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서나래 (5)
서울 한 번화가의 모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을 맞잡은 한 커플이 말없이 층수를 알려주는 엘리베이터 램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침묵을 깨며 남자가 말했다.
“요새 하도 바쁘다 길래 생일에도 못 보는 거 아닌가 했네. 아~ 재밌었다.”
“미안해 다음 근무자가 자꾸 지각을 해서…”
여자는 바로 연지였다. 양심에 찔렸는지 남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괜히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한다.
“괜찮아. 오늘 이렇게 봤으니까 됐어.”
남자는 연지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키로,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외모였는데 연지와 같은 학교 공과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둘은 5층에 도착해 정해진 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올 만한 깔끔한 느낌의 객실 내부. 스마트폰이나 손가방 등의 소지품을 내려놓는 연지의 뒤를 남자친구가 껴안았다.
둘은 곧 익숙한 커플의 키스를 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옷을 벗겨 나갔다. 남자가 연지의 몸을 꼬옥 껴안으며 걸어가 침대에 부드럽게 눕힌다. 남자의 검붉은 성기위에 콘돔이 씌워지고, 곧 연지의 보짓살을 갈랐다. 아직 젖지 않아 뻑뻑해서 쓸리는 느낌이 난다. 생리불순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연지는 그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100% 임신을 예방하는 방법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 뿐이었으니 피임약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이때의 연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메말라 있던 논에 물을 대듯, 곧 연지의 질 입구에 애액이 차오른다.
“하아… 하앗…”
연지가 그동안 해왔던 수백번의 섹스와 별다를 건 없다. 하지만 연지는 조금 초조해지고 있었다. 분명히 희열감이 차오르고 남자친구의 자지가 압박해오는 느낌은 나는데, 마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물건을 까치발을 들어 애써 꺼내려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으아아… 하아…!
몇 분 뒤, 좌우로 벌린 연지의 허벅다리를 잡고 남자가 분출했다. 사정에 맞춰 움찔거리는 남자의 자지를 느끼는 연지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응…”
“좋았어?”
“응…”
대답과는 달리, 연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의 위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흔드는 연지의 얼굴은 어떤 초조함마저 보이는 듯했다. 컵에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는데도 절대로 넘치지 않는 잔처럼, 연지는 쾌락의 끝에 도달할 수 없었다.
“아 자기야… 너무 좋아.”
그런 연지의 맘을 모르는 남자는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연지의 엉덩이를 꼬옥 쥐었다.
“흐읏… 흐응!”
달뜬 숨을 내쉬며 연지는 남자의 자지를 삼킨 채 앞뒤로 골반을 쓸어 댔다. 음핵이 남자의 치골에 닿으면 아찔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하지만 연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닿지 않아… 꽉 차지 않아…!’
앞뒤로 움직이는 연지의 동그란 엉덩이가 속도를 더해갔다.
‘왜 갈 수 없는거야…!!’
“자기야 오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아… 미칠거 같아.”
남자친구의 말을 들으며 연지는 질구를 꽈악 조였다. 그러면 꽉차는 느낌이 들어 연지의 음핵이 찌르르 떨린다. 연지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단말마를 토해냈다.
“하아앙…!”
남자는 자지가 조여오자 위에서 출렁이는 연지의 가슴을 콱 틀어쥐며 하체를 경직했다. 연지의 질 속을 휘젓던 콘돔자지가 움찔 움찔 경련하며 정액을 싼다.
남자친구는 마치 딸꾹질을 하는 것처럼 부르르 떨며 쾌락의 여운을 즐기고, 연지는 그런 남자친구를 내려다보며 땀이 맺힌 이마를 쓸어내렸다. 여기까지일까. 끝끝내 오르가즘까지 가지 못한 연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연지의 골반은 부드럽게 남자의 하체를 덮어 앞뒤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정차하는 버스처럼 연지는 남자친구를 꼭 껴안았다.
“오랜만에 봤다고 자기 굶주려 있었구나?”
남자는 연지를 마주 껴안고 사랑스럽다는듯 귀에 입맞추며 말했다.
*
승현의 주말. 집에선 공부가 안된다는 핑계로 나와서 산지 어언 3년. 승현은 잡생각을 날려버리고 모처럼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쉴 겸 목을 축이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승현의 옆에서 니온이 빙그르르 돌며 나타났다.
“공부에 열심이시군요.”
“네. 근데 공부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지능이 오르거나 하진 않나봐요.”
경험치 부스트도 사용 중이니 어느정도 공부를 하면 지능이 상승 중이란 메시지를 볼 거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한 말이다.
“지식과 지능은 엄밀히 말해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하…”
승현이 의자에 앉자 끼익 소리가 난다. 니온은 특유의 털짐승 같은 외모로 둥실 둥실 떠다니며 자취방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주말인데 어디 안나가십니까?”
“만날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공부를 해야지,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서…”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지난 1년간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던 자신이 생각나 살짝 얼굴을 붉힌다.
“제가 이렇게 온 이유는, 공급계약을 제안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계약이요?”
“네. 지금까지는 승현님이 모으신 정기를 몽마샵에 물물교환 형식으로 판매했다면 앞으로는 저에게 정기를 가져오시면 등급별로 책정된 액수에 맞춰 돈을 드립니다. 그렇게 받은 돈은 몽마샵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사용할 수 있고요.”
니온의 설명대로라면 일반등급 <매력의 포션>을 <정기 C 등급> 200개를 주고 샀던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근데 지금 제가 드릴 게 몇 개 없네요…”
지금 승현에게 있는 정기는 <매력의 포션>을 사고 남은 c급 99개 뿐이었다.
“연지도 연락이 없고… 왠지 말하는 걸 보니 이제 저랑은 정리하려는 거 같았어요.”
“뭐 괜찮지 않습니까? 퀘스트를 완수하시면 해결되는 문제니까요.”
“그것도 쉽지 않아요.”
나래의 호감도를 영돈과 비슷한 33까지 올려놓긴 했어도 섹스를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평생을 숫기 없이 살아왔던 승현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승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니온은 아까 말한 계약서에 승현의 서명을 받고는 다른 곳에도 가봐야 한다며 사라졌다.
“에휴… 공부나 하자 추워지면 수능이니.”
드드드드-.
좀처럼 울릴 일이 없는 승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 뭐해? 나 놀러가두 돼?
연지였다.
*
승현이 술을 좋아한다고 여겼던 것인지 연지의 손에는 과자와 캔맥주가 담긴 편의점 봉투가 들려있었고, 야구모자와 얇은 재질의 검은 무지티, 그리고 헐렁한 배기팬츠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아후. 엄청 더워.”
“에어컨 켜줄게.”
날씨 이야기를 하던 둘은 예전처럼 밥상을 펼치고 침대 앞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잔을 기울였다. 승현은 연지가 자신과 하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브래지어가 몰캉몰캉한 가슴위에서 방해를 했지만 연지는 의식도 하지 않는듯 승현이 가슴을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승현은 조금 더 과감히 맨살로 가슴을 만지기 위해 연지의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이… 왜이래~”
연지가 꺄르르거리며 웃었다. 승현도 따라 웃으며 검지로 연지의 유두를 튕겼다. 손끝으로도 유두가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딱딱해진 유두와 말랑말랑한 유방의 감촉이 서로 상반되어 만지는 맛이 난다.
키스해달라는 듯 몽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연지에게 승현은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내 연지의 상의와 브래지어를 벗겼다. 키스를 하며 연지의 젖꼭지를 괴롭히자 연지는 손을 뻗어 승현의 성기를 옷 위로 쓰다듬었다. 연지의 입장에선 승현의 커다란 자지도 단단해지기 전에는 말랑말랑하게 만지기 좋은 대상이었다.
키스가 계속되고, 연지의 야한 손놀림이 멈추지 않자 결국 이기지 못하고 발기 한 승현의 자지가 텐트처럼 우뚝 섰다. 연지의 손이 그런 승현의 성기에서 떨어지는 것을 신호로 두 사람은 하의를 벗고 침대로 향했다.
“그냥 넣어줘.”
다른 애무는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연지는 승현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보지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키스를 나누고 승현의 자지를 쓰다듬자 자연스럽게 며칠 전의 쾌락이 떠올라 애액으로 팬티를 적셨던 것이다. 한시바삐 승현의 커다란 양물을 넣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승현이 자신의 성기를 쓰다듬으며 연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나뭇가지처럼 마른 몸과는 대비되게, 남근만큼은 엄청난 근육질로 보였다.
핏줄 선 기둥 끝에 달린 귀두가 연지의 대음순을 벌리며 질구에 있던 애액을 적신 채 성기를 타고 올라가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고의로 연지를 애태우려 한 행동은 아니었고 언젠가 야동에서 본 것을 따라 할 뿐인 승현이었지만, 연지는 빨리 넣고 싶어 몸이 달았다.
“빨리이…~”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콘돔 없이 온 연지는 문득 남자친구에겐 허락하지 않은 노콘을, 승현에게는 허락 한 자신을 생각하며 어떤 배덕감에 휩싸여 갔다. 편의점 백룸에서 맛봤던 승현의 노콘 자지는 그만큼 중독적이어서 기분 나쁜 고무 느낌을 떠올리면 솔직히 콘돔을 끼운 채 삽입 당하기가 싫었다.
“하아앙…”
마침내 승현의 기둥이 연지의 가운데를 꾸욱 파고들었고, 믿기 힘든 쾌락이 연지의 온 몸에 번져갔다. 승현은 침대를 짚고 연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며 쾌감에 부르르 떠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극도로 흥분한 자궁이 올라가, 승현의 커다란 성기를 위한 공간을 비워줬다. 그렇게 끝까지 삽입한 승현은 자지의 모든 면이 살에 덮인 그 느낌을 맛보듯 가만히 있다가, 정차했던 열차가 움직이듯 서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으그극…♡ 하앙…!!”
승현에게 기교는 필요 없었다. 묵직한 움직임. 그것만으로도 연지의 성기로부터 뻗어 나가는 쾌락신경의 여기저기를 압박해 오르가즘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쯤 승현은 섹스를 알아가고 있었다. 연지의 질 내부는 깊은 부위일수록 말랑하고 주름이 적은 대신, 질구 주변은 좀 더 단단하고 주름도 조밀해져서, 질구 얕은 부위에서 귀두가 움직일때 자신에게 전해지는 쾌락이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연지에게도 먹히는 일이었는데, 지스팟과 방광이 눌리자 쾌락에 배뇨감이 더해져 침대에서 골반을 띄우며 격하게 반응했다.
비록 편의점의 백룸에서처럼 조수를 질질 싸는 일은 없었지만 경직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오르가즘에 도달한 것 같았다.
“이번에도 안에 싸?”
“응... 넌 그냥 안에 싸.”
매번 물어오는 승현에게 대답한 연지는 질 내부에서 세찬 정액줄기를 느끼며 오들오들 떨었다.
정액은 따뜻한데, 오들오들 떠는 자신이 이상하게 우스웠지만, 웃을 여유는 없었다. 연지의 이마가 쾌락으로 찡그려졌다.
“으그그읏!! 흐윽…! 흣…!”
승현의 사정에 맞춰 연지는 침대위로 골반을 튕기며 계속해서 가버렸다. 머리를 때리는 듯한 연쇄적인 오르가즘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
“근무지에? 연상이야?”
“응. 세 살 차이.”
“글쎄… 일단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질펀했던 섹스가 끝나고 물을 마시며 쉬다가 꺼낸 이야기에 연지가 대답했다. 관심있는 여자에게 어필하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말이었다.
“사적인 자리… 어려운데. 퇴근만 하면 다들 서로 갈길 가는 스타일이라.”
“그러니까 말을 해야지. 밥을 먹자고 하든, 같이 커피를 사러 가자고 하든. 둘이 볼 일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야.”
연지는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남자친구가 열심히 했던 노력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말할 뿐이었다.
“커피는 가끔 사다 주는데.”
“아니~ 사다주는 거 말고~ 커피 같은 걸 구실로 같이 걸어가다 보면 한마디라도 더 하게되잖아. 그때 점수 잃을 만큼 이상한 말 하는 거 아니면 점점 좋은 인상이 생긴다고.”
“음… 쉽지 않음.”
연지는 시간을 들여 공든 탑을 쌓으란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승현에겐 시간이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