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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10화 - 각성자 심사(2)


가드 문경식은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시력. 200미터가 넘는 거리임에도 맨 끝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게 찾은 것은 서로를 껴안고 있는 어느 남녀 한 쌍. ‘…?’ 그런데, 남자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익숙했다. ‘…왜 익숙하지? 연예인인가?’ 아주 앳된 느낌. 다가가는 와중에도 생각했다. 친척인가? 아니면 오래된 친구? 생각을 이어가다 머릿속에 무언가 불쑥 떠오른다. ‘돼지’, 라는 뜬금없는 단어가. ‘…?’ 문경식은 그런 단어가 왜 갑자기 떠올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살이 빠졌다?’ 원래는 돼지였는데 살이 빠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 저 모습에 살만 뒤룩뒤룩 찌운다면……. ‘……!’ 이윽고, 문경식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학창시절 돼지라 놀림 받던 친구. 그 통통한 얼굴과 날렵한 저 얼굴이 매칭되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구나. 아직 정확히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구……, 음. 그다음이 뭐였더라?’ 얼굴은 떠올렸지만, 문경식은 학창시절 녀석의 이름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 10화 – 각성자 심사(2) > 잘생긴 외모. 다부진 몸. 확연히 바뀐 모습을 보고도 용케 녀석을 떠올린 그는 이내 현실을 부정했다. ‘에이~ 아니겠지. 그때 그 돼지 새끼가 살 뺀다고 저렇게 변해? 비슷한 사람이겠지.’ 목적지에 도착한 문경식은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본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드입니다. 무슨 일이죠?” 문경식이 주변의 군중에게 물었다. 그러자 삐쩍 마른 남자가 나와 대답했다. “둘이서 화해했어요.” “…화해요?” 대답을 들은 문경식은 당황했다. “그게 뭐요?” “…? 물어보시니 대답한 것뿐입니다. 서로 사랑싸움하다가 화해. 끝. 이게 답니다.” ……뭔 개소리지? “겨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이 난리를 피운 거라고요?” “…? 난리라뇨. 꽤나 감동적이었는데요.” 너무나 당당한 그의 대답. 그러나 그 누구도 남자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반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이해 가지 않으면 사태의 주범께 직접 물어보면 될 일. 문경식은 자신을 불안한 시선으로 경계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 가드의 말에 남자는 시선만 주고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도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지. 멀뚱멀뚱 보기만 하면…….” 문경식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고 있을 때, ‘……!’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치며 순간적으로 모든 화가 사르르 녹았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뒤로 돌린 여자. 그녀의 얼굴. 그게 이유였다. ‘……와.’ 문경식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세상에, 실제로 이런 여자가 존재하긴 하는구나. 직업 특성상 난다긴다하는 예쁜 사람을 그간 일하며 많이 봐왔지만, 너머에 서 있는 여자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 탑급 외모의 여자 연예인이 인간계 최상위라면, 저 여자는 신계 최상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큼, 큼.” 갑자기 목소리를 가다듬는 문경식. 한층 두꺼워진 목소리로 남성미를 어필하며 미모의 여성에게 말을 건넨다. “뒤에 계신 분은… 남자친구인가요?” 그러나, “무슨 일이시죠?” 여자의 너머에 있던 남자가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리고, 문경식은 깨달았다. ‘……!’ 익숙한 목소리.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놀랐다. 학창시절 자신의 패거리가 가지고 놀았던 그것의 목소리였다. 문경식은 확신하기 위해 남자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잠깐 뜸을 들이나 싶더니 입을 열었다. “구강성인데요.” ‘구강성…! 그래! 그 이름이었지!’ 문경식은 잃어버린 걸 찾은 쾌감보다 자신의 추측이 진짜였단 사실에 더 큰 쾌감을 느껴 속으로 환호했다. 바로, 그때였다. “문경식…?” “――!” 구강성이 문경식의 이름을 정확히 읊었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한 이름. 그러나 자신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구강성에게 뭔지 모를 기이한 감정이 든 문경식이 화답했다. “내 이름 기억하는구나? 그래, 진짜 오랜만이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네?” “너도 좀 변했네.” “…응 그렇지. 보다시피… 나, 각성자 됐다.” 대뜸 자기 자랑을 시작한 문경식. “전투계열이라 각성자 협회에 손쉽게 취업했고, 지금도 근무 중. 이래 봬도 돈 많이 받는다. 월에 못 해도 큰거 2장은 나오니까… 아, 오해는 하지 마. 백만이 아니라 천만 단위.” “그렇구나.”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어서일까. 문경식은 약간 기분이 상했다. 한때 따까리였던 구강성의 대충 듣는 듯한 태도에. 그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심사장에 줄 서는 사람이 많네. 어제 김수환 길드 때문인가? 뭐, 덕분에 너도 만났으니 나쁘진 않나? 참고로 심사에서 탈락하면 10만 원 뱉어내야 하는 거 알지?” “응 알지.” “……그래?” ‘알고 있는데도 여길 왔단 말이지…?’ 진짜 각성했나 싶었지만 보나 마나 쓸모없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이 초 미녀분은 누구…?” 문경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 미녀와 구강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따같은 모습을 한 번만 보면 바로 정이 떨어질 터. ‘지금까진 그런 모습을 어떻게 숨겼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친누나는 아니겠지?’ 고민하는 구강성의 표정을 보며 문경식의 확신이 더 차올랐을 때였다. “내 여자친구.” “……!” 설마 했지만 진짜로 여자친구라니. …아니죠? 초 미녀분? 속으로 그리 생각하는 문경식의 시선이 다시 여자에게로 향하자, “강성아, 어떻게 아는 분이야? 친구?” “응, 고등학교 때 친구.” “그렇구나…!” 둘은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았고, “안녕하세요! 강성이 여자친구 디바라고 합니다! 헤헤….” 그녀의 입에서 직접 여자친구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진짜라니. 문경식은 그녀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그 속내를 감추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문경식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나누며 어찌어찌 맞닿은 두 손. ‘……!’ 문경식은 생각했다. 손마저도 부드럽다. 이 손으로 내 거기를 어루만져주면…… 씨발― 그냥 극락. 몸 자체가 꼴리는 년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대체 왜 저런 찐따같은 새끼랑 사귀고 있는 거지?’ 자신의 여자가 빼앗겼을 때처럼, 구강성에게 비슷한 류의 분노를 느낀 문경식이었다. 그리고, ‘……아, 그게 있었지!’ 문경식은 순간,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강성아. 혹시, 이틀 뒤에 동창회인 거 아냐?” “…동창회?” “그래 임마! 수소문을 해봐도 네 연락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도대체 뭘 하면서 살던 거야? 일단 나 근무 중이라 돌아가 봐야 하니까 사담은 이만 됐고, 동창회. 나올래?” “…….” 구강성은 생각했다. …동창회라. 쟤가 말하는 동창회는 바로 그 ‘차오름 고등학교’의 동창회일 테지. 그렇다면… 도민준 패거리도 나오나? 그러한 의문을 품었을 때, 문경식이 말했다. “참고로, 민준이는 당연히 나오고, 아…! 네가 좋아하던 수정이! 수정이도 민준이 따라 당연히 나와……. 아 맞다. 옆에 여자친구분이셨지? 미안하다 야. 이러니까 내가 눈치가 없단 소리를 이 나이 먹고도 듣는다니까. 하하!” “…….” 의도적인 발설. 눈치챈 구강성. 많은 괴롭힘을 당하며 는 것은 맷집과 눈치밖에 없었기에. 과거에 머물렀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니 구강성은 기분이 묘했다. 없던 일처럼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었던, 마치 살가죽의 일부처럼 눌어붙어서는 온종일 나를 괴롭혔던 인생의 일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구강성은 그리 생각하며 문경식에게 말했다. “그래. 그때 한번 보자.” “……! 진짜 올 거야? 말만 그렇게 해놓고 내빼는 거 아니고?” “간대도.” “그럼… 스링으로 연락처 보낼게? 시각과 장소도 바로 쏴줄 테니까 확인하고.” “그래.” “옆에 계신 여성분도 같이 와도 돼. 이게 작은 동창회가 아니라 규모가 좀 크거든. 아무래도 다들 한 분야에서 한 가닥 하는 인물들이라…….” “…….” 다들, 잘 먹고 잘살고 있었구나. 자신과는 다르게 저들은 호의호식을 누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문경식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은, 구강성은 꿈에도 몰랐다. 저 말이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직접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둘은 서로의 스링, 스마트 링을 갖다 대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부디, 너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이만 가볼게! 이틀 뒤에 보자!” 그렇게, 구강성이 고개를 주억이자 문경식이 떠났다. ‘…동창회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길었던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한 시간 뒤면 이들의 차례가 도착할 것이다. 구강성은 생각했다. 성수정. 첫사랑. 그리고… 나를 파멸로 이끈 장본인 중 하나. 애증의 존재. 그런 그녀가 동창회에 나온단다. 도민준을 따라서. ‘…둘은 무슨 관계일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을 때, “……선배! 헉…. 헉….” “오, 왔냐?” 숨을 헐떡이며 무언가를 가져온 남자가 디바의 앞에 있던 짧은 백발의 남자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남자는 STU엔터, 유지학 실장이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꼼꼼히 읽어 주시고… 조건이 마음에 드신다면 여기다가 사인해 주시면…….” ‘……사인.’ 문득, 바로 옆에서 AV 여배우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구강성. 정신을 번쩍 차린 그는 다급히 외쳤다. “잠깐만요…!” “……?” “……?” 뭐, 뭐야…. 화해하고 끝 아니었어? 진짜로 계약하는 거냐…? “왜 그래 강성아?” 태연한 디바의 얼굴. 구강성은 초조해졌다. “디바야. 진짜로 그 계약… 할 거야?” “응! 할 건데? 왜?” “……!!! 왜?” “그야… 그편이 신도 모으기에 빠르니까! 걱정하지마 강성아. 나도 계약 잘 볼 줄 알아. 신계에서도 이런 계약서쯤은 있는걸?”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유지학 실장이 말했다. “신, 신계요?”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망상증 환자거든요! 히히.” “…그러시군요.” -푹. 디바가 날린 비수가 날아와 구강성의 가슴에 꽂혔다. 목적을 들으니 이해는 된다. 하지만… 꼭 AV여야만 하나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을 몰라주나 싶었지만…. “그럼 그냥 창녀 될까? 하루에 100명 정도면…….” 아. 디바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보기보다 똑똑한 디바의 말에 수긍한 구강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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