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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96화 …수갑? …개목걸이? …미레야?


【악마문서】 그 이름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이들의 입에서 그 존재가 다시 튀어나왔다! 이전 레이더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끝이 없을 지식의 보고로 내려오는 악마문서… 만약 그게 정말 내 손에 들어온다면! 이 빌어먹을 게임, 이 피와 눈물로 얼룩진 세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마계에서 보내는 이 시간에도 악(惡)진영이든, 선(善)진영이든 피눈물 섞인 절규로 울부짖고 있을 것이다. 신을 자칭하는 그 오만한 자들 때문에! 나처럼 고아가 되어 누구 하나 기댈 곳 없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해야 했던 삶, ‘평범함’조차 꿈꿔야 했던 꼬마아이의 절망을 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악마문서. 그 단어를 되뇌는 것만으로 목표가 가까워진 듯했다. 손끝에 저릿한 전율이 번졌고,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벅참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이 길이 내 길이라면!’ 나는 놈들의 텅 빈 눈을 바라봤다. “정신 지배가 해제되면 질답을 잊고, 정신계 공격이 있었다는 의심조차 하지마. 너희들은 마왕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러 마쳐라. 다만 내게서 보았던 공포심은 가지고 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텅 빈 공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결투의 종막에 보았던 내 안의 탐욕. 그것에 잠깐 스친 두려움의 흔적만큼은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 놈들이 그것을 말하지 않을 리 없다. 곧 다져지고 다져져, 마왕에게 다가갈 초석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조사를 마친 뒤, 공작의 저택에서 대기하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그저 바헬무토 공작의 초대 손님이 될 뿐이다. …그렇게 흘러가선 안 된다. 나는 반드시, 마왕성 내부에 머물러야만 한다.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지금, 마왕성이 예의주시할 사건은 무엇일까? '영지 통합' '암살 사건' 그리고 '천족과의 내통' 하나하나 따져보자. 영지의 통합에 대해 '허가' 나, '정당성' 따위의 체계가 이미 만들어져있다. 그렇다면 이것에 주목할 가능성이 낮다. 암살사건. 힘을 추구하는 마족에게 있어선 암살사건 역시 그저 힘의 다툼의 갈래 중 하나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았다. 천족과의 내통. 이것은 결이 다르다. 마족끼리의 다툼이 아니다! 천족이 끼어들었다. 감히 종을 넘어서는 월권행위. 이것에 주목할 것이라 추측됬다. 평범하게 흘러가선 안 된다. 정석대로 흘러가선 안 된다. 그래선 안 된다ㅡ! 놈들의 중심에 들어서, 그 비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악(惡) 진영에서 떠받드는 ‘악신’ 이란 존재가 마왕과 동일한 존재인지도 궁금하고. 선(善) 진영에서 떠받드는 ‘여신’ 이란 존재가 천족의 여신인지도 궁금했다. 어찌 보면 이것은 게임을 끝내기 위한, 초석! 그것들을 확인하러 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이 밝혀지리라 예상됐다. 마대륙을 통치하는 마왕. 그자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라면! 조사요원들이 나에 대해 강렬하게 각인되어야 마왕에게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놈들의 머릿속에서 정신지배를 해제하자 흐리멍덩한 눈이 초점이 돌아오며,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능청스럽게 그들을 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면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초대에 응하겠습니다.” 놈들은 나의 말에서 자신의 말을 추리해 내곤 말했다. “…알겠네. 그때 보세.”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복도로 나섰다. 머릿속은 여전히 악마문서와 마왕성으로 가득했지만, 미레의 모습이 그 무거운 생각을 잠시 덮어주었다. 저 멀리 창가에 서 있던 미레는 맑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슬며시 웃으며 나를 따라왔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창밖 하늘이 반사되며, 마치 빛깔이 감도는 사파이어처럼 빛났다. 그 순간, 마치 이 장면이 멈춘 듯 느껴졌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미레, 갈 준비는 잘 하고 있어?” “그럼요! 동작도 빨리 익힌다고 칭찬 들었는걸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 “게다가 외우는 것도 빠르대요!” “진짜 대단한데?” 웃으며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늘빛 머리칼이 손끝에서 부드럽게 흘렀다. “남주님, 그럼….” “응, 잘 다녀와.” 미레가 인사하듯 손을 흔들며 교육을 받으러 가고, 나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악마문서, 마왕, 악신, 천족, 여신...'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맴돌았다. ‘탐욕, 넌 뭘 알고 있었던 거니? 내게 뭘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 조사요원들이 마왕성으로 출발하는 날짜를 시녀를 통해 전해왔다. 이틀 뒤였다. 미레는 마왕성으로의 여정을 앞두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웃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설렘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나며 이뻤다. “이리 와서 앉아볼래?” “네!” 미레가 가볍게 뛰어와 침대에 앉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매트리스를 살짝 누르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그녀의 푸른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그 움직임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녀의 조그만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고,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장난처럼 그녀를 내 쪽으로 휙 끌어당겼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휘날리며, 피부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내 코를 파고들었다. 그것을 기분 좋게 맡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성 밖으로 나가는 게?”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요! 너무 기대돼요! 전 완벽히 준비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설렘으로 반짝였지만, 그 안엔 묘한 도발이 숨어 있었다. “놀러 가는 거 아닌 거 알지?”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봤다. 미레의 볼이 살짝 부풀며 입술이 삐죽 내밀어졌다. 그 분홍빛 입술은 촉촉한 광택으로 반짝이며 묘한 유혹을 뿜어냈다. 내 심장이 살짝 흔들렸다. “하하, 말랑말랑 미레 입술~” 나는 장난스레 집게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살짝 쥐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손을 떼려는 찰나, 미레가 내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 작은 손은 마치 ‘놓아주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하듯 강렬했다. “응?” 놀란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레의 푸른 눈동자는 흥분과 어디서 솟은지 모를 대담한 자신감으로 불타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분홍빛 혀가 내 손끝을 감싸듯 부드럽게 휘감았다. 쯉- 음란한 소리가 방 안을 은밀하게 채웠다. 그녀의 혀는 사탕을 녹이듯 내 손을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젖은 손바닥 위로 미레의 뜨거운 숨결이 다시금 스쳤다. 쮸르릅, 쯉- 흥분으로 충만한 그녀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번뜩였다.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몸을 휘감았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들었다. 꿀꺽. “미, 미레야?”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불렀다.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전 언제라도 준비 됐다고 했잖아요.” 미레의 눈빛은 단순한 시녀가 아닌, 나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품은 듯했다. 나는 그녀가 단순한 교육 이상을 배웠음을 직감했다. “이…것저것 많이 배워왔어요.” 그 준비가 이 준비도 포함한 거였어? 그런 거였던 거야?! “이렇게 하면 기뻐할 거라고 했어요.” 미레는 부끄러움과 대담함이 뒤섞인 미소로 나를 부드럽게 밀어 눕혔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별실로 향했고, 품에 무언가를 챙겨오는 듯 덜그덕 소리가 났다. 방긋 미소 지으며 돌아온 미레는 손에 든 물건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내게 안대를 조심스레 씌웠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숨결만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능청스레 모른 척하며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 이러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러라고 하는걸요. 헤헷.” 미레의 목소리는 장난기 속에 은근한 도발을 품고 있었다. “아~ 난 미레의 이쁜 미소 보고 싶은데~” “이번은…참아요!” 미레는 말에 힘을 넣으며 폴짝!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리며 내 위로 앉았다. 은밀한 부위가 내 배에 닿으며 뜨끈한 열기가 은은히 퍼져왔다. 그 감촉은 마치 불씨처럼 내 몸 전체로 번지며 마음을 톡톡, 태우고 달궜다. 미레의 매끈한 보지가 내 배 위에 있다는 상상이 되자 그 부분을 시발점으로 몸 전체로 퍼지는 듯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고, 다리 사이로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코와 입을 움찔거리며 약간의 틈을 만들어 그 사이로 몰래 빼곰히 쳐다봤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미레의 눈빛은 마치 야수가 오늘의 먹잇감을 노려보는 듯 강렬하고도 굶주린 눈빛. 그녀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떨리며 움직였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상체를 낮추며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내 볼을 스치며 간지러운 감각을 남겼다. 절로 침이 삼켜졌다. 꿀꺽. '이거 역전 관계 된건가…?' 미레는 고개를 숙이며 내 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귀를 스치자 온몸이 짜릿하게 떨렸다. 안대를 거칠게 끌어 내리며 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그녀는, 마치 나를 삼킬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남주님, 그 뇌가 녹을 듯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강렬한 거 금지에요…! 다음날 일어날 때마다, 그곳이 계속 쩌릿쩌릿 하다구요…. 머리도 안 돌아가고….” 그 음성은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위험하게 울렸다. 하하하…. 이젠 제약까지 당해버렸다. 이미 섹스하는건 확정된거야? “알겠어. 안 할게.” 미레는 내 확답에 눈꼬리를 휘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내 붉은 티셔츠 위로 미끄러지듯 뻗어왔다. 슬랙스 위로 드러난 내 몸의 윤곽을 따라, 그녀의 손끝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굴곡을 탐하듯 훑었다. 옷감이 스치는 사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은밀하게 채웠다. “헤헤, 좋아요. 이번엔 제가 전부 할게요. 그러니 그냥… 느껴주세요.” “으, 응?” 미레는 내 두 팔을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그녀의 손이 티셔츠 밑단을 잡아 천천히 벗겨내며, 드러난 내 피부 위로 따뜻한 숨결이 스쳤다. 나는 저항할 새도 없이 그녀의 흐름에 빨려들었다. 온몸의 힘을 빼고, 그녀의 뜨거운 손길에 완전히 나 자신을 내맡겼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심장이 쿵쾅거리며 기대와 불안이 뒤섞였다. 철컥- 응? 갑작스러운 소리에 온몸이 굳었다. 뭐지? 잘못 들은 게 아니야. 금속이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음이 귀를 파고들었다. 손목을 좌우로 움직여보았지만, 차가운 무언가가 단단히 옭아매며 자유를 앗아갔다. …수갑? 미레의 가느다란 손이 내 뒷덜미를 스치며 뜨겁게 훑었다. 그녀의 손끝은 마치 내 피부를 태우듯 짜릿한 전율을 남겼다. 곧이어 무언가가 목뒤로 부드럽게 얹히더니, 살짝 위로 당겨졌다. …응!? 그것은 내 목을 느슨하게 감쌌다. 숨을 삼킬 때마다 목젖 위로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가죽의 서늘한 감촉, 금속 고리의 미세한 떨림… 개 목걸이? 심장이 더 거세게 뛰었다. 끝없는 상상이 머릿속을 휘몰며 숨을 고르기 위해 애썼다. 미레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는 완전히 그녀의 손아귀에 묶인 신세였다. 단단한 수갑에 갇힌, 꼼짝할 수 없는 육체. 하지만 그 한가운데, 팽팽히 발기된 내 욕망의 결과가 맥박처럼 두근거리며 그녀를 향해 솟아 있었다. “미레야?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일까…?” 내 목소리는 떨림으로 갈라졌다. 미레는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내 귀에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영입부에서 이것저것 배웠거든요… 헤헷.” 그녀의 목소리는 장난기 속에 짙은 유혹을 품고 있었다. 영입부라면…성고문기술관 미엔지가 속한 부서? “쉿.” 그녀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스치며 단호히 막았다. “이제부터… 나만 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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