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자위행위
삐걱거리는 거대한 이명과 함께 가라앉았던 정신이 부유하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지럽네”
꼬맹이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두통이 강하게 엄습했기에 머리를 부여잡은 채 몸을 일으키자, 모든 게 이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나쁜 환각이라도 본 것처럼. 시체도 혈액도 심지어는 내가 막무가내로 먹어치운뒤 한쪽에 잔뜩 쌓아두었던 전투식량의 쓰레기조차도 깔끔하게 사라져있는 방안의 모습. 역한 위화감이 몸을 감쌌다.
“몸이...많이... 약해 더 건강해져야 해”
비틀거리며 남성이 있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곁에 있던 여성이 나를 붙잡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시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법한 말랑거리는 감촉과 함께 거대한 몸에 어울릴법한 거대한 가슴이 내 얼굴을 감싸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지만, 그것은 그저 잠깐의 위안만을 가져다줄 뿐이었기에 나는 곧장 냉정함을 되찾아 여성을 밀어냈다.
좀비...아니 자신이 좀비라고 주장하는 벌레무리. 이 녀석들 같은 건 본적은커녕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만약. 정말 만약 그런 녀석들이 세상에 더욱더 존재한다면?
살점 뇌 장기 그 모든 것들이 벌레이기에 갈가리 찢겨져도 머리가 부서져도 금세 원래 형태로 되돌아온다. 남성을 먹을 때처럼 단숨에 확산할 수도 있고 마치 하나의 사회를 이룬 동물처럼 제각기 움직여 먹이를 감싼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어어”
툭 치면 뼈가 부서져 단숨에 죽어 버릴 것만 같은 좀비의 형상으로 몸을 의태한 녀석들이 좀비의 울음소리까지 모방한채 내곁으로 다가왔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자 여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경쾌하게 손짓해 녀석들을 저지했다.
“오늘...사냥은 끝”
사냥이 끝났다. 내가 꿈을 꾼 게 아니라는 것을 여성이 간접적으로 알려옴과 동시에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직은 살아있다. 엿 같은 벌레들이 뭉친 것 같은 변종과 괴물 그것들을 통제해서 나를 감금해놓은 여성이 있긴 하지만. 나에게 간절하게 살아남고 싶다고 외치던 남성처럼 갈기갈기 찢겨 죽지는 않았다.
“으..음 너도..이제..돌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나를 여성이 가리키자 괴물의 거미 같은 팔 하나가 방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단숨에 나를 낚아챘고 저항할 생각도 기력도 남지 않아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아들이자 순식간에 처음 깨어났던 방안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키에..엑”
그 비명인지 울음소리인지 구분이 안 되는 소리를 내고는 자리를 떠난 괴물을 뒤로한 채 혼자 남은 나는 유일한 가구인 침대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 눈을 감았다.
계속 지끈거리는 머리통과 점차 심해지는 팔과 손의 통증 그리고 환기조차 되지 않는 방안이었음에도 여성도 괴물도 그 벌레 녀석들도 없는 이 공간이 100만 배쯤은 더 좋았기에 나는 깊은 심호흡과 함께 정신의 끈을 조금씩 다시 붙잡을 수 있었다.
“공포...공포네”
숨을 돌린 직후 나도 모르게 나온 혼잣말.
공포.
맞는말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던 벌레들의 모습을 되뇌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수많은 변종과 좀비 시체들을 뚫고 나온 나였음에도 그 녀석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몸이 잘게 떨렸다.
꼬맹이가 와도 그 녀석과 싸울 수 있을까? 여성은? 괴물은?
끌어올랐던 피가 잠잠해졌다.
복수도 탈출도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었다.
“진정하자 진정...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이었던 생각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 이내 공포밖에 남지 않을때까지 나의 망상이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
“추..워”
춥다. 미친 듯이 추웠다. 기절해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지 온몸에 감도는 고통 때문인지 잠을 잘 수 없었고 그 벌레가 남성을 잡아먹는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라 공포는 가라앉지 않았다.
“일..어나”
아침이 된 것인지 아니면 저녁이 된 것인지 시간 감각조차 잊어갈 무렵 노크조차 하지 않은 채 여성이 문을 열고 다가와 내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 지었지만 나는 그저 몸을 떨며 여성을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이거 어쩌냐 네 부모님께 나를 먹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게 생겼네”
“으..음”
상처가 감염이라도 된 걸까? 하긴 수많은 사람을 먹어치우고 역겨운 침을 뱉어내던 괴물에게 물어뜯겼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건 너무 멍청했던 거겠지.
“항생제 같은 게...있을리가없나”
항생제라는 말을 꺼내자 여성이 머리를 갸웃거렸기에 나는 하던 말을 멈춘 채 눈을 감았고 똑딱똑딱 머릿속의 자명종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수록 몸이 급속하게 안 좋아지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으..음 이대로..먹어버릴까?”
몸은 춥다며 난리를 피웠으나 머리에는 열이 올라 몽롱했고 잘린 팔부분에서 점액 같은 액체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점점 정신까지 혼미해져가는 와중 옆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던 여성이 천천히 내 위로 올라타는 게 느껴졌다, 무겁고. 부드러우며 블루베리의 달콤한 냄새가 나는 커다란 여성... 그 여성의 입술이 내 목덜미를 물었다.
끈적거리는 침이 흘러내릴 만큼 굶주렸던 것인지 목에서는 끈적한 침방울이 줄줄 흘러내렸으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차가운 혓바닥이 정성스럽게 살을 핥는 감촉. 부드러운 가슴 두덩이가 내 몸에 들러붙어 있는 옅은 쾌감이 느껴지는 감각.
“헤..에”
생존 본능과 간질거리는 여성의 몸짓 때문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지가 멋대로 빳빳하게 새워지자 내 위에 있던 여성이 흥미로운 듯 내 목떨미에서 떨어져나가 자지로 시선을 옮겼다.
“끄응..너...뭘하려는거야”
겨우겨우 신음을 토해내며 여성을 노려보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바지와 팬티가 거대한 힘으로 찢겨나가 우뚝 솟은 자지가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배...고파”
“어쩌라고 떨어져!”
지금까지 흘린 땀으로 역한 냄새가 났음에도 여성은 오히려 식욕이 더욱더 솟구쳤는지 이제는 아예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츄읍]
내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처럼 지체없이 덥석 하고 자지를 단숨에 삼킨 여성의 목구멍 안으로 자지가 흘러들어가 사라졌고 침으로 미끈거리는 여성의 입안에서는 쉴 새 없이 내 자지의 맛을 보는 여성의 혀가 포피를 미친 듯이 핥아왔다.
“너, 그만 그만하라...끄으읍!”
나의 만류에 여성의 단단한 이빨이 자지를 절단내려고 작정을 했는지 콱하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다. 쾌감은 고통으로 급변했고 황급히 여성의 머리를 붙잡아 빼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흐읍 헤에...건강...해졌어?”
“어디가? 그저 고통에 몸부림친 것 뿐이잖아 떨어지라고 빌어먹을 년아!”
어지럽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럼에도 여성은 내가 건강해졌다고 착각하며 행위를 계속한다. 마치 이 성행위가 나를 치료해주기라도 하려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서로...좋은거네”
쭈으읍
여성의 입으로 다시금 자지가 사라지자 쾌감과 고통이 번갈아가며 느껴져 미칠 것만 같았다. 아프다. 기분좋다. 아프다...아프다
“씨발..씨발 이대로 죽는다면... 차라리”
고통. 쾌감. 혐호감.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여성의 머리를 붙잡았다. 이성이 마비되며 죽음을 앞두고 종을 보존하려는 본능이 나를 움직였다.
여성의 머리를 다시 붙잡아 강하게 눌렀다. 내가 다시금 반항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 여성이 힘이 반대로 내 쪽을향해 가해지는 것을 깨닫고는 호응하듯 힘을 풀어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여주었다.
“하아...하아”
퍼억 퍼억. 마치 주먹으로 머리를 치듯 한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아 강하게 여성의 목구멍을 미친 듯이 탐닉해 나갈수록 세상이 점점 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장소에는 나와 여성만이 존재할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의 호수에 빠진것처럼 쾌감에 몸을 맡겨 허리를 까지 멋대로 흔들었다. 아픔도 고통도 모든 것에서 벗어난 것처럼 오직 성적 쾌락에만 몸을 맡겼다.
“...”
문뜩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밑을 내려다보자 자지가 목구멍 깊숙이 들어갔음에도 숨을 쉴 필요가 없는지 침과 애액으로 번들거릴 뿐 여성의 얼굴은 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괴롭지도 그렇다고 쾌감을 느끼지도않는 단순한 성처리. 아니 치료행위 인가?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죽기직전까지 내몰렸던 정신을 억지로 끌어냈다.
“하...하하하”
나는 사정감이 올라오던 자지를 단숨에 입에서 빼내 그대로 붙잡고 있던 여성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감염 때문에 죽는다. 그렇다면...이딴 것 보다...이딴 자위행위보다 조금이라도 타격을 줘서 꼬맹이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꼬맹이의 감정이 터졌을 때보다 강해진다. 감염되었을 때의 나처럼. 꼬맹이가 깨어난다고 해도 그 녀석들에게 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저 미약한 티끌이라 할지라도. 이년에게 작은 상처 하나와 내가 이년 손에 죽어 꼬맹이의 감정이 격하게 요동칠만한 계기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