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5.데이트
첫날은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했다. 첫 손님과 대부분 비슷했다. 매너 좋은 놈들만 넣어주겠다던 실장의 말은 의외로 사실이었다.
물론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까지는 더러 있었다. 좀 더 심한 터치를 할려는 손님들도 있긴 했지만 내가 손을 밀어내며 거부하자 순순히 때주었다.
물론 순순히 때 준 그 손은 다른 곳으로 향하긴 했지만 말이다.
대부분 처음처럼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키스했는데 한 명은 특이하게 소파 위에 눕고 나를 그 위에 그와 마주 보며 엎드리게 해서 하기도 하였다.
하루였지만 몇 시간 동안 손님을 받다 보니 실시간으로 적응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닿기만 해도 거슬렸던 손님들의 손이 엉덩이를 주물러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특히, 누운 채로 서비스를 받았던 손님은 내 팬티 안까지 손이 들어왔자만 아까 말한 데로 손목을 잡고 거부하자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대신 누나들이 조언해준 대로 옷 위로 터치는 가랑이 사이 말고는 어디든 허용해 주었다.
누나들에게 들은 것도 그것까진 허용해 주는 게 보통이라 들었고 대부분 손님들도 당연하단 듯이 만져왔기 때문이었다. 대신 첫 손님처럼 진도를 나갈 줄 모르면 내가 나서서 진도를 나가게 해주진 않았다.
하루에 양치를 몇 번이나 한 줄 모르겠다. 계속 입안에 혀가 들락거렸기에 평소보다 강하게 칫솔질을 하디보니 입안이 헐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을 하다 보니 내 첫날의 영업이 끝났다.
실장은 말한 대로 돈을 당일 지급해주었다. 오만원권 몇 장과 만 원권 몇 장, 하루 만에 벌었다고 하기에는 꽤 큰 액수이다.
카페 아르바이트 종일 하는 것 보다 이 일 몇 시간 하는 게 몇 배로 많이 벌었다. 돈을 받으니 억지로 입을 맞추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기분이 묘해지며 이 일을 해나가는 다른 여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입은 옷은 여기 키스방에서 준 홀복이었다. 예전에 일하던 매니저가 놓고 간 것이라고 하면서 실장이 빌려준 옷이었다.
여기서 매니저는 여기서 일하는 여자들을 매니저라 불렀다. 내가 옷을 갈아입자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를 귀엽다며 끌어안았던 누나였다.
"너 속옷이 그게 뭐야?"
비난 없이 순수 놀람과 궁금증이 섞인 말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내 속옷은 어머니가 입던 것 중 그나마 쓸만한 것을 골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것은 컵도 많이 남았고 디자인도 촌스러웠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유 따윈 지금까지 없었으니깐 그리고 지금처럼 속옷도 딴 사람이 볼일도 없었고. 옷도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입던 옷 중 그나마 입을 만한 것을 골라 입었다.
"되게 아줌마 같은 속옷인데? 컵도 안 맞고….. 안 되겠다 너 주말에 시간 있어?"
그녀는 나와 같이 쇼핑을 하러 가자고 했다. 내게 그럴 여유가 있을까 잠깐 고민을 하게 되었다.
방금 받은 돈을 생각했다. 앞으로 그렇게만 번다면 충분히 일상을 영위할 여유가 생기긴 할 것이다.
“시간은 있는데요…..”
"그럼 일요일 12시에 XX역 앞에서 봐. 자 번호 줘."
그녀는 스마트폰을 건넸고 나는 그녀의 폰에 내 번호를 찍었다. 그녀는 찍힌 번호로 전화 버튼을 걸었다.
“저장해.”
그녀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정신없이 잡힌 약속에 나는 벙쪘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옷도 필요하다 느꼈지만, 더욱 거절할 수 없었던 건 이쁜 여자와 단둘이 만나서 쇼핑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데이트 아니겠는가?
나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그녀를 쫓아갔다. 조금 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밖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말을 걸려고 할 때 그녀가 한 외제 차 앞에서 멈추어 서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운전석쪽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차에 타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녀에게 더 다가갈 수 없었다. 외제 차가 출발하여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지켜보았다.
******
그녀와 약속한 일요일은 금세 찾아왔다. 나는 약속장소에 나갔다. 밖에서 본 그녀는 그런 업소에서 일할 것이라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는 깔끔하게 입었지만 그녀가 든 가방과 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는 그녀의 성숙미를 더욱 뽐내주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는 나를 그녀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먼저 인사해 주었다.
그녀는 배가 고프다고 말하며 먼저 밥부터 먹자고 하였고 깔끔하고 싼 런치 초밥이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뭐라 할지 몰라 어버버하고 있는 날 그녀는 먼저 이것저것 물어가며 대화를 주도했다. 연상녀의 매력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름은 뭐야? 가게에서 쓰는 거 말고 실제 이름 말이야."
잠깐 고민했지만, 실제 이름을 말한다고 해서 별문제 있겠나 싶었다. 어차피 실장에게 물어보면 알려질 것이다.
"연우요, 서 연우."
"실명이? 이름 이쁘다. 살짝 연예인 같으면서 중성적이네, 내 이름은 지선이야, 김지선, 촌스럽지?"
"...네? 아뇨, 아뇨."
나는 손사래를 쳤고 그녀는 웃으며 뒤이어서 말했다.
"동생이 하나 있는데 동생은 지후야, 나는 선이고 동생은 후. 동생은 괜찮지? 이름을 이렇게 지을 줄 알았으면 내가 늦게 태어날걸 그랬어."
그녀의 너스레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별로 웃긴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대화를 주도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인싸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너는 그냥 나를 언니라고 불러 앞에 지선이라 붙이지 말고 차라리 업소에서 쓰는 이름을 부르던지."
그녀는 한번 불러보라는 눈치였고 그녀의 업소에서 예명은 수정이었다. 수정언니? 뭔가 어색하다. 나는 고심 끝에 그냥 언니라고 부르기로 생각했다.
"네, 언니."
아오, 오그라들어 잠깐 이야기를 하는 사이 초밥이 나왔다. 그녀는 새우 초밥을 먹으며 내게 물었다.
"원래 화장은 안 해?"
"할…. 할 줄을 몰라요."
"하긴 이렇게 어리고 이쁜데 꾸미기까지 잘 하면 질투 나지."
그녀는 돌려서 칭찬을 했다. 여자들은 칭찬하는 데에 스스럼이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을 하며 나도 뭔가 그녀를 칭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더 이뻐요."
진심이었다. 그녀는 꽃이 다 만개했을 때의 이쁨이 있었다. 조금 밋밋한 감이 없잖아 있는 내 얼굴에 비해 그녀는 연예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이번에는 연어에 와사비를 잔뜩 올려 입에 넣었다. 내가 저렇게 많이 올리면 바로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을 글썽였을 것이다.
"이 일은 왜 하게 됐어? 역시 등록금?"
".....네, 등록금 벌려고요."
나는 잠깐 망설인 뒤 그냥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내 망설임에서 뭔가 읽었는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일은 할만해?"
"네, 아직까지요."
"다행이네, 그런데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면 엄청나게 진상 많이 만날 거야. 돈 몇만 원 주면서 밖에서 따로 만나잔 놈들은 넘칠 거고…. 남자친구한테도 미안할 거고."
"남자친구 없어요."
"그래? 의외네 남자들이 가만히 안 둘 스타일인데. 의외로 남자들이 이쁜데 꾸밀 줄 모르는 여자한테는 엄청나게 들이대거든, 별놈이 다 꼬여. 자기 레벨인 줄 알고는 만만해 보이는 거지. 어쨌든 남자친구 만들고 연애할 나인데 이 일 추천은 안 해. 정말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그녀의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미안해, 좀 꼰대 같았나? 미안해 아직 아기 같아서 네가, 20살짜리도 몇 번 봤지만 그런 애들은 너랑은 좀 다르거든 기가 좀 쌔 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는데 너는… 볼때기만 몰랑해서는….."
그녀는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 내 볼을 만지작거리더니 놔주며 말을 했다. 그녀는 날 애기처럼 대했다. 하긴 내 얼굴이 순하게 생겼긴 하다.
"미안해, 어서 먹어."
나는 그녀의 말에 초밥을 마저 먹으려다 문뜩 그때 보았던 외제 차가 떠올랐다. 그녀의 남자친구일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떠보았다.
"언니는 남자친구가 여기 다니는 거 뭐라고 안 해요? 저번에 보니 데리러 오셨던데?"
"어? 남자친구? 남자친구 없는데….. 혹시 흰색 BMW 말하는 거야?"
"네. 저는 남자친구인 줄 알고."
"아아, 남자친구 아니야, 전에 오피에서 일할 때부터 아는 손님이었는데 매너도 괜찮고 돈도 많아서 2차 다니는 거야."
속으로 엄청 당황스러웠다. 꽤나 수위가 높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그녀는 말했다.
"그런 손님들 꽤 있어, 자주 지목해 주는 손님들은 나중에는 대부분 2차 가지고 많이 하거든, 2차가 뭔지는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단골 끊길까 봐 아무나 함부로 따라가면 안된다. 특히 나 너는 순진하게 생겨서 엄청 꼬실 거야, 너 같은 얼굴이 요쪽에서 특히 먹히는 얼굴이기도 하고, 키스방은 업소녀 느낌 나는 여자보단 대학생 새내기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그렇거든."
나는 주위에서 들릴까 봐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우리 대화하는 것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지만 멀리 있는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끼리 온 테이블이었는데 남자는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다행인 건 그쪽 테이블은 꽤 거리가 있어서 대화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쳐다본 것 같지는 않았다.
"업소 와서 연애 감정 느끼면서 공짜로 바라거나 고작 몇 만 원 쥐여주면서 나가자 하는 애들 천지야, 차라리 2차 가더라도 돈 좀 있는 놈 따라가."
"제가 창녀도 아니고, 2차는 안 나갈 거예요."
나는 얼굴이 벌게져서 대답했다.
변명하자면 주위에서 들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고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기까지 하자 당황해 빨리 대화를 끊고 싶어서인지 말이 세게 나왔다.
나는 말실수를 한 것을 느끼고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그래, 그게 제일 좋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내 답에 만족을 한 듯 빙긋 웃었다.
그러니깐 더 미안하고 초조해졌다.
".....죄송해요. 언니가 그… 그렇다는 건 아니고."
"괜찮아."
"진짜,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정말 괜찮아 연우야. 그보다 이거 장어 먹어봐, 미쳤어."
그녀는 주제를 살짝 바꾸려고 했지만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녀는 아마 안 괜찮겠지만 더는 언급하고 사과를 하는 게 더 실례일 것이었다. 나는 남은 초밥을 우겨넣듯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