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괴물
“드디어 찾았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형씨...? 형씨?!”
나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주먹을 단단히 움켜잡고는 벽에 매달려있던 군인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힘 조절을 하긴 했지만 평범한 남성보다 배는 강한 나의 힘에 가격당한 군인의 얼굴에서는 쩍 하는 경쾌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커억..!”
“야 정신 좀 차려봐 개새끼야 그래야 내가 너를 왜 때리는지는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응?”
얼굴의 뼈가 산산이 부서지는 살벌한 모습에 보다 못한 경찰관이 군인의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던 내 손을 붙잡았다.
“진정해 형씨!!”
“이개새끼가 좀비들이 몰려드는 빌딩에 우리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당신이 봤어야해! 이거놔!!”
그날, 아파트에서 총으로 위협당해 버려졌던 그날. 얼마나 이 순간을 상상했던가. 이 개새끼를 얼마나 죽이고 싶었던가.
“으..어어”
경찰관이 말리든 말든 나는 철저하게 힘을 조절해 죽지 않을 정도만 군인의 얼굴을 계속해서 내려찍었다. 한 번 두 번 주먹이 오갈 때마다 이빨조각과 새빨간 피가 어둠 속으로 흩뿌려졌고 안면의 뼈가 완벽하게 무너져 내린 군인의 얼굴은 흡사 앞쪽에 매달린 좀비들처럼 심하게 짓뭉개져 버렸다.
“이봐 벌써 정신을 놓으면 안 되지. 빨리 일어나”
“....”
의식을 잃기 직전인 듯 점점 초점을 잃어가는 눈빛. 나는 혀를 차며 군인의 배를 후려갈겼다. 토사물이 입에서 뿜어져 나와 내 옷을 적셨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어사 따귀를 몇 대 때린 후. 머리통을 붙잡아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냐 씹새끼야?”
얼굴을 맞을 때보다 더한 고통 때문에 풀려가던 군인의 눈빛이 잠시 정상으로 돌아와 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너...너 살아있던 거냐”
내가 누구인지 알아챈 듯 흔들리는 동공을 보자 입이 절로 비틀리며 비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분명 수백마리가...”
“니새끼가 그대로 가버려서 우리가 고생을 좀 했거든?”
“어..어쩔수없었어... 내부로 좀비를 들일 수는 없었...다고 너라도...”
이빨이 전부 갈려나가 어눌한 발음으로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군인의 모습을 보던 나는 이날 처음으로 내 힘이 약해진걸 신에게 감사하며 군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다.
몸통의 뼈가 순식간에 으스러져 내장을 파고드는 감미로운 소리와 군인의 비명이 마치 노래소리처럼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였다.
“커억, 쿨럭 쿨럭”
“왜! 숨을 못 쉬겠어? 응?”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웃기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는지 꺽꺽대던 군인은 알 수 없는 액체나 덩어리를 토해냈다. 장기인지 뼈인지 알 수 없는 덩어리...나는 그 덩어리를 짓밟으며 군인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그만...그만해”
“아직 죽지 마라 하고 싶은 게 잔뜩 있으니까...”
역겨운 군인의 입에서 나오는 피 덩어리들이 잔뜩 튀어 올라 얼굴과 몸을 더럽혔음에도 나는 상관하지 않고 군인을 계속 구타했다.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무리 애원해도. 아무리 욕설을 퍼부어도. 나는 그저 그를 비웃을 뿐 손을 멈추지않았다.
“키에에엑!”
“형씨 시간 없다며 저쪽 헬멧 쓴 사람도 아직 살아있는 것 같으니까 빨리 여기서 데리고 나가자고!!”
좀비와 변종들도 오랜만에 피 냄새를 맡았는지 발광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경찰관이 얼굴을 구기며 소리쳤다. 정말 시간이 없다는 듯 여유가 없다 못해 공포에 질린 경찰관의 표정.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숨이 끊어진 듯 의식을 잃어버린 군인을 잠시 노려보다 천천히 꼬맹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꼬맹아 미안한데 이 녀석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때어줄 수 있을까? 이 녀석이랑 다르게 아직 쓸데가 많은 녀석이라 가다가 죽으면 안 되거든”
“...응”
꼬맹이는 잠시 분노에 몸을 맞겼던 내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조종사에게 접근해 벽에서 뜯어내기 시작했다.
“...명줄은 기네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는걸 보면”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는 꼬맹이를 뒤로한 채 나는 아직 목숨줄이 붙어있는 군인의 역한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쉬웠다. 기절해버린 이 녀석을 벽에서 뜯어내 손가락과 발가락을 전부 부러뜨려 버리고 싶었다. 자지와 불알을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럽게 잘라내어 입에 쳐넣어 버리고 싶었다. 눈알 하나를 도려내 좀비에게 먹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혀를 잘라내고 싶었다. 다리를 잘라내고 싶었다.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다.
하고싶은 일들이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많음에도 분을 삭혀야만 하는 처지를 한탄하던 나는 이내 고민을 멈추고 눈을 떠 기절해버린 군인의 목을 붙잡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작은 맥박이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기에 손바닥에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아 역겹기 그지없었다.
[뿌드득]
사람의 목이 물리적으로 180도 돌아가는 경쾌한 소리가 이때만큼은 정말로 듣기 좋아 입가가 절로 느슨해져 버렸다.
“...주인 다됐어”
나의 감성적인 모습 때문인지 금세 조종사를 벽에서 때어낸 꼬맹이가 공물을 바치듯 양손으로 나에게 사람을 들이밀었다.
자신에게도 이 분노가 미칠까 안전부절한 모습.
뭔가 옛날. 나를 처음 보았을 때 꼬맹이를 보는 것 같아 약간이지만 화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고마워 고생했어”
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 그 녀석에게 하고 싶었던걸 그 하얀 머리 새끼한테 전부 해주면 되는 거지 조급해질 필요는 없었다.
“아아 꽁냥대는건 나중에 하자고 형씨 뭔가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 게 예감이 좋지 않아”
경찰관이 꼬맹이가 들고있던 기절해버린 조종사를 빼앗든 안아 들며 다시 한번 걸음을 재촉했다. 뒤에있던 사서또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또한 이곳에 더 머물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주인 앞에서 뭔가 엄청많이 달려오고있어”
“...뭐?”
“키에엑!”
꼬맹이의 발언에 일행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소름이 돋는 울음소리와 함께 얌전하게 벽면에 묶여있던 좀비들이 순식간에 벽에서 풀려나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경찰관이 업고 있던 조종사를 패대기치며 권총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듯 순식간에 들이닥친 좀비들은 사서와 경찰관을 감싸 이빨을 들이밀었다.
“케엑...”
“괘,괜찮으세요!!”
사서는 자신의 앞으로 달려든 좀비의 머리를 도끼로 단번에 내려찍은 후 경찰관에게 달라붙은 녀석의 목을 단번에 잘라 버렸다.
“아니...안괜찮은 것 같다”
사서를 올려다보며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린 경찰관은 이미 물려버린 자신의 팔을 가리켰다.
“백신이 있으니까 정신 차려 이 새끼들 전부 처리하고 들이부으면 괜찮을 거야!”
“그래 백신, 백신이 있었지...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뭔가 미약처럼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구석에 몰아넣고 자위라도 시키면 어떻게든 되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소리치자 정신을 되찾은 경찰관은 걸걸한 욕설을 내뱉으며 몰려드는 좀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뭐야 좀비들뿐이잖아...변종, 변종들은..!”
나와 꼬맹이 또한 뒤늦게 경찰관의 근처로 달려가려던 와중 의문점이 떠올랐다. 분명 들어올 때는 변종들도 사이사이 껴있는 걸 봤었다. 힘으로 따지면 저 썩은 시체들보다 변종들이 더 강할 터인데 그 젤리에서 튀어나올 거면 변종들이 먼저 풀려 나와야 하지 않나...?
그 순간 기다란 팔 하나가 어둠 속을 뚫고 빠르게 날아오는게 보였다. 아직 죽지않은 동체시력에 감사하며 재빨리 몸을 틀자 내심장에 직격으로 박힐뻔한 손은 내 어깨에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하...여기서 갑자기 이렇게 튀어나오는 거냐? 계속 구석에 얌전히 처박혀 있을 것이지.”
“크르르..”
의사의 실험실에서 봤을 때보다 몇 배는 커진 얼굴에 눈 대신 뾰족한 이빨의 입이 달린 괴물이 내 말을 비웃듯이 울음소리를 내더니 짐승처럼 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잡히면 그 역겨운 3개의 입으로 나를 물어뜯어 죽이려나?
어깨의 고통을 최대한 모른척하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쇠파이프를 괴물의 얼굴에 직격으로 후려갈겼다.
“차라리 잘됐네 적당한 화풀이 대상이 나타난 거니까!!”
[깡!]
무슨 강철로 된 벽을 때리는 것만 같은 감각과 함께 찡하고 울리는 팔의 통증. 쇠파이프는 그대로 산산히 부서져 쓰레기처럼 바닥에 떨어져 버렸고 그와 동시에 보이는 괴물의 입안이 심연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평범한 상처로는 끝나지 않을 것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자 꼬맹이의 차가운 온기가 느껴졌다.
“...떨어져!”
[콰앙!]
내가 후려쳤던 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꼬맹이에게 밀려난 괴물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곧장 세 개의 입에서 거무튀튀한 혈액을 뿜어냈다.
“...젠장!”
[타-앙!]
괴물의 혈액이 줄줄 바닥으로 흘러내리자 경찰관은 다급하게 총을 꺼내 들고 괴물의 입안으로 사격을 가했지만, 괴물은 눈도...아니 입도 깜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뱉어낸 혈액을 손에 집어 뭉치더니 공처럼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