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1화 1화. 인생 랜덤 가챠


스물일곱. 숫자만 보면 아직 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방 안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 하나와 컵라면 몇 개, 쓰다 만 메모지. 벽지는 군데군데 들떠 있고 오래 앉으면 삐걱거리는 의자 하나. 딱히 부족한 것도 그렇다고 내세울 것도 없는 공간. 나는 이 방에서 두 해를 보냈다. 방송 플랫폼 속 성공한 사람들의 하이라이트 영상. 추천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건 늘 비슷했다. 웃고 떠들고, 여행에 예쁜 여자... 조회수를 올리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 '이 정도면 나도 하겠네.' 처음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게임 하나 켜고 마이크 하나 사고, 밤마다 방송을 켜면 언젠가는 나도 저 화면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현실은 간단했다. 나는 아직도 하꼬였다. 시청자 수는 늘 0 아니면 1. 채팅창은 텅 비어 있었고 들어왔다가 나가는 숫자 하나에 괜히 말수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했다. 하지만 내겐 이 문을 나갈 스펙은 없었다. 대학도 자격증도, 내세울 만한 경력도. 남은 건 깎여가는 자존감뿐이었다. 동갑내기들이 연봉을 말할 때 나는 구독자 수를 보고 있었다. 결혼 얘기가 오갈 나이에 나는 시청자가 들어오는 알림 하나에 심장이 뛰었다. '웃기지.' 그래도 방송을 끄지는 못했다. 꺼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안 남을 것 같아서. “오늘도… 시작합니다.” 말해주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 인사. 습관처럼 방송을 켰다. 시청자 수는 0.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숫자였다. 마치 내 인생을 요약한 것처럼. 혼자서 깨작거릴 오늘 콘텐츠는 요즘 유행하는 게임의 뉴비 도전기였다. 이미 다 해본 사람들이 넘쳐나는 소재라는 걸 알면서도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게임을 시작하자 운 좋게도 숫자가 조금 움직였다. 0 → 1. “아… 안녕하세요.” 채팅이 올라왔다. — 이응이응 : 뉴비 도전임? “네. 처음 하는 거예요.” 잠시 뒤 숫자가 다시 올랐다. 1 → 3 → 5. 2년 동안 최대 시청자 31명이었던 나는 괜히 등을 곧추세우고 말을 늘렸다. “이게 조작이 좀… 아니, 원래 이런 게임이에요.” 말이 길어질수록 손은 더 꼬였다. 캐릭터는 벽에 걸렸고,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 웃기면짖는개 : 생각보다 못하네 — 오너라멜론통 : 리액션 너무 없음 웃으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아… 연습 중이라서요.” 5분도 지나지 않아 부리나케 숫자가 줄었다. 5 → 4 → 3. — rorkxdmssha : 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ㅡㅡ — 오너라멜론통 : 이거 볼 이유가 없음 ㅂㅂ 핑. 2. 핑. 1. 말수가 다시 줄었다. 캐릭터는 또 죽었다. 그리고 0. 내 하루가 사라졌다. 채팅 로그에 남은 건 아무 의미 없는 말 몇 줄뿐이었다. '역시 그렇지.' 유명한 게임도, 뉴비 도전기도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못하면서 인기없는 쪽이었다. "……." 숨을 쉬는 게 괜히 벅차게 느껴졌다. 가슴 안쪽이 답답했다. 감정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텅 빈 방안의 공기가 무거웠다. 시청자 수는 끝내 0이었다. 채팅창에는 아무 말도 남지 않았고 게임 효과음만 방 안에 울렸다. 나는 마우스를 쥔 채로 한동안 화면을 보다 그대로 의자에 몸을 맡겼다. “……하.” 이렇게 살려고 한 게 아닌데. 나도 한 번쯤은 뭔가가 되고 싶었고, 누군가에게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청자 0인 게임 방송. 이틀에 한 번은 “오늘은 꼭”이라고 말하다가 그 말조차 점점 줄어드는 나. 텁텁한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송을 종료했다. 카메라가 꺼지자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 불 꺼진 무대 위처럼 고요하고 무의미했다. 나는 이제 썩은 동태같은 눈을 하고 하릴없이 알고리즘의 노예가 될 뿐이었다. 드륵— 득. [인생 랜덤 가챠 - 당신의 운명을 바꿔드립니다!] 갤러리 옆에 달린 낯간지러운 문구와 조악한 디자인. 일반인은 당연히 쳐다도 안 볼 광고였다. 하지만 이 가망없는 인생은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새 게임인가." 요즘 게임들, 이상한 메타 이벤트 같은 거 자주 넣지 않나. 가챠니 전환이니 유저 붙잡으려고 별 짓을 다 하잖아. 클릭. 웹사이트는 정말 허술했다. 이름도 정보도, 조건도 없이 그냥 ‘뽑기 시작’이라는 버튼 하나만 있었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해 봐야 해킹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도파민에 절여진 나는 소리 내어 비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마음 속엔 진심으로 이 지루한 일상을 관두고 시작될 새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니.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깜빡였다. "……."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화면에 게임이 튕긴 줄 알고 한숨을 쉬려던 순간,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 [인생 랜덤 가챠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본 퀘스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메인 퀘스트] 이름: 30일의 전환 목표: 시청자 1,000명 달성 제한 시간: 30일 보상: 인생 재설계 패널티: 성별 고정 ----------------------------------------------------- 숨이, 갑자기 깊어졌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몸의 균형이 어색했다. 마치 중심이 미묘하게 앞으로 쏠린 느낌. 짜릿한 전기 같은 감각이 손끝에서 시작되어 온몸으로 퍼졌다. "———?!"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 눈앞이 어지러웠다. 흐릿한 시야 속 화면에서 이상한 손이 튀어나와서는, 핑그르르. “…읏.”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무게였다. 뭔가 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듯한 이질감. 팔을 뻗으려는데 몸이 이상했다. …중심이 다르다. '왜 이래?' 머리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그 즉시 아래에서 덜컥 하고 무언가가 흔들렸다. 무거운 곡선. 너무 생생한 감각. “…뭐야.” 손이 먼저 반응했다. 가슴을 감싸쥐자 감촉이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부드럽고, 무거웠다. 몸 속의 피가 발바닥으로 싸악 빨려나가며 자리한 소름. …분명 이건 내가 알던 몸이 아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기어나가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는 내가 아닌 여자가 있었다. 긴 속눈썹, 작고 예쁜 얼굴. 그리고 시선을 어디로 두든 따라오는…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가슴. 거울 앞의 누군가는 그렇게 생겼다. “장난하지 마…” 속삭임은 여자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뭔 개꿈이, 이렇게 리얼해.' 무의식 중에 이런 상상을 하고 살았다니 수치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제발 어서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감싸안았다. 그 때였다. 눈 앞에 무언가가 떴다. ----------------------------------------------------- [상태창 활성화] - 전환체 프로토콜: 여체화 성공 - 외형 등급: I컵 / 처녀성 보존 / 감도 초기화 - 생존 조건: 30일 이내 시청자 수 1,000명 달성 - 현재 시청자: 0명 보조 수치 - 리액션 민감도 Lv.1 - 감각 연동 반응 Lv.1 ※ 방송 중 상태창 자동 연동 ※ 미션 실패 시 '암컷화' 경로 고정됨 ----------------------------------------------------- "…뭐야, 이게…" 눈을 감았다 떴지만 창은 그대로 떠 있었다. 손으로 휘저어도, 눈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반투명한 화면이 비쳤다. 허공을 붙잡으려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30일. 시청자 1,000명. '이게, 대체 뭐지?' 여…체화. 눈 앞의 창이 한 번 깜빡였다. 그 위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정보가 겹쳐 떠올랐다. ----------------------------------------------------- [가챠 결과 확인] 개체 식별 완료. 전환 대상: 확인됨. ----------------------------------------------------- “……개체?”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다음 창이 열렸다. ----------------------------------------------------- [기본 정보] 성별: 여성 (전환 완료) 연령: 27 외형 등급: S 신체 상태: 정상 ----------------------------------------------------- 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외형 등급 S. 웃음이 나올 뻔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창은 또다시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 [사회적 이력] 연애 경험: 0 교제 기록: 없음 혼인 이력: 없음 ----------------------------------------------------- 심장이 한 번 더 세게 뛰었다. “야….” 잘못도 아니지만 묘하게 창피한 기록이 뜨자,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러도 창은 멈추지 않았다. ----------------------------------------------------- [성적 이력] 연애 기반 경험: 없음 성적 접촉 경험: 없음 자위 경험: 0 ----------------------------------------------------- 나는 숨을 멈췄다. '저건 또 왜 저래?' 남의 성적 접촉을 세는 사람같은 건 없어도 자위 경험같은 건 29살 먹고 없을 리가 없잖아. “아, 아니라고!!” 이왕이면 이전 기록도 아닌 척 공중에 버럭 화내보자 화면 아래에 작은 주석이 하나 떴다. [※ 본 항목은 여체화 기준이며 ‘순응도’ 산출을 위한 기초 데이터입니다.] "아…?!" 순응도. 딱히 좋은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벌개진 채 다음 항목이 열렸다. ----------------------------------------------------- [정신·성향 분석] 자기 평가: 낮음 자존감 지수: 하위 대인 관계 회피 성향: 있음 욕구 억제 성향: 강함 ----------------------------------------------------- 하나하나가 부정확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았다. “그만….” 웅얼거려봐도 저 이상한 창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 [적응 잠재력] 외부 평가 의존도: 높음 보상 반응 민감도: 높음 환경 순응성: 매우 높음 -----------------------------------------------------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외부 평가. 보상. 순응. 누군가의 칭찬만 받아먹고 싶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한 것 같았다. ----------------------------------------------------- [초기 수치] 신체 적응도: 12% 정체성 전환도: 5% 노출 허용도: 0% 통제 수용도: 8% ----------------------------------------------------- 아직은 전부 낮았다. 그게 위안이 되어야 할지 더 무서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창이 떴다. ----------------------------------------------------- [권장 진행 경로] 권장 환경: 실시간 반응 기반 플랫폼 권장 활동: 방송 권장 목표: 시청자 수 증가 ※ 대상 개체는 ‘관찰·평가 환경’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합니다. ----------------------------------------------------- 방송. 나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짝, 짜악—! …볼따귀를 두어대 때려도 깨어나질 않았다. “이게… 인생 가챠면.” 농담처럼 말하려다 목이 막혔다. 꿀꺽. 내가 눌렀던 게 가챠가 맞긴 한데, 진짜로? ----------------------------------------------------- [메인 퀘스트] 이름: 30일의 전환 목표: 시청자 1,000명 달성 남은 기간: 29일 23시간 51분 21초 현재 시청자 수: 0 / 1,000 ----------------------------------------------------- 시청자 0. 모태솔로. 경험 없음. 억제 성향. 이제는 상시 떠 있는 창에 이전 페이지까지 손을 저어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모든 게 여기 ‘설정값’처럼 적혀 있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미친.” 그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상태창이 조용히 접히며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 초기 조건이 낮을수록 전환 효율은 상승합니다.] 이건 또 뭔데.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개같은 저점. 바닥을 찍은 인생. “아.” 아주 천천히, 이해했다. 존나 하꼬같은 나 말이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