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 도시정화 프로토콜 (1)
2045년 서울의 거리는 완벽하게 깨끗했다.
껌 자국 하나,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 위로 전기차들이 소음 없이 미끄러졌다. 홀로그램 광고판이 허공에 화려한 색채를 뿌렸고, 시민들은 무표정하게 제 갈 길을 갔다.
권도준은 이 완벽한 풍경을 보며 나지막이 욕설을 씹어 삼켰다.
“좆같은 세상.”
그는 이 ‘깨끗한 세상’을 설계한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국가상식위원회’ 산하, 도시정화 시스템 개발팀의 전직 수석 연구원.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 거리가 깨끗한 이유는 시민의식이 성숙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인간의 가장 저열한 욕망과 관음증을 동력으로 삼아 유지되는, 거대하고 뒤틀린 시스템 덕분이었다.
도준은 손에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내려다봤다.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액체가 절반쯤 남아 출렁였다. 그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는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낡은 건물들이 하늘을 가리는, 서울의 몇 안 남은 어두운 틈새. 이 골목의 CCTV는 구형이라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그의 작은 저항을 위한 완벽한 무대.
도준은 커피 컵을 든 손을 허공에 잠시 멈췄다가,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툭-
플라스틱 컵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뚜껑이 열리면서 남은 갈색 액체가 시멘트 바닥 위로 역겹게 번져나갔다. 그는 이 작은 오점을 보며 희미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 완벽한 시스템에 흠집을 냈다는, 지극히 사소하고 무의미한 자기위안.
그가 다시 큰길로 나가려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위이잉-
귀에 거슬리는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그의 머리 위로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도준의 표정이 굳었다. 고개를 들자, 잠자리처럼 생긴 신형 감시 드론이 공중에 떠 있었다. 단 하나의 차가운 코발트블루 렌즈가 정확히 그를 향하고 있었다.
‘젠장… 여기까지 배치했을 줄이야.’
곧바로 손목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차갑게 진동했다.
[알림: ‘공공질서 위반’ 감지.]
[오염원 번호: M-749301. 현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정화’ 대상이 됩니다.]
도준의 미간이 구겨졌다. 익숙하면서도 역겨운 문구였다.
‘오염원’.
‘정화’.
그가 직접 코딩했던 단어들이었다.
“씨발…”
어차피 걸린 거, 어쩔 수 없었다. 재수 없게 아무나 걸려서 대충 굴욕적인 ‘정화’를 당하고 끝내면 그만이다. 그는 디바이스를 조작해 ‘정화 앱’을 실행했다.
앱의 인터페이스는 경쾌하고 화려했다. 마치 소셜 게임 같았다. 수많은 ‘오염원’들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고, ‘정화자’들의 랭킹과 프로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도준은 자신의 ‘오염원 정보’를 터치했다. 위반 시간, 장소, 내용이 건조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새로운 알림이 떠 있었다.
[정화자 매칭 완료.]
‘벌써?’
보통은 몇 시간 정도 걸리거나, 혹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아 유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도준은 불길한 예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매칭된 정화자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ID: 서리]
[등급: 마스터 정화자]
[소속: 강남구]
[랭킹: 1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서리’.
그녀는 단순한 랭커가 아니었다. 이 뒤틀린 시스템이 낳은 가장 완벽한 괴물이자, 최고의 스타였다. 그녀의 ‘정화’ 영상은 다크웹에서 최고가에 거래되었다. 그녀는 단순한 배뇨 행위로 끝내지 않았다. 상대의 자존심과 영혼까지 분쇄해 버리는, 집요하고 예술적인 능욕으로 유명했다. 그녀에게 걸린 ‘오염원’ 중 일부는 사회적으로 재기 불능 상태가 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왜 하필. 이 수많은 오염원 중에 왜 하필 나를.
도준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그 순간, 디바이스가 다시 한번 짧게 진동했다.
‘서리’에게서 온 개인 메시지였다.
도준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열었다.
그 안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그래서 더 소름 끼치는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쓰레기는, 버려진 그 자리에서 바로 치워야 제일 깨끗한 법인데. 안 그래요?」
메시지 끝에 붙은 상냥한 이모티콘(😊)이 마치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도준은 골목의 어둠 속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설계한 시스템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 이제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24시간.
지옥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멈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선명하게, 초침 하나하나가 권도준의 신경을 칼날처럼 저미며 흘러가고 있었다. 등골을 타고 흐르던 식은땀은 이제 축축한 냉기가 되어 셔츠를 등에 붙였다.
「쓰레기는, 버려진 그 자리에서 바로 치워야 제일 깨끗한 법인데. 안 그래요? 😊」
그녀의 메시지는 그의 망막에 낙인처럼 새겨졌다.
‘버려진 그 자리에서.’
도망? 불가능했다. 이 도시의 모든 눈, 그가 설계한 시스템의 모든 신경망이 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저항? 누구에게? 이 시스템의 정점에 선 여왕에게?
도준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그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이 커피 컵을 떨어뜨렸던, 이 어둡고 축축한 골목으로. 바닥에는 아직도 그가 만든 갈색 오점이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 이곳이 그의 처형대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10분? 20분?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때였다.
골목 입구의 빛을 등지고, 한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소리도 없이, 그림자처럼.
그녀는 천천히 걸어왔다. 또각, 또각. 아스팔트를 딛는 단정한 구두 소리가 골목의 정적을 갈랐다.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몸에 딱 맞는 하얀색 오피스룩.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은 차가울 정도로 맑았고, 그 위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건 무감정에 가까운 검은 눈동자뿐이었다.
한서리. ‘서리’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녀의 존재감은 주변의 공기마저 얼려버릴 듯 차가웠다.
그녀는 도준의 3미터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가치를 감정하는 감정사처럼. 그 시선에는 욕망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호기심과, 이제부터 시작될 ‘작업’에 대한 전문가적인 집중력만이 담겨 있었다.
“권도준 씨, 맞죠?”
그녀의 목소리는 벨벳처럼 부드러웠다.
“국가상식위원회 시스템 개발팀 전 수석 연구원. 도시정화 프로토콜의 아버지.”
도준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날 아나?”
“그럼요. 존경하고 있었는걸요.”
서리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도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직접 ‘정화’받는 기분은 어떠세요? 개발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텐데.”
“……원하는 게 뭐지? 돈인가?”
도준이 마지막 자존심을 긁어모아 물었다.
“이딴 짓거리로 버는 푼돈 말고, 진짜 큰돈을 만지게 해 줄 수 있어. 시스템의 허점, 내가 제일 잘 알아.”
서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아이처럼 맑게 웃었다.
“어머, 귀여우셔라.”
그녀는 핸드백에서 라텍스 장갑을 꺼내 우아하게 손에 꼈다.
“돈? 그런 더러운 건 관심 없어요. 난 그냥… 더러운 걸 깨끗하게 만드는 게 좋을 뿐이에요. 특히, 자기가 더러운 줄도 모르는 쓰레기는 더더욱.”
그녀의 시선이 바닥의 커피 자국으로 향했다.
“자, 권도준 씨. 당신이 만든 시스템의 룰이에요. 무릎 꿇으세요.”
“뭐?”
“정화는,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죠. 당신이 어지른 쓰레기 앞에, 무릎 꿇고 경배를 표하세요.”
명령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지배자의 목소리.
도준의 이성이 저항했지만,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그의 무릎을 꺾었다.
털썩.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감촉이 바지를 뚫고 무릎에 와 닿았다. 그는 자신이 버린 쓰레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수치심에 얼굴이 불타는 것 같았다.
“착하네요.”
서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제 그녀의 구두 코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천천히 스커트 옆의 지퍼를 내렸다.
치익-
금속성 소음이 도준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스커트를 벗어 바닥에 단정히 개어 놓았다. 하얀 블라우스 아래로, 검은색 스타킹과 속옷만 입은 매끈한 하체가 드러났다. 완벽한 각선미는 도착적인 상황과 맞물려 비현실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당신 같은 ‘특별한’ 분을 위해, 오늘 아침부터 물 한 잔 안 마셨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아주 진하고, 따뜻할 거예요. 기대되지 않으세요? 당신의 피조물이 당신에게 내리는 첫 번째 성수인데.”
서리는 도준의 바로 코앞에 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스타킹과 속옷을 한 번에 끌어내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그녀의 무방비한 중심부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음모 사이로, 수줍게 자리한 분홍빛 속살과 오줌이 나오는 작은 구멍, 요도구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도준은 숨을 삼켰다. 혐오감과 수치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비웃듯 피어오르는 배덕적인 흥분이 뒤섞여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갔다.
서리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여왕이 죄인을 알현하는 듯한 오만한 자세였다. 그녀의 아랫배가 미세하게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자, 눈 똑바로 떠요. 권도준 씨.”
“당신이 만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지.”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괄약근이 이완되는 미세한 감각이 공기를 통해 전해졌다.
쉬이이이이—
가늘게 시작된 소리는 순식간에 세찬 줄기로 변했다. 밤새 농축된 진한 황금빛 액체가, 강렬한 수압으로 공기를 가르며 뿜어져 나왔다. 코를 찌르는,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리고 그 뜨겁고 비릿한 액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무릎 꿇은 권도준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시야가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뜨거운 오줌 줄기가 뺨을 때리고, 콧등을 타고 흘러내려 입술을 적셨다.
굴욕의 세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