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 멎던 숨, 돌아오는 밤
몸이 식어 가는 게 느껴진다. 눈앞이 까맣게 꺼졌다가 하얗게 번쩍이는 걸 반복한다. 뇌가 모자란 산소를 호소할 때 세상은 이렇게 간헐적으로 꺼졌다 켜지는구나, 그런 생각마저 느릿하다. 이미 영혼은 너덜너덜해진 육체를 놓기 직전이었다. 괴로움에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는다. 더는 너무 힘들다. 이제는 숨이 아예 붙지 않는다.
여기까지다. 여기까지인 거다. 멎은 숨에 몸을 맡긴다. 연신 딸꾹질을 하는 것처럼 온몸이 제멋대로 움찔거린다. 쇼크가 온 듯하다. 이제 정말로 심장이 멈춘다. 이미 식은 몸은 더 싸늘하게 식을 터였다. 소리를 내지르고 싶을 만큼 괴로운데, 그것조차 안 될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죽음이었다. 눈꼬리에 매달려 있던 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모든 감각이 멈추는 순간—
“윽!”
늑골을 향해 강한 충격이 밀려든다. 으드득, 어딘가 금이 가는 소리가 난다. 숨이 막 터져 나온다. 입술 사이로 밀고 들어온 공기가 꽉 막힌 기도를 비집는다. 아프다.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아프다. 그런데 어쩐지 살 것 같은 기분이 아주 희미하게, 정말 희미하게 스며든다.
“안 돼, 안 돼요!”
젖은 셔츠에서는 땀과 소독약 냄새가 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저렇게 살리지 못해 안달일까. 연신 말을 거는 목소리에 짙은 간절함이 묻어 있다. 타고난 심성일까. 그런 걸 묻기엔 나는 너무 멀어졌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다시 정신을 꽉 붙든 윤서준이 이를 악문다. 으득, 뭔가 말캉한 것이 이 사이에서 부서지는 느낌과 함께, 그 남자의 짧은 신음이 스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곁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움켜쥔 보조의의 표정도, 이 광경을 지켜보는 수사관들의 얼굴도 좋지 못했다. 옆으로 다가선 동료가 낮게 묻는다.
“심정지 된 지 얼마나 지났어?”
“20분.”
짧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사실, 분석 결과가 나오도록 상황이 여전한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뒤늦게 반응 없는 화면을 확인한 담당의가 가운 자락을 움켜쥔다.
“사망 선언하겠습니다.”
그제야 손을 멈춘 의사가 지친 얼굴을 든다. 다른 사망 환자들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직 찾지 못한 두 구의 시신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그는 허망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긴다. 어디를 보는지 모르는 눈은 초점을 잃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