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56화 56화


56화 “제가 왕위에 오르면, 선생님께⋯⋯.” “⋯⋯.” “메트레상티트르 자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저와 평생 함께 계셔 주십시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굳은 채로 나는 왕세자 전하만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눈꺼풀에서 뭔가가 벗겨진 듯했다. “정말 모르셨습니까? 제가 오래전부터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던 것을?” 소년이었던 그가 너무도 낯선 한 남자로만 보였다.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잠시 사고가 정지되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처음 보았을 때 마엘 도련님은 어린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나를 마음에 품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왕세자 전하가 된 그는 어엿한 청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을. 나는 당황스러워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이런 자리인 줄 알았다면 그의 초청을 거절했을 것이다. “전하, 저는⋯⋯.” 잡힌 두 손을 빼내려는데 왕세자 전하는 내 두 손을 더욱더 세게 잡아 왔다. “선생님께서 제 마음을 모르셨을 줄 압니다. 저 또한 제 마음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이전의 제겐 아무 힘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 “저에겐 이제 선생님을 지켜 드릴 힘이 있습니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의 도가니였다. “선생님, 궁정은 비정하고 냉정한 곳입니다. 저는 나면서부터 외로웠습니다. 귀족의 하녀들조차 저와 어머니를 무시하고 조롱했지요.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저는 왕위를 이어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출신이 천하다고 비웃던 무리들과 평생을, 출궁하는 일 없이 살아야 하겠지요.” “⋯⋯.” “선생님께서는 제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부터 제게 사랑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왕세자 전하의 말에 나는 또다시 이상한 괴리감을 느꼈다. 왕세자 전하의 말대로 왕궁은 비정하고 냉정한 곳이었다. 방타두르 부인은 왕의 총애를 받았는데도 귀족의 하녀들조차 그녀와 그 아들인 전하를 틈만 나면 조롱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메트레상티트르'니까. 궁정 광대는 왕을 웃겨야 하듯이 메트레상티트르는 조롱받아야 마땅하니까. 그런데 그런 자리에 나를 두겠다고? 자신이 외롭지 않기 위해?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어머니가 무슨 모욕을 당해 왔는지 알면서 같은 자리에 앉히고 싶을까?' 아니, 그보다도, 설령 왕세자 전하께서 나를 왕비 자리에 앉히려 한다 한들 나는⋯⋯ 그 자리에도 앉을 수 없었다. 나는 왕세자 전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왕세자 전하.” 내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는 왕세자 전하의 메트레상티트르가 될 수 없습니다. 왕세자 전하께서는 저보다 훨씬 좋은 분을 아내로 맞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분을 아내로서 존중하고, 온전한 사랑을 주십시오. 메트레상티트르를 두지 마시고.” 나는 왕세자 전하께서 선대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져 내려온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며 말했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왕세자 전하는 물러서려 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 달라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그저 제가 왕위를 이어받을 때까지 곁에 계셔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사랑을 증명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다 보면 분명⋯⋯ 저를 사랑하게 되실 겁니다.”     '혹시 나는 남자들 눈에 정부 감으로 보이는 사람인가?'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두 남자에게 받은 고백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지 고심했다. '결혼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곁에는 두고 즐기고 싶은?' 나는 마차의 창유리에 머리를 기대고, 그곳에 비치는 내 모습을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못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날 것도 없는 얼굴이 보였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정부에 대해 갖는 이미지, 엄청난 매력으로 남자를 홀리는 요부 같지는 않아 보였다. 유리창에 비치는 여자의 얼굴은 그저 당황하고 난처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뭐라고 할까?' 오늘 내게 일어난 일을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사실 말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 계속해서 그 자리를 강요한다면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도 모른다. '유배지에서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결국 또 생각의 끝은 그였다. 그의 영지에서 도망치듯 떠나왔으면서도 나는 그를 잊지 못했다.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했다. 시간이 흐르면 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걸려야 하지?' 그마저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마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초인종을 누르자 하녀가 아니라 안이 나왔다. “언니를 찾는 손님이 오셨어!” 두 눈을 크게 뜨고 숨을 헐떡이면서 동생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손님이라니, 나를 만나러 올 사람은 없을 텐데⋯⋯.' 나는 어리둥절해 물었다. “누구인데?” “공작님, 스카디 공작님이셔. 언니가 편지에 썼던 그 사람 있잖아.” “뭐?” 그 말에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게 말이 돼? 그곳이 얼마나 먼데, 그리고⋯⋯.” “됐으니까, 자, 어서 가 봐.” 안은 응접실이라고 하기 너무도 민망한 조악한 방 안에 나를 밀어 넣었다. 그곳은 의자 두 개와 식탁보를 씌운 탁자만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도 있었다. 그는 도저히 이 누추한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지만, 찻잔을 앞에 두고 정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계속해서 마음속에 그리고만 있던 사람을 보게 되자 나는 정말 정신이 몽롱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오.” “여기는, 이곳은⋯⋯ 어떻게.” “그대가 편지를 보낼 때 주소를 눈여겨보았소.”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랄 게 없었다. 때문에 나는 그가 여기 왜 왔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여기 온 것일까? 다시 가정 교사를 해 달라고 하고 싶어서? 아니면 내가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았나?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그가 직접 올 게 아니라 사람을 보내도 충분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자리에 앉았다. 하녀가 들어와 내게도 차 한 잔을 주었다. 나는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을 물었다. “혹시 아나 아가씨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아나는 잘 지내고 있소. 그대가 떠나서 슬퍼하긴 하지만.” 나는 공작의 말을 들으며 찬찬히 그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좀 놀랐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행색은 초췌했고,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두 눈은 움푹 꺼져 더욱더 커 보였다. “일이 생긴 건 나요.”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찻잔을 받침 위에 내려놓았다. “그대가 떠난 뒤에 많은 생각을 했소. 주로 그대가 떠나게 되어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과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마치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덜 고통스럽지 않겠느냐고, 떠나는 마차를 보며 나 자신을 설득했소. 하지만 마차가 내 눈을 벗어나자마자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 “⋯⋯.”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가 사라진 게 아니란 걸.” 나는 대체 그가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을 타고 사흘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소.” “⋯⋯.” “그런데 말을 타고 달리다 보니 또 다른 생각도 들더군. 당신이 사는 곳은 날씨도 온화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소. 반면에 내 영지는 어떻소? 외적의 침입이 빈번하고, 재미없고 지루하며, 좋은 날보다는 좋지 않은 날이 더 많은 곳이지. 괜히 내 영지가 유배지로 쓰이겠소? 그런 마당에 그대더러 다시 와 달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대는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는 행운을 가지길 바란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대에게 결정을 맡기기로 결심했소.” 그의 다음 말에 나는 벼락이 척추를 꿰뚫는 듯한 전율에 휩싸였다. “내 아내가 되어 주시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