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 내가 먼저 좋아했었는데...
1.
[용사는 NTR 당한다.]
#고수위 #19금 #NTR #피폐
*주의*내상을 입을 수 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읽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목에도 NTR이 박혀 있고, 태그에도 NTR이 박혀 있으며, 소개 글에서도 경고하는 소설.
- 오 NTR!
- 어그로네, 이래놓고 그냥 평범한 하렘물 아님?
- 재미없을 것 같은데...
NTR을 좋아하는 사람과 어그로에 걸린 몇몇 사람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 하차합니다.
- 와... 더 못 보겠다.
- 경고를 무시한 벌인가?
소설 속의 NTR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심했고, 연달아 연인을 빼앗기는 용사, 주인공은 나날이 피폐해졌다.
NTR을 즐겨보는 사람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그래도 몇 사람 정도는 남아서 연재를 따라갔다.
- 작가님,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 글을 쓰시는 건가요? 독자들을 괴롭힐 생각입니까?
NTR도 정도껏이지 선을 넘어버린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하는 사람과
- 와, 마지막에 어떻게 되나 보자.
여기까지 읽은 거 결말을 보고 잊자는 사람과
- ...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관성으로 보고 있는 사람까지.
그리고 모두에게(애초에 하급어그로에 끌린 사람은 소수지만) 잊힌 소설은 끝끝내 완결이 났고, 마지막 회의 조회수는 1이었다. 마지막 회뿐만 아니라, 최근 2달 간의 회차가 조회수가 모두 1이었다.
그럼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누구일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던 사람? 결말이 궁금했던 사람? 아니면 그냥 관성으로 남아 있던 사람?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던 사람은 소설 외 텍스트로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작가에게 질려 떠났다.
결말이 궁금했던 사람은 어느 화에서 결말을 예측하는 댓글을 남기고 떠났다. 결말은 그의 예측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그냥 관성으로 보고 있던 사람이었다.
바로 나.
"오늘도 한 발 뺄 수 있겠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던 건 아니었다.
19금 소설답게 자주 섹스신이 나왔고, 그 장면들이 아주 생동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에 계속 보고 있었다.
특히나 간간이 올려주는 캐릭터 이미지들이 다른 소설과 달리 매우 디테일하고 사실적이라 몰입이 잘 됐다. AV도 식상해져서 발기가 안 되는데, 이 소설만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발기가 될 정도였다.
아, 그렇다고 내가 NTR 당하는 취향인 건 아니다. 내가 몰입하는 건 그냥 섹스가 벌어지는 상황 그 자체다. 주인공이나 빌런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내 머릿속에는 소설 속의 꼴릿한 여캐들만 가득할 뿐.
그래도 마지막 회라서 그런지, 조금은 감상적으로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여자들을 빼앗기고는 그 울분으로 결국 세상을 구한 용사, 주인공.
세상은 구했지만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고, 죽음조차도 쓸쓸하고 외로웠으니까.
나라도 주인공에게 애도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평소와 다르게 좀 긴 댓글을 남기려고 했다.
- 같은 NTR이라도 해피엔딩을
까지 적고 있는데, 밖에서 엄마가 나를 불렀다.
"밥 먹어! 지금 안 먹으면 다 치울 거야!"
"네! 가요!"
집에서 백수로 지내는 내게 엄마의 말은 절대적이다.
나는 완성되지 않은 댓글을 등록해 버리고는 어플을 끈 채 밥을 먹으러 나왔다.
밥상에서는 핸드폰을 안 하는 게 집안의 법도이기에, 핸드폰은 방에 두고서 말이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그래서 핸드폰의 알림 소리는 듣지 못했다.
+++
- '용사는 NTR 당한다'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을 끝까지 읽으신 분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설을 새로 쓸 기회가 주어집니다.
- '우로보스'님께서 당첨되셨습니다.
- 소설을 새로 쓰시겠습니까?
- 1분 안에 답하지 않으시면, 다음 사람에게로 기회가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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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상황입니다. 새로운 룰을 적용하겠습니다.
- 1분 안에 답장이 없으면, 허락한 걸로 알고 프로세스를 진행하겠습니다.
- 프로세스가 완료되었습니다.
- '우로보스'님, 새로운 용사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 이야기 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
"...?"
눈앞의 광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내가 인식하고 있던 현실이 이어지지 않았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식탁 위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지금은 식탁 위에서 수프를 뜨고 있다.
식탁도 같지 않았다. 매끈한 표면의 원목 식탁이, 거친 표면의 나무 식탁으로 변했다.
주르르.
갑작스러운 변화에 손에서 힘이 빠졌고, 나무로 된 수저에서 수프가 흘러내렸다.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목소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고개를 드니,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어른이 되고도 그러면 어떻게 해."
그녀가 닦을 걸 찾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그란 얼굴형에 머리까지 단발이라 귀여운 느낌이지만, 그와는 다른 느낌의 몸매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큰 가슴과 순산형 엉덩이에 또 한 번 눈이 부시다.
"칠칠찮기는. 넌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녀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나지 않는다. 헝겊으로 식탁을 닦는데, 자연스럽게 가슴이 눈에 들어와 연타를 날린다.
큰 가슴이 블라우스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튀어나올 듯 서로를 밀어내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슴이 만들어내는 깊은 골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사람이 있을까?
"왜 말이 없어. 어? 너 지금 어딜... 야! 미쳤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가슴을 가리는 모습도 파괴적이다.
분명 처음 본 사람이지만,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이 몸의 기억이자, 내 기억이기도 했다.
리나.
"라크? 뭐야, 어디 아파?"
라크의 소꿉친구이자, 용사 라크의 첫사랑이었던 여자.
그리고 라크에게 최초의 좌절을 준 여자.
리나를 보니 내가 어떻게 됐는지 그냥 알았다.
소설 속에 들어왔구나.
앞뒤 전후 사정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 들어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볼을 꼬집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살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100% 확신이다.
얼굴을 들이밀며 이마를 대는 리나의 갈색 눈동자가 꿈일 수가 없었다. 꿈이라기엔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걱정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이상하다. 열은 없는데... 야, 무슨 일인데? 왜 말도 없이... 설마, 내 아름다움에 빠, 빠져서 정신을 잃었...다 거나?"
스스로 말해놓고 부끄러워하고 있다.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빨개진다.
얼마나 부끄러우면, 플러팅을 날려놓고는 내 눈을 바라보지도 못한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슴이 약간 파인 복장이나, 헝겊으로 식탁을 닦으며 가슴을 노출시킨 거나, 지금 저렇게 플러팅을 날리는 것 모두.
말괄량이 같기만 하던 그녀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
누군가의 조언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다.
"윽...!"
그 누군가를 떠올리자마자, 저절로 미간이 모인다.
"라크! 괜찮아? 진짜 어디 아픈 거야? 고기가 상했어? 수프 간이 안 맞았나?"
어색해하던 리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게 다가와서 내 이마에 손을 댄다. 꾸밈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순수하게 나를 걱정하는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
오늘 그녀가 날린 그 어떤 플러팅보다 더 매력적인 진심이 느껴진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냥 좀 안 좋은 생각이 나서 그래."
"그래?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너 지금 좀 이상해. 오늘은 훈련 쉬자. 용사고 마왕이고, 네 몸이 건강해야지."
이 시기의 라크는 막 용사라고 알려졌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될 때 신관으로부터 직업과 스킬을 받는데, 라크는 바로 얼마 전에 '용사'라는 직업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밝힐 수 없는 그만의 스킬도.
[동정 용사(SS,입문)]
- 동정일 때 기본 스탯*10이 된다.
라크를 NTR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스킬이다.
그의 인생은 이 스킬 때문에 꼬였다. 이 스킬 때문에 소꿉친구 리나를 놓치게 되고, 그게 그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고마워. 매번 걱정해 줘서."
"응? 아, 아니, 별거 아니야. 늘 하던 건데 뭐... 갑자기 왜 칭찬이야. 평소에는 그러지 않던 애가..."
리나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자, 그녀가 바로 얼굴을 붉히며 내 눈을 피한다.
가벼운 칭찬에도 이런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언제라도 손만 뻗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라크는 그러지 못했다.
빌어먹을 스킬의 제약이 있었으니까. 직업을 받을 때 여신은 라크에게 신신당부했다.
'당신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어요. 이 세계를 제발 지켜주세요.'
여신이 부탁이라니.
그 무게감에 라크는 용사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되면 바로 리나에게 고백하고 결혼할 생각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리나를 밀어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처음은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두 번째에는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을 테고, 세 번째는 거절이 진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라크와 리나가 비슷한 처지였다면 상황은 달랐을지 모른다. 라크가 계속 밀어내더라도, 리나가 계속 들이댔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강제로 기정사실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처지는 달랐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작은 마을의 소꿉친구로 별 차이가 없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차이가 갑자기 벌어졌다. 라크는 용사가 됐고, 리나는 일반적인 마을 주민이 되었으니까.
심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도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용사란 직업을 얻은 라크는 곧 개강하는 수도 아카데미에 초청을 받았으니까.
리나로서는 마을을 떠나게 되는 라크에게 계속 들이댈 수 없었다. 방학이 될 때마다 돌아온다는 라크의 말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일개 평민인 리나는 용사인 라크와의 미래를 그릴 수 없었다.
결국 리나는 먼 사랑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택했고, 방학이 되어 돌아온 라크는 그런 리나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자신만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리나가, 다른 사람 품에 안겨 있는 장면을 보는 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소설에서 그 장면이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되었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장면에서 떠나갔고, 나도 이 장면 이후로는 라크의 심리묘사를 대충 넘어가겠다고 결정했었다.
그런 상대가 눈앞에 있다.
몸을 배배 꼬는 사랑스러운 몸짓을 보여주면서.
덥석.
나는 리나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으앗! 라크? 갑자기 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위로 그녀가 엉거주춤하게 안겼다.
"키스하려고."
"어?"
못 알아들은 척 반문하지만, 훨씬 가까워진 두 눈동자가 설렘으로 가득 차는 게 보인다.
"키스하면 넌 영원히 내 거니까, 피하려면 지금이야."
"라크, 갑자기 그게 무슨..."
나는 천천히 입을 가져갔고, 리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쪽.
부드러운 입술이 닿음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들렸다.
*비상! 비상! 동정 상실의 위기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꺼져.
그딴 거 없어도 세상은 내가 구해줄 테니까.
아니, 세상 따윈 어떻게 돼도 좋다. 어차피 내 세상도 아닌데. NTR만 막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해.
나는 리나의 허리를 끌어당겨, 좀 더 깊게 키스했다.
츄읍, 츕.
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나무꾼의 오두막 안이 열기로 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