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39. 백구, 유명세를 떨치다! (4)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유기견의 숫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조사에 따르면 한 해에 신규 반려견으로 등록되는 숫자가 80만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견의 숫자는 거의 15만 마리에 이른다.
10명이 입양하면 한두 명은 무조건 유기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버려진 유기견들은 도심이나 야산을 떠돌아다니다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주는 먹이에 의지해 살아오다 보니 스스로 사냥하지 못하여 굶어 죽거나 질병 혹은 로드킬 등의 여러 이유로 죽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살아남은 일부 개들이 야생화 되어 산에서 꿩이나 산 짐승을 사냥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도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길고양이 등을 사냥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살아남은 유기견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10만에서 15만 마리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최근에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출몰하는 들개 때문에 수도권에서의 민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늦은 밤이 되면 들개가 무리를 지어 도로를 뛰어 다니는 모습마저도 목격되고 있는데, 실제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들개들은 평소에는 쉽게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지만 의외로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 같은 경우 지형의 70퍼센트가 산지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도심 안에도 크고 작은 산들이 존재하고 있어, 들개들이 터를 잡고 살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강호의 집 주변에도 산이 있어 이런 들개 무리들이 터를 잡아 살고 있는데, 요즘 이 들개 무리들이 때 아닌 수난을 맞이하게 되었다.
백구 때문이다.
야생 동물이든 반려 동물이든 그들은 약육강식이라는 기본적인 본능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리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은 반드시 우두머리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영역에 대한 집착이 매우 대단해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다른 무리와는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백구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온갖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게란트에서 태어난 백구는 유기견이나 들개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 하는 야생의 본능과 DNA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게다가 강호와 함께 크고 작은 짐승을 비롯해 맹수나 몬스터를 상대로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까지 거치며 진정한 야생의 본성을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상 기세나 전투력에 있어서 만큼은 지구의 들개 따위가 감히 상대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그런 백구가 강호의 집과 카페 주변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확고히 하고 본격적인 관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단순한 야생의 본능 때문 만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작은 사고 하나가 시발점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카페를 찾은 꼬마 주인 설현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를 보고는 귀엽다며 쫄래 쫄래 뛰어 나갔다가, 별안간 거리를 내달리는 들개 무리에 놀라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무릎과 팔꿈치가 살짝 까진 설현이다.
굳이 들개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작은 사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백구에게는 아니었다.
주인의 가족이 준 케이크를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꼬마 주인을 시야에서 잠깐 놓친 사이에 벌어진 사고에, 백구는 온 몸으로 분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의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지만 백구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집에 오면 여기서 우리 가족들 잘 돌봐줘.]
주인이 그렇게까지 말하며 부탁을 했었는데, 그 부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그렇게 백구의 본격적인 영역 관리가 시작되었고, 일대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들개 무리를 비롯한 모든 야생 동물 및 반려 동물들에게도 수난의 시대가 도래 했다.
백구는 이들에게 가히 맹수였으며 몬스터 그 자체였고, 백구가 떴다 하면 인근의 야산에서 들개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비롯해서 온갖 동물들이 통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바람에 야산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은 주택가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늑대와 같은 맹수가 출몰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그런 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다 어느 날부터 잠잠해지기 시작했지만, 인터넷에는 밤만 되면 온 사방에 울려 퍼지는 늑대 소리와 온갖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담은 영상이 퍼지며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야생동물 보호협회에서 늑대로 여겨지는 동물을 찾겠다며 직접 나서기도 했고, 방송국에서 까지 나와 주민들의 인터뷰를 따서 저녁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렇게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진 늑대 소리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반짝 관심을 끌었던 사건 이후, 카페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에서는 더 이상 들개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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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 일대를 한 달 사이에 완전히 평정해 버린 백구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카페 출입문 근처의 양지바른 곳에 몸을 누이고는 느긋하게 오수를 즐겼다.
백구에게 지금 이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는 마음껏 날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그에 반해 주인의 세상에서는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위험 없이 느긋하게 오수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은 백구에게 있어서만큼은 산해진미에 버금가는 행복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오수를 즐기는 것조차 불가능했었다.
목줄 없이는 밖을 돌아다니게 두지 않았던 탓에 혼자서 외출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인의 말도 잘 듣고 어린 주인과도 친하게 지내며 잘 놀아준 덕분인지 최근에 와서는 약간의 일탈이 가능해졌고, 이렇게 목줄 없이 느긋하게 오수를 즐길 수 있는 자유까지 주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거리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백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몇 몇 사람들은 백구에게로 다가와 정말 멋지게 생겼다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백구는 그들에게 경계심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친근하게 굴며 자신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적극 어필하기도 했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자유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었다.
[흐아아아암!]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가만히 누워 있자니 하품이 나왔다.
입을 쩍! 하고 벌리며 하품을 하는 모습이 꽤 웃겨 보였는지, 마침 지나가던 두 명의 여성이 키득거리며 웃는 것이 보였다.
백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 다리를 곧게 펴고는 늠름한 자태로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머! 얘 봐. 지금 우리 보고 애교 부리는 거 맞지?”
“그... 그런 것 같은데?”
“꼬리도 흔들잖아. 보통 이렇게 꼬리를 크게 흔들 때는 기분이 좋거나 반가울 때 하는 행동이란 말이야. 근데 진돗개 같은데 신기하네.”
그렇게 말하며 한 여성이 살짝 다가와 손을 뻗자 백구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서는 머리를 내밀었다.
“진짜 신기하네. 진돗개 맞는 거 같은데,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까지 살갑게 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사회 훈련이 정말 되었나 보다.”
“맞다. 너도 어릴 때 진돗개 길렀었다고 했지?”
그렇게 말하던 여성이 어느새 폰을 꺼내어 백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도 백구의 모습이 너무나 늠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였던 까닭이다.
“응! 근데 얘는 진짜 멋지게 잘 생겼네. 진돗개라기보다는 늑대를 보는 것 같아.”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자가 한창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백구야!”
누군가 저 멀리서 교복을 입은 채로 달려와서는 두 명의 여성들 앞에 서자, 백구가 반색을 하며 달려 들었다.
“와아! 백구 너 며칠 못 봤다고 또 엄청 커진 거 아니야?”
백구의 목을 안고서 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바로 한다혜였다.
“이 개 이름이 백구니?”
“네.”
두 명의 여성 중에서 백구에게 친근하게 굴었던 여자가 그렇게 물어 오자 다혜가 순순히 대답했다.
“네가 주인?”
“아니요. 여기 카페 사장님이 주인이에요. 음! 정확히는 카페 사장님 동생 분이요.”
그 말에 여성들이 그제야 카페 내부를 제대로 눈에 담았다.
내부는 원목을 활용한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는데, 꽤 편안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산마루 카페라. 분위기 괜찮네.”
“커피도 맛있고 쑥차라떼나 쉐이크 종류도 다 맛있어요. 특히 치즈 케이크가 맛있어요.”
분위기가 괜찮다는 말에 다혜가 마치 자신의 가게를 자랑이라도 하듯 얼른 카페 자랑을 하며 영업을 했다.
카페라는 곳이 사실 맛보다는 분위기를 마시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 추천이라며 올라온 카페를 보아도 맛에 대한 설명 보다는 카페의 분위기를 언급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흔히 하는 말로 인스타 감성 때문이다.
SNS가 대중화 되고 일상 속으로 파고 들게 되면서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팔로워의 숫자가 중요해졌고, 올리는 게시물에 달린 좋아요 숫자에 목숨을 거는 이들마저 생겨날 정도였다.
당연히 좋아요 하나 더 받기 위해 예쁜 사진이나 음식 및 분위기 장소를 찍은 사진들을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그러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카페였다.
그런데 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분위기도 좋은데 한 번 들어가 볼까?”
한다혜의 영업이 성공했는지 두 여성이 관심을 보인다.
그때, 다혜의 눈에 한 남성이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두 마리를 목줄에 묶어 카페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