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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24화 - 변녀 성수정(6)


나를 괴롭히는 기억. 아무리 지나간 기억이라 해도 어찌 다 잊을 수 있을까. 마음속에 무덤을 만들거나, 아니면 마음속 깊은 심연에 떨구거나. 좋았던 기억은 잊어버릴 수 있어도 좆같은 기억은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눈에 안 띄는 곳에 묻어둘 뿐. ‘…….’ 성수정이 건넨 안대가 내 무덤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각났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성수정이 얼마나 인간말종 쓰레기 년인지. 무력했다. 과거의 나는. 두려웠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일이 반복될까 봐. 다시 무력해질까 봐. 그 두려운 마음이 현재의 나를 좀먹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성수정은 조금이지만 변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이렇게 안 해 줬는데…. 아까의 보답이야.” ……보답? 보답이란다. 성수정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유두에 내 자지를 비비는 성수정. 나와 섹스하길 원하는 눈치였다. 수직관계. 우린 이런 식으로 평범하게 몸을 섞어선 안 된다. 나는 성수정과 동등한 존재가 아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으니. 그런데, 성수정이 나와 섹스하길 원했다. 분위기와 행동이 말해주었다. 목소리도 상당히 유순했다. 성수정은 절대로 변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했다. “하앙….” 이건 과거의 성수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확실히 변했다. 본인이 정해놓았던 규율을 본인 스스로가 깨트렸다. 그러자, 비로소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그녀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수정과 나의 차이. 존재하는 격. 두려움은 허상이 만들어낸 가짜였다. 진짜는, 나와 그녀 사이엔 넘볼 수 없는 벽이 하나 존재했다. 마치 모래시계를 뒤집듯, 생각 한 번에 관계가 쉽사리 역전된다. 나는 아래에 있는 성수정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커진 자지가 성수정의 겨드랑이에 맞닿아 있었다. 성수정의 꼴리는 몸. 두려움이 사라지자 원초적인 성욕이 들끓었다. 나는 이 성욕을 얼른 해소하고 싶어졌다. “박아도 돼?” 생각보다 자지가 커다랬던 건지 당황해하는 성수정. 그래, 성수정과 마찬가지로 나도 많이 바뀌었다. 몸이,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이. 그럼에도 바뀌지 않았던 것은 나를 옭매는 아픈 과거의 기억들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것마저도 바뀌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니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깨달음을 통해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건 현재와 미래니까. 그렇다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아예 무시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 ‘…….’ 죄를 지었으면 심판을 받아야지. . . .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그 걸레 같은 입 좀 다물어. 이 씨발 년아.” “……뭐?” 속에 있던 마음을 바깥으로 꺼내자 앞선 내 생각에 더욱 큰 확신이 들었다. 성수정은 정말로 별것 없었다. < 24화 – 변녀 성수정(6) > 성수정은 몹시 당황했다. ‘…걸레 같은 입? 씨발 년아……?’ 절대로 구강성의 입에서 나올 말들이 아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 해도 무려 3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격변이 터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지만 가깝게 알고 지낸 기간이 3년. ‘그 찐따 새끼가 내게 저리 지껄인다고…?’ 이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될, 하극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성수정이 말했다. “…야. 너 진짜 미쳤어?” “미쳤으면?” “……뭐?” “그런데 정작 미친 건 너잖아. 이 미친년아.” “이게 지금 얻다 대고…!” 소리를 지르려던 성수정이 순간적으로 화를 다스렸다. ‘……후우.’ 분노에 휩싸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성수정은 알고 있었다. 냉정하게. 불순물을 걷어내듯 최대한 화를 걷어낸 다음 이어 말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강성아? 너 지금 실수하는…….” “아니, 내가 묻고 싶은데.” “뭐?” “너야말로. 아직도 내가 만만해 보이냐?” “…….” 완전히 바뀌어버린 구강성의 분위기에 성수정은 침묵을 택했다. ‘설마… 여태 연기였던 거야?’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다. 안대를 썼을 때 몸을 흠칫흠칫 떨던 모습. 그건 절대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독 주입은 순조로웠는데… 아직 효과가 돌지 않은 건가?’ …독. 그렇다. 자신의 애인, 도민준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성수정의 각성 능력은 바로, ‘독’. 성수정은 물을 다루는 각성자 중에서도 특이했다. 평범한 물 각성자면 온도를 낮춰 얼리거나 온도를 올려 끓게 만드는 온도적인 측면만 다룬다면 성수정은 물의 성질을 변화시켰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독기를 물에 섞는다. 아주 미미한 양이라도 섞이기만 한다면 그 물은 독물이 된다. 이 능력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독으로 말이다. 해독제를 만드는 성수정이 죽는다면 본인 또한 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수정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악독한 능력. 성수정은 그 독을 구강성에게 사용했다. 처음부터. 카페에서. 차 안에서. 안대 쓴 구강성을 부축할 때.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하게 주입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독에 내성이라도 있나…?’ 하지만, 방법은 많았다. 도민준의 힘도 있고. 여차하면 죽일 생각으로 이 방 자체를 독기로 가득 채우면 되니까. 아마 그건 못 버틸 것이다. 성수정은 구강성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너 진짜로 실수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뭔 자꾸 실수 타령이냐. 그리고 씨팔― 사과는 네가 해야지.” “……이 개새끼가 끝까지.” 마지막으로 기회. 그 기회를 시원하게 걷어찬 구강성. 갱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성수정은 어쩔 수 없이 최후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네가 자초한 거다.” 성수정은 구강성을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기로 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지금의 구강성은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낸 맹수. 우리 안에 있을 땐 좋은 구경거리일 테지만, 그 맹수가 우리 밖으로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예측하기가 어렵기에 결국 사냥꾼을 불러 죽인다. 당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안에 있다 생각한 구강성이 우리 바깥으로 스스로 걸어 나왔다. 통제하기 어려운 모습.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 ‘……후우.’ 미약하게 한숨을 쉰 성수정이 몸 속에 내재된 독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것을 만들어낸 물과 섞는다. 독과 물이 섞여 독물이 완성된다. 이제는 상대를 죽일 차례. ‘…아깝긴 하다.’ 잘생긴 얼굴. 잘 빠진 몸매. 큰 자지. 반항만 없었더라면 최고의 노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이러니 취향 잘 맞는 파트너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잘 가라.” 성수정은 자신의 독물을 땀샘으로 분출하려 했다. ―바로 그때, “매혹.” 구강성의 단 한마디에, 휘청―, 일순, 성수정의 몸이 휘청인다. 탈력감. 성수정의 몸에 힘이 주욱- 빠져나간다. 성수정이 간신히 앞을 바라보자 자신이 죽이려 했던 구강성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인다. ‘……!!’ 성수정이 크게 동요했다. ‘……저 자식이 한 짓인가?’ 이 모습을 모고서도 무뚝뚝한 표정. 녀석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녀석이 뭐라 말한 순간 몸의 통제력을 크게 잃었다. 성수정이 말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성수정.” “……?” “입, 닫으라고.” “…….” 입 닫으라는 구강성의 한 마디에 입이 꾹 닫혔다. ‘……!!’ 그 뒤로도, 아무리 시도해봐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읍! 읍읍!!” “소리도 내지 마.” “…….” 이젠 소리까지 나오지 않는다. 성수정의 몸이 구강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제어되었다. ‘…이게 무슨…….’ 뭔 행동을 할 때마다 구강성에게 제지되었다. 성수정의 몸은 구강성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당하고 있었다. 얌전해진 성수정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던 구강성의 입이 끝내 열렸다. “어디 좀 같이 가자.” “……?!!” 성수정의 표정은 ‘어딜……?’ 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구강성이 말했다. “벗방하러.” * [강성아! 나 조금 있다 생방송 진행하는데 다음번 방송에서 네가 작업하는 여자랑 같이 진행할까? 그편이 목적 달성하는 데 더 빠를 것 같기도 하고…….] ‘생방송?’ 디바에게서 온 문자의 내용이었다. 성인 방송. 흔히 ‘벗방’이라 얘기하는 방송에 성수정을 데리고 와도 된다는 문자였다. ‘…오. 그게 확실히 빠르긴 하겠네.’ 어마어마한 디바의 파급력에 성수정도 외적으론 나쁘지 않으니까. 둘이 진행하는 생방송이면 아주 많은 사람이 볼 게 뻔했다. 디바의 말은 그 방송에서 성수정의 본모습을 퍼트려도 된다는 말이겠지? 나는 디바에게 답장했다. [지금 바로 가도 돼?] [...지금? 어.. 되지? 그런데 5분 뒤면 시작인데 어떻게 오게?] 5분 뒤라……. 충분했다. 나는 디바에게 주소를 찍어달라 부탁하고 성수정을 바라보았다. “…….” 바닥에 얌전히 앉아있는 성수정. ‘…성능 확실하네.’ [매혹 Lv.1] ▷▷▷ [매혹 Lv.2] 필요 포인트 10pt 이 장소에 오기 전 미리 매혹을 업그레이드해놓았었다. [매혹 Lv.2] : 상대를 보다 강력하게 매혹합니다. 매혹에 걸린 대상을 통제합니다. 지속 시간 : 10분 설명만 봐선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겨우 1레벨만 올렸는데 이 정도라고? 디바는 대체 무슨 스킬을 만들어 놓은 거야…?’ 매혹의 남은 지속 시간은 8~9분. 나는 하는 수 없이 성수정의 손을 붙잡았다. “……!!” 성수정이 몸을 흠칫 떨었다. “나도 처음 써보는 거라 잘 모르는데, 이 손 놓지 마라. 혹시 미아가 될 수도 있으니까.” “……?” 성수정의 의아스러운 표정과 함께, [공간 횡단: 하루 한 번. 최대 5명까지 지구 표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본 나는 육성으로 말했다. “공간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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