭐든 갖다 놔.”
-하임 씨는 돼지고기 좋아한다면서요. 가성비 좋게 부위별로 다 갖다 달라고 했으니까…….
“다시 주문해.”
-예?
“가성비는 얼어 죽을 씨발. 일 그따위로 하지.”
-아니, 말이 그렇다고요……. 당연히 질 좋은 고기로 준비했죠.
“됐고, 우리 하임이는 약돌 돼지만 먹일 거니까 문경 가서 직접 공수해 오든 최상품으로만 준비해 놔. 한 번만 더 가성비 같은 소리 지껄였다간 조져 버릴 줄 알아.”
-아, 진짜 사람 서운하게…….
뚝―
단호히 종료 버튼을 누른 무혁은 삼동이네서 대기 중인 후임에게 연락한 뒤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집합.”
두 글자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3인조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 * *
여담 마을의 밤은 유난히 소리가 없었다. 바람이 지나가도 흔적만 남길 뿐, 무언가를 깨우지는 않았다. 그런 시간대가 무혁에게는 오히려 익숙했다.
폐분교 뒤편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서두르지도 인기척을 감추지도 않았다. 이미 위치가 노출된 이상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책상과 의자가 뒤엉켜 쌓인 공간 너머에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 봉주와 맞닥트리는 바람에 끝내 열어 보지 못한 문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무혁은 이 문을 몇 번 떠올렸다. 단순히 폐분교라 잠겨 있다기보다, 잠겨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여 한동안 봉주를 지켜보았고 그가 어쩌다가 가끔 폐분교를 들락거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 앞에 선 그는 이번엔 철사를 꺼내지 않았다. 역시나 문은 쉽게 열렸고, 무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향했다. 조명은 없어도 양초 불빛에 비치는 윤곽이 나름 또렷했다.
벽면을 따라 정리된 장비들, 임시로 보강한 듯한 선반, 그리고 천으로 덮여 있었으나 형태를 숨기지 못한 물건들이 보였다.
“건방진 놈. 남의 공간을 허락 없이 들여다보는 건 어디서 배워 처먹은 거여.”
등 뒤에서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혁이 올 거라는 걸 알았다는 양 봉주는 덤덤한 어조로 툴툴거렸다.
“제가 오길 기다리신 거 아닙니까.”
“기다리긴 씨펄. 하임이는 어쩌고 혼자 싸돌아댕기는 거여.”
“후임들이 경비를 서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무심히 대꾸한 무혁이 양초 밑동을 집어 들고선 주위를 유심히 훑었다. 이내 물건들의 생김새를 확인하던 그가 황당함이 섞인 실소를 흘렸다.
“대체 이곳에서 뭘 해 오신 겁니까?”
곳곳에 사제 총을 포함한 무기들과 탄약이 있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즉석에서 조립하고 분해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군용 규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민간에서 손을 넣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전부 영감님이 만든 겁니까? 제대로 작동은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런 우라질 새끼가. 어디 당장 니놈한테 시험해 주랴?”
픽 웃은 무혁이 총과 탄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최근에 I.D.C와 청명국이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단순한 정보 교환 수준은 아닐 겁니다.”
“…….”
“내일 하임 씨를 데리고 마을을 떠날 겁니다. 지낼 만한 곳을 준비해 뒀으니 그곳에선 안전할 겁니다. 영감님도 같이 가시죠.”
봉주는 대답 대신 사제 총 한 자루를 무혁에게 던졌다. 가볍게 받아 든 무혁이 총의 이음새와 그립감을 점검했다.
“꽤나 정교하군요.”
“그거나 먹고 떨어지던가. 하임이는 몰라도 나는 이 마을 못 떠난다.”
“하임 씨 혼자 떠나면 영감님 걱정에 많이 불안해할 겁니다.”
“니가 우리 하임이 지킨다고 약속했으면 지켜야 할 거 아녀. I.D.C 새끼들보고 쳐들어올 거면 쳐들어오라고 혀. 안 그래도 나도 그놈들한테 긴히 볼일이 있으니께.”
“혹시 하루타가 찾으러 온 게 하임 씨입니까.”
“…….”
“하임 씨를 I.D.C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루타를 망가트려 놓은 것일 테고요.”
봉주는 한숨 쉬듯 숨을 내쉬었다. 그 숨에는 오래 쌓인 피로와 체념,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기색이 함께 섞여 있었다.
“이제 알겠으면 그놈이 하임이에게 접근 못 하게 혀.”
“그자가 어떻게 하임 씨를 찾아오게 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