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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난입


범죄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하게 걸어가던 나는, 이내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모퉁이 한켠에 힘없이 주저앉아 뒤따라온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너의 앞에서만큼은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고 싶었어! 화내고 싶지 않았다고” 믿었던 팀에게, 사랑하던 여자친구에게, 심지어는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나를 향해서 처음으로 손을 뻗어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지금까지 나는 꼬맹이 단한 사람만을 위해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아픈 꼬맹이가 고열로 힘들어 했을 때는 약을 구하러 안전한 아파트 바깥으로 나가 좀비들과 싸웠으며, 꼬맹이의 부탁 때문에 그 엿같은 배신자들을 구했고 탈출을 위한 헬리콥터가 왔을 때조차도 소리에 몰려드는 좀비들을 온몸을 던져 막아냈었다. 심지어 꼬맹이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렸을 때조차도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전부 꼬맹이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 모든 일 하나하나 지금까지 있던 일 전부.... 전부다 이 녀석을 위한 일이었음에도 이 녀석은 그 무엇하나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네가 전부야 꼬맹이 다른 건 전부 괜찮으니까 그거 하나만 이해해 줘. 부탁이야” 어째서? 어째서 나만을 이해해 주던 그녀가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손을 뻗기 위해 나를 공격했을까? 감염에 대한 후유증? 아니면 그저 나에게서 정이 떨어졌을 뿐일까? 나와 그녀 이 둘만이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니었나? 나의 노력은, 꼬맹이를 생각하던 마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일까?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던 의문들이 다시금 덮쳐와 혼란은 점차 가중되어 갔고 머리가 심하게 아파져 왔다. [너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오랜만에 들려오는 환청 소리와 지끈거리는 머리의 통증때문에 무척이나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너를 그저 지켜주고 싶을 뿐이야 약속 기억하지? 너는 내 것이고 나는 너를 끝까지 지켜주기로 했잖아” “...” “내가…. 그전에 내가 이루지 못했던 일이니까 약속이니까 필사적으로 노력했어. 하지만 너는 내가 지켜주려고 하는 행동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려 하잖아. 범죄자 때도, 저 남자를 죽이려고 했을 때도” 아무리 몸이 강해졌어도 아무리 힘이 있어도 나는 그저 꼬맹이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것은 꼬맹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옷을 붙잡고 있던 꼬맹이를 끌어안았다. 슬프다. 즐겁다. 무섭다. 화가난다.. 대머리를 죽이고 아파트에서 꼬맹이와 함께 지낼 때까지 얌전하던 갖가지 감정들이 나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다시금 심하게 요동쳐 댔다. “...힘들어” 어느샌가 벗어버린 바지 아래에 숨어있던 커다란 자지가 튀어나왔고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그대로 꼬맹이의 입에 처박아버렸다. 갑작스럽게 입안으로 들어온 자지였음에도 꼬맹이는 놀라지도, 움츠러들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입안 깊숙이 안으로 들어오는 자지를 삼켜갈 뿐이었다. 반항도 저항도 일절 없었다. “구윽..” 마침내 자지가 뿌리 끝까지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자, 꼬맹이는 날렵하게 혀를 내밀어 불알을 핥았고 그와 동시에 목구멍까지 강하게 조여주기 시작했다. 육욕을 만족시키는 인형처럼, 진짜 오나 홀처럼 나의 자지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꼬맹이. 나를 위해 행동하는걸까? “숨을 못 쉬니까 괴롭지? 너도 조금만…. 내 아픔에 100분에 1이라도 좋으니까 조금만 괴로워졌으면 좋겠어.” 가슴의 상처가 난 것처럼 아파졌음에도 나는 꼬맹이의 머리 뒷부분을 잡아 막무가내로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꼬맹이가 괴롭게 컥컥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울릴 뿐인 공허한 성행위가 계속될수록 나의 모든 것이 채워지는 듯한 감정을 받던 예전과 달리 그저 방금 생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쓰라려 왔다. 채워지지 않았다. 빈공간이 더욱더 벌어지기만 할 뿐 그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맹이의 차갑지만, 따뜻한 입속은 의무적으로 내 정액을 뽑아내려 최선을 다했기에 곧, 사정이 감이 물밀듯이 올라온 나는 마지막으로 꼬맹이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목구멍 가장 깊숙한 곳에 정액을 쏟아냈다. [뷰릇 뷰르릇] 소변을 싸듯 끝없이 흘러나오는 정액을 삼켜가는 꼬맹이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공허한 눈동자.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탁한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은 흡사 귀신처럼 심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씨발” 만약 예전에 나였다면 이것조차 즐거워했을까? 오늘 처음으로 대답이 나온 마음속의 질문의 답은 ‘그렇다’였다. ◆ 다음 날 저녁, 안전하게 방으로 돌아온 이후 나는 나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꼬맹이에 대한 배신감도 분노도 더는 남아있지 않아 변종의 시체가 있는 방안에서 그저 멍하니 누워 시간을 보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번개가 치는 것처럼 방안에 큰소리로 울려 퍼졌고 이윽고 범죄자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분위기를 살폈다. “저기…. 오빠 괜찮은거야?” “왜 그 새끼 뒤져서 싸우려고왔냐?”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날이 잔뜩 서 있는 말이었음에도 범죄자는 무섭지도 않은지 그대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쉽게도 대장은 건강해 내장도 무사하고 응급처치도 잘해서 조금만 쉬면 다 나을 거야 뭐, 살짝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죽었을 것 같긴 하지만 운이 좋았지” “그래그래 운이 지지리도 좋은새끼네... 아아 아니다 그냥 내가 더럽게 운이 나쁠 뿐인가? 염병 차라리 치고박고 싸우는게 머리가 덜아프겠어” 심하게 떨리는 자조 섞인 말에 범죄자는 말을 멈추더니 음식을 꺼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뜨거운 고기 수프. 지금까지 주던 퍽퍽한 음식과는 다른 제대로 된 배식이었다. “하! 총까지 맞았는데 그거가지고 기분 풀라는 거냐? 지랄하지 마” “아니 이건 꼬맹이 주려고 가져온 건데? 오빠 거는 이거야 옥수수 통조림 아, 이건 특제라서 마요네즈도 들어있어” “....이건 그냥 콘샐러드 통조림이잖아. 특제는 지랄” 어처구니없는 말에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휙 하고 뒤를 돌아 꼬맹이 바라보았다. 어제 강간당한 이후 그저 나를 지켜볼 뿐 그 어떠한 칭얼거림도 울음소리도 없이 죽은 듯 조용하던 꼬맹이. 평소 같았으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관심이라도 보였겠지만 오늘은 아무런 움직임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음식 내려놓고 너는 그만 나가봐 내가 먹일 테니까”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나가기야 하겠지만…. 오빠가 다 먹으면 안 된다?” “좆 까고 꺼져”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하는 범죄자는 잠깐 나와 꼬맹이를 바라보다 밖으로 나가버렸고 나는 꼬맹이의 앞에 마주 앉은 다음 수프를 입안에 살짝 집어넣어 보았다. 조금 밍밍하긴 했어도 아무런 이상함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수프의 맛. 독같은 이상한 걸 넣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아” 한숨을 푹 쉬면서 수프를 이리저리 숟가락으로 젓다 이내로 조심스럽게 꼬맹이에게 수프를 먹여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입을 열어 내가 주는 음식을 받아 먹는 꼬맹이... “미안” “...” 어느덧 마지막으로 남은 수프를 한숟가락을 입으로 넣어주려던 차에 조용히 사과를 건넸다. 말을…. 아니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돌려주기를 바라며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이 썩어 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추악한 말이었을 뿐. “으…. 아” 그런데도 꼬맹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돌려주었다.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를 용서해 주는 것처럼 해맑게 [콰앙!] 조금, 마음의 짐을 덜어지려던 차에 변종의 시체로 막혀있던 창문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더니 우락부락한 거대한 손이 순식간에 안으로 날아들어 와 내 몸을 후려쳤다.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머리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멈춰 섰지만, 간신히 일어선 나는 꼬맹이를 끌어안아 거리를 벌렸다. “키에에엑!” 내가 방심한 틈을 노린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부서진 창틀을 넘어 안으로 들어오는 좀비들과 수많은 변종들. 나는 빠르게 칼을 끄집어내 제일 먼저 안으로 들어와 우리에게 달려들려던 녀석의 머리를 베어 넘긴 후 방 밖으로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 “그어어..” “아아아아!! [쿠-웅!] 내가 몸으로 막고 있긴 했지만,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좀비들 때문에 안 그래도 낡아빠진 방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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