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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무엇'


‘누구’라고 해야하기엔 애매한 표현이 있다. ‘무엇’이라고 표현하자니, 그제서야 옳바르단 어감이 있다. 그런 ‘무엇’들의 시선조차 미치지 못할 틈새, 숨 막히는 반짝이고 아름다운 어둠 속. 한 여성이 천천히 머리를 털어내리며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로 스쳐간 순간의 정적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큰 일이 날 것 같은 섬뜩한 웃음이 귓가에 걸렸다. 당장이라도 끔찍한 살해현장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모두가 수긍할만한 그런 자조였다. 실소로 바뀐 그것은 공간의 긴장감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따구로 다시 한번 내 머리를 터트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냥.” ​ 샴고양이의 귀를 세운 그녀는 눈동자에 짙은 살기를 드리운 채, 허공에 부유하는 ‘무엇’에게 낮게 내뱉었다. 메마르면서도 눅눅한, 숨 막히는 동굴의 울림처럼 그 말은 번져갔고— 순식간에 그것은 허공에서 흩어졌다. ‘무엇’의 머리에 떠있는 광륜이 각자의 무늬처럼 어느 부분은 빛을 내었고, 어느 부분은 잠잠하게 떠있었다.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웅웅거리는 사념의 파동. 마정석의 컨트롤. 그것은 인간으로 치면 자신의 심장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과도 같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킬 머챈트는 그것을 가뿐히 해내었다. 고양이귀를 쫑긋 세우며 킬머챈트는 심장 깊숙이 잠든 마정석을 움켜쥐듯 의식을 집중했다. -그҈̲̙͉͈̟̦̙͓̖̪̟͍͐̓̑̋͐̂̌̊͛͌̋͛̄͛͒̀̉͆̾̊̆̾̾.̸̦̭̗͇̝̟̩͔̝̠̟̤̭̦͓͛̑͋̆̾͆̐̌̊͋̀͂͒̀̅̏̿̄̚ 격이 낮은 자였다면, 순식간에 머리가 터졌을지도 모르는 극도로 위험한 사념이었으나 킬 머챈트에겐 그런 일 따윈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정화시키는데에 성공했고 이내 그것은 평범한 말 소리처럼 들려왔다. ​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 “알게 뭐냐냥, 난 약속을 지키려던것 뿐이다냥. 두고봐라 결국엔 지킬꺼니까냥!” ​ -그҉̰̗͎͙̣̘̥̪̭̙̪̱̰̎̾͑̃̆̏̿̊͐̀͋͑̚…바라지. ​ 대답을 하느라, 일순 흐트러졌던 시간동안은 여지없이 그것은 더럽고 오염된채로 킬 머챈트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 “에휴… 너희들은 도대체 왜그러냐냥? 내 알빠는 아니지만, 불쌍하지 않나냥? 벌써 몇번…” ​ -그҉̰̠͉̙͇̰͕̠̗͙̙̞̠͖̠̗̭̥͓̯̣͕̗̝̔̂͂͊̇͌̓͆͆͛̄̀̅́̚지마라. ​ 킬 머챈트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무엇’의 사념을 가볍게 무시했다. 마치, 묘족림에 있는 것 처럼. 묘족의 노인들은 지혜롭고, 슬기로우며, 깊게 사고할 줄 안다. 그런 작용으로 인해 말도 많다는 것은 필히 따라오는 부작용이었다. 킬 머챈트는 수염이 길었던 한 묘족의 늙은이를 떠올렸다. 이제는 숲과 함께 사라졌을 테지만. 손을 가볍게 휘젓는 동작으로 공간을 찢은 다음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려 작은 네모난 판을 꺼내봤다. ​ “냐아아아앙ㅡ! 호출이 5개나 밀려있었다냥ㅡ! 부활에 얼마나 걸린거냐야아아앙ㅡ! 너 때문이다냥!” ​ 사아악ㅡ 공간이 찢기는 소리 치곤 꽤나 얌전한 소리가 들렸다. 빛 조차도 투과하지 못할 무저갱같은 어두운 공간으로 몸을 집어 넣은 킬머챈트는 공간이 닫히기 직전 ‘무엇’에게 한 팔을 쭉 뻗어 가운데 중지를 들곤 정중하면서도, 평범한 항의 의사를 보냈다. ​ ‘무엇’은 그 중지가 무엇을 뜻 하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킬 머챈트의 의지나 생각을 읽고 단숨에 그것이 모욕이란 것을 이해했다. 이 친절한 '무엇'은 친히 답변을 하기 위하여 킬머챈트를 소환하기 위해 머리를 다시 한번 터트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렇게 본인들 외에는 세간에 절대로 알려질 수 없는 일들이, 깊고 은밀하기도한 공간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하게 지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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