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6화 주제파악.
6화.
통화를 마친 후 집 밖에 나와 한적한 도로를 걸으며 미래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강남은 아직 아닌 것 같아… 특성들을 더 배우거나 물약들로 성장을 좀 더 하고... 지금은 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서 하던지 해야지. 괜히 자존감만 낮아지고… 뱁새 쫓는 황새 꼴이야…’
이제야 현실을 직시했다.
가게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과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버린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캔을 들고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오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아까는 죄송했어요. 제가 오늘 정신이 너무 없었네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변명 아닌 인사를 덧붙인 뒤 테이블 위를 힐끗 보고, 술이 몇 병 없는 걸 확인해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런 민우를 보던 여자는 이내 같이 편의점으로 따라오더니 몇 가지 과자와 맥주를 추가로 더 고르고 계산대에 가져가서는 카드를 내밀었다.
삑
-32,900원입니다.
“이걸로 결제해주세요.”
이내 민우가 어어어… 하는 사이 결제를 마친 여자는 민우를 한 번 쳐다보곤 싱긋 웃으며 봉투를 건넸다.
“가요, 내가 먹자 했는데 이 정도는 내가 내야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이게 맞나…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봉투를 받아서 여자를 따라갔다.
“잘 마실게요..”
“잘 마시세요!”
여자의 실없는 농담을 들으며 테이블 의자에 앉아 캄캄한 밤 배경을 한 번 둘러보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크으으…”
혼자 마실 때와는 사뭇 다른 듯한 청량감에 감탄한 채 해맑은 여자를 힐끗 살피며 속으로 내심 부럽다고 생각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런데?”
“저 민지아예요.”
“저는 김민우입니다. 20살이에요.”
“하하, 저는 26살이에요. 제가 누나네요.”
스물여섯이라는 민지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듯 편하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무슨 일 있었어요? 저번 버스에서 볼 때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민지아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그냥요..”라고 말하며 맥을 끊었다.
‘그냥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사색에 잠기듯 허공을 바라보는 민우를 빤히 쳐다보던 민지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자신이 왜 술을 마시러 나왔는지 설명한다.
“….회사에.. 이렇게 돼서… 그런 거예요..”
‘음… 나보다 더 사연이 깊었네… 나야 시스템이 있으니 언젠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도 막연하게나마 있지…’
민지아의 말을 천천히 들으며 술을 한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2시가 지났다.
삐빅-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일일 퀘스트가 전달되었습니다.
사람과 대화 나누기
동일한 상대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동성과 대화를 나눌 경우 3시간
이성과 대화를 나눌 경우 1시간
클리어 포인트 +1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루 동안 적응이 된 건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스템의 퀘스트를 바라보며 속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닫았다.
‘한참 진지한 얘기하는데 퀘스트 꿀이라고 좋아할 순 없지..’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 즈음. 민지아는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듯 비틀거리며 일어나 말했다.
“저 이제 슬슬 가볼게요. 시간도 벌써 12시 30분이네요..”
‘…?! 지금 가면 퀘스트 못 깨잖아!!’
뒤돌아가려는 민지아를 바라보며 빠르게 고민하던 민우는 결국 자리에 벌떡 일어나 민지아를 따라간다.
“집이 어디신데요? 좀 드신 것 같은데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순간, 게슴츠레한 눈으로 째려본다..
억울해서 몸이 벌벌 떨리지만 대뜸 퀘스트를 말할 순 없으니 잠시 고민하다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무 늦었으니까 그러죠… 그냥 데려다만 드릴게요. 깜깜하니까..”
“진짜 데려만 주시는 거죠?”
“네네…”
우여곡절 끝에 승낙을 받았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뒷모습을 보며 따라 걷는다.
문제는… 민지아의 집이 10분 거리였던 걸까…
‘아오 씨… 대체 왜 이러냐고… 15분만 더 있으면 되는데..!!!’
“저 저… 15분만 저랑 대화 좀 해주시면..”
“…..”
.
.
.
결국 어찌저찌 민지아의 집으로 들어왔다.
일말의 사심도 없는 순수 퀘스트 목적이지만, 결백하다는 걸 한참이나 설명하고 허락을 받았다. 처음 온 여자 집에 뭔가 감개무량하면서도 그렇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저 혼잔데 무슨 실례예요. 그래서 15분에서 방금 5분 지났으니 10분 남은 건가요?”
무언가 다 안다는 듯 쳐다보는 민지아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은 현재 을이라는 생각에 시스템을 힐끗 훔쳐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맞아요! 10분만 지나면 바로 갈게요.”
설명을 하고선 대충 신발을 벗은 채 식탁 의자에 앉아 집을 둘러보다 시원해진 발에서 문득 드는 찌릿함에 뒤꿈치를 쳐다본다.
처음 신어 본 구두로 출근해 이리저리 움직이다 하루가 지나니 뒤꿈치에 물집이 잡힌 건지 양말의 뒤쪽이 빨갛게 물들었다.
‘음… 하긴 오늘 계단 많이 오르락내리락했었지…’
식탁에 있는 휴지를 뽑아 뒤꿈치를 누르며 피를 빼고 있으니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민지아가 그걸 보고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피가 갑자기 왜 나요? 어디 부딪혔어요?”
“아.. 아니에요. 구두를 처음 신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봐요.”
설명을 들은 민지아가 방에 다시 들어가더니 데일밴드 두 개와 후시딘을 챙겨와 바닥에 자리를 잡고 발라준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슬쩍 보이는 옷너머 가슴골에.
생각보다 더 가슴이 크구나… 하던 중, 갑자기 치미는 성욕과 호빠에서 본 여자가 겹치며...
고간이 부풀어 버렸다….
종아리를 잡은 채 그 모습을 정면으로 지켜보던 민지아는 고개를 살짝 올리며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본다..
“저.. 저… 이건 고의가 아닌…”
“으아아악!!”
결국 쫓겨나 버렸다.
‘그래도 퀘스트는 깼으니까 이득..’
상점에서 바로 외모 비약을 구매해 마시며 집으로 가는 길. 왠지 다난한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피곤하진 않은 오늘이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
.
.
***
조그만 매트리스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시간이….‘
시간을 보니 오전 9시. 오늘은 조금 바쁘다.
알바도 간 다음 그만둔다고 말해야 하고, 어느 호스트바에서 일을 할지 지역도 알아봐야 한다.
우선 어제 간 강남은 당분간은 안 가기로 결정했다.
내 현재 깜냥으론 도저히 무리다.
나중에 대략 외모 60점, 키 180 조건이 맞춰지면, 그땐 당당하게 재입성해볼 생각이다.
“전생의 업”
명명: 전생의 업
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20세 남성
외모: 49/100
특성: 말재주 3,
상점
퀘스트
“어제 마신 비약 잘 적용됐고. 흠… 음?”
말재주가 언제 3레벨이 됐다.
‘특성’
특성을 정하실 수 있습니다.
미지정된 특성은 기존 특성이
일정 레벨 5 이상에 도달 시 해금 가능.
노래, 말재주, 주량, 춤, 분위기, 외 30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나오질 않네..’
아마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매일 주는 일일 퀘스트를 깨면 성장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2일 만에 3레벨 올랐으면 나머지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스템이 주는 일일 퀘스트도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특성을 기준으로 주는 건지 하루에 하나만 주는 건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으니.
“특성마다 줘야 할 텐데…”
지금 내게 남아있는 돈은 백만 원도 안 된다…
기존의 일을 하려 해도 호스트바 관련 직이 아니면 시스템이 취소된다 하니 투잡할 게 아니라면 얼른 초이스가 되어야 한다.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빠르게 씻고 알바를 해결하러 가야겠다.
.
.
.
***
후우우우우
긴장을 조금 풀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알바하는 식당 뒷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생에 처음 해본 알바가 이곳인데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말해야 한다니 마음이 조금 무겁다…
“사장님~!”
가게에 들어가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민우 왔나.”
주변에서 일하시는 이모님들과도 인사하고, 송구스러운 표정을 한 채 사장님 앞으로 갔다.
“저…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와, 무슨 일인데 갑자기 그만두노.”
“급한 사정이 생겼어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생긴 건 조금 무섭지만 평상시에도 고아라는 편견 없이 잘 대해주시던 사장님이라 마음이 괜히 씁쓸하다.
사장님은 내 표정을 빤히 쳐다보시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다.
“뭘 하던 열심히 해보그라. 기죽지 말고.”
“…네”
죄송해서 오늘까진 일을 하고 간다 했는데 사장님은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대신 밥이나 마지막으로 먹고 가라 하셔서 이빨을 괜히 꽉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비어있는 룸에 앉아 갖다 주신 고기와 찌개를 먹고 남아있던 월급 14만 원을 받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봉투를 열었더니 생각보다 큰 액수에 연락을 남겼다.
열심히 일해서 주신 거라는데
나중에 꼭 은혜를 갚으러 오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