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172화 172화


테오도르는 바이덴이 생각한 그 어떤 선택지도 택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을 제외하고 고작 9명의 기사만을 대동했다. 그 외에는 이전에 장악한 폭력 조직의 조직원들을 동원하여 인근 골목을 지키게 했을 뿐이다. 그들이 근위 기사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은 테오도르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바이덴이 탈출을 시도할 경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을 풀었을 뿐이다. 황녀 호위대는 올리비아를 지켜야 하므로 테오도르는 이 계획에 최소한의 기사만 투입했다.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없다면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겸손을 떨지 않았다. 상대가 근위 기사를 동원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전원을 제압하여 죽이는 것은 어려워도 바이덴 하나를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해치우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창고에는 제2기사대에서 차출된 근위 기사 30명과 병사 50명이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테오도르가 황녀 호위대를 이끌고 올 가능성도 낮긴 하지만 없진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 바이덴은 당황을 숨기고 손수 검을 뽑아 들었다. 그에게도 용맹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번의 결투에서는 당황한 나머지 추한 꼴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집단전이라면 그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알라릭 경과 팔코 경은 골목 끝을 막아라! 오르트윈 경과 벤델 경은 양익으로!” 호명된 네 기사와 그들의 분대가 기민하게 움직여 골목을 막았다. 나머지는 앞장서서 테오도르에게 달려드는 바이덴을 뒤따랐다. 바이덴은 일그러진 웃음을 띠었다. ‘이게 네놈의 가장 큰 실수가 될 거다!’ 황녀 곁에나 꼬옥 붙어 있었어야지. 이런 곳에 소수로 찾아오다니, 어리석은 놈이 아닌가. 선택지도 어중간하다. 주둥이로 명예가 어쩌고 나불대며 자신을 모욕했던 주제에 제놈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것으로 끝장내 주마. 그는 고함쳤다. “나는 황제 폐하의 방패이며, 내게 칼끝을 향하는 건 반역이나 다를 바 없다…!” 카앙! 테오도르가 한 발 앞으로 크게 내디디며 그가 온 힘을 다해 휘두른 검을 맞받았다. 두 자루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바이덴의 칼날이 산산조각 났다. “아니!?” 바이덴이 경악하여 외치는 찰나에 테오도르는 이미 몸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퍼억! 왼손에 들고 있던 검집이 바이덴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컥!” 바이덴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뒤따르던 세 명의 기사가 연이어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테오도르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번에는 검을 휘둘렀다. “끅!” 명치를 검봉으로 얻어맞은 자가 신음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테오도르는 그를 걷어차 치우며 다른 두 명과 연이어 검을 부딪쳤다. 카앙! 캉! 이번에도 검 한 자루가 부러졌다. 그것을 쥐고 있던 기사는 기겁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타 테오도르는 마지막 한 명에게 달려들어 폼멜로 상대의 턱을 후려갈겼다.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했기에 전투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네 명째가 바닥을 굴렀을 때 기사들은 그를 둘러싼 채 더 이상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테오도르가 그들을 봐줬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 근위 기사들은 갑옷도, 투구도 착용하지 않았다. 사람의 전투력은 손쉽게 상실된다. 테오도르가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고 때려서 쓰러뜨리는 대신 칼날로 찔러 죽이려 했다면 저 넷은 지금 시체가 되었거나 팔다리를 하나쯤 잃은 채 바닥을 구르고 있을 것이다. 이미 결투 때 한 번 겪었으나, 그때는 그래도 결투였다. 하지만 이번에 근위 기사들은 그를 죽이려고 덤벼든 것이다. 그런데도 이빨조차 박히지 않았다. 9명의 루트가르트 기사도 제 역할을 다했다. 그들은 각자 네 명씩 병사를 쓰러뜨리고 기사 아홉의 발목을 잡았다. 테오도르는 호흡조차 별로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검 끝을 내려뜨리고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고작해야 열 명을 상대로 수십 명이 기백에서 밀리고 있다. “알라릭 경.” 테오도르의 부름에 호명당한 기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테오도르의 새벽 구보에 참여했던 기사였지만, 테오도르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줄은 몰랐다. “어떤가? 바이덴 경은 내가 반역을 했다고 하는데, 경도 거기에 동의하나?” “…….” 알라릭은 대답하지 못했다. 내심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슈바벤 공작가의 전횡을 알면서도 거기에 편승하여 출세하려고 했던 자신의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1황녀가 정치적으로 승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전향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오도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벤델 경은 어떤가?” “…반역이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항명도 중죄입니다, 백작님.” “그런가? 납치된 약혼녀를 구하려는 게 항명이라 이거지?” 수치심을 아는 자들이 모두 시선을 내리깔았다.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병사들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2기사대장 호른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테오도르와 대치했다. “백작님의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물러설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쎄. 그건 적으로부터 주군을 지키고, 위험으로부터 숙녀를 지킬 때 해야 할 말 아닌가? 뭐, 경들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네. 사실 바이덴 경의 명령이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이미 경들에게는 기사도라는 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네만.” “쳐!” 테오도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뒤에서 바이덴의 고함이 들려왔다. 어느 틈에 정신을 차린 그는 고개를 흔들며 분위기를 보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자칫하면 저쪽으로 돌아서는 놈이 나올 것 같았던 것이다. “죽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이건 결투가 아니다! 저놈이 살아 돌아가면 근위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다!” 기사들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테오도르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호른이 제일 먼저 그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바이덴은 주춤주춤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챙! 카캉! 길거리 전체에 칼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바이덴은 그 혼란 속에서 서둘러 창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무조건 테오도르를 주륙해야 한다. 일단 죽여 버리고 나면 핑계는 무엇으로든 댈 수 있다. 시체를 제거할 수도 있으면 제일 좋고, 정 안 되면 치정 싸움 끝에 살해당한 걸로 둔갑시키면 된다. 슈바벤은 그런 일에 아주 능하다. 이것으로 어린 공작놈에게 또다시 빚을 지게 되겠지만, 거대한 공적도 될 것이다. 일단 저놈만 죽여 버리면 황녀 호위대는 와해될 것이고, 1황녀를 살해하는 것은 한층 쉬워지리라. 클라우스는 1황녀를 지킬 능력이 없다. 선황후도 그들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않은가. 뱃속의 장기가 뭉개지기라도 한 듯 심한 통증을 느꼈으나 그는 이를 악물고 안으로 달려 들어가 안나를 찾았다. 창고 안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기에 쌓여 있는 상자들 틈에 숨었던 안나는 금세 바이덴에게 붙잡혔다. 바이덴은 그대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테오도르 루트가르트! 당장 검을 버리지 않으면 이 계집년을 죽이겠다!” 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안나는 겁에 질린 채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그것을 보고 놀란 테오도르의 손속이 변했다. 그는 자신과 비등비등하게 겨루던 호른의 팔을 베어 버리고 주위의 기사들을 단숨에 쓸어 버렸다. 피보라가 솟구치고 비명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 미친…!” 바이덴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안나는 늦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서 비수를 꺼내서 제 목을 휘감고 있는 바이덴의 팔을 찔렀다. 퍽! 촤악! 다음 순간 바이덴의 목이 날아갔다. 단말마조차 없는 빠른 죽음이었다. 안나는 눈을 크게 뜨고 피를 뒤집어쓴 채 허물어지듯 바닥에 주저앉으려 했다. 테오도르가 그녀의 팔을 잡아 부축하며 제 뒤에 세웠다. “숨을 쉬십시오. 열 번만.” “후, 아, 아, 하, 아….” 뭍으로 끌어내진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안나가 가슴을 누른 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열 번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테오도르는 한숨을 쉬지 않기 위해 애썼다. 목이 날아가는 것을 눈앞에서 봤으니 어쩔 수 없다.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놓고 지켜 주지 못한 자신 탓이었다. 바이덴이 이렇게까지 비열한 놈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더욱 오연한 자세로 아직 남아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향해 검을 들어 보였다. 호른이 쓰러지고 바이덴이 기사로서 차마 못 할 최악의 짓을 한 것을 본 자들의 사기는 이미 꺾여 있었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