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60. 사위에게 흔들리는 폭유 장모님(4).
세계수와 가장 인접한 엘리노어는 엘븐 포레스트 안에서도 단연 최고의 번화가이다.
세계수를 신으로 섬기는 엘프들에게 있어, 엘리노어는 예로부터 가장 신성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렇다 보니 많은 엘프들이 이곳에 몰려들었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니만큼 먹거리와 문화, 경제 등등이 다른 곳에 비해 발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령 지금 우리 앞에 있는 2천 년이라는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스크림 집이 그 예일 것이다.
“와… 시발 가게 크기 좀 보소.”
커다란 거목 그 자체 가게였다. 쉽게 말하자면 거목 안쪽을 파서 건물처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건 동화에서나 봤던 건데….
실제로 보니 상당히 신기하면서도 멋들어졌다. 동시에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 마저 자아냈다.
역시 엘프 이 새끼들 레이시스트인 것만 빼면 확실히 뛰어난 종족은 맞는 거 같다.
“낭군님 어서 들어가요!”
세라가 나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듣기로는 세라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것 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상당히 좋아하는 듯 하다.
귀까지 움직이며 내 손을 잡아끄는 세라의 얼굴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후후 저렇게 들뜬 것을 보니 세라가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오르네요. ”
장모님 께서 우아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그땐 매일같이 먹으러 가자고 졸랐었죠.”
“귀여웠겠는데요.”
“물론이죠. 그때의 세라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였답니다.”
확실히 그럴 것 같다.
내가 여기 와서 깨닫게 된 건데. 엘프들은 확실히 미의 종족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종족이었지만, 세라와 장모님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진짜 독보적인 미모와 꼴릿한 에로 육체!
에로프의 정석!
그런 세라의 어릴 때 모습이라면 당연히 귀여울 수 밖에없으리라.
“사실 저도 어릴 적에는 이 집 아이스크림을 참 좋아했었답니다.”
“장모님 어릴 적에 말씀이십니까?”
“네~ 제가 어릴 적에도 유명했었으니까요.”
‘흠…장모님의 어린 시절이라… 상상이 잘 안 가는데.’
나는 잠시 장모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근데 진짜 우리 장모님 연세는 어떻게 될까?’
진짜 미스터리다.
아무리 엘프가 장수하고, 또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종족이라지만, 어떻게 자신의 딸이랑 동년배 처럼 보일 수가 있지?
거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세라 나이가 추정 300살 정도라는 것.
그렇다면 진짜 장모님 연세는 얼마나 초월적일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고는 싶으나 열면 좆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어서였다.
아무튼 우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세라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가게 안은 상당히 포근한 분위기였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타고 들어온 햇볕이 고스란히 가게 내부를 비추었다.
- 저거 뭐야? 오크가 여기 왜 있어?
-세상에…가장 신성한 장소인 이곳에 어찌 녹귀 따위가!?
포근한 분위기와는 달리 엘프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고 또한 따가웠다.
오크로 전생한 것 치고는 크게 차별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런 차가운 시선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해서 은근히 자꾸 신경이 쓰인다.
솔직히 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나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 눈총을 받아야 하는 세라와 장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원인이 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에휴….”
낮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아이스크림을 입에 잔뜩 묻힌 어떤 꼬마와 눈이 마주쳤다.
레이시스트의 자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난만하면서도 똘망 똘망 한 눈동자가 몹시도 귀여웠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미소 지어지는 법.
나는 싱긋이 웃으며 꼬마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어머! 아가 저런 거 보면 못 써요!”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엘프가 기겁을 하며 제 아이의 눈을 가렸다.
그러고는 무슨 벌레, 아니 음식물 쓰레기를 보듯이 인상을 이빠이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건 좀 너무 한거 아니냐고~ 싯팔!
악마를 바라보는 둠가이의 표정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시발 진짜 누가 보면 아주 그냥 납치범인 줄 알 것어.
아니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손 흔들어 준거 뿐인데 저 지랄이라니….
진짜 마음 같아서는 싹 다 엎어버리고 싶지만 어쩔 수 있나. 여기가 저 새끼들 나와바린데.
거기다 세라랑 장모님까지 곁에 있으니 이건 뭐 참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
아직 참을 인 슬롯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그리 생각하며 뱃속에서 부터 차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근데 가만.
최근에 내 성격이 조금 변했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뭔가 호전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요즘 들어 겁대가리가 없어진 건 물론이고 조금만 열받아도 힘으로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차오른다.
씁… 오크로 전생하고 제법 시간이 흘러서 점점 오크처럼 변해가는 것일까. 아니면 하이 오크로 진화한 것 때문일까.
어느 쪽 이건 내가 점점 오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낭군님… 혹시 화나셨나요?”
언짢은 기분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났는지, 세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투로 그녀의 뺨을 쓸어주며 답했다.
“아니야 이젠 익숙해져서 화도 안 나. 걱정하지 마라 세라야.”
내가 이렇게 말했음에도 세라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죄송해요 낭군님…. 제가 괜히 먹으러 가자고 해서.”
“어허. 세라야 그런 말 하지 마. 난 진짜 괜찮으니까. 거기다 나도 먹어보고 싶으니까 가자고 한 거잖아?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 마라. 알겠지?”
“…네 낭군님.”
진짜 우리 세라는 인격자를 넘어선 천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위 참 자상하네요.”
장모님이 나에게 딱 달라 붙으면서 말했다.
저기 장모님?
안 그래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자꾸 좆이 꼴릴 지경인데. 이렇게 밀착까지 해오니 뇌수가 녹아내릴 것만 같다.
진짜 에로프는 너무나도 자극 적인 것이다!
꺼토미에서 ‘에로프’라는 태그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내게 밀착한 장모님이 이번에는 내 팔뚝을 주무르며 말했다.
“몸도 탄탄하구… 듬직하고 사내 답고… 그렇다고 다른 오크들 처럼 지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남자네요 우리 사위는 후후.”
나를 올려다 보며 미소 짓는 장모님.
근데… 지금 짓고 계시는 미소에서 야릇한 느낌이 물씬 풍겨져왔다.
하… 시발 장모님 이러지 마세요! 갑자기 왜 이러세요! 여기서 또 장모님을 보고 발기해버리면 그땐 저도 못 참습니다 진짜!!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장모님.”
애써 욕정을 짓누르며 말했다.
“칭찬이라기 보단 보고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그러면서 마치 강아지의 턱을 간지럽히듯, 내 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래도 시선이 몰리니 부담스럽긴 하네요. 자리는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어요.”
나와 세라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어쨌거나 저 쨌거나 별 탈 없이 아이스크림을 받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크림은 생김새는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한 입 먹고 나서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맛있다…! 존나게 맛있다!!
얼마나 존나? 존나게 존나!!
10점 만점에 120점의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다!
“후후 어떠세요 낭군님?”
“와 겁나 맛있네…. 이거 도대체 뭘로 만든 거야?”
진짜 비결이 궁금하다.
“레시피는 2천 년 째 기밀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 재료는 엘븐 포레스트 안에서도 동쪽 숲에서만 얻을 수 있는 라임 잎이라고 알고 있어요.”
“오호…! 그래서 이런 상큼한 맛이!”
그렇게 화목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세라?”
한 수컷 엘프 새끼가 세라를 보고 아는 척을 해왔다.
저 새끼 누군데 ‘나만의 세라’한테 친근하게 구는 거지?
내 암컷에게 접근해오는 다른 수컷한테 경계심을 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는 눈에 힘을 주며 놈을 노려봤다. 하지만 저 새끼는 그런 나의 시선 따윈 개좆으로 무시하고 세라에게 다가갔다.
“도비?”
그를 보며 세라가 말했다. 이름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서로 아는 사이는 일단 맞는 거 같다.
일단은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 나야 도비! 그나저나 진짜 오랜만이다! 언제 돌아온 거야?”
“어제 돌아왔어.”
“그래? 아무튼 진짜 보고 싶었어 세라! 아 참, 세르시아님도 잘 지내셨죠? 제가 안 그래도 먼저 한번 찾아 뵙고 인사드리려고 했었는데."
“어머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후후. 도비도 잘 지냈나요?”
“물론입니다. 그보다 세라. 이젠 아예 정착하려고 돌아온 거야?”
“아니 엄마 뵈려고 잠깐 온 거야.”
“그래? 그렇구나. 그래도 참 다행이다. 마침 네가 돌아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무슨 말?
왠지 모르게 이 새끼가 할 말이 무엇인지 예상이 된다.
그래서 지금 나의 경계심은 임계점을 돌파할 지경이었다.
숟가락을 잡고 있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나 이번에 정식으로‘가디언’의 일원이 되었어.”
가디언? 그게 뭐야?
“어머나~ 아직 젊은 나이에 벌써 정식으로 인정 받다니, 굉장하네요? 축하해요.”
장모님이 놀라시는 걸 보니 뭔가 대단한 거 같긴 한데 말이지.
“감사합니다. 이야~ 한때 가디언의 수장이셨던 분에게 칭찬을 받으니 엄청 기쁘군요 하하하!”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진 도비가 자신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아니 미소는 이미 세라를 보고있을때 부터 짓고 있었지 시발.
아무튼 기분 좋게 웃고 있던 놈이 허락도 구하지 않고 세라 옆에 앉았다.
저 씹새끼가! 감히 멋대로 세라 옆에 앉아!!?
분노가 대뇌를 통해 전두엽까지 전해져 미칠 듯이 뜨거워진다!
“어이 아저씨.”
나는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놈을 불렀다. 그러자 놈이 나를 힐끗 한번 보더니 그대로 무시했다. 심지어는 그대로 세라의 손을 잡으려… 야이 씨불랄놈아!!!!!
“야이 씨발아! 니 지금 누구 허락 받고 남에 와이프 손을 그리 멋대로 잡으려고 하는 거냐? 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놈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네놈은 누구지? 왜 한 낱 오크 따위가 세라 옆에 앉아있는 거냐?”
“이 씹새끼가 귓구녕에 말뚝을 처박았나? 방금 내 와이프라는 말 못 들었어!!?”
“와이프…? 세라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믿기지 않는 다는 낯빛으로 세라에게 묻는다.
“맞아 이분이 바로 내 낭군님이셔.”
그리 말하며 세라가 내 팔을 끌어안았다.
“봤냐 이 실좆새끼야. 내가 분명 방금도 내 와이프라고 말했는데 좆창놈이 사람 말을 개껌 씹듯 씹고 지랄이야 왜!?”
내가 놈을 일갈하자.
나와 세라를 번갈아 보던 놈이 약 처먹기 직전의 정신 병자 마냥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솔직하게 말해라! 네 놈 세라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했건 안 했건 니가 무슨 상관인데 이 씹탱불알 새꺄!!”
“닥쳐라!! 예전에 세라는 나와 미래를 약속했던 사이란 말이다!! 그런데… 너 같은 오크와 결혼을 했다니 이런 건 현실이 아니야!!!!!”
뭐 미래를 약속해? 이건 또 뭔 쌉소리여?
“그건 어릴 때 그냥 한 말이잖아!?”
세라 또한 이 무슨 개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세라의 말을 듣자마자 놈이 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눈 튀어나오겠다 새꺄.
“아니… 세라야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거야 그치? 분명 저 간악한 오크 놈이 너에게 최면 같은 것을 건 게 분명해!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이건!!”
상당히 충격받았는지 이 번엔 아예 그냥 지 좆대로 씨부린다.
그러고는 놈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오크! 네 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내가 네놈의 마수로 부터 세라를 구해내겠어!!”
결투?
이 씨발 닌 뒤졌다!!
안 그래도 참을 인 슬롯이 다차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는데, 먼저 결투까지 신청해 주다니!!
“오냐 바라던 바다!! 니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구나!! 함 뜨자 씹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