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155화 레이더의 입 안이 더 조여들었다.
레이더가 나를 밀치며 위로 올라타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뒷편으로 던져졌고, 책상 위로 향했다.
“…….”
방금 전 까지 레이더의 손에서 검토되고 있었을 서류 더미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아 마지막을 기다리는 종이들.
레이더가 작게 ‘아!’ 소리를 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잊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이 커지고 미안함이 얼굴에 스쳤다.
“잠시만요… 금방 끝낼게요.”
목소리에 미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그래.”
뒤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봤다.
검은 단발 끝이 어깨를 간질이고, 가느다란 손목이 펜을 쥐고 빠르게 움직였다.
사각사각, 종이 위를 달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렸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장을 들어 쾅 찍고 나서, 레이더가 서류를 옆으로 밀어내며 살짝 비켜섰다.
“이 의자요.”
레이더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의자를 가리켰다.
“장시간 앉아 있는 저를 위해 아스테라님이 직접 가져오신 거예요. 엄청 푹신하고 좋아요.”
의자에 앉자마자 엉덩이 아래로 부드러운 탄력이 퍼졌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는 느낌이 편안했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아주 미세한, 피부 끝을 간질이는 전류 같은 것이 쭈욱 올라왔다.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자극에 허리가 저절로 움찔했다.
“마물 중에 미세한 전류를 흘리는 놈들이 있어요.”
레이더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마정석을 넣었다고 했던가, 그렇게 들었어요. 짜릿하죠?”
“…응, 그러네.”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살짝 갈라졌다. 그 짜릿한 감각이 생각보다 강렬했다.
바로 그 순간, 레이더가 천천히 무릎을 꿇더니 책상 아래로 쏙 들어갔다.
“어?”
작은 손이 바지 단추를 살며시 풀었다.
단추가 빠져나오는 소릴 손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만들려 했지만, 그 자체가 조용한 방 안에서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레이더는 속옷을 살짝 내리며 손을 가져가자, 손바닥은 이미 단단히 선 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혀끝이 마치ㅡ
불꽃이 천천히 나무를 핥듯, 아래에서 위로 느리게 한 번 쓸어 올렸다.
의자에 박힌 마정석이 미세한 전류를 전해오고, 입안의 뜨거운 접촉이 함께 뒤엉켜 가슴과 척추를 타고 솟구쳤다.
그 파동에 허리가 본능적으로 앞으로 밀려나갔다, 숨결과 전류, 입맛이 한데 얽힌 순간이었다.
앞으로 겨우 1센티, 뒤로 1센티.
쭙, 쭈웁-.
그 작은 이동만으로도 발기한 자지를 꽉문 목구멍이 조여오는 느낌이 밀려왔다.
‘윽.’
한 손은 의자 손잡이를 굳게 쥐고, 다른 손끝은 그녀의 검은 단발을 가볍게 쓸어넘겼다.
그 손길은 허락이자, 멈추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신호였다.
혀가 뿌리를 감싸 돌 때마다 의자에서 흘러나오는 미세 전류가 허리를 타고 척추를 찔렀다.
숨이 막혔다.
레이더가 눈을 감고 조금 더 깊이 삼켰다.
그 작은 입 안이 쿠퍼액과 침으로 섞이며 뜨겁게 젖었다.
쯥, 쯥.
소리가 나지 않도록 일부러 천천히, 일부러 깊게.
복도에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레이더가 자지를 문채로 완전히 숨을 멈췄다.
코에서 새어나오는 뜨거운 숨이 피부에 닿고 흩어졌다.
따뜻한 숨결이 끝에 닿는 감각만이 반복됐다.
고요한 복도 너머로 발소리가 천천히 멀어지자, 마치 막았던 물이 다시 흐르듯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다.
골반을 아주 조금 들어 올려 끝까지 삼켜 넣는 그 짧은 동작에 의자 속 마정석은 전류를 더 격하게 흘렸다.
“하아.”
전류가 허벅지를 타고 퍼지며 근육을 떨리게 했고, 그녀의 숨은 억눌린 신음으로 바뀌려는 것을 꾹꾹 눌렀다.
레이더의 입 안이 끝까지 찼다. 혀가 뿌리를 완전히 감싸고, 목구멍 입구가 끝부분을 꽉 조였다.
그 순간, 참았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터졌다.
처음엔 뜨거운 맥박이 자지 뿌리에서 시작돼 위로 치솟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맥박이 연달아 올라오며, 끝에서 진한 액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직접 목구멍 안쪽 벽을 때렸다.
쏟아지는 양이 너무 많아 레이더의 목이 순간 부풀었다가, 꿀꺽, 꿀꺽, 연속으로 움직였다.
한 방울도 새지 않으려 목울대가 필사적으로 위아래로 울렸다.
뜨거운 액이 넘어가는 느낌이 자지 끝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때마다 레이더의 입 안이 더 조여들었다.
마치 빨아들이려는 듯,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듯.
혀가 살짝 떨리며 끝부분 아래를 쓸었다.
그 미세한 자극에 또 한 번 작은 맥박이 터졌다.
레이더는 눈을 꼭 감고, 코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끝까지 삼켰다.
목구멍 깊은 곳까지 뜨거운 흔적이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입술이 자지 뿌리에 닿아 있을 때, 목이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움직였다.
꿀……꺽.
이제 정말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레이더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뗐다. 끈적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 끊겼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눈을 뜨고 올려다봤다. 눈가가 촉촉하고,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만족스럽고, 여전히 굶주려 있었다.
혀끝으로 입가를 닦으며, 작게 속삭였다.
“……맛있었어요.”
입술을 천천히 떼자, 실처럼 가는 침방울이 의자 위로 흩어졌다.
그녀는 책상 아래에서 엉덩이를 끌며 기어나와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퉁퉁 부어 오른 입술과 눈가의 촉촉한 빛이 도드라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더 강하게, 더 굶주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제 차례죠.”
작은 손이 허리를 세게 끌어당겼다.
레이더가 의자 위로 올라타자, 치마가 허벅지 위로 완전히 걷혀 올라갔다.
팬티는 이미 흠뻑 젖어 옆으로 밀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끈적한 실이 길게 늘어졌다.
끝을 그녀의 뜨거운 입구에 대는 순간, 이미 흘러넘친 애액이 자지 끝을 적셨다.
의자의 마정석 전류가 동시에 타고 올라와, 둘이 동시에 허리를 떨었다.
레이더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끝이 안쪽을 헤치며 들어가자, “츄륵” 하는 축축한 소리가 작게 났다.
안쪽은 뜨겁고 미끄러워, 한 번에 끝까지 빨아들였다.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골반만 아주 작게, 꾹, 꾹, 꾹!
매번 끝까지 박히는 순간마다 안쪽이 쫙쫙 조여오며 애액이 새어나왔다.
의자 가죽에 흘러내린 액이 전류를 타고 미세하게 지직거렸다.
레이더는 입을 벌렸지만 소리를 삼켰다. 대신 어깨에 이빨을 깊게 박았다.
살짝 피가 났지만, 그 아픔마저 전류처럼 쾌감으로 바뀌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일 때마다 안쪽이 더 세게 빨아들이며, “쯕, 쯕” 하는 축축한 마찰음이 책상 아래로 울렸다.
허벅지 안쪽이 미끄러운 액으로 번들거렸다. 레이더는 눈을 감고, 코로 뜨거운 숨을 뱉으며 골반을 스스로 꾹꾹 내려찍었다.
안쪽 깊은 곳이 자궁 입구를 퍽퍽 때릴 때마다 그녀의 몸이 작게 경련했다.
찌걱ㅡ찌걱ㅡ!
전류가 점점 강해졌다.
허벅지에서 시작된 진동이 안쪽까지 파고들어, 그녀의 안벽이 미친 듯이 떨었다.
애액이 더 세게 흘러넘쳐 의자 위를 적셨다. 끈적한 냄새가 참모실 공기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아주 깊이 한 번 누르는 순간!
안쪽이 끝까지 조이며 자지를 꽉 물었다.
“하으으윽, 아아-!”
“후우-!”
둘 다 동시에 숨을 죽인 채 절정을 삼켰다.
레이더의 안쪽이 쫙쫙 경련하며 뜨거운 액을 더 뿜어냈다.
의자의 마정석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우린 동시에 허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맥박이 자지를 한 번, 두 번, 세 번 더 짜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낸 뒤에도 안쪽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놓아주지 않았다.
복도에 또 발소리가 들렸다. 서로 꼭 껴안은 채, 의자 위에서 숨을 죽였다.
레이더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다 흘렀네. 의자…”
그녀는 떨리는 숨으로 대답했다.
“…나중에… 제가 닦을게요.”
레이더가 내 눈을 바라보며 손을 더듬다가 무명지에 찬 무명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무명의 반지]
착용자의 모든 기운을 감춥니다.
-이름조차 없는 자의 표식.
강자도 약자도 아닌, 알려지지 않은 자
“잘 끼셨네요.”
“고마워. 그때 편지에 담겨있었더라고.”
“헤헤, 사실 걱정했어요. 반지가 주인을 잘 찾아가서 다행이에요.”
“어디서 났어?”
나의 물음에 레이더는 잠시 눈을 멀리 두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처음부터 영지에 살지는 않았어요.”
“응?”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제 첫 기억은 영지 근처에 붙어 살며 새어 나오는 마력을 조금씩 받아 겨우 버티던 거예요.”
레이더는 남은 옷을 차분히 정돈하며 말을 이었다.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는 손놀림은 느리고 안정적이었고, 이미 지난 일엔 마음을 크게 두지 않는 듯한 담담한 표정이었다.
“갑자기였어요.”
목소리가 고요했다.
“자신의 구역을 이탈한 야생 마물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평소엔 절대 나타나지 않는 곳인데… 그날은 달랐죠.”
레이더가 옷깃을 정리하며 시선을 들었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서 저를 구해줬어요.”
“마족?”
당연한 질문이었다. 이 마계에서 누군가를 구해줄 존재라면 마족일 것이다.
“음… 이상하게도 마족보단 남주님과 분위기가 비슷했어요.”
레이더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눈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마물에게 쫓기다 상처를 입었는데, 그 남자가 치유 능력은 없다며… 대신 땅을 쓰다듬었어요.”
손이 공중에서 땅을 어루만지는 듯한 동작을 따라 했다.
“그 즉시 흙이 제 몸을 감쌌어요.”
레이더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때의 감각이 생생한 듯했다.
“옴짝달싹도 못할 수준이었어요. 팔도 다리도, 심지어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죠. 숨 쉬는 것만 겨우 허락된 채로요.”
그녀가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그때의 속박감을 떠올리는 듯.
“그리고 그 대가로…”
레이더가 잠시 말을 멈췄다. 정복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며 시선을 내렸다.
“돌에 저를 가둬놓고는 기다리라고 했어요.”
“돌?”
“네. 그 안에 갇혀 머리만 내민채로 움직일 수도, 소리칠 수도 없었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레이더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돌에 그 반지를 박으며 말했어요.”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마침 잘 됐군. 이 반지가 있는 한 야생마물이 너를 산채로 잡아먹진 않을꺼야. 소녀여.
-아아…! 살려주세요. 데려가주세요. 뭐든 할테니까! 여기에 이렇게 버려지면 전 곧 죽을꺼에요!
-안죽어, 안죽어. 걱정마라.
남자는 레이더를 무시하며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잘 들어. 난 바쁜 몸이니까 한 번만 말할게.
마치 교리를 설명하는 투로.
-너를 꺼내준 자는 네 주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군을 구해주는 자에게 이것을 전달해라. 원래라면 그녀에게 직접 전달하는게 맞지만 난 너무 바쁘거든.
왠지 쎄한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뭔가 잘못된 예감 같은 것.
그 남자는 미래를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내가 아스를 구할 것을 예견했던 걸까?
목소리가 긴장으로 약간 굳어버렸다.
"이름은 알아?"
레이더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안 알려주고 갔어요. 때를 기다린다며 중얼거렸어요."
때를 기다린다.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생긴 건?"
"금발이었어요."
레이더가 눈을 감고 떠올렸다.
"눈은… 되게 허무로 가득 찼던 눈빛이었어요. 마치 모든 걸 다 겪어본 사람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이가 많아?"
"얼굴에 주름이 좀 있었어요. 깊진 않았지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얼굴이었어요."
금발, 허무한 눈빛, 주름.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말들. 퍼즐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완성되지 않았다.
"……고마워."
"남주님."
레이더가 부드럽게 불렀다.
"응."
"언젠간 한번 더 오실 거죠?"
그녀의 목소리에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럼. 물론이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레이더가 방긋 웃었다. 그 미소가 얼굴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그녀가 다가와 내게 담백한 키스를 퍼부었다. 이마에, 볼에, 입술에. 짧지만 진심이 담긴, 작별의 키스들.
"조심히 가세요."
레이더가 방긋 웃으며 내게 담백한 키스를 퍼부었다.
짧은 만남을 마치고 성에서 나왔다.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고, 로비를 가로질렀다. 경비병들이 경례를 보냈고, 무거운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밖으로 나서자 푸른 하늘이 다시 보였다.
인공적이지만 따뜻한 빛.
시선을 돌려 미레를 찾았다.
하지만 아까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야니도, 미레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추적에 나섰다.
샌의 [진형판단] 스킬을 발동시켰다. 동시에 탐욕의 힘을 섞어 흘려보냈다. 검은 기운이 손끝에서 번져나가며 주변을 훑었다.
위치가 특정됐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성벽 아래쪽, 상점가 방향.
기운을 따라 걸었다. 돌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몇 개의 골목을 지나고, 상점들 사이를 걸어갔다.
-색욕의 아스모데우스 영지 무역 전문 도구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종이 딸랑 울렸다.
미레가 보였다.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손에는 검은 가죽 목걸이. 야니의 목에다 개목걸이를 채우고 있었다.
야니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온몸이 떨렸다. 수치심과 굴욕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딸깍.
목걸이가 채워졌다. 금속 고리가 맞물리는 소리.
“아! 남주님!”
미레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눈이 커졌다.
“죄송해요. 잠깐 구경한다는 게….”
당황한 목소리였다. 들킨 아이처럼.
“괜찮아. 그보다.”
목걸이를 가리켰다.
“아, 이거요?”
미레가 다시 히죽 웃었다. 목걸이 줄을 살짝 당겼다. 야니의 목이 따라 움직였다.
“헤헤. 제 개잖아요.”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눈빛에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야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닥만 응시했다.
목의 목걸이가 그녀의 새로운 신분을 증명하고 있었다.
번화가에서 나와 인적이 드문곳으로 이동했다.
스킬창을 열어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한 스킬을 바라봤다.
[귀환]
마지막으로 이용한 구역기지로 귀환합니다.
내 계획은 스킬 귀환을 써서 구역기지로 이동한 다음, 한번 더 포탈을 이용해 현세계로 넘어가려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2개가 열렸다.
하나는 [구역기지].
다른 하나는 [당신을 간절히 원하는 추종자가 있습니다.] 라고 보였다.
원래의 계획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나타난 두번째 포탈로 들어갈것이냐.
“…….”
이유없이 두 번째 포탈이 생겨났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개를 먼저 들여보내볼까요?”
미레가 목걸이 줄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눈빛이 차가웠다.
“응?”
야니가 움찔했다. 어깨가 떨렸고, 고개를 살짝 들어 미레를 올려다봤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
“마정석은 제가 반드시 회수할게요.”
미레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그 미소 뒤에 숨은 의미가 명확했다. 야니 따윈 잘못돼도 상관없다는 말이 무심하게 툭 나왔다. 마치 날씨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남주님이 잘못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차가움은 얼음보다 냉랭했다. 야니의 생명 따위는 애초에 계산에 없었다.
신창을 건네받은 미레가 야니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따라와.”
차갑게 명령했다.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야니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목걸이가 목을 조르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레는 느슨하지 않을 정도로 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천천히 뒤따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창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목줄을 당겼다.
야니가 비틀거렸다. 발이 꼬였지만, 목줄 때문에 넘어질 수도 없었다.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빨리.”
미레가 재촉했다. 줄을 더 세게 당겼다.
“큭….”
야니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속도를 높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포탈앞에서 야니가 먼저 몸을 밀어넣고 이어진 목줄을 몇번 흔들었다.
“남주님! 열까지 세고 들어오세요!”
“그래.”
몰래 미레에게 버프를 중첩해서 걸곤 속으로 숫자를 셌다.
‘10.’
두 번째 포탈로 진입했다.
“미레야 별일 없…….”
아는 얼굴들과 모르는 얼굴들이 섞여 있었다.
정시은이 보였다. 팔짱을 낀 채 서 있었고,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 옆엔 샌도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눈빛이 흔들렸다. 망설임과 경계가 뒤섞여 있었다.
눈매가 기분 나쁜 여자. 누군지는 몰랐지만, 그 시선만으로도 적의가 느껴졌다.
입꼬리가 비틀어져 있었고, 구속되어있었지만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리고 백목련 길드의 정복을 입은 자들. 흰색과 은색이 섞인 제복. 최소 백여 명은 되어 보였다.
그 옆으로 단체복을 입은 여러개의 단체가 보였다.
“나왔다ㅡ!”
누군가 외쳤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공포와 흥분이 섞인.
“포탈에서 고위 마족이 나왔다ㅡ!”
고함이 공기를 갈랐다.
“다들 진형 태세로! 나무껍질을 받은 분들께선 준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