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37. 정욕의 소나타 (3)
“네 주제가 어때서?”
“아서라. 네가 연예계 판을 몰라서 하는 소린데, 살짝 맛만 본 나도 강시연씨가 사는 세상이 나랑은 완전히 별개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겠더라. 조선시대에 비유하면 난 노비 출신이고 강시연씨는 영상을 배출한 이름 있는 가문의 무남독녀야. 감히 넘볼 걸 넘봐야지.”
“이 새끼가 그새 주제 파악이 늘었네. 하기야 네가 감히 강시연씨랑 비교할 건덕지는 아니지.”
“네에, 주제를 파악하게 해줘서 아주 고맙습니다요.”
강호의 말에 민수가 피식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커먼 암흑으로 물든 하늘에 군데군데 반짝이는 별들이 보인다.
“야, 그래도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말도 있잖아. 왜 조선시대에서 노비와 주인아씨와의 사랑 같은 이야기도 있고 말이야. 아니, 그보다는 마님과 돌쇠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고는 강호의 옆으로 슬쩍 달라붙어서는 짓궂은 표정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너 옛날부터 다른 건 몰라도 물건 하나 튼실한 건 유명했잖아. 알지? 마님이 왜 돌쇠한테만 쌀밥을 먹였는지.”
“실없는 소리 하지 마라.”
마님과 돌쇠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만한 이야기다.
남편이 밤일을 잘 하면 이튿날 아침 밥상의 메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님이 아침마다 돌쇠에게만 쌀밥을 먹인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엔 강시연씨,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아 보이더라. 그러니까 내 말 듣고 한 번 꾹 눌러.... 아야야야야!”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강혁의 팔뚝이 목을 휘감아 오자 민수가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으으으윽! 항복! 항복!”
한 차례 작은 소란이 끝난 후 대문 앞에서 다시 한 번 작별 인사가 이루어졌다.
“뒷정리를 좀 해야 해서 강호씨는 좀 빌릴게요.”
“빌리지 마시고 평생 데리고 가서 돌쇠처럼 부려먹으셔도 됩니다. 쌀밥만 든든히 먹이면 소처럼 열심히 일할 놈이 바로 이 놈입니다. 튼실하거든요.”
돌쇠와 쌀밥이라는 말에 강시연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 그럴까요? 그렇게 튼실하다면 쌀밥이 아니라 고깃국까지도 못 해줄 것도 없죠.”
한 술 더 떠서 대답하는 강시연의 모습에 민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들이 괜히 생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무안해졌다.
“그럼 조심해서 가시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자리 한번 마련할게요.”
“아이고,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그럼,”
그렇게 인사를 나눈 세 사람이 미리 불러둔 택시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좋은 친구들이네요.”
“어릴 때부터 함께한 불알친구들이거든요. 평생 함께 할 친구들이죠.”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안 그래요?”
“맞아요. 좋은 일이죠.”
대문을 닫고 마당으로 들어선 강시연이 현관을 앞에 두고 서서는 강호를 마주하고 섰다.
잠시 강호의 얼굴을 올려다 보다 가슴팍으로 기대어 오며 입술을 내밀자 집 안에 있는 오하영이 언제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말랑거리듯 보드라운 입술의 촉감 속에서 아직도 입 안에 가득 남아 있는 술 냄새가 혀를 타고 넘어 온다.
술 냄새 가득한 타액을 입 안에서 음미하던 강시연이 돌연 손을 아래로 내려 강호의 하초를 쓰다듬었다.
“하영씨가 안에 있어요.”
“뭐, 어때요. 우리 사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난 하영이가 문을 열고 나와 줬으면 하는걸요. 후후!”
그러면서 개구쟁이같은 눈으로 생긋이 웃은 강시연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 꾸미는 겁니까?”
“후후후!”
대답 없이 웃는 걸 보니 정말인가 보다.
“오늘 밤에는 그냥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해요. 알았죠?”
“뭔데요?”
후후! 제가 그랬었죠? 여자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칠 일이 있다고요. 그러니 그냥 따라만 와요.“
그러면서 하초를 쓰다듬던 손에 살짝 힘을 주어 움켜쥔 강시연이 어느새 끈적끈적한 눈을 하고선 말했다.
“하아! 먹고 싶어요.”
“여기에서요?”
“네. 너무 흥분돼서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밤을 위해서 참을게요.”
오늘 밤을 위해서 참는다는 말에 강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녀가 꾸미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순간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시연의 손 안에 쥐어져 있던 물건이 한순간에 불끈하며 달아오르려 했지만 이를 악물고 겨우 내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잠깐 사이에 어질러져 있던 테이블이 거의 다 치워져 있었다.
강시연과 강호가 얼른 달라붙어 마무리 정리를 하자 어느새 새벽 2시 반이 훌쩍 넘어버렸다.
“내일 스케줄 빈다고 했었지?”
“네.”
“그럼 늦었는데 자고 가.”
그 말에 오하영이 잠깐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 모습을 보며 강시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시연이 강호의 친구들을 늦게까지 붙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오하영은 뭐랄까. 성격도 좋고 다 좋은데 어려서부터 아이돌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다 보니 사생활 적인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조금 엄격해진 면이 있었다.
가령 사석에서는 절대로 야한 옷을 입지 않는다거나 술은 절대로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으며, 특별한 일이 없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아닌 이상은 잠은 무조건 집에서 잔다는 것 등등 이다.
스스로에게 정한 규칙 때문에 만약 12시나 1시 즈음해서 술자리가 파장 되었다면 틀림없이 자기도 집에 가겠다고 했을 게 분명했다.
강시연이 강호의 친구들을 새벽 2시까지 억지로 붙들어 두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강호씨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요.”
“저도요?”
밖에서 대충 들은 말이 있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왜요? 언제는 우리 집에서 안자고 가본 사람처럼 말하네. 호호호!”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오하영이 살짝 민망한 얼굴을 했다.
“하영이야 늘 자던 방에서 자면 되고, 강호씨는 하영이 방 맞은 편 방을 사용해요. 따라와요. 알려줄게요.”
그러면서 안내한 곳은 2층의 복도 우측 편에 자리 잡은 방이었다.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은 방이 오하영의 방이다.
오하영이 씻으러 1층으로 내려가자 강시연이 강호의 옆으로 살짝 다가서서 귓속말을 했다.
“피곤하면 자고 있어요. 제가 알아서 깨울게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살짝 하초를 쓰다듬고는 볼에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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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안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고만 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 생각의 중심에는 오하영이 있다.
문득, 오하영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던 말이 떠올랐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었다. 정상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일에 동의할 리가 없다. 오하영처럼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묘한 기대감이 어린다.
왠지 강시연이라면 그런 불가능한 일이라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다.
그녀의 특별한 칭호 때문이기도 했고, 그녀에게 붙은 화술 스텟 +15의 능력 때문이기도 했다.
화술이라는 스텟의 보너스가 붙었다는 것은 그쪽으로의 능력이 발달되어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었고, 기본 화술 스텟이 10이라고 감안해도 최소 25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강호의 근력 스텟이 현재 22다. 백구 퀘스트 사건 이후로 게란트에서 몇 개월 동안 신체 단련에 집중하면서 도달한 수치였다.
그런데 22의 수치만으로도 범인의 경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 증거중의 하나가 바로 오늘 있었던 근육돼지와의 힘겨루기였다.
분명 제대로 격투기를 배운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완벽하게 테이크 다운 기술을 걸고 들어왔는데, 그걸 오로지 힘만으로 버티어 내었다.
격투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강호지만 UFC등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그런 식으로 제대로 기술이 걸린 상태에서 힘으로 버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 순간, 강호는 스텟 20이라는 기준이 어쩌면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벗어나 초인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이 지구상에서 이제 순수한 근력의 힘만으로 자신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강시연의 화술 스텟은 최소 25 수준이다. 그 말은 그녀의 화술로 인한 설득력은 이미 범인의 경지를 뛰어 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마음먹고 오하영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두 팔을 걷고 나선 상황이고 보니 한 낱 수컷일 뿐인 강호로서는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영씨까지 내 여자로 만든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초에 힘이 들아가며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소크라테스가 그랬다고 하던가.
-네 자신을 알라.
그 말처럼 강호는 사실 본인의 처지를 잘 안다.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물이 잘나서 인물값 하는 것도 아닌데다 건사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집안의 조상 중에 정승을 지냈다거나 독립 운동을 했다며 내세울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란트라는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능력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것은 세상에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변강쇠보다 더 정력이 강한 남자라고 당당히 공표할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비웃음만 살 것이 뻔하다.
겉으로만 보자면 그야말로 내세울 게 하나도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강시연 같은 여자로도 모자라 오하영까지 자신의 여자로 만들 수 있다면 어찌 할 것인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야지.’
고개를 돌려 침대 옆의 테이블에 올려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