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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화 186화 - 불길한 악몽.


- 밀레드 녀석…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니. - 느낌이 별로 좋지 않… “…” 속삭이는 듯, 은은하게 스며들던 목소리가 일 순간 끊어지고.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감각에 몸을 뒤척인다. 마치 누군가가 내 뇌를 소독약에 담근 다음, 손톱을 세워 벅벅 긁는 것만 같은 감각. 그 끔찍한 감각은 내가 몸을 뒤척일 때 마다 점점 더 선명해지고. 고통에 몸부림 치던 나는 어느 순간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 따스한 엘피의 온기도, 침대의 푹신함도 느껴지질 않는다. 보이는 것은 흐릿한 조명 아래 낯선 천장이고, 느껴지는 것은 철판위에 누워 있는 듯 서늘함이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뿐. 나는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동시에 주변을 살피며 깨닫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침대가 아닌 스테인레스 실험대 위이며,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은 집이 아닌 흰색타일로 도배가 된 차디찬 영안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뭐야? 도대체 이게 뭐지…?) (설마… 꿈인가?) “…” 다른 세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꿈.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썩 좋은 꿈은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는, 이 불길한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가볍게 뺨을 때리기 시작하지만 그 뿐. 강도가 점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정신만 선명해질 뿐이었고, 몽롱함이 완전히 달아나자 방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냄새가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큭… 이 냄새… 설마?) 냉장고에 들어있던 상태 안 좋은 돼지 고기냄새와 기묘한 약내음이 섞인듯한 냄새. 나는 본능적으로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바닥을 향해 시선을 옮기고. 동시에 내 두 눈은, 미쳐 생각도 못한 끔찍한 광경에 경악하며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맙소사…” 시체다, 내장과 얼굴이 없는 시체. 지금 그것들이 흐릿한 전깃불 아래에 마치 바닥처럼 빽빽하게 놓여 있다. 아… 젠장. 이게 뭐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야말로 초 현실적인 기괴함에, 나는 다시금 뺨을 힘껏 때려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고.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저씨… 추워요.” “…!!!” 힘 없고 여린 목소리. 믿을 수 없지만 지금 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니의 목소리였고. 나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듯, 재정신이 아닌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간다. “마니…?” “…” 찰흙 같은 촉감의 시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 갈 때 마다 점점 그 소리가 선명해지고. 마치 나를 인도하는 듯, 흐릿한 빛 아래 보이는 철문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마니가 나를 부르고 있다. 내 귀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런데 어째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쌓여있는 약 상자와 표본들이 아닌 탁 트인 공간인 것인지. 나는 의아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지금 이곳 역시도 눈에 익은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여긴… 보급 가는길이잖아?) “…” 양 방향이 나무로 단단히 막혀 있는 곳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통발에 걸린 물고기가 전진하듯 악몽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으로 나아가는 것뿐. 나는 마니라는 이름을 소리치며 계속해서 숲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고, 마차 근처까지 도착한 나는 평소와 다른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 뭐지 이건? 설마 피인가…?)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런 끔찍한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듯,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는 검붉은 색의 액체를 따라 시선을 옮긴 곳에는 시체 한구가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목 밑으로는 몸통이 사선으로 반쯤 갈라져 내장과 함께 말라붙은 피가 보이고, 목 위로는 반쯤 잘린 혓바닥과 아래턱만 남아있는. 그야말로 처참하게 박살이 난 시체 한구가 말이다. 그런데 이 시체… 어딘가 많이 낯이 익다. 비록 아래턱만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눈에 익은 복장 덕분에 나는 눈 앞의 시체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라운드 배꼽티에, 핫팬츠, 그리고 캔버스처럼 생긴 짧은 단화와 검은색 로브… 적어도 내가 알 고 있는 사람 중에,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었거든. (… 마르티?) “…” 이건 꿈이다. 이건 악몽이다. 원래 꿈이라는 것이 앞뒤 없이 마구잡이로 뒤죽박죽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이렇게 난도질당한 마르티의 시체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나는 그렇게 애써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합리화해보지만, 마치 현실을 보는 것만 같이 생생한 감각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나는… 지금 마법에 걸린 건가?) (아니면 알게 모르게 독 같은 거에 중독이라도 된 거야…?)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며, 무슨 수를 써야 이런 끔찍한 환상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이곳은 도대체 어디이며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나의 머릿속은 마치 인터넷 창 수십개를 켜 놓은 듯 버벅이기 시작하고. 동시에 나를 집어삼키는 온갖 잡생각들은, 나의 목과 심장을 죄여 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 이런 끔찍한 환상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거야?) (뺨으로 안 되면… 설마 여기서 죽어야 하는 건가?) (애초에 나는 이곳에 왜 있는 거지? 설마… 여기는 지옥인가?) (가엾게 죽은 마니를 보고도 못 본 척해서… 지금 이렇게 벌을 받는 거야?) “…”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지는 수많은 의문이 나의 숨통을 서서히 죄여오기 시작하지만 그 뿐.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감도 잡히질 않고.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던 내 두 눈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뒷모습에 화들짝 놀라 경련하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 마니?” “…” 헛것을 보는 건가? 헛것? 헛것이라니… 애초에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곳이 헛것이 아닐까? 미칠 것 같다는 느낌을 넘어 이미 정신이 붕괴하는 것만 같은 기분. 나는 마치 정신병에 걸린 듯,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에 질문을 계속 반복하며 마니가 향했던 곳으로. 마차가 있을 초록색 미로의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서서히 들려오는 누군가의 절규소리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의 정신을 완전히 붕괴시킨다. “마니…?” “…” 아니… 이건 마니가 아니다. 마치 허리가 끊어진 듯 처절하게 울부짖는 목소리에,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마차 뒤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고. 그곳에는 웬 익숙한 얼굴 한 명이 주저 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 글라사씨? 왜 여기에…” “찬혁씨… 제가… 마르티를…” “…” 죽은 건지 산 건지 분간이 안되는 글라사씨의 몰골.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익숙한 앳된 얼굴. 그것은 마르티였다. 이미 생기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피로 범벅이 되어 반쯤 눈을 감은 채 아래턱이 없는 끔찍한 모습.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경악하고, 동시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안 돼…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지금 내가 느끼고, 보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부정하듯.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왔던 길을 달린다. 이건 꿈이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섬뜩하고 선명한 것인지. 반대편으로 도망치던 나는 시체 더미에 발이 걸려 그대로 엎어져 버리고, 기분 나쁜 비린내 속에서 눈을 뜨고 있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다. “아저씨… 추워요.” “!!!!!!!!!!” 끔찍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오고.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킨 나는,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시체바닥이 아닌 침대위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꿨던 그 끔찍한 악몽이 어찌나 생생했던 건지. 꿈이 아닌 마치 다른 세상에 갔다 온 것만 같은 느낌에 온 몸이 덜덜 떨리고, 동시에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역시도 어쩌면 현실이 아닐지 모른다는 이상한 망상에 사로 잡힌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엘피의 목소리가, 반쯤 미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으음… 뭐야? 다리에 쥐 났어? “… 어?” “너 막 소리 질렀잖아. 기억 안나…?” “…” 소리를 질렀다니… 얼마나 그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으면 꿈에서 지른 비명이 현실에서까지 이어진 건지. 나는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며,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옷을 벗는다. “뭐야? 옷은 왜 벗어? 갑자기 섹스하고 싶어?” “그런거 아니야. 식은땀 때문에 옷이 젖어서 옷 좀 갈아입게…” “식은 땀? 설마 어디 아파?”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악몽을 좀 꿨어.” “악몽?” “어…” 진짜 끔찍하리라 만큼 생생한 악몽이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새로운 속옷을 꺼내어 입고는, 곧장 부엌으로 가 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엘피는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묻는다. “도대체 무슨 악몽을 꾼 거야…?” “…” 무슨 악몽을 꾼 거냐는 그 한 마디에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간다. 하지만 나는 엘피에게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말 할 수 없었다. 차마 머리만 덩그러니 있는 마니와 마르티의 끔찍한 모습을 말 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한다. ‘글라사씨가, 죽은 마르티를 안은 채 울고 있는 악몽을 꿨다고.’ “뭐…? 아니… 왜 그런 꿈을 꿨지?” “…” 그러게… 왜 그런 꿈을 꿨을까? 그것도 그냥 꿈이 아니라, 마치 현실 같은 생생한 꿈을 말이다. “하아… 몰라. 모르겠으니까 어서 나 멘탈 케어나 해줘.” 더 이상 악몽을 꾸지 못하도록, 나 좀 꼭 안아달라고. 나는 엘피를 품에 안은 채 다시금 잠을 청하는 것이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머리만 남은 마르티를 손에 든 채 절규하고 있는 흰 머리칼의 마족이었고. 나는 마치 가위에 눌리듯, 방금 전에 꿨던 똑같은 악몽속에서 발버둥 치다 힘겹게 깨어난다. “흐억!!!! 헉… 헉…” “으음… 뭐야? 또 악몽?” “… 엘피, 나 지금 글라사씨 집에 좀 가 봐야 할 것 같아.” “뭐?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이 새벽에 자다가 깨서 거길 왜 가는 거냐고. 자다 깬 엘피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아니… 나 무서워.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말을 좀 해줘… 응?” “악몽을 꿨어. 그것도 두 번씩이나 똑 같은 악몽을…” “… 뭐? 아니… 아무리 그렇지만 그냥 꿈이잖아.” “…” 그렇지. 그냥 꿈이지. 그런데 너무 생생해서 무시할 수가 없다. 엘피 말처럼 그냥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괜히 쓸 없는 짓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 그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아. 느낌이… 별로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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