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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외전 5화


외전 5화 나는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장신구를 어디에서도 본 일이 없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보석을 내려다보던 나는 공작님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두 눈이 마주치자 그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대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오. 나 또한 새 보석을 주문하고 싶었지만, 결혼식 때까지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좀 급박하오. 부디 이것으로 만족해 주시오.” 놀랍게도, 그는 내 의중을 잘못 파악해도 한참 잘못 파악한 듯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더없이 만족스럽습니다! 이것들은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는 궁정에 있을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신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제가 본 게 많지는 않지만, 하지만⋯⋯.” '나보고 이 보석을 착용하라고? 진짜로?' 나는 솔직히 이 아름다운 보석 앞에서 기가 죽었다. 그도 그럴 게 이건, 이건⋯⋯. '흡사 돼지를 장미꽃으로 장식하는 꼴이 아닐까?' 보석이 나를 돋보이게 하기는커녕 잡아먹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결혼식에서 이런 보석을 착용하라니, 하객들이 이렇듯 분에 넘치는 물건을 몸에 두른 나를 비웃지는 않을까? “이 장신구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과연 제게 어울릴까요?” 주저하던 내가 마침내 생각을 밝히자 그는 잠시 침묵했다. “⋯⋯무슨 소리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무 아름다운데⋯⋯ 안 어울린다? 아름다운데 왜? 그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말을 돌려 하는 거라면 시간이 좀 촉박하더라도 그대만을 위한⋯⋯.”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 말은 이 물건들에 비해 제 생김새가 좀 수수하지는 않은가 하여⋯⋯.” 거기까지 말하는데 겸연쩍어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정말 너무 예뻐요. 그러나 저는 그만큼은 되지 않아⋯⋯ 그러니 이것들은 저보다 더 화려한 분께 어울릴 듯합니다. 보석 같은 분께, 그렇지 않은가요?” “⋯⋯.” 그는 이마에 골이 파일 정도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게 걱정이라면 확인해 보면 되는 일 아니오? 어울리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는 팔을 뻗어 내 손을 쥐었다. “한번 착용해 보겠소? 나는 어울리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대 생각이 맞다면 다른 선물을 준비하지.”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 보석들을 착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내 손목에 다이아몬드 다섯 줄로 이뤄진 팔찌를 걸어 주었다. 일단 손목에 팔찌가 채워지니 나는 그 팔찌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중앙에 박힌 투 명한 보랏빛 보석이며, 그 둘레를 수놓은 다이아몬드며 팔찌의 아름다움이란 정말 가슴이 떨릴 정도로 황홀했기 때문이었다. “귀걸이는 직접 걸겠소? 내가 자칫하여 그대를 찌를까 봐 두렵소.” 내가 허둥지둥 귀걸이를 착용하는 동안, 그는 이번에 목걸이를 두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 뒤로 향했다. 나는 아직 머리를 틀어 올리지 않은 상태라 그가 내게 목걸이를 잘 걸어 줄 수 있도록 두 손으로 긴 머리칼을 목에서 들어 올렸다. 이윽고 그는 내게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목걸이는 예상 이상으로 묵직했다. '그럴 만도 하지, 반짝이는 돌이 이렇게나 많이 달렸는걸.' 고개를 숙여 목걸이의 광채를 바라보는데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게는 벌써 어울려 보이오.” 담담하게 내뱉는 그의 말이 내 귀를 달아오르게 했다.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대체 무슨 걱정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그는 마지막으로 왕관을 들어 올렸다. 왕관이 씌워졌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 머리 위를 누르는 묵직함, 하지만 그 무게가 싫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잠시 감았다 뜨자 그의 표정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경탄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왕 같군. 그대에게도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소. 거울 앞에 가 봅시다.” 그는 내 손목을 쥐고 나를 일으켜 응접실 한편에 놓인 전신 거울 앞으로 이끌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만 말문을 잃어버렸다. 거울 안에 있는 낯선 여자, 그 여자는 화려한 보석에 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이전까지 그 여자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그동안 나는 그만큼이나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울 필요가 없었으므로. '정말 그의 말대로⋯⋯.' 머리 위에는 왕관을 쓰고 목에는 보석을 아낌없이 늘어뜨린 목걸이를 걸고 반짝이는 팔찌를 낀 여자는 정말로 우아해 보였다. 거울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허리에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내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가 허리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그는 내 어깨에 턱을 얹었다. 목 근처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내 가슴이 다시 훅 하고 달아올랐다. “오늘이 결혼식 날이었으면 좋겠소.” 그가 끓어오르는 무엇인가를 참듯이 말했다. “나는 준비만 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혼인하고 싶소. 그대와 혼인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 “그대도 마음이 같다면, 좀 서둘렀으면 좋겠소. 그렇다고 해도 그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다 들어주겠지만. 이 결혼식에 원하는 게 있소? 초대해야 할 사람이나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다거나.” 그의 말에서는 언제라도 이 혼인이 방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째서인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마치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 같다고나 할까, 이 혼인을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누군가 꼭 그 혼인을 훼방 놓으려 들 것만 같다는 예감이었다. 이를테면⋯⋯. '왕세자 전하께서.' 불현듯 왕세자 전하와의 마지막 만남이 떠올랐다. '제가 왕위에 오르면, 선생님께⋯⋯ 메트레상티트르 자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왕세자 전하께서도 내게 정부 자리를 제의하셨지.' 그랬다. 그래서 청혼을 받고 마치 야반도주하듯 그를 따라 이곳으로 향했던 것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이 불길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왕세자 전하께서 내 혼인을 달가워할 리 없다.' 나는 왕세자 전하의 마음을 거절했지만 왕세자 전하께서 그 거절을 진정 거절로 받아들였을까? 다시 대면한 왕세자 전하는 내가 알던 도련님 같지 않았다. '정말 모르셨습니까? 제가 오래전부터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던 것을?' '공작님이 나를 찾아오지 않고, 내가 계속 프랑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마차 안에서 왕세자 전하께서 내게 메테트레상티트르 자리를 제안하셨다는 사실을 공작님에게 전했었다. 그의 초조함의 근원도 나와 같을 터였다. “저 또한 같은 마음입니다. 저는 이 혼인에 바라는 게 없습니다. 성대한 결혼식도 아름다운 드레스도 바라지 않고⋯⋯ 다만, 제 가족만은 꼭 이 결혼식에 초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그대의 가족 없이 결혼식을 어찌 하겠소? 이럴 줄 알았더라면 함께 이곳으로 올 것을.” 공작님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처 미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저⋯⋯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습니다.” 내 허리에 벨트처럼 둘러진 그의 두 손 위에 내 두 손을 얹으며 나는 마차에서부터 품어 왔던 소망을 고백했다. '더 이상 헤어지고 싶지 않아, 누구와도.' 그를 정말 사랑하기에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그리워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도 아나도 그리고 내 어머니, 동생과도⋯⋯. “말해 보시오.” “공작님, 공작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제 어머니와 동생을 이곳으로 불러 살게 하고 싶습니다. 더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내가 왜 허락하지 않겠소?” 그가 오히려 내 말이 의아한 듯이 말했다. “그대가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해 왔는지 아는데, 그렇지 않아도 나 또한 그대의 가족이 이곳에 머물러 주었으면했소.” 거울 속의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뿐이오? 내게 더 바라는 건 없소?” 나 또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공작님 말고는 아무것도요.” 우리의 두 눈이 서로를 향했다. 나는 그의 초록빛 눈동자에 비친 나를 보았다. 그 속의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말해 주고 싶소. 그대는 아름다워. 내가 본 사람 중 누구보다도.” 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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