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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33.


최고의 호스트. 33. . 한참동안 반지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지저분한 집안에 우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집을 잘 안 들어온대도 사람이 깨끗하겐 살아야지..' 다이소에서 산 쓰레받이로 바닥을 쓸고, 해진 수건을 빨아 걸레질을 시작했다. "후우... 빡세네 빡세.." 오랜만에 하는 육체 노동에 땀이 줄줄 흐르는게 운동도 슬슬 시작해야 할까 싶었다. '청소 아줌마를 부를까...?' 순간순간 나약한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고 하다보니 어느새 청소가 끝났다. '후우... 이제 된건가?' 물기를 짠 걸레를 화장실에 던져놓곤 방 안을 쭉 둘러보았다. 음. 그나마 봐줄만해진 집 상태에 기분이 흡족해졌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땀에 젖은 몸을 식혔다. '덥다 더워.. 에어컨도 없고...' 이제 슬슬 퀘스트도 깨야하니 은정이누나의 가게에 들린 뒤 곧장 시내로 나가면 될 것 같다. 탁 "수고하세요~" 카페 앞에서 택시를 세운 나는 커피를 두 잔을 구매해 샵으로 올라왔다.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은정이 누나는요?" "아~ 실장님 지금 룸 안에 계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데스크의 그녀. 마주 인사를 한 뒤 포장한 커피를 들고 룸으로 가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살짝 따가웠다. '다음엔 저분 것도 사와야겠네...' 음... 왠지 센스가 부족했던 것 같다. 스으응 "왔어~?" "어 누나~" 열리는 자동문과 동시에 밝게 인사하는 은정이누나. 밝은 미소에 절로 좋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커피를 건넨 뒤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뭐하러 사왔어~ 잘 마실게~" "이런거라도 사와야 내가 편해." "흐흐." 오늘따라 왠지 더 밝은 표정의 누나를 지켜보다 휴대폰을 슬쩍 꺼냈다. '흠.... 유주는 아직도 연락이 없네..' 곧 5시가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연락이 없는 유주에 걱정이 된다. '실수 한 번 할 수도 있지...' 안달이 났지만 유주가 막상 나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해 보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 내 업보다 업보야..' "누구 연락 기다려?" "응? 아니야~ 시간 좀 본다고." "머리는 저번처럼?" "응. 머리 예쁘더라 그대로 해줘." "오케이~" 휴대폰을 대충 집어넣고 누나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간단한 샴푸에 이어 마사지. 그 후에 들리는 드라이기 소리를 듣다보니. 어느새 머리가 완성됐다. '좋은데..?' 세팅된 머리를 이리저리 비추며 구경하다 인사와 동시에 밖으로 나섰다. "누나 오늘도 고마워~" "뭘... 어제 말한 거 안 까먹었지?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민우야." 어제 무슨 말을 했더라..? 술자리를 잠시 떠올리다 카드를 건넸다. 힘들면 말하라던 누나의 말. 음...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응 누나. 무슨 일 있으면 말할게 고마워." "응~ 조심히 가구~ 연락해!" "응." 괜찮다는데도 굳이 입구까지 바래다주는 누나를 뒤로하곤 엘레베이터를 탔다. ...갈수록 잘해주는 게 날 좋아해서 그러는 건지 외모의 효과인지 잘 모르겠다. '둘 다인가?" 유주와 유정이누나에 이어 은정이누나까지. 셋을 같이 만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아침엔 유주.... 퇴근하곤 유정이누나... 은정이누나는.... 음. 안 되겠네..' 벌써부터 어디서 자야 할지 걱정이 된다. 여기에 은정이 누나까지 추가한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존잘남의 삶이 이런 건가..? 큭큭대다 택시를 잡아 인계동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어 민우니~? 오늘 누나 수원 가는데 얼굴 볼까~?" 카페에 앉아 스캔하길 잠시, 이제 막 선구안 퀘스트를 깼더니 전화가 왔다. 밝은 목소리완 다르게 크나큰 문제점이 있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지.......? 아.. 번호 저장을 안 한 사람이 있었네.. 누구야 대체.. 목소리가 어리지는 않는데?' 스피커 너머 여자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홀로 스무고개를 했다. "네 누나~ 좋죠 저야." 수원을 온다는 여자의 말. 다른 지역에서 온다는 뜻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럼 이따 10시쯤? 가게로 갈게~ 룸 하나 세팅해놔~" "네 누나~ 이따 뵐게요!" "응~~" 전화를 끊고 통화목록에 떠 있는 번호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목소리는 분명 익숙한데 좀처럼 떠오르질 않는 여자. '누구였더라..... 아, 몰라. 이따 보면 알겠지.' 고개를 젓고 새로 생긴 심미안 퀘스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퀘스트는 나름 간단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 가방, 신발 같은 물건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보정이 되는지 브랜드나 액면가가 떠올랐다. 쉽게 말해서, 한 여자의 가방이 좋아보여 유심히 지켜보면, 그 가방의 대략적인 가격이 유추된다. 혹은, 딱 봐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로고의 제품을 쳐다보면 저게 대충 정품인지, 가품인지, 미세한 차이점도 확인이 가능했다. '진작 고를걸...' 여태까지 뽑은 특성 중 선구안 다음으로 유용한 특성인 것 같다. '선구안이랑 시너지가 좋아...' 맞다. 선구안으로 대략적인 사람의 인상이나 감정을 파악하고, 심미안으로 그 사람의 외적인 요소를 구분할 수 있으니 거의 치트키급 능력이 됐다. 비록 1레벨이라 아직은 어설픈 감이 있지만 5레벨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저 여자가 신은 신발은 짭퉁이네! 로고가 살짝 삐뚠 것 같은데..?'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스캔을 하다보니 어느덧 8시가 되었다. [유주] -급하게 출근한다고 폰 확인을 못 했어!... 미안해~ 진동이라 폰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유주의 부재중 연락이 와 있었다. 발송 시간을 보니 2시간 전에 연락을 한 것 같았다. 기다리던 난 바로 통화를 눌러 유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거리는 벨소리가 한참이나 울려도 받지 않는 유주. '일부러 안 받나..?' 무의식적으로 찌푸려진 미간을 펴가며 기다려보았지만 결국 음성사서함 메시지가 나왔다. "하아...." '일하고 있어서 그런가..?' 휴대폰을 쳐다보며 고민하길 잠시... 혀를 차곤 가게로 향했다. '연락 오겠지.. 안 볼 것도 아니고.' "오~ 민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 실장님 안녕하세요. 손님 오신다네요. 방 하나 세팅해주세요." "땁이야?" "잘 모르겠어요. 저번에 한 번 오셨다는데 누군지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럼 일단 작은 방으로 준비해 놓는다?" "음... 네." 손님이 혼자 오시냐는 실장님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결국 작은 방으로 준비해 달라고 전했다. 로비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무니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동시에 연기를 내뱉었다. 칙칙 후우우우우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맞다. 너 어제 어디 갔었어. 흐흐..." 능글맞게 웃으며 물어보는 실장님의 물음에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냥... 손님이랑 얘기 좀 하다 집으로 갔어요." "흐흐흐.... 유정이랑 있던 거 아니고?" "......어떻게 아셨어요..?" "뭘 어떻게 알아 임마. 흐흐.. 내가 유정이랑 그래도 일 년을 봤는데." "아....." 유정이 누나가 우리 가게 옆에서 바를 한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준호 형과도 친하고 실장님이랑도 친한 게 아주 마당발인가 보다. "잘 알아요?" "유정이? 잘 알지." "어때요..?" 내 함축적인 물음의 뜻을 이해했는지 미간을 좁히시며 고민하시는 실장님. 담배에 불을 붙이시곤 날 바라보더니 애매하게 웃으신다. "글쎄.... 민우야 근데, 손님이랑 연애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아. 특히 같은 화류계는. 뭐... 물론 네가 좋아서 만나는 거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대부분 끝이 별로 안 좋아." "왜요..?" 후우우우우 "너가 아직 일한 지가 얼마 안 돼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막말로 서로 술 따르는 직업에 매일 취해서 헬렐레 거리는데, 그런 상태에서 서로 믿음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냐... 물론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고." "그냥 서로 배려하면서 만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매출은... 왜요?" "그게 쉽지가 않아서 다들 헤어지는 거지.. 매출은 반대로만 생각해봐도 이해되지 않나?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가씨라 치고, 모르는 남자가 매일 그 아가씨를 불러서 술을 마시면 누가 좋아해. 아무리 배려해 준대도 나중 가선 무조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 "음...." 실장님이 말해주는 진지한 이면에 깊은 탄식이 나왔다. "물론 만나지 말라는 건 아냐. 막말로 네가 스무 살인데. 팔팔한 나이에 풀 것도 풀고 해야지. 대신 너무 정 주지 말란 소리야. 진심으로 만나면 둘 중 하난 결국 졸업을 해야 돼. 그게 아니면 무조건 헤어지는 거야." 실장님의 말에 유주와 유정이 누나를 생각해 봤다. 유주는 아가씨. 유정이 누나는 바 사장님. 만약 둘을 다른 남자가 옆구리에 낀 채 술을 마신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좆같을 것 같은데..?' 별생각 없이 만나고 있는 지금도 떠올리면 기분이 묘한데, 막상 진심으로 바뀌었을 땐 어떤 감정이 나올지 예상이 됐다. '아예 만나질 말아야 된다고..?' 유주와 유정이 누나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퀘스트는 둘째치고 벌써부터 마음이 공허한 느낌이다. 물론, 내가 둘을 졸업시키고 집에만 있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글쎄... 내가 과연 그 두 명의 소비를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됐다. '유주도 씀씀이가 작진 않고... 유정이 누나는 말해 뭐해.. 오피스텔도 구해준다는 사람인데..' 후우우우우 고민이 깊어진다. 과연 내가 그 둘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인지도 확신이 안 섰다. 위이잉 휴대폰에 울리는 진동. 아까 연락 왔던 모르는 번호다. "네, 여보세요." "어 민우야. 누나 가게 앞이거든? 세팅 해놨지?" "네. 바로 들어오시면 돼요." "응~~" 텐션이 살짝 높은 상대의 목소리를 들으니 고민하던 생각이 날아갔다. '그래.. 저런 건 나중에 생각해. 지금은 일 해야지.'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을 바라보니 고급진 실루엣이 보였다. "아... 누님!" "오랜만이네~~" 여배우 닮은 누님. 강남 오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셨던 누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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