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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 (15)


누구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렸고 머리까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어디까지가 현실이었고 어디까지 환영이었던 걸까? 몽롱한 정신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주변을 살펴보자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나를 뜯어먹던 꼬맹이는 감쪽같이 사라져있었으며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던 어두운 공간 또한 엿 같은 운동장으로 뒤바뀌어있었다. 미간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과 주변에 튀어있는 피로 보건대 아마. 대머리가 쏜 총에 맞은 것까지는 확실히 현실이었던 것 같았다. 전부 죽여버리라던 대머리의 명령과 무전기 너머에서 들리던 비명소리마저 전부... 꼬맹이를 잃었다는 극심한 상실감과 슬픔이 덮쳐왔지만, 아직 감성에 젖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얼굴을 찌푸리며 무릎을 짚고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떨려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새끼들아, 오늘은 잔치다! 가서 술이랑 음식을 전부 가지고 와! 약이든 여자든 오늘은 전부 허락하마!”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상념에 빠져있던 정신을 뒤흔들었다. 고통과 피로로 인해 좁아진 시야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빡빡머리, 단번에 이성이이 날아가 버릴 만큼의 살의가 끓어올랐다. “엥 뭐야 너희들 즐겁지 않은 거야? 이제 성남 전체가 우리 구역이야 왕이나 다름없는 권력을 손에 쥔 거라고 좀 더 행복해 하란 말이야 푸하하하” “큰형님! 뒤, 뒤를 보십쇼!!” “...너 뭐야 어떻게 일어난 거야?!” 쓰러져있던 내가 몸을 일으킨 것을 본 녀석들이 당황하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공포, 당혹감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 대 모여 나에게 쏟아졌다. [먹어 치워] 그 모든 감정들을 담담히 받아내며 발걸음을 내딛자, 여성인지 남성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노이즈가 잔뜩 끼어있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오른쪽 손목이 기괴하게 꺾여졌다. 꽈배기처럼 꼬아지고 뒤틀려가는 오른 팔아있지만, 신기하게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히,히익!” “혀, 형님 저 새끼 뭔가 이상한데요 어떻게 하죠?!” 나를 포함한 주변 모든 인물이 멍하니 내몸의 변화를 지켜보던 것도 잠시, 돌연 손등이 갈라지더니 뭉툭한 뼈 하나가 튀어나왔다. 마치 옛날 중세 시대 영화에서나 보던 롱소드의 손잡이 같은 뼈의 모양새가 마치 자신을 뽑으라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뿌득, 뿌드득 극심함 혼란감을 느끼며 어떻게해야 할지 고민하자 내 몸은 제멋대로 다시 뼈를 뒤틀었고 피부마저 하나의 생명체처럼 꾸물거리다 이내 극심한 통증과 함께 뭉툭하게 튀어나왔던 뼈를 몸 밖으로 배출했다. “하하..푸하하핫” 뼈를 분출한 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나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괴물 괴물 소리를 듣긴 했지만 설마 진짜 괴물이 되어버린다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너, 너 방금 어떻게 한 거냐 설마... 설마 진짜 돌연변이라도 일으킨 거냐?!” 내 앞에서 처음으로 말을 더듬는 대머리의 말을 무시한 채 땅바닥에 떨어진 뼈를 주워들었다. 뭉툭한 부분의 반대 방향은 상상했던 대로 무척이나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 검처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용한... 무기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잠시 칼날 부분을 매만지던 나는 그것을 양손에 쥐어보았다 오랜만에 쥐어봤었던 야구 배트처럼 손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더니 야구에 목숨을 걸었을 적 단 한 번, 컨디션이 미친 듯이 좋았을 때 느꼈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일체감이 검에게서 느껴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씨발 전원...!” 무언가 낌새를 눈치챈 듯 다급히 명령을 내리려던 대머리를 그대로 지나쳐 막 무기를 치켜들려던 노예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부를 가르듯 간단하게 몸이 썰린 노예는 말 그대로 반으로 쪼개져 바닥에 널브러져 몸의 내용물을 쏟아냈다. “(두개골부터 척추까지 단칼에 잘라버렸는데 한 번도 걸리지 않다니 엄청 날카롭네 이거. 아니면 내 힘이 세졌거나...뭐 상관없나)” “....” “아... 대머리 너는... 곱게는 죽이지... 않을 거야 얌전히 기다려”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것조차 크게 상관없었다. 내 몸과 정신이 바이러스에 전부 갉아 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새끼만 죽일 수 있다면 전부 줄 수 있었으니까. 씨익 소름 돋는 썩소를 띄워 보이며 나는 마지막으로 죽일 대머리를 방치하고는 뒤에 있던 녀석들을 공격했다. 목을 베어내고, 심장을 찌르며 양 떼를 도살하는 도축업자처럼 나는 한 번의 주저함 없이 한번의 칼질로 노예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쫄지 말고 정신차려 새끼들아, 공격해 나를 지켜라!” 노예들의 죽음을 부추기는 듯한 대머리의 외침이었음에도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리던 녀석들은 각오를 다진듯 정신을 차리더니 한꺼번에 반격을 가해왔다. “참... 굉장한 충신들 나셨네.. 저 딴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싸우다니...존경스러워” 푹 살이 찢기며 칼날이 온몸에 박혔다. 내 몸을 성공적으로 찌를수 있었던 노예들이 해냈다는 듯 저마다 기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맞았다는 감각마저 상실한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를 내려찍은 금속배트의 차가운 감촉도, 날카로운 날붙이에 찔려 불에 지져지는 듯한 통증도... 그 무엇하나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살아있기는 한걸까?)” 나는 몸에 박혀있는 날붙이들을 내버려 둔 채 나를 찌른 녀석들중 한 명에게 천천히 걸어가 한손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자, 잠까아아안!” 펑- 충동적으로 약간의 힘을 가하자 풍선이 터지듯 간단하게 머리가 터지며 뼈와 뇌수가 사방대로 퍼져나갔고 피 냄새에 정신이 고양된 나는 입을 열어 시체를 뜯어먹었다. 달콤한 피의 냄새와 인육의 맛이 마치 내가 살아있다고 말해주듯 커다란 만족감과 포만감 행복감같은 감정들을 한번에 가져와 변해가는 몸에 대한 두려움을 저 멀리 몰아냈다. 마약같네...중독 될 것 같아 “하하... 하하하” 그래 지금은... 내가 살아있던 죽었던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대머리의 명령으로 사라져버린 나의 버팀목들에 대한 복수를 할 뿐. 나는 비스듬이 들고 있던 검을 치켜들고서 노예들 사이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 “항복, 항복한다고 살려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노예가 오줌까지 지리며 무기를 내던진 채 무릎을 꿇었지만 나는 용서 없이 머리를 베어냈다. 마지막 남은 노예의 초점 없는 눈동자에서 감정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주변은 마침내 고요해졌다. “몇... 명이나 배었더라?” 멍한 정신으로 손에 쥔 검을 내려다보았더니 달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던 검은 어느샌가 노예들의 피를 잔뜩 머금어 핏빛으로 물들어있었다. 하긴, 온몸도 피투성이가 될 정도였으니 당연한 거겠지 “씨발... 씨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멍하니 칼을 내려다보고 있자 대머리가 심하게 떨려오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아 그러네 전부... 끝이 아니었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대머리에게 겨누자 대머리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야 동생 잠깐 진정해...!” 대머리가 기습적으로 날린 송곳들을 간단히 쳐내며 거리를 좁힌 나는 검을 휘둘러 대머리의 손가락을 하나 잘라냈다. “말했잖아... 쉽게 죽여주진 않겠다고” 극심한 고통에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대머리의 몸통을 발로 짖밟은 뒤 검을 어깨에 박아넣었다. 꼬맹이와 덩치, 여성이 당한 것의 반만큼은 돌려줘야 했다. “내가... 내가 쉽게 죽을 것 같냐? 다시 지옥으로 처박아주마!” 아직 포기하지 않은것인지 대머리는 역겨운 표정을 짖더니 품 안에서 플라스크 병을하나 꺼내 보였다. 의사가 만들어낸 화학물질이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디서 봤더라? 편의점? 아파트? [분명 책상위에 올려뒀는데 가져가시지 않았습니까?] “뒤져어어라!” 안개에 휩싸인 듯 쉽게 떠오르지 않은 기억에 얼굴을 찡그리자 대머리는 무언가 오해한 듯이 기괴한 기합 소리와 함께 플라스크 병을 내머리에 내려찍었다. “하아..하아 플랜b다 엿같은 괴물새끼야, 너는 온몸이녹아내리면서 고통스럽게 죽을꺼야 푸하하” 역한 냄새의 액체가 온몸에 흩뿌러졌다. 이거 냄새가 밸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그거... 내피로 만든 거야 나한태 효과가... 있을 리 없잖아?... 그게 최후의 바락이라니...노린제냐 너는?” 뻣뻣한 얼굴에 비웃음이 올라왔다. 대머리의 절망감어린표정, 아아 왜 이새끼가 무전기로 꼬맹이를 죽이려고 했는지 알것같네... “끄아아아악!” 나는 그저 약한 따끔거릴 뿐 아무런 효과도 없는 역한 액체를 간단하게 털어낸뒤 어깨에 박아넣은 칼을 천천히 아랫방향으로 움직였다. “아프지...? 천천히 즐겨보자...내가...꼬맹이가 만족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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