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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낯선 얼굴, 잊을 수 없는 그림자


* 파란 하늘 아래, 구름을 가르며 국제선 비행기가 천천히 활주로로 내려앉았다. 거대한 동체가 진동을 울리며 착륙하는 순간, 창가에 앉아 있던 석도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유학 생활, 드디어 끝이구나. 수많은 강의와 실습, 향과 맛을 구분해내는 바리스타 훈련이 눈앞을 스쳐갔다. 머릿속엔 오직 한 문장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커피는 키스보다 황홀하고, 와인보다 달콤하다.’ 바흐의 문장. 그 말이 가슴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도빈은 아직 알지 못했다. 때로는 키스가 커피보다 더 황홀하고, 섹스는 와인보다 더 달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항 게이트 앞, 검은색 캐리어 하나를 세워두고 그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야! 도빈! 석도빈!” 작은 경차 한 대가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멈춰 섰다.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여자가 있었다. 남이현.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활달한 인상이 여전했다. 도빈은 씨익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남이현… 역시 변함없네.’ 이현의 차에 올랐다. “야! 석도빈. 드디어 귀국이구나. 유럽 물 먹더니.... 우와~‘ 이현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도빈의 몸을 스캔했다. 벌어진 어깨, 단단한 가슴. 보이지는 않지만 초콜릿 복근. 그리고. 더 단단한... “오올~! 석도빈 남자가 됐네!” 석도빈도 운전대를 잡은 남이현을 슬쩍 훑어내렸다. 운전석 때문에 말려 올라간 짧은 미니스커트 아래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관능적이었다. ‘아... 남이현도 여자가 다 됐네....’ 도빈은 슬쩍 고개를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다리를 훑은 사실을 숨기듯이. 이현은 이미 그의 시선이 지나간 곳을 알고 있었다. 한 손으로 스커트를 정리하는 듯, 일부러 허벅지를 조금 더 드러냈다. * 다음날 도빈은 도심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7층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 1층엔 네온사인 대신 은은한 붉은 조명을 켠 24시 카페. 간판엔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Café Red Fatal <카페, 레드 파탈> 그 카페는 남이현이 알바하는 곳이었다. 유리 너머로 따스한 불빛과 커피 향이 흘러나왔다. “이현아, 남이현! 오늘 물류 주문 잊지 말고!” 안에서 날카롭지만 묘하게 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장님!” 이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도빈은 문 앞에 서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입꼬리가 무심히 올라갔다. ‘레드 파탈… 이름부터 강렬하네.’ 스테인리스 머신기에서 커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여자는, 석도빈의 시선을 한 눈에 붙잡았다. 늘씬한 몸매, 풍만한 곡선, 요염한 기운이 전신에서 풍겨 나왔다. 검은 머리를 묶어 올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도빈과 시선이 마주쳤다. “어서 오세요. 레드파탈입—” 여자의 목소리가 순간 끊겼다. 그녀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입술도, 손끝도 미세하게 떨렸다. ‘백석현…?’ 카페의 주인, 채여린의 머릿 속에 오래된 이름이 번개처럼 스쳤다. 삼 년 전, 영원히 사라진 얼굴.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선 남자는 그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굳어버린 여린을 향해, 뒤에서 이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 도빈아! 왔구나! 사장님, 말씀드린 석도빈이에요. 제 친구.” 도빈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온 석도빈입니다.” 여린은 숨을 삼켰다. ‘아… 그렇지. 백석현일 리가 없지. 석도빈이라잖아.’ 면접은 시작부터 까칠했다. 채여린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유학? 어마어마하네. 그런데 왜 이런 동네 커피집에서 알바 보겠다는 거야?”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이론 공부와 실전은 다르니까요.” “맘에 안 들어. 별론데.” “저, 잘할 수 있습니다. 오래 할 수도 있고요. 한두 달 찍먹 하다가 그만두는 놈 아닙니다.” “학벌 때문에 금방 튈 거 아냐? 생긴 것도 맘에 안 들어.” “네? 제… 얼굴이요?” 여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볼수록 닮았어. 그이랑… 삼 년 전 사진에서 막 걸어 나온 것처럼...’ 여린은 얼른 생각을 접고 틱틱 말을 뱉었다. “그래. 누구 맘대로 그 따위로 생겼니?” 도빈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이내 웃으며 대꾸했다. “서비스업에 맞게 외모에 신경 쓰겠습니다! 월급 타면 옷도 사고, 관리도 좀 하고…” “안 돼. 어쨌든 불합격이야.” “아… 알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돌아서려는 그를, 여린은 다시 불러 세웠다. “매니저 해라.” “네?” “그 스펙에 알바가 뭐니. 알바는 불합격, 대신 매니저 해. 시급 두 배 쳐 줄게. 할래, 말래?” “아, 합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도빈은 자신도 모르게 여린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꾸벅 인사를 했다. 여린은 차갑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이 손 놔. 매니저 따위가 사장 손 함부로 잡으면 해고 사유야.” “앗,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여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야, 얘… 손 잡은 느낌도, 그이랑 똑같잖아. 미치겠네…’ “저 그럼 언제부터 근무하면 될까요?” 여린은 일부러 더 차갑게 말을 건냈다. “당장 앞치마 둘러. 지금부터 일 해. 아, 아니다. 일단 고시원 짐 빼서 여기로 와. 7층에 직원 숙소 있으니까 남이현이랑 함께 써. 괜찮지 이현아?” 이현이 환하게 웃으며 얼른 대답했다. “그럼요~ 빈 방 많은 걸요.” 직원 숙소는 건물 7층, 24평짜리 집이었다. 703호. 방 세 개에 욕실 하나. 도빈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와 문을 열었다. 침대 위엔 스타킹과 팬티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도 지금 혼자 사용하는 남이현의 것이 틀림없었다.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남이현. 휴대폰 너머로 이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왔다. “야, 도빈! 안방은 내 방이거든. 넌 입구 방 써. 내 방 건드리면 죽는다? 특히 좌탁 같은 거 절대 열지 마!” 그런데 바로 앞 안방 문은 크게 열려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시선이 닿은 곳, 살짝 열린 좌탁 서랍 안에 걸려 있는, 익숙한 외형의 딜도. 그건.... 여자들이 쓰는 남자 대용품. 도빈은 괜히 자기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아… 기집애. 괜히 말해서 더 신경 쓰이게 만들어 놓고…” 그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안쪽 작은 방문을 열었다. 작은 침대 하나, 아무 것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 가진 것 단 하나도 없는 고학생 출신의 자기 신세와 딱 어울린다. 싶었다. * 밤. 703호와 반대쪽에 있는 훨씬 큰 평수의 701호. 화려한 인테리어로 장식된 거실을 지나 커다란 안방의 넓은 침대 위에서 여린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우우우웅---’ 여린이 두 손으로 꼭 쥔 바이브레이터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 소리는 3년 전, 이별을 떠난 석현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듯했다. 여린은 상상 속에서, 그이와 몸을 섞고 있었다. 바이브레이터가 석현이 되어 한껏 벌린 그녀의 다리에서 울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한 팔로 뒤를 짚은 채, 한 손에 쥔 바이브로 붉은 고개를 내민 클리토리스를 지긋이 눌렀다. 클리에서 찌릿한 쾌감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아… 아흑….” 울음 같은 신음. 활처럼 휘어진 그녀의 몸이 전율했다. 클리에서 빙그르 돌던 바이브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연분홍 작은 꽃잎 같은 대음순 사이로. 질 안의 주름마다 쏟아낸 애액이 바이브를 적시고 엉덩이 골을 타고 애널까지 흘렀다. 바이브가 질구를 벌리는 듯 하더니 거칠게 안으로 박혀들었다. “아흑!” 석현의 스타일이었다. 첫 삽입은 언제나 거칠었다. 과격한 쾌감이 고통을 덮어버릴 정도로. 바이브의 끝이 질구를 지나 천정의 좌표에 두드렸다. 쾌감의 좌표. 지스팟. “으윽! 윽! 윽! 윽!” 여린의 손이 빨라질수록 쾌감도 더 크게 폭발했다. 보지에 퍼지던 쾌감이 골반 전체를 휩쓸었고, 다시 온몸으로 퍼져 머리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온통 고압전류처럼 터져나갔다. “서, 석현씨!” 마침내 절정. 스팟에서 질과 클리, 온몸의 세포들이 쾌감에 비명을 질렀다. 여린은 온몸이 경직되어 허리만 펄떡펄떡 튀었다. 여전히 진동하며 박혀있던 바이브가 끈적한 애액에 범벅이 된 채 그녀의 보지에서 툭 떨어질 때 애액이 길게 늘어져 흘렀다. 절정의 스파크가 온몸을 훑고 지나가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흐트러진 시선이 맞은편 벽에 걸린 결혼사진을 향했다. 여린의 몸은 아직 쾌감의 여운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을 채우는 바이브레이터의 멈춘 소리와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그녀가 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석현의 체온, 그의 목소리, 그의 존재가 없는 빈자리가 사무치게 외로웠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축축한 손바닥에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가 묻어 있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그녀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결혼사진 속 석현의 미소는 여전히 행복했지만, 그 미소는 그녀의 외로움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었다. 그 외로움의 끝에 자꾸 한 사람이 떠올렸다. 석현이 아닌, 석현을 닮은....... * 다음날 야간을 담당하게 된 도빈이 오후 알바인 이현과 교대하려고 카페로 출근했다. 앞치마를 두른 도빈이 머신을 다루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그의 손길은 능숙했다. 이현의 눈이 반짝였다. “우와… 뭐야, 너 멋있다.” 도빈은 갸웃하며 맛을 보았다. “괜찮네. 산미는 거의 없고 후미가 강하네. 에디오피아에 콜롬비아… 브라질까지 블렌딩했나?” “헉, 먹어보고 그걸 다 알아?” “에스프레소로는 조금 약한데, 아메리카노나 라떼엔 괜찮을 거야.” 그때, 레깅스에 브라탑, 위에 짧은 가디건을 걸친 여린이 들어왔다. “아아, 제일 큰 걸로 한 잔.” 도빈이 내민 아아를 한 모금 마셨다. “쳇! 이탈리아 학위 별 거 없네. 이현이가 내린 게 더 맛있다야.” 통, 여린은 괜히 도빈을 한 번 째려 보고는 카페를 나갔다.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길에 커피를 가지러 온 것이었다. 이현은 도빈을 향해 미소 지었다. “사장님 멋있지? 여자가 봐도 참…” “까칠까칠. 뭐,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 “그러게. 다른 사람한테는 따뜻한데 너한테만 그래. 많이 배워서 질투하나 봐.” * 봉을 잡고 몸을 휘감으며 운동하는 여린의 몸짓은 관능적이었다. “오늘 왠지 표정이 환하시네요. 좋은 일 있으셨어요?” 필라테스 강사의 말에 여린은 괜히 웃음을 흘렸다. “좋은 일 좀 있었음 좋겠네. 그냥 열심히 해서 그런 거지.” 정말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실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그녀는 눈을 감았다. 강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오늘 나는 예뻐 보이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도빈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을 어루만지듯 쥐고 살짝 힘을 주었다......가,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란 여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뭐야? 내가 왜.....?’ * 심야의 카페. 몇몇 카공족들이 노트북을 켜 두고 공부 중이었다. 머신 앞에서 레시피를 외우던 도빈한테 이현이 말했다. “벌써 열 두시가 넘었네. 너 혼자 괜찮겠어?” “괜찮아. 손님도 별로 없는데 뭐. 너야말로 오버타임 너무 오래했다. 나 유학 짬밥 있잖아. 왠만한 건 다 외웠어.” “그래, 그럼 수고하고. 급한 일 생기면 전화 해.” 세시간이나 더 오버타임 해준 이현이 7층으로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문이 거칠게 벌컥 열렸다. 짧은 미니 원피스 차림, 술에 취한 여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안녕, 나 왔지롱~” 도빈은 정중히 맞았다. “어서 오세요. 레드 파탈입니다.” “아우, 씨박!” 도빈을 본 여자가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얇은 팬티가 드러났다. 빨간색. 도빈은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떨리며 중얼거렸다. “서… 석현 씨?” “전 석도빈입니다만....?” 겨우 일어난 그녀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얼굴은 이미 달아올라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 없는 빛으로 번들거렸다. 술 냄새가 공기와 함께 퍼져 도빈의 코끝을 찔렀다. “와아~ 진짜… 와, 리얼… 대박!” 혀가 꼬부라져 단어마다 길게 늘어졌다. “어쩜 이렇게 닮았냐, 응?” 도빈은 당황스레 눈을 깜빡였다. “…제가요? 누굴요?” “여기 사장!” “채여린 사장님이요?” 명숙이 손가락으로 아무렇게나 카운터 쪽을 가리켰다. 컵에 맺힌 물방울처럼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끄억— 여린이 남편! 아니 전남편! 그러니까… 사별한 남편!” “네?” 놀라운 이야기에 도빈은 숨을 훅 들이켰다. “사장님이… 사별하셨어요?” “몰랐어? 그럴 만하지. 아, 네가 새로 온 그 친구구나. 난 여린이 절친 한명숙!” 명숙은 씨익 웃다가, 갑자기 도빈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술에 젖은 손끝이 뜨겁게 닿았다. “여린이 이 기집애, 못생긴 놈 히나 알바 들였다더니....... 근데 있잖아, 너 못생긴 게 절대 아니야. 아니 아주 잘 생겼지. 마치 여린이 남편처럼…” 명숙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때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화면을 보자마자 그녀의 목소리이 톤이 싹 바뀌었다. “뭐? 마셨다! 그게 왜! 너는? 응? 내가 찾을 땐 생까더니 왜 이래라 저래라야!” 한명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치 싸움판 같은 대화였다. 뚝. 전화를 끊어버린 그녀가 휴대폰을 높이 들어 보이며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절주절 읊었다. “응, 내 남친! 십 년 가까이 됐는데, 이제 지긋지긋하다야.” 그러나 다시 휴대폰이 울렸고, 이번에는 문밖으로 나가 고함을 질러댔다. 잠시 후, 문을 살짝 열고는 차 키를 흔들며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나 간다. 자주 보자.” 도빈은 깜짝 놀라 황급히 뒤따라 나갔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는 명숙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안 돼요! 술 드시고 운전하시면 큰일 납니다. 대리 불러 드릴게요!” 명숙은 흐릿한 눈으로 도빈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누구? 오홍~ 백석현 닮은 도반이? 아니, 도백이였나? 흐흐, 끄윽~” “도빈이에요. 어쨌든 운전은 절대 안 됩니다.” “오… 나 챙겨주는 거야? 니가 내 남친보다 낫다야~” 그녀는 갑자기 도빈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갑자기 술에 젖은 입술이 그대로 그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읍…!” 순간 도빈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술 냄새와 달아오른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그녀는 한 손으로 차 뒷문을 열어젖히더니, 그대로 도빈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털썩— 몸이 좌석 위로 떨어졌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명숙의 그림자가 덮쳐왔다. “아, 이러시면… 읍, 흐읍… 가게로 돌아가야…” 거부하려는 목소리는 곧 그녀의 입술에 막혔다. 명숙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키스를 퍼부었다. 뜨겁고 거칠었다. 오랜 세월 쌓인 불만과 취기가 뒤엉켜 불꽃처럼 번졌다. 도빈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의 몸은 저항과 본능 사이에서 갈피를 잃었다. “흐읍… 안… 돼요…” 그러나 명숙은 이미 도빈의 바지를 잡아끌어 내리고 있었다. 툭— 바지가 팬티와 함께 허리를 벗어난 순간, 우람한 자지가 튀어올랐다 “뭐니? 싫은 척하더니, 벌써…” 하더니 입을 딱 벌렸다. “너....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커? 어머머, 점점 더....?” 정말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 그게 아니고… 남자는… 당연히… 만지면 서는....” 변명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진짜... 크고... 뜨거워.... 미치겠......” 그녀의 입술이, 뜨거운 혀가, 그대로 그의 자지를 삼켰다. 입술은 자지를 압박하며 위 아래로 움직이고 혀는 귀두를 핥으며 귀두 아래 쾌락의 끈을 좌우로 흔들었다. 츄릅, 츄릅— 흠뻑 젖은 소리가 밀폐된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읍… 하…!” 도빈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두 눈을 감았다.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명숙은 자기의 보지가 철철 젖어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얇은 팬티은 견디지 못하고 주르륵 허벅지로 애액을 흘렸다. 흥분한 그녀의 혀가 더 강력하게 도빈의 자지를 감았다. 감고 물고 조이고, 흡판처럼 자지를 빨아들였다. 찰나가 영원 같고 영원이 찰나가 되는 듯 했다. 쩌엉-- 한순간 도빈의 이성이 끊어지고, 파도가 몰아치듯 절정이 몸을 휘감았다. 뿌륵- 뿌륵- 자지에 가득 차 있던 정액이 명숙의 입안에 터져나갔다. 벌떡거리는 자지의 꿈틀거림과 목젖을 적시는 정액을 명숙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머리 속이 함께 멍한 우주를 유영했다. 숨 가쁜 고요가 차 안을 메웠다. 명숙이 먼저 입가에 흐른 정액을 닦으며 도빈을 올려다봤다. 도빈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무겁게 숨만 몰아쉬었다. “그... 그래도 운전은 안 돼요.” 그 상황에서 할 말이 아니었지만, 그 상황에서 그것 말고는 달리 할 말도 없었다. “후훗. 너도 참.....” 명숙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피곤하게 웃었다. “…알았어. 그냥 차에서 잘래. 열쇠는 가져가.” 그녀의 손에서 차 키를 뺏으며 도빈은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차 문을 닫고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온몸에 남은 감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 미쳤어… 미쳤어!” 명숙은 홀로 차 안에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남친도 있는데… 오늘 처음 본 애랑… 왜?” 거울에 비친 얼굴은 달아올라 있었고, 눈가는 젖어 있었다. “…석현 씨를 닮아서 그런가.”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남친이었다. 목소리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응, 알았어. 여린이 가게 앞이야. 응, 대리 부를 거야. 걱정 말고 자.” 전화를 끊은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차 안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편, 카페 안으로 돌아온 도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머릿속이 아득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거 꿈은 아니지?’ ‘오늘, 근무 첫날부터 나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방금 있었던 그 일이 시간의 저편처럼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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