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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화


#1 황제는 짐승 같다. 사람의 숨소리가, 그러니까 목 울림이 으르렁거림 같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정말로 난나를 안을 때, 그녀의 비좁은 질구를 우악스럽게 헤집으며 허리를 흔들 때면 정말로 짐승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이기 때문에 그렇게 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황제에게 난나는 인격적으로 존중할 필요가 없는 여자라서. 그는 자주 난나를 ‘암컷’이라고 칭했다. 가끔은 ‘자궁’이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니까 난나는 황제가 소유한 자궁인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안아도 상관없겠지. 조금의 부드러움조차 없이……. 관용이나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다고 여길 테다. 난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예전에는 상처받은 채 숨죽여 울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다. 어쩌면 회복에 대한 탄력성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아도 금방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그래도……. “아, 흐윽!” 머리채를 움켜잡는 손이 무심했다. 어떤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저 늘 그래 왔듯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을 뿐이었다. 황제는 자주 그랬다. 그러니까 잠자리에서……. 그는 잠자리에서 조악하고 흉포했다. 배워 먹지 못한 무뢰배 같았고 그래서 난나는 종종 길거리의 창부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부글부글 끓으며 떠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다. “으, 하응, 으!” 정갈해 보였던 손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우악스레 움켜잡았다. 숨이 파드득 떨렸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가슴이 그랬다. 폐부라고 해야 할까. 입술을 악문 채 생리적으로 맺히는 눈물을 삼켰다. 그는 난나의 머리채를 베개에 처박았다. 얼굴이 보기 싫은 것 같았다. 난나는 이해했다. 그는 늘 난나의 얼굴을 잠자리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난나는 차라리 불을 꺼 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황제는 난나의 요구가 무엇이든 들어주지 않는 편이었다. 그게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난나에게 필요한 것, 난나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고개부터 젓고 보았다. 한때는 서럽다 못해 억울했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니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고역 같은 섹스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난나는 무리하게 질구를 쑤시는 사내의 호흡을 느꼈다. 그가 상체를 낮췄다. 등이 울퉁불퉁한 몸에 뒤덮였다. 그는 정말로 야수 같은 사내였다. 소년 시절부터 전장을 누볐다는 남자다. 굴곡진 몸에 얼룩덜룩한 자상이 쉴 새 없이 훈장처럼 매달려 있어 한때 스타테이라는 그 상처를 몹시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이제는 아문 상흔이라고 해도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상흔들이 그의 우람한 육신 곳곳에 남아 있었다. “흑, 하, 으…….” 쇠막대기 같은 선단이 자궁 입구에 닿을 기세로 푹푹 찔러 왔다. 말 그대로 삽입이 아니라 쑤시는 것 같았다. 난나는 가슴을 바닥에 뭉갠 채 베갯잇을 꽉 움켜잡았다. 그녀의 머리를 누르는 남자 때문에 숨을 쉬는 게 버거웠다. 그녀는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며 황제가 얼른 사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엉덩이를 높이 든 채 헐떡거리고 있으려니 불편한 자세 때문에 근육통이 오는 것 같았다. “아, 흣, 으응…….” 입술을 악물어도 신음이 조금씩 새어 나갔다. 좋아서 흘리는 신음이 아니라 아파서 흘리는 신음이었다. 황제는 그게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난나가 아파하는 것 말이다. 그는 조금 흥이 돋았는지 난나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허리를 붙잡았다. 속도를 올릴 줄 알았더니 느긋하게 그녀의 조붓한 안을 왕복했다. 조금의 쾌감도 없는 성행위가 고문 같았으나 난나는 울지 않았다. “음, 하으……. 아, 아파요. 아프……. 아!” 아무리 쑤셔 박아도 구멍에선 애액이 나오지 않았다. 쾌감 없는 온전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 그런 것일까. 뻑뻑한 구멍을 왕복하는 성기가 흉기 같다고 생각될 무렵 그가 난나의 어깨를 물었다. 난나는 반사적으로 날카로운 비명을 터트렸다. 파드득 떨며 헐떡거리자 그가 살갗을 잘근잘근 씹었다. 연인의 몸에 순흔을 새기려는 몸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 난나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 이를 세워 그녀의 살갗을 깨무는 것 같았다. 아니. 물어뜯는 것이라 해야 옳겠지. 난나는 기어이 눈물을 터트렸다. 두피가 욱신거리는 와중에 어깨까지 깨물리니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폐하’ 하고 그를 불렀다. 황제는 제멋대로였다. 그가 제 반도 안 되는 몸집의 난나를 잡아 돌렸다. 그녀는 매가리 없이 그를 보았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인지라 그의 윤곽은 명확하지 않았다. 파르스름한 어둠에 잠긴 남자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난나는 시선이 마주칠까 두려워 퍼뜩 눈을 내리깔았다. 황제는 난나를 싫어했다. 그러니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도 싫어하고, 단순히 난나가 옆에 있는 것도 싫어했다. 단순히 싫은 게 아니라 경멸하고 증오했다. 이따금 혐오하며 더러워했다. 말 한 마디, 시선 한 번 다정했던 적이 없었다. 스타테이라에게 따뜻했던 만큼. 꼭 그만큼의 크기와 온도로 그녀를 혐오했으며 모욕하고자 했다. 그러니 그가 난나와 하는 성행위는 그녀에 대한 모욕이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기실 그 쓰임을 다하는 것이겠지만, 황제는 매번 섹스를 할 때마다 그녀의 주제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 문득 콧잔등이 시큰거리는가 싶더니 코에서 무언가 새는 것 같았다. 미지근하고 끈적한……. 그녀는 그게 무엇인지 곧 깨달았다. 인중을 지나 윗입술을 덮고 다문 입술 사이 고인 그것은 짜고 비렸다. 난나는 급하게 코밑을 닦으며 호흡을 들이켰다. 황제의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키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었다. 난나는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어깨를 모으며 두려운 눈으로 그를 살피자 그녀를 밀었던 손이 골반을 움켜잡았다. 두 다리가 익숙하게 벌어졌다. 이미 한 차례 사출된 정액으로 함빡 젖은 사타구니에 시커먼 물건이 치대어졌다. “흐…….” 난나가 긴 울음을 토해 내려다가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녀는 젖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베개에 머리를 붙였다. 둥근 귀두가 소음순을 툭툭 치다가 따끔거리는 구멍 안으로 귀두를 밀어 넣었다. “응, 하읏…….” 천장을 보았다. 새벽어둠으로 뒤덮인 천장을 맥없이 바라보는데 커다란 손에 젖가슴이 잡히는 것을 느꼈다. 뾰족한 젖꼭지가 손바닥 아래 뭉개지며 두 다리가 그의 허리에 걸렸다. 그는 난나를 품에 안았다. 아니, 매시근한 몸을 덮친다고 해야 옳았다. 난나는 감히 더러운 피가 묻은 손으로 너른 등을 안을 수 없어 어정쩡하게 손을 내버려두었다. “흐, 읏, 아, 윽!” 눈을 질끈 감은 채 덜컹거리는 감각에 몸을 내맡겼다. 단단한 가슴 근육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뭉개며 호흡이 뒤엉켰다. 그녀는 자신을 혐오하는 남자를 배려하기 위해 살그머니 고개를 돌렸으나 우악스러운 손이 그녀의 뺨을 움켜잡았다. 난나는 낭패스러운 감정을 짓씹으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언제, 언제 끝나나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는데. 무슨 말이든 삼키기로 마음먹었는데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울먹임에 잠긴 그 속삭임이 부디 황제에게 닿지 않길 바랐으나 애초에 그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난나는 갈피 없는 두려움에 얽매여 그를 흘끔거렸다. “……내가 원할 때.” 기려한 중저음이 단정했다. 난나는 서글픈 시선으로 그를 흘긋거리다 말고 두 손을 가슴에 꼭 붙였다. 무심한 속삭임이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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