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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141화 내 머리보다도 더 큰 거대한 젖이 내게 말했다. "멈춰."


내 품속에서 잠들었을 미레를 쓰다듬으려 팔을 뻗었지만 척박한 흙먼지들이 손바닥에서 굴러다녔다. 더군다나 이마 위로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액체와, 곁에서 들려오는 겁에 질린 군중의 웅성거림같은 것이 불쾌하게 귀를 찌르자 눈을 떠졌다. ​ 울그락 불그락 적개심을 깊게 담은 근육이 가득 자리잡은 한 얼굴. ​ ‘누구야?’ ​ 주변을 둘러보자 몸집이 큰 이들이었다. 시선으로 재어도 내 체구의 대략 두 배쯤 되어 보였고, 어깨부터 팔까지 굵게 흐르는 근육선이 눈에 띄었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 든 이든 젊은 이든 상관없이 근육이 도드라져 보여 이들이 원래부터 강인한 체격을 지닌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랫니나 윗니 일부가 뿔피리 모양으로 도드라져 튀어나와 있는 자들이었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그 이들은 날카로움보단 둥근 굴곡을 갖추고 있었고 돌출된 송곳니마다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어 공통적으로 원형이나 삼각형 무늬가 중심을 이루며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 ‘오크?’ ​ 바로 야니가 떠올려졌다. ​ 예전 미레와 함께 성을 나와 마을을 구경하고 있을때 시비를 걸어왔고 피하지 않았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미레를 녹아웃시킨 뒤 내 차례가 왔을때 일격에 무너졌었다. 그 때 급격하게 자라난 어금니에 문양이 새겨졌던걸 상기해냈다. 지금은 아마 미레가 이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너, 마족? 맞긴하냐? 부랑자? 뭐냐?” “나?” “갑자기 허공에서 잘버려진 포탈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 포탈에서 갑자기? ​ “포탈을 다루는 권능은 쉽게 가질 수 있는게 아니야. 격이 있는 자들 중에서도 소수만이 사용하지.” ​ 포탈이란 말에 아스를 떠올렸다. 지금 쯤 뭐하고 있을란지. 아직도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 내가 잡념을 펼치거나 말거나 오크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추론을 바탕으로 나의 정체를 추측하는 그 꼬리잡기를. ​ “처음엔 네가 첩자가 아닐까 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지. 첩자라면 은밀한 곳으로 들어왔겠지. 이렇게 한 가운데로 떨어지지 않아.” “그래, 첩자따윈 아니지.” ​ 오크 남성의 두 눈이 더욱 크게 부릅떠지며 그 사이의 녹색 동공이 나를 또렷히 담았다. ​ “그렇다면 것이라면 넌 추방당했다고 봐도 되겠지. 더 위험한 인물일꺼야. 네놈은 약해보여. 하지만 대장로가 절대로 조심하라고 하는군. 괴물중의 괴물이라는데. 그 말이 오늘 처음으로 틀렸군.” ​ 나와 놈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주변을 둘러싼 오크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 -남성마족이야. 근데 약해보이는데? 마력이 안느껴져. -남성마족인데 쫒겨났다고? 여기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 “애초에 여기로 떨어트린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곳이라고 봐도 되겠지. 네가 여기로 오자마자 죽도록.” ​ 놈은 이미 내가 어디서 추방당한 인물로 확정 지은 듯 하다. 게다가 오크와 적대관계가 있는 곳이라면 내가 지금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곳은 마왕성 밖에 없었다. 아니 마왕성에선 오크들을 적대관계라고도 여길까? 그저 야니의 천계첩자행위에 엄벌행위를 모두에게 본보기로 보여주려는 ‘대상’ 따위가 아닐까. ​ “밝혀라.” ​ 놈은 내게 이 사이로 바람이 새는 소리와 함께 정체와 신분을 물어왔다. ​ 후욱-후욱- ​ 뜨거운 숨이 내 얼굴을 뒤덮으며 다시 한번 불쾌감을 끌어올렸다. ​ ‘좀 떨어져서 말해줘라. 순순히 갈테니까.’ ​ 누워있는 내겐 천장대신 붉은 하늘과 검은 구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 상체를 일으켜 앉자 다행히도 자기전에 입었던 실크가운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입을 다물자 놈은 마치 내 얼굴을 덮을 만큼 큰 손으로 내 멱살을 움켜쥐고, 날 억지로 끌어올려 허공에 세워버렸다. 그 힘에 의해 우리 사이의 위계가 또렷해진 듯, 놈은 더욱 거만한 표정으로 몸을 기대며 목소리를 굵게 뽑아냈다. ​ “이곳의 안전을 위해 얌전히 따라와라. 저항하면 팔 다리 하나쯤은 분질러버리는 것 일도 아니다. 재생한다면 계속 분질러주겠다. 그렇게 해주겠나?” ​ 위에서 내려다보니 어른의 몸을 지닌 오크 뿐만 아니라, 체격이 다 자라지 않아 작은 어린 오크들도 저 멀리에서 이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 오크들의 적개심과 두려움이 피부를 찌를듯 사방에서 내게로 쏘아졌다. 우선 나는 괜찮다. 하지만 바헬무토 공작의 저택, 귀빈실에서 내 팔을 베고 곤히 잠들던 미레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 처럼 갑자기 낯선 곳에서 눈을 떴을까? 미레가 떠오르자 이런 오크들 따위와 이야기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물며 순순히 잡혀가줄 생각도 없었다. ​ “이곳은 어디지?” ​ 놈은 입을 열지 않고 손아귀에 힘을 주어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팔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며 움찔거리는 것이 내게 전해졌다. 겉모습으론 분노를 드러내지만 속으로는 나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표로 나선 셈이었다. ​ “한번 더 입을 연다면ㅡ” ​ 멱살을 쥔 억센 손에 힘이 들어가며 목으로 압력이 들어왔다. 나의 목뼈를 부러트려 버리겠다는 무언의 무력행세. 어림 없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해야하는 공포라는 존재 자체에 아가리를 밀어 처 넣는 행위이지만. 기상이 갸륵해 봐주기로 했다. 놈 역시 자신이 지켜야할 대상이 무언지 알며 자기가 해야할 일을 알고 있는 놈이었기에 동질감을 느꼈다. ​ [정신 지배] ​ 적개심이 가득하던 오크의 눈에서 순식간에 투쟁심이 빛을 잃으며 그 자리엔 허공을 응시하는 멍한 눈길이 자리잡았다. ​ 놈이 조심스럽게 바닥에 나를 내려놓자 즉시 주위의 소음이 잦아들며 공간 전체가 고요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무 지팡이를 든 노파 오크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져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무기를 든 갑옷 차림의 남성 오크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듯 무기 끝을 내게로 향하며 손에 힘을 더 주었다. ​ “여기가 어디지?” “이곳은 어금니 부족의 중앙 부락촌이죠. 우리는 이곳을 굳건한 송곳니 요람이라고 부릅니다.” ​ 역시나. 이 자들이 오크라는 종의 추측이 적중한 건 둘째치곤, 내가 왜 이곳에 있냐였다. ​ 분명. 갑작스럽게 나를 덮쳐온 마왕을 내 99강 성검 육봉으로 회개해주고 잘 타일러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 뒤 안심하며 미레와 같이 단잠을 자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보다. ​ 이곳은 마계. 나의 상식을 벗어난 곳. 설명되지 않는 탐욕의 힘이 없었더라면 마계의 지나가던 주민 한 명에게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 다물어진 나의 침묵속에서 오크는 눈치있게 아까의 문맥을 짚어가며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 “갑자기 하늘에서 포탈이 나타났고 그 곳에서 떨어지셨습니다.” ​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스가 내게 그럴 일을 할 리도 없다. 그렇다는 것은 단 한 명. 공간왜곡을 다루는 마왕 헬레나. ​ 자신의 모습도 타인에게 다르게 비추며, 더 나아가 마왕성의 모습과 내부마저도 탈바꿈 시킨 능력이니 잠을 자고 있는 나의 밑에 포탈을 깔아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하지만 왜? 이유를 찾자면 천계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 싫어서 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모르겠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볼 일이다. ​ 나와 같이 자고 있던 미레는…? “푸른색의 단발을 한 여자아이는 못 봤어?” “네. 혼자 떨어지셨습니다.” ​ 나 혼자? ​ 미레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첫째로 침대에 홀로 남겨졌다 하더라도 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마왕성의 인원들이 나를 떨어트려 놓고 미레를 인질로 잡아가려 할 지도 모르지. 협상을 위해. ​ 둘째로는 나처럼 같이 포탈로 이동됬는데 다른 곳으로 홀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서 찾아야 한다. ​ 제길… 어느 쪽이든 좋지 않다. 나를 이곳으로 보낸 노골적인 의도가 신경을 쿡쿡 찌르는 듯 했다. ​ 낯빛이 어두워지자 주변을 둘러싼 오크들의 수근거림이 이젠 웅성거림으로 바뀌며 내 귓가에도 몇개의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 -도망가야 하는거 아닙니까? -마왕성에서 너무 자신있기에 대놓고 보낸 자일 수도 있습니다! -대장로님! ​ 그 중 나에게 정신을 지배당한 오크와 비슷한 체구의 크기, 어금니에 새겨진 문양이 비슷한 오크들이 오려는자와 말리는 자로 나뉘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 우왕좌왕하던 오크들을 내버려두고 신창을 소환해 위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오크들과 부락들은 순식간에 작은 점이 되어 발 아래로 작아졌다. 그들의 생활 방식이 반영된 조직적인 배치가 눈에 띄었다. 구역들마다 용도가 정해져 있었고, 그 중 한 구역은 식량과 물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보급 창고 구역이었다. ​ 마치 전쟁이라도 대비하는 것 처럼. 이들도 마왕성의 벌을 순수히 당해주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아니면 두 파로 나뉘어 받겠다와 반항이라도 해보자는 파로 나뉘어서 결국 반항파가 이긴걸까. 그런 정치이해관계를 생각해보다가 접었다. ​ 눈을 감고 미레를 찾고싶다는 생각을 하자, 샌의 스킬인 [진형 판단]에 탐욕의 힘이 스멀스멀 들어가 이내 미레의 위치를 내게 알려줬다. ​ ‘좋아. 저 쪽이네.’ ​ 그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검은 구름들이 올올히 풀려 실타래처럼 붉은 하늘에 아무렇게나 어지럽혀져있었는데 피부에 닿을때마다 살이 익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처는 확장되기도 전에 말끔히 재생됐지만 꺼림직했다. ​ 처음으로 보는 마왕의 성 외관. 포탈로 이동했을땐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성경에 등장했다던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아 올렸다는 바벨탑이 생각났다. ​ 처음 아스의 성에 들어갔을 때 보다 몇배는 더 큰 기다란 성. ​ 바로 들어가면 문제가 될것이라 생각해 마왕성을 빙 둘러싼 성벽의 바깥으로 내려왔다. 문을 찾기위해 빙 두르며 걷는데 반대편에서 여성 마족 무리들이 내게 다가왔다. ​ 그 중 가장 서열이 높아보이는 여성이 이런 일은 익숙 하다는 듯 경고를 담아 외쳤다. ​ “멈춰. 거기 남성마족. 우린 마왕성의 경비병이다.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말고 얌전히 따르는게 좋을꺼야. 신원을 밝혀.”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침묵하자 무리 중 가장 긴장한 여력이 한 눈에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입구를 찾고 있는 듯 하군. 마왕성에 들어가려고 하나?” 잘됐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 ‘잠깐, 마왕이 직접 자신의 왜곡 권능을 사용해 날 쫒아낸거라면 내가 다시 들어가는 것도 알아버릴텐데. 이렇게 정문 돌파해도 될라나?’ ​ 억울함을 담아 자다가 네놈들의 수장인 마왕성의 주인인 마왕에 의해 쫒겨났다고 말할까? 그런다고 내 편을 들어줄까? 여긴 마왕성인데. ​ 안에는 나의 동료가 있으니 어서 문을 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을까? ​ 마왕은…천계라고 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싫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항하는 걸까. 속내를 알 길이 없었다. 설마 자신이 가련하게 따먹혔다고 생각해서일까? ​ 우선은 우회해 말해보기로 했다. ​ “알고있어. 정확히 찾아왔고. 안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이 있어.” “일행이 이미 있다고?” “그래. 나와 동료는 바헬무토 공작의 손님이지. 나는 잠시 외출을 했다가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었을 뿐이야. 그땐 포탈로 이동했거든.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잠시 이렇게 나왔지만.” ​ 수상한 행동을 보이던 내가 금방 내가 쫒겨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화가 이루어지자 먼 발치에서 이곳을 살피던 여성의 일행들이 다가왔다. ​ “뭐해?” “그게, 바헬무토 공작님의 손님이라고 하십니다.” “바헬무토 공작님이라면 아… 마왕님의 예하에 속한 귀족분이시지. 하지만 철저하게 확인은 필수다.” ​ 왠지 모르게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어서 들어가야겠어. 바헬무토 공작이 내게 건내준 출입증은 안에있지만 뭐, 신원이 인증되면 상관 없겠나. ​ 그 순간 유난히 코가 크고 개의 귀를 달고 있는 여성 마족이 코를 벌름거렸다. ​ “근데…음, 실례지만. 강자로 인정받은 공작님의 손님치곤 그 특유의 마력향이 잘 나질 않습니다. 물론 의심하는건 아닙니다만.” ​ [무명의 반지] 착용자의 모든 기운을 감춥니다. ​ -이름조차 없는 자의 표식. 강자도 약자도 아닌, 알려지지 않은 자 ​ 뺄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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