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파도 (2)
정말 놀랍게도 무투전 본선 경기가 하루 미뤄졌다.
그에 맞춰 모든 행사 일정이 하루씩 늦춰지는 일이 일어나 축제가 한창인 떠들썩한 도시에 잠시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다들 그러려니 했다.
그들은 그저 휴가와 축제가 하루씩 늘어난 것에 즐거워하며 먹고 마셨다.
우리 길드도.
텅!
“캬아~!!”
박아라가 500cc의 생맥주를 단번에 들이켜며 탄성을 터트리자 옆에 있던 한세희는 질린 얼굴로 바라봤다.
“이게 사람이야 술고래야?”
말하는 와중에도 부지런히 안주들을 쇽쇽 집어 가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녀의 뺨도 술기운으로 달아올라 붉어져 있었다.
“끄으윽...왜에...세샹이 이럴 순 업쒀!”
무투전 결승날 나와 데이트하려고 했던 길드장의 계획도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호프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쉬지도 않고 맥주를 들이부었다.
“무투전 끝나고 바닷가에서 불꽃놀이나 하지 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녀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잘 몰라도 은근하게 완벽한 데이트에 대한 로망이 가득한 사람이니 위로해줬다.
“자, 술만 마시지 말고 안주도 하나씩 먹어.”
“흐윽... 시우야...”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가 그렁그렁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팔을 벌렸고 곧 정혜지는 내게 덥석 안겨들었다.
“뿌에에엥!! 나만! 자...웁!”
호프집에 가득한 사람들이 정혜지의 자지 한탄을 듣기 전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손바닥을 우물거리며 키스라도 하듯 달라붙어 오는 정혜지를 보듬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술집은 여자들이 가득했고 아주 가끔 남자 한두명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집요하게 달라붙는 시선들이 많았다.
“으르르...”
청란은 완전히 경계 모드에 진입한 경비견처럼 내 뒤편에 앉아 다가오는 사람 모두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스윽-
그런 청란 쪽으로 팔을 뒤로 넘겨 육포를 건네주면 말캉한 입술이 내 손을 살짝 물어 육포를 가져갔다.
최지윤은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진짜 개냐고...”
청란의 풍차처럼 돌아가는 꼬리를 보면 나름대로 만족하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애써 웃으며 청란의 행복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행복하면 그만 아닐까...?”
“...몰라. 자, 짠이나 하자!”
최지윤이 내민 맥주잔에 모두의 잔이 모여들어 부딫히고 금빛 물결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청란의 육포와 함께.
한참을 먹고 마시며 떠들썩한 호프집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시간을 보냈다.
“하으...”
맥주만 마시면 찾아오는 이뇨감에 화장실을 찾아 호프집 안을 돌아다녔다.
커다란 가슴을 흔들며 조심스럽게 다가온 여직원이 새빨간 얼굴로 도와줄 일이 있냐 물었고 화장실을 찾는다고 하니 안내해줬다.
“으응...”
좁은 외길로 이어지는 화장실로 가는 길을 비틀비틀 걸어가자 그 끄트머리에 양쪽으로 꺾여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이 보였다.
“으으... 나올 것 가타아...”
비몽사몽한 눈으로 벽을 짚어가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머야! 왜 업써!”
화장실에 소변기가 없다니! 변태년들이 가득한 세상이라 이거냐! 나 같은 씹상남자에게 앉아서 볼일을 보라고!?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부들부들 떨며 씩씩거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안쪽으로 들어가 대변기 칸으로 가 문을 열었다.
“어?”
“어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지를 내리려고 하는 청란이 있었다.
“시, 시, 시우 님!? 꺄악!”
그녀는 뒷걸음치다가 변기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너도 변태야? 왜 남자 화장실에 들어와...”
“무, 무슨...”
“아으... 모, 못 참겠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방광이 살려달라고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는 한 번에 바지와 팬티를 전부 내리고 발기하지 않아도 거대한 자지를 조준했다.
“햑!? 저, 저는! 아니, 처음을 화, 화장실에서...?”
대변기를 가리고 있는 바보 늑대의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위로 들어 올렸다.
“꺄악!?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뭐라는 거야! 지금 죽을 것 같다고!
당황해서 몸부림치는 청란의 탱탱한 허벅지를 힘주어 잡고 하반신에 꽉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쏴아아!!
“하으...”
“...에?”
내 얼굴 바로 앞에 보지를 가리고 있는 청란의 손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마법이나 연금술을 하는 한세희나 피피를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의 손도 이렇게 고왔다.
다들 근접 전투나 무기를 다루는데도 굳은살 하나 없으니 참 각성자의 신체란 어떻게 되먹은 건지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시, 시우님. 설마 볼일 보러 오신 거였습니까?”
얼이 빠진 얼굴로 세차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내 자지를 보던 청란은 시선을 올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웅...”
“하아...정말...”
곧 물줄기가 그치고 온기가 빠져나간 몸이 본능적으로 부르르 떨렸다.
나는 청란의 몸을 더 들어 올려 변기의 수조 뚜껑 부분에 그녀의 엉덩이가 걸치도록 했다.
청란도 자세를 잡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자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남아있는 물방울을 대충 털어내고 그대로 바지를 올리려고 했다.
“자,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엥...왜에...”
“제대로 닦아야 합니다. 잠시.”
청란은 붉어진 얼굴로 한숨을 쉬고 수조 뚜껑에서 내려와 휴지를 뽑아 들었다.
“그, 그럼 잠시 실례를...”
축 처진 커다란 자지를 조심스럽게 받쳐 든 청란은 자지 끝에 남은 물방울을 휴지로 찍어냈다.
부드러운 손과 청란의 살냄새가 느껴졌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녀의 하얀 살결 사이로 보이는 옆 가슴을 훔쳐봤다.
스윽- 슥-
“...”
“...”
스윽-
휴지는 진작에 휴지통으로 들어갔지만, 청란은 모른 척 계속 자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뒷덜미까지 붉어져 있었고 가쁜 숨을 조심스럽게 내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물었다.
“청란은 키스해 본 적 있어?”
“엣? 아, 아, 아아뇨!?”
번쩍 고개를 든 청란의 가까워진 얼굴,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에서 달콤한 술 냄새가 올라왔다.
자지가 스멀스멀 발기하는 것을 알아차린 청란의 꼬리가 들썩이다가 천천히 좌우로 흔들렸다.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에 손을 가져가 턱을 들어 올렸다.
“아...시, 시우 님.”
천천히 다가오는 청란의 아름다운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곧 파르르 떨리는 눈을 감고 그대로 조용히 내가 이끄는 대로 다가왔다.
쪽-
가벼운 입맞춤에 그녀의 몸이 한순간 긴장으로 팍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후...”
“...끄, 끝인가요?”
그대로 입술을 떼어내자 청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가자.”
정신이 조금 돌아오며 그녀의 첫 키스를 화장실에서 해버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에...”
청란은 무척 실망한 얼굴로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아 내 쪽으로 당기며 걸었다.
곧바로 밝아지는 그녀의 얼굴에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함께 걸어갔다.
***
엘이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차린 그녀를 내려다보는 여러 개의 시선들.
“느아으앗!!”
엘은 몸부림을 치며 침대를 굴러가다시피 해서 내려왔다가 자기 머리카락을 밟고 넘어졌다.
“엘!”
나는 깜짝 놀라 그녀가 바닥에 처박히기 전에 받아냈다.
“시, 시우!”
그녀는 겁에 질린 새끼 고양이가 구석을 파고드는 것처럼 내 품에 안겨 사방을 경계했다.
“이제 괜찮아. 여긴 안전해.”
“...”
“쓰러지기 전의 일. 기억해?”
엘은 내 품에서 아무 말도 없이 숨을 고르다 고개를 들었다.
“저... 여자들은?”
“내 여자친구들.”
“무어라?”
엘은 황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면면을 살피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하, 하나. 둘. 세엣...네...엣...”
나는 그 모습에 난처하게 웃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이, 이! 바람둥이가 아닌가!”
“켁!”
엘이 내 멱살을 쥐고 마구 흔들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실실 웃어대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쓰게 웃으며 이리저리 휘둘리는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달칵-
“커피야. 흡혈귀라도 이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잘 마시겠다.”
모든 창문이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막혀 있는 방에 모여 대화를 시작했다.
길드장은 숙취로 헬쓱한 얼굴을 하고서 꿀물을 마셨다.
“아까 시우가 말한 대로 여기 있는 모두가 여자친구야. 나...도.”
길드장은 내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지만 나는 싱긋 웃어줬다.
“크흠. 어쨌든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매우 중요한 질문이니까 꼭 대답해 줘.”
길드장의 진지한 모습에 이때만큼은 이유라와 한세희도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아샤 릴리안이라는 이름. 들어봤니?”
아마도 꽤 긴 대화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