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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80화


80화 테즈만의 저택으로 향하는 차 안. 제 품에 안겨 잠든 수아를 바라보는 테즈만의 시선이 한없이 따스했다. 차에서 괴롭히다 못해 호텔에 돌아와서도 그는 수아를 재우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는 날 새벽까지도 그녀를 제 품에서 놓아주지 않던 테즈만이었다. 그 때문인지 수아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긴 비행시간 동안 계속 잠만 자놓고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차에 타자마자 또다시 잠들어버렸다. 이윽고 차가 저택 앞에서 멈춰 섰다. 테즈만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저택 안에 있는 모든 패밀리들이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아.” 그가 다정하게 수아의 이름을 불렀다. 움찔거리던 수아의 눈꺼풀이 천천히 위로 움직였다. “으응... 벌써 도착했어요?” “네. 일어나요.” 졸음이 가득한 눈을 연신 끔뻑이던 수아가 그를 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잤죠...?” “아니, 전혀.” 입술을 내려 가볍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테즈만이 말을 이었다. “내려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응? 다들?” 의아한 눈빛으로 차창 너머를 바라본 수아의 입술이 슬그머니 벌어졌다. 오직 테즈만을 위해서만 그들이 보모인 것은 아니었다. 카포와 솔저들, 그리고 부엌에서 일하는 맥피와 셰프, 모두 수아가 어서 차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칵. 주저 없이 차 문을 연 수아를 보자 맥피가 놀란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맥피, 다녀왔어.” 생긋 웃어 보이는 수아를 보며 맥피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갑자기 사라지시다뇨…! 전, 전 진짜….” 맥피가 울먹였다.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진 수아가 그녀를 토닥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약속이에요. 저희한테 약속의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 줄 아시죠?” 마피아에게 약속이란 죽어서도 지켜야 할 것이었다. 이제는 그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뒤이어 달려온 셰프와 그녀와 말을 텄던 카포와 솔저들까지. 하나같이 모두 수아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해댔다. 울컥하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던 수아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테즈만과 눈이 마주쳤다. “테즈만....” 한 발짝 물러나 있던 그가 수아를 향해 다가오자 그녀 주위에 서 있던 패밀리들이 뒤로 물러났다. 테즈만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안락한 품속이었다.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를 수아가 두 팔 벌려 끌어안았다. 그 어떤 말로도 지금 이 마음을 전할 수가 없었다. 테즈만이 자신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꿈처럼 사라질 추억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다시금 일상으로 만들어준 그가 수아는 고마울 뿐이었다. “고마워요, 테즈만.” 수아의 어깨를 감싸 쥔 채, 그가 저택으로 발걸음을 뗐다. 수아와 보폭을 맞춘, 느릿한 발걸음이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아는 발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당연하게 수아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침실이었다. 긴 비행시간 동안 잠을 푹 잔 터라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씻지 못해 찝찝했다. 무의식중에 옷을 챙기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향했던 수아는 이내 멈칫하며 제자리에 섰다. “아….” 분명 걸려있는 옷들을 캐리어 가방에 집어넣고는 구석에 놔뒀었다. 장신구나 가방은 팔거나, 테즈만의 새로운 여자가 쓸 수 있게끔 모아뒀었고. “달라진 건 없어요.” 언제 온 것인지 그녀의 등 뒤에서 테즈만이 속삭였다. “또한 수아를 대신할 것도 없고.” 마치 수아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다정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원히 이곳에 있을 사람은 그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캐리어 가방에 집어넣었던 옷들은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하게 드레스룸에 걸려있었다. 게다가 그 앞으로는 아직 뜯지 않은 명품 브랜드의 종이봉투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저런 거라도 안 사면 당장 한국에 갈 것 같았거든.” 당장이라도 수아를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었다. 이미 본보기는 충분했지만 더는 수아가 위험에 빠질 수 없도록 카포와 솔저들도 다시 교육하고 천푸도 깨끗하게 정리해야 했다. 다시 그녀가 돌아왔을 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지내길 바라며. 그럼에도 불쑥불쑥 수아가 떠오를 때마다 테즈만은 명품 매장으로 향했다. 다시 수아가 돌아왔을 때, 그 물건들을 써줄 모습을 상상하면 요동치는 마음이 진정됐다. 그래서 하나둘 사게 된 것이 드레스룸을 장악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난 이렇게 많이 필요 없는데....” 수아가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래도 고마워요.” 맑게 웃는 그녀를 향해 테즈만이 고개를 내리려던 찰나였다. 똑똑. 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입술 위로 내려앉던 테즈만의 입술을 손으로 막으며 수아가 말했다. “잠, 잠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 좋은 시간을 방해하는 건지. 테즈만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수아가 침실 문을 열었다. “칵트, 르로이?” 칵트와 르로이의 시선이 수아의 등 뒤로 향했다. “무슨 일이에요?”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응시하는 테즈만을 보며 멈칫했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수아도 돌아왔으니 오늘 저녁에 정원에서 파티를 연다고 합니다.” “정말요?” “맥피와 셰프가 벌써 요리를 준비 중입니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자 기분 좋게 웃던 수아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요.” 서재에는 칵트와 르로이밖에 없었다. 처음 저택에 들어왔을 때도 딱 한 사람이 보이질 않았고. “저... 드한은 어디 있어요?” 화가 났을 수도 있다. 떠나보낸 자신이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으니까. 다시 드한을 만나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은 없기에 직접 마주하고 말할 생각이었다. 도움 될 만한 사람이 될 테니 테즈만의 옆에 있게 해달라고. 수아의 물음에 칵트와 르로이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무겁게 시선을 내리는 두 사람을 보자 이상함을 직감했다. “설마….” “죽었어.”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수아가 고개를 휙, 돌렸다. “죽, 었다고요? 드한이...?” 놀란 수아를 향해 칵트가 차분하게 목소리를 냈다. “... 천푸 소탕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던 중에... 드한이 총에 맞았습니다.” 총을 맞았다니. 죽지 않을 것 같던 드한이기에 수아는 더 놀란 듯했다. “테즈만 님을 향해 날아오던 총알이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테즈만을 위해 대신 총알을 맞아 죽었다는 것이었다. “아....”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드한을 원망하기도, 미워하기도 했지만 이런 결말을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수아의 마음은 더욱 좋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수아의 어깨를 감싸며 테즈만이 말을 이었다. “드한은 파바드 패밀리다운 죽음을 맞이한 거고.” 비록 비뚤어진 충성심으로 수아와 패밀리들을 위험해 빠트리기는 했지만 칵트와 르로이도, 그리고 테즈만도 그를 패밀리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이 좀 그렇네요···.”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수아를 향해 칵트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드한 무덤에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 제가요?” “네. 테즈만 님을 데려가신다면 좋아할 겁니다. 그 녀석, 충성심은 알아주니까요.” 수아가 왔다는 건 달갑지 않을 테지만 칵트의 말대로 테즈만과 함께 간다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는 드한이었다. “그렇게 할게요!” “샷츠.” 갈 생각이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테즈만을 향해 수아가 맑게 웃어 보였다. “같이 갈 거죠?” 그 미소를 거절할 수 없는 테즈만이었다. *** 날이 따스했다.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날씨. 나란히 걷던 테즈만과 수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 드한 제마일리 ] 새하얀 비석 위에 적힌 드한의 풀네임을 보며 수아가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드한의 말처럼 자신이 테즈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드한에게 기도했다. 테즈만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니 그것만 인정해달라고. 제게 나쁘게 대한 것은 다 잊을 테니 드한도 자신을 미워하지는 말아 달라면서. 어쩌면 대답 없는 그를 향한 이기적인 부탁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아는 진심으로 바랐다. “아멘.” 부디 드한이 편안하게 영면에 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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