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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125화


용사 아가씨, 르하의 회상을 본 진석의 최후의 뽑기 선택, 시간이동. 진석은 유유히 외친다. "오늘 뽑기는... '시간이동'이다." 시간이동 뽑기에, 악신 앨리스가 빙의한 미토는 당황해서 그녀의 자두같은 눈망울이 번쩍 커진다. "앗... 이 시점에서 시간이동이라고?" 진석은 내심 빠르게 발상한다. 긴장해서 이마 위로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선 말이다. '후우, 이 시점에서 시간이동이라.... 나답지 않은 건곤일척의 도박이네.' 시간이동, 말 그대로 다른 과거 혹은 미래의 시간대, 또는 다중우주의 특정시간대를 이동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사실 시간이동은 진석이 본래 있던 지구에서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절대로 불가능이라고 했을 정도로 무모함을 넘어서 비상식적인 스킬이었다. 솔직히 시간이동이 말이 되냐? 이미 모든 사건, 사고가 정해진 과거, 그리고 불규칙적인 변수가 가득해서 무슨 사건,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미래로 개인이 이동해서 시간대에 개입한다는 게 말이다. 현재 정실부인 미토에게 빙의한 악신인 앨리스가 쓰는 시간이동 계열인 시간회귀 스킬의 경우, 대걍 들어보니까 어디까지나 본래의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세계인 새로운 평행우주를 만들고선 이동하는 거였지. 과거에 개입하는 건 아니었다. 그때문에 자칭 이세계의 브레인라서 어디까지나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인 진석의 입장에선 평소라면 시간이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도박수였다. 그야 시간이동이 성공할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정해진 과거, 돌발변수가 많은 미래에 가서 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석은 르하의 회상에서 분명 보았다. 르하의 동료인 인형술사 릴리가 해주는 조언을. '르하, 닭이 먼저냐, 계랸이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게다가 르하는 회상 속에서 기묘한 점이 있었다. 어린 르하는 분명 마왕군에게 죽을뻔했지만 웬걸 그녀는 구출돼 있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 진석과 닮은 청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르하는 그녀 자신 딴에는 죄책감에 못 이겨서 자신이 만든 일종의 허상, 망상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순한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사건은 기묘한 부분이 있었다. 진석이 충분히 파고들 여지가 있었다. 가령 이미 정해진 과거임에도 불구하고선, '자신'이 직접 개변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여기까지 대략 1초라는 시간동안 빠르게 발상한 진석이 긴장감이 역력해서 손가락을 매만질 때였다. "으음." 때마침 그의 품속에 있었던 뽑기의 매개체인 황금알은 번쩍이면서 찬란한 금빛 싸라기로 일렁거린다. 당첨인 대박 중의 대박, 특대박에 걸려서 말이다. [축하합니다. 오늘 뽑기는 (ur+)등급인 타임트래블러에 당첨되셨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왔다, 울트라레어 등급의 타임트래블러다! 진석은 곧장 타임트래블러의 사용법을 숙지한다. [타임트레블러 (ur+급 이동스킬)] [술자가 원하는 특정 장소, 특정 시간대의 상황으로 이동합니다. 해당 장소에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입니다.] [단 이미 100프로 확정된 과거 혹은 미래의 진실은 개변할 수가 없습니다.] 간단명료한 설명이었다. '진실'을 개변할 수 없다라, 사실이 아닌 진실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 문장에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설명을 곱씹던 진석은 시선을 돌려본다. "...." 당황해서 자신을 쳐다보는 미토의 옆에서는 르하가 여전히 머리를 쥐어감싸고선 괴로워하고 있었다. 르하는 처음 보는 나약하고 애절한 못 울먹인다. "흐윽... 다들 그만해.... 제발 용서해줘!" 용사아가씨인 그녀는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왔을까? 일개 한국의 흙수저 청년이 상상조차 힘든 고통과 비애가 그녀의 작은 얼굴에서 그려져 있었다. 빨리 그녀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고선 모든 걸 행복하게 바꾸고 싶다. 진석은 르하를 보고선 나지막하게 중얼댄다. "르하 씨, 조금만 참아주세요." 진석은 슬쩍 르하가 떨어뜨린 성검을 자신의 손에 쥔다. 슬쩍 성검을 빌려서 마왕군 퇴치에 써먹게 말이다. [성검 (등급:???)] 진석은 검은 망토를 펄럭인다. "모든 걸 끝내러 가보자." 그의 망토가 유유히 펄럭이던 순간, 타임트래블러 발동으로 진석의 몸은 금빛 싸라기에 삼켜져서 사라진다. 10년 전으로 시간이동하고선. 진석은 강략한 마나의 파장에 두눈을 찌푸린다. "윽...."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진석은 강한 두통과 더불어 코끝에 스치는 타다 만 재같은 메스꺼운 냄새에 정신을 차린다. "으윽... 정신을 못 차리겠네." 그러나 진석의 귓가에서는 곧장 친숙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흐윽... 다들 그만해. 우리 키티는 죽이지 마라고!" 진석은 정신이 번쩍 든다. "르하 씨의 목소리? 그리고 키티라면 아...?" 회상에서 본 키티라면 분명 르하의 친동생같은 암컷 젖소였다. 특히나 그녀의 부모님이 좀비바이러스에 이미 희생당한 이상, 그녀의 단 하나뿐인 버팀목이 될 가족이었다. 젠장, 당장 키티와 더불어 르하를 구해줘야 하리라. 진석은 당장 르하의 인기척이 들린 쪽으로 달려간다. "이 새끼들, 우리 르하랑 젖소 건들면 가만 안둔다!" 진석의 눈앞에서는 곧장 마왕 루이즈를 위시한 마왕군에게 포위된 어린 르하와 젖소가 보인다. 르하는 깜짝 놀라서 우느라 물기가 가득찬 포도알같은 눈망울이 화들짝 뜨인다. "흐윽... 당신은...?" **** 30초 전. 저는 한없이 울먹이면서 키티를 끌어안고 있었답니다. "흐윽, 흑... 신님이 계시다면 우리 키티만 제발 살려줘요!" "음메...." 제가 아무리 철이 없는 꼬맹이라고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답니다. 제가 낯선 사람, 특히 마왕군은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라는 엄마의 조언을 어기는 바람에 우리 부모님과 정겨운 아저씨, 아주머님들,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까지 있는 마을 사람들은 이미 마왕군에게 희생당하셨고 마을은 불태워졌어요. 저란 아이는 대죄를 저질러서 더 이상 살아선 안되는 거겠죠.... 하지만 우리 키티는 죄가 없는 걸요... 게다가 저는 어째서인지 한없이 무섭고 두려워서 팔다리가 오들오들 떨려오네요. 이 미련한 여자애는 아직도 살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요? 어차피 이제 이곳은 외톨이인 나 혼자일텐데요. 나는 한껏 울먹이며 키티를 안아줍니다. "흐윽 키티, 언니가 미안해." "음메...." 나는 절망적으로 흐느끼며 속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만약에 정말로 신님이 계시고 기적이 존재한다면 우리 키티라도 살려주라고요. 그리고 몇 명 남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라도 구출해달라고요. 그래야 제가 지은 죄, 업보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을테니까요. 허나 기적은 없는지 눈앞에서 마왕군이 총칼을 들고선 우리를 향하는 게 느껴집니다. "루이즈님, 당장 저 인간년과 젖소를 죽이고선 효수하겠습니다." "후후... 응." 뚜벅뚜벅 들리는 발걸음, 그리고 둔중한 무기라서 허공에서 휭휭 갈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마도 마왕군이 휘두르는 도끼에 곧장 나의 얇은 목과 키티의 몸이 두동강돼서 바닥에 데굴데굴 떨어질 거 같아요. 나는 절망감에 역력해서 여린 속눈썹을 질끔 감고선 키티의 목을 끌어안아줄 때였어요. "흐윽, 키티야... 언니 무서워!" "음메...!" 그러나 그 순간.... 저는 눈앞의 기적을 보고선 아연실색했어요. 그야 신님의 기적이 통해서 정말로... 용사님이 오셨거든요. 그것도 멋진 오빠같은 용사님이! **** 르하의 귓가에서는 순간 한 청년의 다급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이 쓰레기같은 마왕군 자식들아, 우리 르하에게서 떨어져!" 르하는 깜짝 놀라서 감았던 눈을 뜬다. "어라...?" 분명 천둥벌거숭이같은 그녀에게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신님이 존재해서 기적이 일어난 걸까? 갑자기 나타난 처음 보는 흑발의 청년은 자신의 검은 망토를 열심히 휘날리면서 달려오더니 이내 자신의 주먹으로 마왕군을 줘패기 시작한다. "이 새끼들아, 꺼져." "끄으윽...." 르하는 그저 경황이 없어서 순진하게 두눈을 말똥말똥 뜨며 바라본다. "응...?" 처음 보는 한낱 꼬맹이인 자신을 도와주는 훈남인 미청년. 청년은 멋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옥신각신 마왕군을 처치해갔다. "젠장, 수가 많네... 이 새끼들아, 한놈씩 덤벼!" "뭐야, 이 새끼는 더럽게 약해보이면서도 뭔가 강하네... 끄아악." 청년은 르하를 지키고자 르하의 앞에서 열심히 성검을 휘두르고선 처치해간다. 어느덧 마왕군 100명을 모두 목 베고, 마지막 여마왕 루이즈 앞까지. 루이즈는 당황해서 눈가가 울먹거려진다. "헉, 뭐야? 이 인간 말종은 대체 어디서 들어온 거야... 흐윽, 저리 가, 떨어지라고!" 진석은 싸늘한 눈가를 내비치고선 한숨을 내쉰다. "루이즈, 너도 참 기구한 사연이 많았구나. 죽일 수야 없지." "흐윽...?" 마왕 루이즈는 미래에서 진석과 일대 결전을 벌이고선 섹스 능욕에 결국 그의 시종이 되는 운명을 갖고 있었다. 미래는 정해져있으니 그녀는 죽일 수도 없다. 르하의 분풀이를 위해서 죽기 직전까지 줘팰 수 밖에. 진석은 루이즈에게 성큼 다가가서 거침없이 뺨싸대기를 날린다. "못된 년, 처맞아보자." "꺄앗...." 어찌나 강하게 맞았던지 손바닥 자국이 난 채 얼얼 부은 루이즈의 오른뺨이었다. 루이즈는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려대며 말한다. "흐윽, 아빠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는 날 감히 인간수컷인 네 놈따위가 때려...?" 진석은 그저 싸늘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 앞으로도 처맞겠지만 일단 뺨싸대기 100대만 맞자." "꺄악, 아퍼." "한 대 더!" "야 이 시발, 뼈 맞았으니 그만 때려." "한 대 더!" "흐윽 시발, 아파, 아프다고!" "한 대 더!" "흐아앙... 너무 아파...내가 다 잘못했으니... 잘못했으니 그만 때려!" "한 대 더!" "... 그냥 날 죽여라... 이제 감각조차 없어...." 진석은 정확히 100대를 넘겨서 손을 멈춘다. 루이즈는 어느덧 양볼이 말벌의 독침에 쏘인 마냥 팅팅 부은 채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돼 있었다. 그녀는 한껏 울먹이며 혼잣말로 중얼댄다. "흐윽, 흑... 호크룩스만 찾아봐라... 그때는 신이 된 내가 너흰 뼈까지 발라서 죽여줄 거야...." 여마왕인 그녀가 불사체인 호크룩스를 집요하게 찾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진석은 루이즈에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야 지금은 소중한 이의 케어가 중요했기에. 진석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려본다. "후우...." 그의 눈앞에서는 르하가 영문을 몰라서 키티를 끌어안고선 두눈을 촐망이며 뜨고 있었다. "흐윽, 당신은 대체...?" "음메...?" 르하와 키티는 아직 자신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럴 때 답변은.... 진석은 르하를 향해서 무릎을 꿇어준다. 그는 직후 엷은 미소를 하고선 손을 건넨다. "아저씨는 용사 지망생이라고 해. 귀여운 아가씨, 이름이 어떻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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