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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32. 진격의 강시연 (4)


그것을 억지로 참고 억누르며 아닌 척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강호에 대한 내용으로 계속 진행되자 오하영은 아닌 척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가 저러는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절대로 넘어가선 안 돼. 저런 표정에 넘어가서 좋은 소리가 흘러나온 적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며 의지를 다져보았지만, 오하영은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체념하고는 강시연이 원하는 질문을 했다. “대체 한숨은 또 왜 쉬는 건데요?” “응? 왜? 뭐가?” “하아! 척 봐도 나 심각한 고민이 있으니까 물어봐 달라는 표정이잖아요. 또 뭔데요?” “네가 그렇게까지 궁금하다고 하니까 말하는 건데 말이야. 사실 강호씨랑 너무 많이 해서 몸이 좀 아픈 건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따로 있거든.”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되묻는 오하영의 말투가 조금 뾰족해졌다. 하지만 강시연은 대수롭지 않게 흘리며 대담했다. “그 사람 정력이 너무 강하단 말이야.” “그건 아까도 한 이야기잖아요.” “그게 아니라니까. 강해도 너무 강하다니까.” “그러니까 그게 왜요?” “하아! 이래서 숫처녀랑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내가 이래서 아까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했던 거라고. 잘 들어 봐.” 그러면서 하는 말에 오하영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설명의 요지는 간단했다. 강호의 물건은 동양인답지 않게 매우 크고 훌륭한데, 그런 물건을 지닌 남자가 정력마저도 너무 강한데다가 섹스 기술까지도 타고났다는 이야기다. 마치 섹스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모르는 체위가 없고 기술 또한 얼마나 뛰어난지 한번 할 때마다 수십 번을 까무러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처음에는 이런 남자를 만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몸살을 심하게 앓으면서 자신이 심각한 오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쉬지를 않는다니까! 싸고 또 싸도 끝이 없어. 자지가 죽지를 않는다고. 나도 나름대로 성욕이 강하고 단련된 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가 하룻밤에도 수십 번이나 까무러칠 정도란 말이야. 그때마다 체력이 뚝뚝 떨어진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면 할 때마다 몸이 축날게 분명하고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게 뻔하잖아.” 노골적으로 하는 말에도 오하영은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하고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그럼, 그걸 좀... 덜 하면 되잖아요.”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해 봤겠니? 근데 그건 네가 남자라는 동물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강호씨 같은 남자에게 그걸 자제하라고 하는 건 달콤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말과 똑 같다고. 너도 다이어트 해봐서 알잖아.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뭔가 비교가 이상하긴 한데, 묘하게 이해가 간다. “너도 연습생 시절에 결국 못 참고 몰래 밖에 나가서 뭐 사먹기도 하고, 배달 시켜 먹기도 했다며? 활동 할 때도 그랬고. 섹스도 마찬가지라니까. 하고 싶은데 못 하게 하면 이게 욕구불만이 되고, 어떻게든 풀 방법을 찾게 된다니까. 내가 전에도 누누이 말했었지? 남자는 결국 다 똑같다고. 그걸 하지 못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게 남자라고 말이야.” “그 말은... 강호씨가 바람이라도 핀다는 말이에요?” “뭐, 바람이라면 바람이겠지. 근데 그걸 바람이라고 표현하는 건 좀 아니지.” “언니를 두고 다른 여자를 안는데 바람이 아니면 뭐에요?” 오하영이 제 일처럼 발끈하자 강시연이 ‘드디어 걸려 들었구나’ 하는 표정을 했다. 이제부터 중요했다. 강시연은 지금까지 오하영에게 자신이 프리섹스 주의자라고만 이야기 했을 뿐이다. 지금껏 수많은 남자를 갈아치우며 살아온 것도 그것으로 납득을 시켰고, 그 이상의 실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순간, 오하영에게 비로소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진정한 실체의 일부를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강시연이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다. [나 사실은 변태야. 그래서 강호씨랑 온갖 변태적인 섹스도 하고 싶고, 너랑 같이 강호씨 자지를 물고 빨고 박려 보고 싶기도 해. 너만 원한다면 말이야.] 이런 식으로 대놓고 말했다가는 오하영이 받을 충격은 고사하고, 둘 사이의 친분 관계가 단숨에 박살 나 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오하영의 가치관을 갉아먹고 뿌리를 흔들기 시작해야 한다. “남녀 관계는 말이야. 섹스가 없는 관계는 결국 파탄 나게 되어 있어. 플라토닉 사랑? 난 그 딴 거 안 믿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남녀 관계야.” “그래서 강호씨가 바람을 피워도 괜찮다는 거예요?” “나 몰래 여자를 만나면 바람이겠지. 근데 몰래 하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잖아.” 순간 오하영의 눈빛이 혼란과 당혹함으로 뒤섞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몰래 하면 바람이지만, 내가 허락하면 그건 바람이 아니게 되잖아. 어차피 강호씨가 다른 여자를 안는 건 시간문제야. 그럼 방법이 뭐겠어?” 대놓고 물어오는 말에 오하영의 표정이 한 순간에 굳어버렸다. “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안 될 건 뭔데? 하영이 네가 백마 탄 왕자를 꿈꾸었듯이, 강호씨는 내가 평생을 기다려 온 남자란 말이야. 설령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다고 해도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이제 내 인생에 남자는 강호씨 뿐이야.” 단호하게 말하는 강시연의 모습에 오하영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설마 강시연의 입에서 한 남자만 바라보고 살겠다는 식의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 그럼 강호씨랑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결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방금 그랬잖아요. 언니 인생에 이제 강호씨 밖에 없다고.” “근데 그게 결혼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항! 내 말을 오해했구나. 전에도 말했지만 난 결혼 같은 거 생각 없어. 그냥 강호씨가 내 인생에서 날 유일하게 만족시켜 준 사람이니까 이제 다른 남자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야.” 설마 강시연에게 이런 일편단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오하영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호씨는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나중에 겨...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생길테고...” “그럼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라고 하면 되지, 그게 뭐? 그게 강호씨랑 내가 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잖아.”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오하영은 자신이 잘 못 들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강시연의 말을 해석하자면 세컨드 혹은 내연녀가 되어도 좋으니 강호의 옆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언니. 미쳤어요?” 소리를 빽 내지르려다 이곳이 어딘지를 깨닫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니. 나 정신 멀쩡한데? 그리고 네가 말한 건 나중 문제고, 지금 당장의 문제는 그게 아니라니까. 말했잖아. 그 사람이랑 한 게 겨우 세 번째인데 벌써 부터 몸이 이 꼴이라고. 한 번 하고 나면 일주일은 쉬어야 하는데, 강호씨 정력에 그걸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다른 여자를 찾게 될 거란 말이야. 그래서 며칠 동안 쉬면서 내가 방법을 강구해 봤는데.” “바... 방법이요?” 당당하게 내연녀가 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던 강시연이다. 앞서 다른 말들과 연관지어 보면 그녀가 할 말이 무엇일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설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강시연의 말이 이어질수록 설마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강호씨 같은 남자는 절대로 한 여자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나도 혼자서 강호씨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고.” “언니 지금 무슨 말 하려는 건지 알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니? 내가 몸이 안 좋다고 계속 거부를 하면 처음에는 받아들일지 몰라도, 그게 계속 쌓이고 쌓이면 그 끝은 뻔한데.” 강시연의 말에 오하영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부부 사이에도 관계를 계속 거부하면 이혼 사유가 된다고 하는데, 우린 부부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인 사이도 아니라고. 내가 계속 거부를 해서 그 사람이 딴 여자를 안는다고 하는데, 그걸 두고 내가 뭐라 할 처지도 아니고. 방법이 없잖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러며서 말을 흐리는 강시연의 모습에 비로소 불김함이 엄습한다. 왠지 지금 그녀의 뒷말을 들었다가는 영영 돌이키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에 오하영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뻔히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도망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마치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이율배반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 갈증과도 같은 감정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강시연의 입이 열리며 흘러나온 말에 오하영은 충격과 함께 가치관의 일부가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이 여자 저 여자 아무 여자를 안고 다니는 것 보다는 차라리 강호씨한테 어울릴 만한 여자를 내가 직접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 마음에도 들고 강호씨 마음에도 들면 금상첨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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