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124화
124.
“오오. 잘해놓고 사네.”
집 안으로 들어온 철우는 집을 돌아보며 감탄하면서 말했다
“응? 그럼 내가 무슨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살 줄 알았어?”
“응. 그럴 줄 알았는데.”
“휴... 오늘 진짜 맞을 수도 있겠다. 거의 확실하다에 한 표를 거마.”
“우리 맛있는 거 가져 왔는데, 여기 차리면 되나?”
아놔... 이 자식 또 슬그머니 말을 돌리며 빠져나간다. 저걸 그냥!
“뭘 좋아하시는 줄 몰라서 이것저것 가져 왔어요.”
“예. 그냥 오셔도 되는데.”
“야! 너 그냥 오면 배달 음식 시킬 게 뻔하다고 마누라가 오전부터 준비한 거야.”
“예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니예요. 제가 좋아서 한 건데요. 뭘. 오히려 입에 맞을지 걱정이 되네요.”
“제수씨 요리는 알아주잖아요.”
“그렇지. 맛없기로. 크크크”
“너 오늘 아무래도 나뿐만 아니라 제수씨한테도 처맞는다에 한 표.”
“술은 있어?”
휴... 이 자식 또 말을 돌린다.
“술? 글쎄. 있나 모르겠다.”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사 올게. 그래도 한 잔 해야지. 오늘 같은 날이면.”
“그래. 마음대로 해라. 아. 아니다. 배달 음식 하나 시키면서 술도 같이 시키지 뭐.”
“오오. 그것도 좋은데? 지금 당장 마실 건 있고?”
“그 정도는 있을 거야.”
“어머~ 지섭씨도 제 음식이 맛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 아닙니다. 그게. 솔직히 말해서 제수씨가 정성 들여서 만든 음식을 이놈과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아...”
“야! 그게 뭐야!”
“제수씨가 나 주려고 정성스럽게 만든거라며? 그런데 너랑 나눠 먹어야겠나?”
“와... 이놈이 더하네.”
“넌 배달 음식이나 먹어. 그거만 주는 것도 황송하게 생각하고.”
“휴... 알았다. 알았어.”
“호호호. 통쾌하다~ 정말~ 역시 지섭씨만 제 편이라니까요. 배달 음식 시켜요. 이 음식은 냉장고 넣어놨다가 내일 제가 와서 저녁으로 챙겨드릴게요.”
“예. 그렇게 해주세요. 배달 음식 오기 전에 당장 먹을 거 조금만, 아주 조금만 꺼내놓고요. 철우 넌 술만 마셔라.”
“우와... 진짜 둘이서 너무 한다.”
“큭큭큭”
“호호호”
이 정도 놀림은 짓궂은 것도 아니다.
자기가 공식적으로 바람을 피기 위해서 자기 마누라를 친구에게 주려고 하는 놈인데, 이 정도는 약과일 뿐이다.
내가 음식을 시키는 동안 제수씨는 음식을 일부 그릇에 담아 거실 테이블에 놓기 시작했고, 철우는 술과 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뭔 놈의 술 마시는데 이리도 일사불란한 지...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리지기는 했다.
물론 이렇게 변한 것이 최근은 아니지만, 아무튼 음식을 핸드폰으로 주문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기는 했다.
집에서 핸드폰으로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도 봐줄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세상이다.
“제가 전에 봤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없어서 실례일지는 모르지만, 제수씨 치마 입은 거 처음 보네요.”
“아~ 아마 처음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저도 언제 입어봤는지 기억이 가물할 정도이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정말요? 휴... 지섭씨가 보기 좋다니 다행이네요. 전 다리가 두꺼워서 치마를 안 입었거든요.”
“말도 마라. 오늘 완전 패션쇼 했다. 그게 몇 시간 동안 고민하다... 헉.”
철우는 혼자서 신나게 떠들다 제수씨의 째려봄에 바로 입을 닫고 꼬리를 내렸다.
그럴 줄 알았다.
오늘 한 대 얻어터질 것 같다. 아마도...
“다리가 굵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미끈한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는 거 맞죠? 립서비스 아니죠?”
“그럼요. 제가 철우처럼 거짓말에 능통하지는 않으니까요.”
“아놔... 오늘 다들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네.”
“알면 됐다.”
“휴... 이게 아닌데...”
“큭큭큭”
“호호호”
공개적인 불륜을 저지르는 것 치고는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특히나 술을 한잔하기 시작하니 더더욱이나 분위기는 좋아졌다.
아마도 저 부부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자 그들은 점점 더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배달 음식도 도착하고 추가로 마트 장을 본 것도 도착해서 술자리는 더 화려해졌으며, 우리의 이야기도 점차 깊은 곳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철우야. 정말 괜찮아? 제수씨도 괜찮아요?”
“철우씨는 제가 심각한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뭘 결정하는 것 봤어요?”
“응응. 나도 내 마누라 말에 동의한다. 물론 내가 잘못한 일이지만, 마누라는 중요한 일을 쉽게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그 결정에는 내가 한 번도 역행해 본 적이 없어.”
“휴... 그래도...”
“물론 지섭씨가 우리들 가운데 제일 심란할 거라 생각은 돼요. 그게 제일 미안한 부분이구요.”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우리 부부도 지섭씨 눈치를 제일 봤어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섭씨가 없으면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라서 억지를 부렸죠.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한 마음이에요.”
“아... 아닙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제가 손해 볼 게 뭐가 있나요? 이렇게 멋진 제수씨 같은 여자를 얻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전혀 없죠. 그런데...”
“네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아.”
“으응? 안다고?”
“응. 그런 거 아닐까? 우리가 관계를 정립하고 나서 우리 부부가 원하는 대로 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세 명의 관계가 이상하게 되어버릴까 걱정하는거지?”
“음...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런 거지. 너희 부부 예상대로 잘 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난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너희 부부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그게 걱정이네...”
“지섭씨. 그럼 이대로 놔두면 백 퍼센트 확률로 잘못될 것이 확실한 경우면 이렇게라도 해보는 것이 더 좋은 게 아닐까요?”
“휴... 그렇기는 하죠.”
“우리 부부, 지금 거의 끝에 도달했어요. 지금도 서로가 생각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서로가 묵시적으로 용서를 하고 있는 거지, 만약 여기서 지섭씨가 못하겠다고 해서, 우리 부부가 생각한 대로 못한다고 가정하면 이제까지 쌓였던 것이 폭발할 건데, 그럼 우리 부부는...”
“맞아. 지금 너로 인해서 그 폭발이 잠재워지고 있는 건 확실해. 그런데 네가 여기서 빠지면 확실히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거야. 우리 부부는...”
“그런가?”
“그렇다니까요. 그러니깐 만약 제가 지섭씨와 관계를 맺고 나서 만약 우리 부부가 잘못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그건 제가 지섭씨를 만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 거죠. 그건 잘못될 것이 분명한 사이였기에 생긴 것이고, 다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은 했다. 이 정도로 정리될 것 같아요.”
“나도 그 생각에 완전 동의해. 내가 문제가 있는 입장에서 내 의견을 내는 건 맞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우리가 잘못되면, 내가 내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원망을 가질 수 있을 수 있으니 분명하게 말하는데... 지금 내 마누라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너희 부부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고, 나도 제수씨 말을 들어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 너희 부부는 지금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고, 그게 잘못되더라도 그건 그 탈출구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거지?”
“예. 맞아요.”
“응응. 맞아.”
“그래. 그렇게 해. 나야 뭐 너희를 도와준다는 이유를 빙자하여 제수씨와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으니 내가 뭐 나서서 할 말은 아니지.”
“아니에요. 지섭씨가 제일 중요해요. 우리 때문에 괜히 지섭씨가 고생하는 거니.”
“맞아. 너에게 제일 미안하지...”
“철우 너 후회하지 마라. 나 안 그래도 제수씨 좋아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멍석 깔아주면... 집에 안들여 보낼지도 몰라.”
“어멋! 정말 좋아하셨어요? 어머~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으면 주무시고 계실 때 은근히 한 번 들어갈 걸 그랬네요. 괜히 참았어.”
‘헉... 들어와 놓고선 모른 척이다. 역시 여자들은 무섭다.’
“그래그래. 내 마누라, 아니지 이제는 우리 마누라 네가 좀 많이 사랑해주고 신경 써주라. 난 너희 집에 있는다고 연락만 해주면 난 만사 오케이다. 정말이다.”
‘이 자식. 너도 공개적으로 외박하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알아?’
내가 철우의 속셈을 알고 눈빛을 찡그리니 철우 녀석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는 피식 웃는다.
응큼하고 잔머리 쓰는 나쁜 놈...
“그럼 이제 지섭씨도 정리가 된 거죠?”
“예. 그렇게 정리를 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네요.”
“나도 정리 끝~!”
“아이고 이걸 그냥!”
“헤헤헤. 봐주라. 우리 부부 살려주려고 결심했으면 봐줘~”
“큭큭큭. 너 때문에 못 산다. 진짜. 자기 마누라 친구에게 주고 웃는 놈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어머~ 제가 택한 건데요? 지섭씨는? 지섭씨 아니면 제가 싫어요.”
“휴... 부부가 똑같네요. 정말~”
“음... 이제 내가 조금 정색하고 말할게. 물론 모든 원인이 나에게 있으니 내가 별로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응. 뭔데? 말해.”
“내가 네 성격을 알아서 하는 말인데... 지섭이 너 분명히 이 관계에서 우리들 중에서 네가 제일 고민하고 힘들어 할 것 같아.”
“......”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건데... 이렇게 하기로 했고, 우리 부부 다 완벽하게 인정했으니, 너도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 내 마누라 앞에서 할 말은 아닌데, 솔직히 내 마누라 어디 가도 안 빠지잖아. 그래서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