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52. 엘븐 포레스트(1).
엘븐 포레스트로 떠나기 전에 우선 엘프들의 습성이나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솔직히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왜냐면 내가 갈 곳이 다름 아닌 그 미친 싸이코 새끼들, 깐프들의 나와바리니까.
“우선 저희 엘프들은 세계수님의 은총을 받은 존재로서 무척 자긍심과 자부심이 강해요.”
홍차를 홀짝이며 세라가 입을 열었다.
“물론 그 자부심이 일그러진 자부심이라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엘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역시 개좆같은 깐프 새끼들! 선민사상이 아주 기본으로 깔린 새끼들이구만.
“거기에 더해 엘프들은 선천적으로 정령들과의 친화력이 매우 높아서 대부분이 정령술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우월감에 더 사로잡힌 것도 있죠.”
그렇게 말하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 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초록색의 빛이 조금 씩 모이더니 이내 바람이 되어 세라의 손을 휘감았다.
어미 씨부랄꺼…! 우리 세라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던 거냐!!
너무 놀라워서 아가리가 안 다물어진다.
곧 손을 휘감고 있던 바람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이것이 정령술이에요 낭군님. 정령들의 힘을 빌려 자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죠.”
“세, 세라야 너무 놀라워!!”
“후후 저희 엘프들 입장에선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걸요.”
이런 게 당연하다니….
잠만 근데 좀 이상하다.
이런 걸 사용할 수 있었으면 보르바 그 씹새끼 패거리들은 나랑 싸울 때 왜 쓰지 않은 거지?
혹시 이 새끼들 어디 나오는 방심왕처럼 나 따위에게는 쓸 가치 조차 없어서 쓰지 않은 건가?
나는 세라에게 물었다.
“저기 세라야 정령술이라는 거 엘프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세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정말 드물게 친화력이 약한 엘프들이 있어요. 그런 엘프들이 주로 엘븐 포레스트를 나와 다른 도시에 정착하죠.”
“그럼 보르바 그 새끼는 친화력이 약해서 못 썼던 거야?”
“네 낭군님. 사실 엘프들 사이에서 정령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은 심한 차별을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참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시발 미친 새끼들!! 이거 알고 보니 히틀러보다 더 한 놈들이다.
정령술이 시발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그거 하나 못 쓴다고 종족 전체가 아예 왕따를 시켜버리다니!!
상상 이상으로 미친놈들이다!
‘근데 잠만… 보르바 이 십쌔끼 그럼 지도 차별받아놓고 그 지랄 떤 거였어?’
생각해 보니까 더 괘씸하다.
자신도 차별받아놓고 딴 동네 와서 똑같은 짓거리를 하다니!
그때 시발 더 줘팼어야 하는 건데.
시발 루저 새끼.
이로써 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팰 수 있을 때 더 패자라는 교훈을.
나 개쌉마초 성귀남은 앞으로 결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다짐했다.
“근데 세라야. 우리 세라는 정령술도 사용할 수 있는데 왜 고향을 떠난 거야? 나야 솔직히 세라 네가 이렇게 숲을 떠나 도시에 정착했으니 만날 수 있었던 거니까 내 입장에서는 좋은데 그냥 궁금해서.”
“음… 꼭 정령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엘프들만이 숲을 떠나는 건 아니에요. 저 처럼 숲이 아닌 다른 곳에도 가보고 싶은 엘프들도 더러 숲을 떠나 도시로 나오기도 해요.”
“흠… 그렇군.”
하긴 그럴 수 있지.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숲에서만 박혀 살기에는 갑갑하다고 느끼는 엘프들도 있겠지. 이해한다.
그나저나 걱정이군.
엘프들의 사회가 상상 이상으로 또라이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된 까닭에 걱정이 앞섰다.
무엇보다도 장모님께서 내가 오크라는 이유로 혐오하시면 어쩌나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 세라 어디서 이런 하등 한 오크 따위를 사위랍시고 데려온 거니!? 너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이… 이 더러운 오크놈!! 감히 내 딸을 건드려!?
라고 소리치며 김치 싸다구를 날리시는 건 아닐까?
물론 우리 선녀 같은 세라를 낳으신 분께서 그러시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쫄린다.
“저 세라야.”
“네 낭군님?”
“혹시 있잖아… 어머님이, 그러니까 장모님이 내가 오크라고 싫어하시진 안…겠지?”
내가 그리 말하자, 세라가 손으로 입을 살며시 가리며 웃었다.
아… 우리 세라 왤케 예쁘냐 진짜.
저 눈웃음 하며 새하얀 피부까지, 정말이지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요 낭군님. 저희 엄마는 저와 성격이 무척 비슷하답니다 후후. 분명 저희 엄마도 낭군님을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래 우리 장모님께서 나치일리가 없지 암!
“그렇다면 다행인데.”
“후후 걱정 마세요 낭군님.”
“그래 우리 세라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세라야 내가 더 알아야 할 건 없어? 거 듣기로는 신관? 인가 뭔가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같던데.”
넌지시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물었다.
“신관님요?”
“응 그 신관이라는 직책은 뭐 하는 직책이야? 엘프들도 믿는 종교 같으게 있어?”
“음 저희 엘프들이 믿는 신은 세계수님이 유일해요. 신관님은 세계수님의 선택을 받고, 엘프들을 통치하는 분이시죠.”
교황 같은 거네.
“그래서 모든 엘프들이 진심으로 신관님을 존경하며 따르고 있죠. 다만 한번 신관이 되고 나면, 신관을 은퇴할 때까지 지정된 영역 이외에는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어요.”
이거 들으면 들을 수록 이 새끼들 반 사이비 집단 처럼 들리는데. 이거 맞냐?
시발… 갑자기 존나 가기 싫어지네.
나름 미지의 세계라 조금은 설레었는데, 세라의 말을 듣고 나니 이건 무슨 인외마경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마치 발기된 자지가 순식간에 죽어버린 기분이랄까.
기대치가 팍 죽어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장모님은 뵈러 가야지.
장모님이 희망이다.
그렇게 일말의 희망을 품고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
3일 후.
세라와 함께 마차를 타고 엘븐 포레스트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휴가를 내는 것에 대해 장인어른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이번 북부 영지에서 나름 큰 활약을 한 덕택에 상단의 명성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 덕분에 휴가 자체는 어렵지 않게 받았다. 그리고 이사에 관한 문제도 베이린이 알아서 하겠다며 신경 쓰지 말고 잘 다녀오라면서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솔직히 임신한 그녀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가구도 전부 샀고, 잔금도 알아서 빠져나가니 그녀가 실질적으로 해야 할 것은 크게 없었다.
아무튼 세라와 단 둘이 마차 안에서 스킨십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조금씩 도시와 멀어졌고, 이틀 뒤 부터는 나무가 촘촘히 우거진 숲 안으로 진입했다.
마부에게 물어보니 여기서 부터가 엘븐 포레스트의 영역권이란다.
역시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이 차있어서 그런가 공기부터가 남달랐다.
청아하면서도 상쾌한 공기.
불순물 따윈 0.1퍼센트도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였다.
단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서야 마침내 엘븐 포레스트에 도착했다.
마차 정거장에서 내려 바로 관문으로 향했다. 근데 시발 말이 관문이지 그냥 양 옆으로 존나게 큰 나무 사이에 문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어 놓은것 뿐이었다.
그 앞에는 엘프 경비병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근데 저 씹놈들이 나를 보며 눈깔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저 씹쌔들이 존나 야려보네.’
시발 새끼들 누가 레이시스트들 아니랄까 봐 보자마자 쳐야리네. 한 다이 뜰까?
“낭군님.”
“음, 어 세라야.”
“일단 들어가려면 저 쪽에서 출입국 심사를 하셔야 해요.”
“아 그래? 그럼 가자.”
그래 시발 저 새끼들하고 싸워서 뭐 하겠냐. 거기다 장모님을 뵈러 온 건데 괜히 문제 생겨봐야 좋을 거 없다. 참자 시발.
그렇게 생각하며 세라를 따라 관문 오른쪽에 위치한 나무로 향했다. 나무 안은 마치 사무실 처럼 되어 있어고, 직원 한 명이 앉아있었다.
출입국 심사는 한 명씩 진행한다고 해서 세라가 먼저 심사를 진행했다.
나는 바로 뒤에서 기다렸다.
“들어가십시오.”
역시 엘프인 세라는 쉽게 통과했다.
그럼 이제 내 차롄가?
나는 앞으로 다가갔다.
“오크?”
역시나 이 새끼도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이빠이 쓰기 시작했다.
“오크가 여긴 무슨 일이지?”
이 시발롬이 초면에 반말 까네?
진짜 개열 받는다! 한대 치면 똑 부러지게 생긴 멸치 새끼가 시비를 털어? 후… 아니다.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애써 분을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엘븐 포레스트에 볼일이 있어 방문했습니다. 여기 제 신분증입니다.”
에란텔에서 발급받은 신분증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근데 이 새끼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내게 물었다.
“오크 따위가 신성한 엘븐 포레스트에 무슨 용무가 있다는 거지?”
-꽈드득!
순간 존나 열받아서 이빨을 꽉 깨물어 버렸다. 주먹에는 이미 힘이 들어갈 때로 들어간 상태다.
아니 시발 이걸 이미그레이션 질문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
당장이라도 개씹창을 내버리고 싶지만, 문 뒤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라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떻게든 참았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초인적인 인내심이었다.
“후…장모님을 뵈러 왔습니다. 됐습니까?”
“뭐 장모님? 풉, 푸하하하하 이 친구 이거 오크 치고 농담을 아주 재밌게 하는 구만!! 하하하하!!”
웃어?
“아니 세상에 위대한 숲의 종족인 엘프들 중에 냄새나는 오크 따위랑 결혼할 여자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응? 그런 여성이 있다면 내 꼭 한번 만나보고 싶구먼 하하하하!!”
이 씹불랄 놈이!!
-하하하하! 오크랑 결혼할 정도면 엄청난 추녀인가 본데? 나 원 참 미의 종족인 우리 엘프들의 긍지를 땅에 떨어트리다니! 내가 다 수치스럽구만!
-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오크 따위랑 결혼할 정신 나간 엘프가 어딨겠냐? 하하하!
내 뒤에 서있는 경비병 새끼들도 비웃기 시작했다.
“저! 잠시만요!!”
그때 세라가 달려왔다.
“이 분은 제 남편이 맞아요. 보세요! 에란텔에서 발급 받은 가족관계증명서에요!”
세라가 가방에서 증명서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응? 아니!!!! 이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그것을 보더니 갑자기 이 새끼가 발작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오 맙소사 세계수여… 어찌 이런 일이…이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곧 놈이 세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분노를 토해냈다.
“당신 제정신인가!!! 아니 허우대 멀쩡한 여자가 어찌 오크 따위와 결혼을 한 거지!! 당신은 엘프의 수치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이성이라는 이름의 실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