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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170화


170화 “어? 어? 어?” 난 놀라움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밑집 여자 자매와 제수씨가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현관으로 나와 나란히 선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놀라움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나니 갑자기 등줄기에서 땀이 차기 시작했다. 이 짧은 시간에 땀이 차다 못해 흘러내릴 정도로 난 놀라움을 넘어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고작 이틀 지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뭔가 일어난 것 같은데...’ “뭐야? 왜 세 명이 모여 있어?” 지금 상황에 대해서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이 굳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난 그녀들을 보면서 물었다. 물론 등줄기의 땀은 그녀들이 알지 못할 거라는 확신에서 말이다. “지금 상황은 당신이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수씨가 날 보면서 말했다. “씨는 당신이 뿌려놓고 우리들 보고 오히려 물어보면 어떡하자는 거지?” 밑집 여자가 언니와 제수씨를 번갈아 보고 서로 끄덕인 다음 나를 보면서 말했다. “......” 역시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여자들이 아니다. 나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여자들이다. “아,아니. 그게 아니라...” 난 침묵 뒤 말을 말을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말을 더듬으면서 굴욕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 졌다. 이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휴... 무조건 미안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다 잘못했어.” 난 백기를 들었다. “호호호.” “하하하.” “호호호.” 내 백기에 그녀들의 심각한 얼굴이 한순간에 풀리면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 그녀들은 이미 뭔가 이야기를 충분히 했구나.’ 엄청 심각했던 얼굴들을 뒤로 하고 즐겁다는 듯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들은 이미 뭔가 상의가 끝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난 안도감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하긴... 밑집 여자가 아무 생각없이 제수씨가 와 있는데 여길 왔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만한 여자가 아니다. “내가 무조건 잘못했는데... 그래도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좀 알려줄 수 있을까?” “하하하. 역시 이 사람 이런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 제수씨는 밑집 여자 자매들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역시 웃음소리마저 호탕하다. “호호. 예. 그래요. 정말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죠.” 밑집 여자 언니가 제수씨 말에 동의하며 웃었다. “그러니깐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죠. 호호.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은데, 이렇게 현관에서 이야기할 게 아니라 거실로 자리를 옮길까요?” 밑집 여자의 제안과 동시에 우리는 바로 거실로 이동했고, 그녀들은 소파에 앉았고, 난 쇼파 밑에 앉았다. 마치 혼을 내는 그러한 모습이었고, 난 지금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 그래도 남자 자존심이 있지. 쇼파 밑에 앉았지만, 난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음... 꿇으라면 꿇을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된 거야?” 자리에 전부 앉자마자 난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음...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그 질문보다는 우리가 어떤 관계가 되었는지, 그라고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가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아니야?” 역시 밑집 여자는 예리했다. 난 그녀들이 지금 여기 같이 있는 것만으로 솔직히 내가 오기 전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당연히 좋은 결과가 되었기에 같이 모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난 지금 궁금한 것은 그녀들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포지션을 유지할 지가 제일 궁금했고, 밑집 여자는 그걸 짚은 것이었다. “아니.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이렇게 된 상황이 제일 궁금하기는 해. 왜 이렇게 세 명이 모여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잖아.” 난 내 속내를 숨기고 자연스럽게 순서대로 물었다. 그러고 싶을 때 있지 않나? 상대방의 분위기에 휩쓸려 가고 싶지 않은 것 말이다. 괜한 마음에 말이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아무래도 이 부분은 제가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밑집 여자 언니가 주저하면서 말하자 제수씨가 말을 받으며 대답했다. “먼저 왜 당신 연락이 안되었어요?” “아. 그게...” “알았어요. 추궁은 안할게요. 아무튼 사람이 연락이 안되니깐 너무 걱정했죠. 당연한 거죠. 일이 있다고 갔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안되니 말이죠.” “......” “그래서 걱정스런 마음에 당신 집에 오게 됐죠. 혹시나 집에서 쓰러진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되었구요.” “아...” “그래서 집에 도착했고, 집에서 당신을 찾는데, 당연히 없었죠. 그렇게 한참을 집에서 기다렸죠. 당신에게 몇 차례 전화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갑자기 집에 초인종이 누르길래 나가 보니 여기 두 분이 오셨어요.” ‘벨을 눌렀다고? 음... 아마도 밑집 여자는 제수씨가 집에 온 걸 알고 왔구나.’ “그리고... 그리고 당신과의 관계도 들었죠. 그리고 당신이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해서도 들었구요.” “아...” “생각보다 말이 너무 잘 통하더라고. 그래서 쉽게, 아주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어.” 옆에 있던 밑집 여자가 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자 괜찮다는 듯 말했다. “나도 수정씨 이야기 듣고 다행이다 싶었어.” “으응? 다행?” “응. 다행. 처음 남편에게 그 이야기 들었을 때 그저 멍하니 당하고 있는 지섭씨에게 한편으로 화도 났었거든. 그렇지 않아? 부부가 서로 잘못해서 헤어진다고 해도 앙금이라는 게 남는 건데. 이건 일방적으로 당한 거잖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거잖아.” “......” “그런데 지섭씨는 그저 힘들어 하고만 있었죠. 그렇게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에 화가 나더라구요.” “휴...” “그런데 수정씨가 하는 말을 듣고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 집안을 해코지하는 것을 마냥 즐겁게 받아들이고 통쾌하게 생각할 수는 없죠. 하지만, 그 일로 인하여 지섭씨의 마음에 안식이 생긴다면, 아니, 적어도 복수했다는 만족감 든다는 생각만이라도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일을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 난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가졌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래서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죠. 다만, 오히려 수정씨와 수혜씨가 진심으로 지섭씨 편인지가 걱정되었죠.” “호호호. 맞아. 우리의 계획을 이해시키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오히려 우리를 믿게 만드는 것이 어려웠지.” 밑집 여자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는 듯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수정이와 수혜를 믿은 거지?” “하하하. 그건...” “호호호. 그건 지섭씨가 알려고 하지 말아요. 그런 걸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여자들만의 언어가 있거든요.” 제수씨는 호탕하기 웃으며 말을 하려는데, 밑집 여자의 언니가 제수씨를 돕듯이 말했다. “여자들의 언어라...” 난 무슨 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여자들만의 언어라는 건, 분명 꽤 신뢰할 수 있는 언어일 것이고, 그 언어를 통해서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는 것이 끝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섭씨 나 말고도 엄청나게 의지하는 분들이 두 분이나 계셨네요~” “아... 그건. 그,그건 제수씨에게 밝힐 수가 없었어요.” “호호호. 이 정도 가지고 왜 이렇게 당황하세용~” 와~ 제수씨는 완전히 날 가지고 놀고 있었다. “휴... 그 여자들의 언어라는 것 가지고 나와의 육체적인 관계까지 서로 확인한 건가요?” “호호호. 그게 우리들의 언어의 중심이었죠.” “하하하. 맞아요.” “호호호.” “휴... 완전히 날 품평했겠군요.” “부정할 수는 없네요.” “예에? 하... 휴... 진짜.” 짓궂은 장난에 난 매우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렇게 날 가지고 노는 장난이라는 것을 칠 수 있는 상황이 말이다. 물론 밑집 여자의 경우 제수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세 명이 친해지기는 매우 힘든 관계이고, 또한 제수씨가 내 계획에 대해서 다 듣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내 계획 자체가 틀어지는 것을 넘어서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가 궁금한 걸 물어볼 차례지?” 내 질문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되자, 이번엔 밑집 여자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으응? 뭐?” “도대체 이틀간 어디 있었던 거야?” “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그것도 평범한 날에 연락이 안되었으면 좀 덜 걱정했을텐데, 이번에 장모 만나고 왔잖아. 그런데 이틀이나 연락이 안되면 우리가 얼마나 걱정... 휴...” “미안...” “아니, 그렇게 연락이 안되면 우리가 걱정할 거라는 것까지 생각에 도달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거야? 당신 정말...” “......” “아니! 이유가 아니더라도 핑계라도 좀 말해봐!” “음... 솔직히 별로 할 말이 없네. 당신 말대로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건 당연한 거지. 그런데...” “그런데?” “그걸 생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 이제부터 나의 현란한 거짓말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냥 장모를 포함해 이 여자들까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이틀 동안 모텔에서 실컷 놀다왔다는 걸 어떻게 말하겠는가? “벗어나?” “으응. 그냥 장모를 내려다 주고 돌아오는데 앞이 하얗게 변하는 거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래서 그냥 차를 세웠어. 그리고 눈을 떠보니 모텔이더라. 그리고 이틀동안 죽어라 잠만 잤지.” “아... 어떡해...” 제수씨의 얼굴에 놀람과 걱정스러움이 적절히 섞인 표정이 얼굴을 뒤덮었다. “휴... 힘들었겠구나...” “지금 생각하니 당신들 앞에서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를 꺼내기가 좀 그렇기는 한데...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힘들 것이 없다고 생각은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상태가 힘든 건지 아닌지 조차.” “아... 어떡해...” 밑집 여자 언니도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음... 이 정도면 성공인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밑집 여자가 정색을 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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