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 (13)
마치 밖에 있는 좀비들처럼... 마치 인간인 모습을 한 짐승들처럼 나는 눈에 강렬하게 새겨진 고통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대장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기분 좋지 않아? 맛있지? 먹어 그대로 사냥감을 물어뜯어 버려]
입안으로 들어온 대장의 탄탄한 살점과 피가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태까지 겪었던 모든 상황에 대한 반동이 이제야 뒤늦게 올라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끔찍한 감각에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지금 물어뜯지 않으면 니가 죽어버릴 거라구?]
“개새끼처럼 짖어대더니 그럴만했네... 대머리가 말했던대로 완벽한 사냥개야”
목덜미에 이빨이 박혔음에도 대장의 눈동자가 전보다 더욱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한 아이처럼 순수한 웃음을 띄우는 대장은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는 나에게 마치 자신만을 바라보라고 호소를 하듯이 내 눈을 도려낸 단도를 휘둘러 가슴에 쑤셔넣었다.
[살고 싶지 않아? 돌아가서 꼬맹이를 만나야지]
한번, 두 번 마구잡이로 늘어가는 가슴팍의 상처에 등 뒤에 있던 환영이 나를 조롱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걱”
고통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토사물을 삼켜내며 내 앞에 대장이 원하는 것처럼 멈추지 않고 단단한 살점을 뜯어 목구멍 안으로 넘겼다. 살고 싶다. 그저 살고 싶었기에 나는 억누르던 본능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아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하하하하! 사랑해 사랑하고있어 너만을...]
피가 주변에 흩뿌려지며 나와 대장 둘 중 누군가가 죽어야 끝나는 영원 속에 갇힌 것처럼 노예들의 숨소리, 대머리의 이죽거림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니 주변이 고요한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
목덜미뿐만이 아닌 온몸이 좀비에게 뜯긴 것처럼 너덜거리던 대장의 손에서 마침내 단검이 떨어져 나갔다. 완벽한 승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상처 입은 나의 몸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내 몸 또한 대장에게 올라타기 전보다 더욱더 엉망으로 변해있어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 조금만... 조금만 더했었으면 내가 이겼을 것 같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극도의 나른함이 온몸을 감싸 안았기에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대장이 목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며 작게 입을 열었다.
“좆까, 내 몸도 정상이 아니었어, 원래 같았으면 순살이었다고 개새끼야 알아들어?”
공허한 눈동자, 아니 완전히 죽기 직전 동태처럼 거무튀튀한 눈동자를 한 대장에게 욕설을 내뱉자 대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가 뒤지면…. 아마 너도 저 새끼들한테 뒤질 거다”
“쯧 빌어먹을 새끼 닥치고 뒤져...감염자도 아닌데 어떻게 이 정도까지 싸울 수 있었던 건지”
코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혈 향이 입안에 맴도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대답을 할 수 없는 대장을 내려다보던 것도 잠시 슬쩍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 모든 인원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멍한 표정들 너머로 보이는 경외심 공포감 두려움 등등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의 향연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전부 무기 내려 너희들 대장 죽은 거 안 보여? 나한태 따먹히고 싶어?”
대장의 피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썩은 미소를 띄워 보이며 주먹을 치켜들자 무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떠한 반항도 그 어떠한 저항도 없이 그저 조용하게 무기를 떨어뜨리는 숫자가 하나둘 늘어가던 도중 누워있었던 노예와 대머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희들 이대로 항복한다고 해도 저 피의 굶주린 괴물 새끼가 퍽이나 살려두겠다. 생각을해 생각을”
대머리의 한마디, 단 한 마디가 무기들을 땅에 버리던 인원들의 행동을 막아섰다. 씨발 뭐가 문제지? 이대로 항복하는 걸 받아주면 되는 거잖아.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너희 내 밑으로 들어온다고 한다면 저 새끼 내가 처리해줄게 내아래로 들어올래 아니면 그냥 죽을래?”
“지금 뭐 하는 거야...”
멀리 떨어져 나갔던 권총을 주워 나에게 겨누고는 어울리지도 않는 친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가 먼저 배신하지 않았으면 우린 끝까지 갔을 거야 동생 네가 원하는 꼬맹이의 복수도 치료제의 개발도 되어 행복하게 살았겠지.”
“지랄하고있네 원래부터 죽일 작정이었잖아? 무리한 작전, 나에게 보인 미묘한태도, 남성과 따라온 노예의 적의까지…. 언제부터 생각했던 거냐?”
“푸하하하 그래 맞아 지랄이야 지랄 병신같은 사냥개 새끼야 너는 이번 작전을 설명할 때 나에게 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안 됐어! 토사구팽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좆까”
“이건 전부 네 탓이야 알지? 명령에도 따르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통제 불능 괴물이 약해진 틈인데 그냥 둘 수는 없잖아?”
나의 욕설에 대머리는 그 엿같이 친근한 미소가 뒤틀렸다. 광기와 탐욕이 한껏 응축된... 마치 욕망의 항아리와도 같은 얼굴이 참 볼만했다.
“하아~ 이봐 너희들은 그래서 어쩌고 싶은 건데 아래로 올래 뒤질래?”
웃음을 멈춘 대머리는 차가운 시선으로 남은 인원들을 돌아보았다.
“...”
“저기 고민할 게 있긴 한 거야? 저 개새끼에게 잡아먹힐 건지 내 밑으로 들어올 건지 정하라고 말하는 거야. 쉽게 말해줘? 없어진 대가리 자리 그 자리 나달라고 대신 살려준다고 빡대가 새끼들아!”
나에 대한 공포심은 곧 적의로 경외심은 혐오감으로 뒤바뀌었고 전의를 잃었던 그들 사이에 투지가 피어올랐다.
“아아 좋아 좋다고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저 괴물 새끼만 죽인다면 네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들어가마”
이제는 더 이상 서 있을 만한 힘도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멍하니 나에게 달려오는 인원들을 바라보았다. 선두에 서 있는 얼굴에 덕지덕지 문신을 새겨넣은 게 경박해 보이는 남자. 아아 빌어먹을 이런 새끼한테 뒤질 거면 대장이랑 같이 뒤지는 게 좋았다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죽어!!”
“하아... 머리가 움직이라고 말하기 전에 움직이면 어떻게 하냐, 잊었어? 대장의 명령은 절대적 그건 전이랑 같아 병신같은 새끼들아”
막 나에게 들고 있던 커다란 쇠스랑을 내려찍으려던 녀석이 뒤편에서 날아든 송곳이 머리에 박혀 그대로 쓰러졌다. 내가 죽여버린 대장과 유사한, 아니 그보다는 훨씬 덜떨어진 카리스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 있는 어떠한 사람도 쉽게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좋겠네! 이제는 왕이 됐잖아 광대가 왕이라니 왕국이 얼마나 가려나”
“푸하하하 송곳만 던지던 광대가 왕이 된것도 전부 네 덕분이지 동생. 그 엿같은 대장 나으리에게 쫓겨난 복수도 했고 원하는 것도 전부 손안으로 집어넣었거든. 자~ 지금 나한테 붙으려는 새끼들은 전부 무기 내리고 조용히 포박되라 입단 절차다”
내 빈정거림에도 대머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게 무슨 개소…. 끄아아악!”
“대가리가 말했으면 군말하지 말고 따라야지 안그래? 방금 내 밑으로 들어온 새끼들인데 너 같으면 퍽이나 바로 믿어주겠다. 푸하하하 내가 저 새끼 죽이면 바로 뒤통수 때릴 거잖아? 왜? 내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들어온다며?”
“야 대머리 넌 대장이 아니야 적당히 해 죽고 싶어?!”
“왜 싫어? 난 그럼 동생 편에 들어서 너희 전부 죽여버릴 거야 나 말고 저 새끼 감당되는 새끼 없잖아? 야 동생 너는 그편이 더 좋겠다? 살 가능성이 더 늘어나잖아 뭐 마지막에 가선 싸워야 할 테지만 말이야. 뭐 그땐 그때 이야기지”
“...제기랄 알았어! 알았다고! 엿 같은 입단식도 다 있군그래 빌어먹을”
대머리의 권총이 대장의 부하들이었던 인원들에게 향하자 나와 대머리를 번갈아 보던 그들은 이내 들고 있던 전부 무기를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는 순순히 노예들이 가져온 포승줄이 묶여나갔다.
“이렇게 내 생존 가능성을 0퍼센트로 떨어져 버렸네 아주 아주 좋은 일이야”
“그래, 그렇고 말고 정말 엿 같은 일이지 동생~ 아 움직이지는 말아줄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쏴버릴 테니까. 지금 상태로는 재생은커녕 바로 죽어버리겠네? 총알까지 피해낸다면 모르겠지만”
손뼉을 치며 유유히 내 곁으로 다가오는 대머리는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
“전부 무기 들고 대기해”
미소 사이로 나온 대머리의 명령에 막 합류한 새 노예들의 포박을 마친 다른 노예들이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주워 나를 겨냥했고 대머리는 천천히 자기 겉옷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동생, 정말 고맙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여기까지 성장했던 것도 네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그래서 나도 선물 하나 주려고하는데 괜찮지?”
“한마디만 할게 좆까고 죽일거라면 빨리죽여 그편이 너나 나나 편할태니까”
“아아~! 니가 지금까지 나한태 한걸 떠올려보라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줘야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