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39. 백구, 유명세를 떨치다! (6)
고향에서 여러 짐승이나 괴물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백구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변수라는 것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마리 핏불테리어의 시선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언제 돌변해 버릴 지 알 수 없다.
백구의 목적은 놈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저런 놈들과 붙어 이긴들 백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백구에게는 그저 저 뒤에서 자신을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두 번째 주인의 안위만이 최우선 순위일 뿐이다.
만약 주인의 가족이 다치거나 피해를 입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정말로 주인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
일전에 꼬마 주인이 지나가는 들개 때문에 다쳤을 때에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던지, 그 일로 한 동안 주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또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게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 잡것들이. 내 안방에서!’
속전속결.
옆에서 달려드는 놈을 백스텝으로 빠르게 피하자 침을 질질 흘리며 흉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놈의 얼굴이 바로 코앞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백스텝을 밟던 뒷다리를 단숨에 바닥에 찍으며 몸을 멈추고는 상체를 세워 스쳐 지나가는 놈의 얼굴을 향해 마치 훅을 날리듯이 그대로 앞발을 휘둘렀다.
[퍼억!]
[캐애애앵]
앞발에 따귀를 얻어맞은 핏불테리어 1호가 바닥을 나뒹구는 사이 백구가 바닥을 박차고 날라 올랐다. 순식간에 수 미터의 거리를 날아오른 백구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핏불테리어 2호의 앞으로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백구에게 박치기를 당해 날아갔던 핏불테리어 2호는, 한 입 거리도 되지 않을 작은 놈에게 당한 일격으로 인해 자존심에 제대로 스크래치가 난 상황이었다.
아직도 박치기를 당한 턱주가리가 아파왔지만, 그 보다는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이빨을 잔뜩 드러내며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눈앞으로 무언가가 뚝 하고 떨어진다 싶은 순간, 눈앞이 번쩍! 하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캐액!}
이번엔 아예 턱이 떨어져 나갈 듯한 지독한 고통이 엄습하자,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로 훨훨 날아 핏불테리어 1호가 쓰러져 있는 방향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 마리를 한 곳으로 모으는데 성공한 백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리를 좁히며 달라붙었다.
싸대기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던 핏불테리어 1, 2호를 향한 백구의 참교육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퍼퍼퍼퍼퍽!]
오른발로 오른쪽에 있는 놈의 싸대기를.
왼 발로 왼 쪽에 있는 놈의 죽통을.
아예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번개 같은 연타로 죽통과 싸대기를 번갈아 날리기 시작하자 사방으로 침이 튀는 것과 함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도로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캥! 캐앵! 깨갱! 깨갱! 깨애애애애!]
백구의 공격이 어찌나 빠르고 대단한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어! 하는 사이에 수십 대를 얻어맞은 핏불테리어들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개싸움에서 한 쪽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기세가 꺾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보통 이 정도 되면 싸움도 끝나게 마련이지만, 백구는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고향에서 생사투를 벌이며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면,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백구에게 있어 싸움이란 그런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하지만 똑똑한 백구는 주인의 세상에서는 개미 한마리조차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 이미 파악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기어오르지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밟아 놓는 것.
백구의 눈에서 다시 한 번 살기 어린 불똥이 튀자 그 눈빛을 접한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동시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뒤로 도망치다 못해 오줌까지 지렸다는 것은 사실상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백구의 앞발은 양 싸다구를 날리는데 일체 망설임이 없었다.
[끼이이잉! 끼잉!]
결국 기세가 완전히 꺾여 버린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잠시 백구의 공격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머리를 조아리고는 항복 의사를 표시했다.
그 모습에 백구도 드디어 구타를 멈추고는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백구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번뜩이자 두 마리의 필불테리어가 또 다시 오줌을 지리며 애처롭게 용서를 빌었다.
[끼잉! 끼이잉!]
살기를 일으킨 채로 두 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구가 앞발로 바닥을 탁 하고 치자 놈들이 번개처럼 일어나 바닥에 앉아서는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고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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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만 명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한 인터넷 애견 카페에 미튜브의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동네 양아치를 참 교육하는 관장님!]
애견 카페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게시물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큰 의미 없이 해당 제목을 클릭해서 들어가 보았다.
애견 카페라고는 하지만 웃긴 이야기나 영상들도 자주 올라오고는 했기에 제목 그대로 양아치과 무도인의 싸움 영상 정도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영상이 플레이 되자 화면에 등장한 것은 잔뜩 흥분한 채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였고, 그런 핏불테리어와 마주한 채로 서 있는 진돗개 한 마리의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몇 몇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였는데, 애견 카페의 사람들인 만큼 잔뜩 흥분한 핏불테리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수가 없다. 당연히 사람들이 공격을 받았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근 것은 바로 진돗개였다.
진돗개는 한국을 상징하는 개라는 명성으로 인해,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묘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개라고 할 수 있었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 한 번 주인을 정하면 평생 주인을 바꾸지 않고 헌신하는 개. 호랑이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기개와 용맹함을 지닌 개 등등...
수많은 미사여구와 수식어가 붙어 있으며, 혹자들은 진돗개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면서도 사냥이나 싸움도 잘 한다는 사실을 매우 뿌듯해 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더불어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투견이라고 불리는 핏불테리어 두 마리와 대치하는 진돗개의 모습이 보이니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사람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에 비해 진돗개의 덩치는 반 밖에 되지 않았고, 싸울 듯이 자세를 낮추고 있기는 했지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지도 않는 모습에 겁을 집어 먹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승부는 순식간에 결판이 날 것이라 생각했고, 저마다 걱정 어린 마음으로 진돗개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막상 벌어진 싸움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로 나타났다.
애견 커뮤니티인 만큼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개들의 종류나 습성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중에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였기에, 개들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도 영상 속의 싸움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덩치가 상당히 커 보이는 근육질의 성견 핏불테리어 두 마리.
그에 반해 상대는 이제 막 성견의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는 진돗개다.
그런데 그 작은 진돗개가 엄청난 덩치의 핏불테리어 두 마리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것도 전혀 믿기지 않는 만화 같은 싸움 방식에 의해서 말이다.
섬전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앞발 싸다구를 연타로 날리다니.
그것 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영상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정말로 놀랍게 한 것은 바로 이어진 광경 때문이었다.
하얀 진돗개가 핏불테리어 두 마리를 앞에 앉히고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발로 바닥을 탁탁 두들겨 대며 컹컹! 거리며 짓는데 그럴 때마다 핏불테리어의 고개가 한없이 내려 간다.
그러다 앞발로 바닥을 강하게 치며 크게 짖으면 핏불테리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는 바짝 군기 든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진돗개의 잔소리가 이어지며 또다시 고개가 내려가는 식으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영락없이 잘못한 아이들을 무릎 꿇리고서 훈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정말로 게시물의 제목처럼 무술 도장 관장님이 동네 양아치들을 참교육한 후, 앞에 무릎 꿇리고는 훈계를 하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만약 이것이 실제로 촬영된 영상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믿지 못했을 광경이었다.
오죽했으면 동영상이 공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부터 댓글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글들이 CG가 아니냐는 소리였다. 그 뒤를 이어 훈련된 개들의 주작 영상이라는 소리도 나왔고, 영화 홍보 영상이라는 소리도 튀어 나왔다.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너무나 믿기지 않은 광경이었던 것이다.
백구의 영상은 입 소문을 타고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순식간에 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초인기 동영상으로 등극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핏불테리어를 참교육하는 한국의 진돗개라는 이름 등으로 해외로 까지 소개되었고, 알고리즘의 은혜까지 받게 되면서 백구는 단 하룻밤 사이에 일약 스타로 등극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