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의 새로운 집(공사중)
진우형과의 실랑이를 끝내고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가불기를 쓰네.'
35살 형이 자기가 결혼 좀 하자고 말하는데 차마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딩동.
인터폰에 나온 사람은 어제 봤던 그 아저씨.
최민기 실장이었다.
최민기 실장님은 나를 데리러 차를 끌고 왔고 나와 형은 그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가서 몸 아프지 말고."
"……그러면 내쫓지 말든가."
"가서 누가 괴롭혀도 울지 말고."
"내 말 들리기는 하는 거지?"
분위기를 깨는 말에 형은 정색했다.
"거 마지막 인사인데 감동적으로 헤어지면 덧나냐?"
그렇게 말한 형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옆에 있는 최민기 실장님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형의 귀에 대고 다짐했다.
"만약 1년 이내에 결혼 못하면 이 집으로 다시 들어올 거야."
형도 내 귀에 대고 다짐했다.
"좆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최민기 실장님의 차에 탔고, 진우형은 여태껏 내가 본 얼굴중에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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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최민기 실장님은 백미러로 내 눈을 보면서 인사했다.
나는 차마 웃는 얼굴에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하루 만에 연락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저도 하루 만에 연습생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쫓겨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하하. 뭐 우리야 좋지."
"……"
"회사에 가면 숙소부터 작업실까지 전부 다 둘러본 다음에 계약서 작성할 거야."
"네."
"필요한 서류들은 진우가 해 뒀으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말고."
"그렇군요."
'아주 그냥 단단히 준비를 했었네?'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끊겼다.
나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재생했다.
'못해도 1년은 LM에 붙어서 살아야 하는데, 어떤 노래하는지 알고는 가야지.'
평일 낮인 만큼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목적지에는 금방 도착했다.
LM 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최민기 실장님은 자랑스럽게 회사를 가리켰다.
"여기야."
"이 건물 전체예요?"
"우리가 3대 기획사 급은 아니어도 바로 밑에정도는 돼."
"우와."
서울에 있는 10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쓰려면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할까.
우리 크루원들은 좁은 작업실 하나를 다 같이 쓰는데 뭔가 비교하니까 초라해졌다.
"들어가자."
"네."
최민기 실장님이 가장 먼저 소개해준 곳은 9층 연습실이었다.
"여기는 연습실. TV같은데 보면 나오는 연습실이랑 별다를 건 없어. 천장에 에어컨 있고 한쪽 벽면에는 유리 있고."
그런데 뭔가 TV에 나오는 연습실이랑은 다른 분위기였다.
'너무 깔끔한데.'
보통은 의자라도 한쪽에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문자 그대로 방 안에 물품이 없었다.
"뭔가 휑 하네요."
내 의문에 최민기 실장이 웃었다.
"하하하. 안무 연습하다가 발에 뭐 걸려서 넘어지기 쉽거든. 그러면 다치게 되고. 그래서 여기는 핸드폰만 들어올 수 있어."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한테 부상은 치명적이니까.
그렇게 연습실에 대한 설명을 끝낸 최민기 실장님은 나를 데리고 8층으로 향했다.
"8층은 왼쪽으로 가면 녹음실이고, 오른쪽에는 헬스장이야. 직원들이랑 같이 쓰는 곳이니까 알아 둬."
"어? 이거?"
작업실에는 내 눈을 끄는 물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 나온 신디사이저야. 알아보네?"
"와… 이거 구하기 엄청 어렵다고 들었는데."
내가 진우형한테 사달라고 졸랐어서 안다.
돈이 있어도 구하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할 만큼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참고로 우리 회사에는 2개 있어. 1번 방이랑 2번 방."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최민기 실장님을 바라봤다.
"만져 봐도 돼요?"
내 질문에 실장님은 웃으면서 답해줬다.
"아니, 계약서 쓰고 예약하면 쓸 수 있으니까 그때 한번 만져 봐."
"빨리 계약서 쓰죠."
"그래도 다 둘러보고 사인해야지."
"빨리 가죠."
우리는 녹음실 옆에 있는 헬스장까지 확인한 뒤에 6층 소품실이라는 곳도 찾아가 봤다.
"와아아……."
진우형이 나한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로 내가 가지고 있던 악기들이랑을 들이밀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더 좋은 악기들이 셀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여기도 예약만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곳이야."
"정말요? 대여료 안내도 쓸 수 있어요?"
'이런 거 만지려면 돈이 삭제가 되는데.'
"소속 아티스트들한테 이 정도는 해야지."
처음으로 진우형이 날 내쫓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정도면 정말 나를 위해서 보내줬다고 생각될 정도다.
"다 봤으면 가자."
"네."
#
7층 사장실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3~5층은 나와 관련이 없을 거라면서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아까까지는 이곳이 악의 소굴처럼 무서웠는데 지금은 무서움이 사라지고 기대감만 남았다.
"이번에 갈 곳은 숙소인데."
장비들에 저 정도로 돈을 쓸 정도면 숙소도 엄청 좋겠지?
'설마 1인 1실로 주나?'
나는 기대감에 실장님을 재촉했다.
"남자 숙소는 외부에 있다고 하셨죠?"
"그래……."
최민기 실장은 나를 데리고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와 옆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가 숙소야."
"네?"
최민기 실장이 가리킨 곳에는 빈 공터만 있었다.
"이번에 남자아이돌그룹 만들면서 회사에서 숙소 건물을 세우고 있거든."
"그러면……."
'그러면 나는 어디서 지내라고?'
"그래서 말인데…."
"네 실장님."
"미안 하지만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아마 여자애들이랑 같은 건물을 써야 할 거야."
"……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실장님은 덧붙여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원래 남자 연습생은 천천히 받으려고 했거든. 그런데 재우 네가 잘 곳이 없다고 하니까."
"……아이돌이 그래도 돼요?"
"어차피 아는 사람도 너, 나, 대표님 포함해서 몇 없어. 입만 다물면 된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1년정도? 그 정도면 완공 될 거야."
"1년……."
뭐, 공사 중이라는데 어떡하겠는가.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그러면 이제 진짜 숙소로 가나요?"
"그 전에 식당에서 밥부터 먹자."
그 말에 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47분」
'밥 먹을 시간이기는 하네.'
신나게 회사를 구경하다 보니까 시각은 이미 훌쩍 지나 있었다.
나는 실장님을 따라서 2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시간인 만큼 식당에는 사람들이 엄청 붐볐다.
"뭔가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네요."
"대표님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셔."
식당은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 있었다.
식탁과 의자는 물론이고 수저와 젓가락까지.
접시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네.'
"여기도 소속 연예인들이랑 직원들이같이 쓰나요?"
"응. 회사 직원들도 와서 쓰니까 사적인 이야기는 웬만하면 하지 마."
"알겠습니다."
"하루 새끼 다 맛있게 나오니까 거르지 말고."
"네."
실장님의 말은 사실인지, 식사는 꽤 맛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식당까지 살핀 우리는 마지막 공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숙소로 가자."
"네."
[10층입니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인 10층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하나의 큰 철문이 있었다.
아마 회사 건물을 개조해서 그런 것 같았다.
"여기는 숙소라서 각 방에 지문이랑 얼굴을 등록해야 들어갈 수 있어."
"지금 하나요?"
"아니. 지금은 내가 열어 줄건데. 계약서 쓰고 등록할 거야."
"알겠습니다."
쾅쾅쾅.
"들어갈게."
최민기 실장님은 회색 철문을 세게 두드렸고 안에서는 누군가가 다급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만요!"
"실장님! 지금은 안 돼요!"
"누가 내 크림썼어!"
"아 속옷 좀 제대로 입어라. 젖꼭지 패치라도 붙이던가!"
"싫은데? 내가 숙소에서도 그렇게 해야겠냐?"
"……."
아직 문은 열지 않았지만 문 안 상황이 그려졌다.
뭔가 민망한 소리에 나는 실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차라리 우리끼리 대화라도 하면 안 들리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다들 엄청 활발하네요."
"하아……."
"저 여기서 살아도 되는 거 맞겠죠?"
"……아마도."
"실장님?"
덜컹.
철문이 완전히 열렸다.
"실장님 어쩐일이……?"
실장을 보던 여자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기울어지는 고개.
나는 숙소를 살피기 위해 그녀 너머의 뒤쪽을 쳐다 봤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팬티와 흰 민소매 셔츠만 입은 여자였다.
나는 거기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빤히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와. 노브라.'
흰 티셔츠라 그런지, 그녀의 젖꼭지 색도 은근히 보이는 것 같아서 나는 거기에 집중했다.
본능이었다.
"?"
내가 인사도 하지 않고 계속 뒤를 뒤를 보는 것이 이상했는지 문을 열어 준 여자도 뒤를 쳐다 봤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모습을 발견했다.
"야. 속옷 입으라고 했지!"
"응? 우와악!"
팬티만 입고 있는 여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팬티와 티셔츠만 입은 상태로 복도에 서 있던 여자는 그대로 방 안으로 달려갔고 방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그러니까 속옷 좀 입고 다니라니까."
"어휴 병신."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최민기 실장님이 입을 열었다.
"연우 벌점 10점 달아놔라."
"어휴……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여기 새로 온 연습생이야."
"네?"
"안녕하세요. 서재우입니다."
나는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어… 만나서 반가워. 그런데 여기는 왜?"
실장님은 나 대신 설명했다.
"앞으로 여기서 1년 동안 같이 생활할 거야."
"네? 얘 남자 아니예요?"
"기숙사 규칙대로만 생활하면 문제없을 거야. 어차피 각 방마다 인식장치 있으니까 괜찮지?"
"실장님?"
최민기 실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들만 있는 숙소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