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season2. 67. 재난(5)
season 2
67. 재난(5)
보안 팀장은 말을 하다 말고 신음을 흘렸다.
기찬의 굵고 단단한 기둥이 가만히 있어도 팀장의 클리토리스를 눌러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고 완벽하게.
아무리 옷 위라고 해도 얇은 정장 바지에 그 안에는 팬티뿐일 테니,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달뜬 호흡을 뱉어내는 것이다.
자극에 흥분을 느끼기는 기찬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한 심정으로 계속 문지르고 싶었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에 걸려있는 욕쟁이의 젖꼭지도 계속 움찔대고 있었다.
기찬은 황당하기만 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상황이라 그런지, 머리는 평소와 다르게 전혀 돌지를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냐. 젠장.’
일단 가능한 것부터 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접힌 상태로 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손부터 회수하려 했다.
“몸을 벽쪽으로 조금만 더 붙여 봐요.”
그 말에 욕쟁이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네? 아, 네.”
그녀는 나름대로 안간힘 쓰며 내 손과 자신의 젖가슴 사이에 틈을 만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기진맥진해 있던 그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듯 기찬의 접힌 팔 안쪽으로 밀려들었다.
“앗.”
여자의 당황이 느껴지는 작은 비명과 함께, 기찬은 두 여자를 품게 됐다.
‘이런….’
그나마 접혔던 팔이 자유로워져 욕쟁이의 젖꼭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팔을 그대로 두고 있으면 그 무게가 욕쟁이의 몸을 눌렀다.
아니나다를까,
“저, 숨 쉬기 힘들어요. 흠.”
기찬의 굵은 풀뚝과 팔꿈치가 명치와 복부를 누르니 누구라도 불편할 자세였다.
그래서 기찬은 꼬물거리듯 팔을 아래로 뻗었다.
하지만, 그 또한 악수가 됐다.
“아.”
욕쟁이의 몸이 움찔했다.
체중을 분산시키려고 한 건데, 그의 손이 가 닿은 곳은 그녀의 와이존이었다.
세 사람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꺼내놓을 수 없었다.
굳이 말해봐야 마음마저 불편해질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그대로 있을 수만도 없었다.
아무 짓도 안 하고 숨만 쉬어도, 세 사람은 저마다 흥분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흐음.
흠.
당장 두 여자의 숨소리가 온전치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숨만 쉬어도 기찬의 몸은 위아래로 들썩인다.
그러면 밑에 깔린 팀장은 기찬의 단단한 대물에 눌린 채로 문질문질 당하는 효과를 그대로 받아야 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자극만으로도 당장 오르가슴을 느껴도 이상할 게 없는 지경이었다.
욕쟁이도 마찬가지다.
기찬의 손이 하필이면 딱 씹두덩 위에 얹혀있어 그의 호흡으로 인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움직임을 그대로 느껴야 했다.
그걸 피해보고자 기찬이 손가락을 오무렸으나, 오히려 그 움직임으로 인해 손끝이 그녀의 갈라진 틈을 훑고 클리토리스를 건드렸다.
특히나 욕쟁이는 입고 있던 원피스가 옷으로써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
인파를 뚫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뜯어지고 찢긴 옷은 그저 걸치고만 있을 뿐이지 속옷 차림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즉, 지금 기찬의 손이 닿아있는 아랫도리에는 손바닥만한 팬티 한 장이 전부였다.
지금 기찬의 손에는 그녀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팀장 보다 더 기찬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는 건 욕쟁이 쪽이었다.
흐읍.
어쨌거나, 옴짝달싹 못 하는 좁은 공간에서 셋이 엉켜서 벌어지는 촌극이었다.
결국 기찬은 마지못해 양해를 구했다.
“아, 미안해요. 이게 어쩌다가 이렇게….”
당연히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한 말이 아니다.
이 공간은 엄연히 기찬 한 사람만을 위해 급조된 대피처였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불청객 둘이 그 공간에 들어와 겪게 되는 불편함이다.
미안해야 한다면, 그가 아닌 여자 둘이었다.
“아니에요.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팀장이 겨우 호흡을 다독이며 한 말이었다.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백화점 정도 되는 건물의 보안팀장이라고는 해도 대인 억제력이 주요 업무이지, 소방설비 등 안전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 보니 그녀도 지금 상황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이었다.
“저는 1층에서 사람들이 무너진 벽과 기둥에 깔리는 걸 보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왔어요. 아마 밖은….”
욕쟁이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기찬은 가만히 듣기만 할뿐, 달리 말이 없었다.
그러자 그 좁은 공간에는 세 사람의 세근 세근 숨 쉬는 소리만 맴돌 뿐이었다.
그런 침묵이 싫었는지, 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구시죠? 뭐 하시는 분이세요?”
기찬에게 묻는 것이었다.
기찬은 그녀가 뭘 물어보는 건지, 왜 물어보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학생입니다.”
뻔히 질문의 의도를 알면서도 굳이 자세한 대답은 피했다.
지금 기찬의 모든 감각은 밖을 향해 있었다.
‘추가 붕괴가 있을 텐데.’
얼마나 오래 붕괴가 지속됐는지는 알 수 없다.
너무 정신없는 와중이었고, 이 좁은 공간이 과연 제 기능을 해줄 것인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버틴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멸망이라도 하는 것 같은 진동과 굉음이 가라앉고도 그 공포는 계속됐고, 그 후로는 엉뚱하게도 두 여자의 가랑이 사이와 젖꼭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제 겨우 생각이라는 걸 해볼 수 있는 틈이 생겼는데, 팀장이 자꾸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것이다.
“처음 소동을 일으켰을 때….”
그래서 기찬은 다시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그의 대물은 여전히 단단하게 뻗어있었기에, 몸만 살짝 움직여도 팀장의 클리토리스를 완벽하게 자극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팀장의 입을 다물게 한 기찬은 아직 위험이 가시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보고 겪어서 아시겠지만, 건물이 무너졌어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거의 다 죽었을 겁니다.”
그 말에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와 들숨 쉬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기찬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행동 요령을 일러주었다.
“붕괴가 끝난 건 아니에요. 추가로 2차, 3차 붕괴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린 최대한 이대로 버티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무도 말이 없었지만,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래도 두 여자 모두 생각보다 담이 센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팀장은 그렇다고 치고, 이 욕쟁이는….’
그런 생각이 자연히 들었고, 마침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욕쟁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 다 봤어요. 그 잠깐 사이에 여기에다가 이런 공간을 만들고 생수랑 이것저것 갖다 놓는 걸….”
기찬이 뜨끔했다.
그걸 언제 또 봤단 말인지?
그녀의 질문이 이어졌다.
“건물이 무너지는 걸 알고 있었고, 건물 입구가 무너진 잔해에 막히자마자 여기로 왔어요. 그리고 이런 안전한 공간을 만들었죠. 그런데, 그냥 학생이라고요?”
기찬은 잠시 멍했다.
보안 팀장 입을 다물게 했더니, 욕쟁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이거 뭐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기찬은 욕쟁이 쪽을 노려봤다.
보통 년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자연히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난 학생 맞아요. 그러는 그쪽은, 뭐 하시는 분이시죠?”
기찬의 목소리에 노기는 없었다. 말 그대로 평온하고 차분한 대화였기에, 여자도 발다른 감정 없이 대꾸했다.
“제 이름은 방보연이에요. 기자고요.”
갑자기 자기소개가 되어버렸다. 기찬은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해가 됐다.
그리고 곧 고민이 시작됐다.
‘이거, 여기서 살아 나가도 골치 아프게 됐는데?’
해외 뉴스에도 보도가 되는 이 큰 사고를 기자가 직접 겪고 있다니, 나중에 어떤 기사를 쓸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기찬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이미 어떻게 이런 대처가 가능했는지를 캐묻고 있지 않은가.
‘어쩌다 이런 게 붙어가지고…. 아이고 머리야.’
당장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마당이다.
정말 어쩌자고 혹을 두 개나 붙여서 사서 고생인지 모를 일이었다.
방보연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끙끙 앓고 있을 때였다.
팀장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
기찬은 건물이 한창 무너지던 중에 각종 관이 끊어지며 물이 쏟아지면서 온몸이 흠뻑 젖었던 걸 생각했다.
6월이라고 해도 지금 있는 곳은 지하. 게다가 공조 시설이니 뭐니 다 부서진 탓에 서늘할 수밖에 없다.
“팀장님이라고 했죠?”
“네. 아, 이정미라고 해요.”
팀장님 소리는 듣기 거북했는지, 이름을 밝힌 그녀에게 기찬이 단호하게 말했다.
“상황이 어찌 됐든, 일단 지금은 살아남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서두를 꺼낸 기찬이 당장 해야 할 일을 말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저체온증이에요. 우리는 세명이니까, 서로 꼭 붙어서 체온을 나누는 게 좋아요.”
그러면서 방보연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보연 기자님은 안 춥죠?”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졌다.
“네.”
다시 이정미에게 말했다.
“정미씨는 안 보여서 모르겠지만, 지금 기자님은 거의 알몸이에요. 저도 상의가 벗겨진 상태여서, 피부가 직접 닿아 체온을 나누기 때문에 아직 추위를 못 느끼고 있는 거에요.”
그 말끝에 기찬은 이정미의 셔츠를 잡아 뜯었다.
부북.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