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주인공에게 트러블은 필수. 선을 지키지 않는 엑스트라에게 천벌을!
회귀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법.
게임에서도 반짝이 파티클이 뜨면 와아- 입을 벌리곤 했던 나였다.
하물며 여기는 현실이다.
유니크 몬스터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가겠지.
"뽈록?"
"그래. 색깔이 다르다거나. 아니면 혼자만 뿔이 나 있다거나. 뭐 그런 얘들 말이야."
그런 나의 물음에 운디네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 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크게 벌리더니 이리저리 손을 흔들흔들.
그 모습은 마치 아빠에게 제 지식을 자랑하려는 초등학생 같아서 무척 귀여웠다.
문제는.
"뽈록 뽈록-"
"..."
"뽈록!"
"미안.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
아니. 너무 충격받은 얼굴 하지 말고.
만화적 허용인가? 이마에 검푸른 세로줄이 여럿 생겨났다.
좌절을 표현할 때 나타나는 그거.
"얌마.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요놈- 요놈-
턱을 살살 간지럽히자 운디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토라진 척 볼을 부풀렸지만 누가 봐도 즐기는 자의 얼굴이다.
요망한 녀석. 여우가 따로 없구만.
"뽁뽁뽁―"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빠졌어~ 오빠가 뭘 해 줘야 하니. 응?"
"처음부터 그런 질문을 안 하는 것이 베스트겠죠."
뺨과 뺨을 비비며 놀던 나와 운디네의 고개가 누군가의 대화에 동시에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성박사가 있었다.
차트를 보던 그녀는 갑자기 한숨을 쉬며 읽던 것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별룡씨."
"네, 박사님?"
"저희 연구소의 에로몬들은 기본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한 후 키우미집에 입소합니다."
"그렇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평소와는 다르게 사나운 성박사의 시선.
나는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처럼 꿀꺽 침을 삼켰다.
"특이종은 없단 말이죠. 그리고 에로몬과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에로몬을 찾는 행위는 어린 에로몬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으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어때요. 이해 하셨나요?"
음, 그냥 장난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디네의 표정을 확인.
예상대로 그녀는 성박사를 괴상한 사람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부우-"
운디네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콕- 하고 누르니 비눗방울 같이 탱글거렸다.
'흥이 깨졌으니 책임져' 뭐 그런 표정이다.
여기서 장난이었다고 말하면 성박사의 얼굴이 빨개지려나.
곤란해하는 성박사의 얼굴을 보고 싶긴 하지만, 삐진 그녀가 판치라 스캐너를 회수하면 곤란하지.
나는 시무룩한 척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죄송합니다. 운디네야 너도 미안해."
"뽈록!"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사실 나 두 마리를 받기로 약속했거든."
"뽀뽀뽀뽁-"
"아아, 이것은「어른의 거래」라는 것이다."
"흠흠. 성룡씨? 부디 다른 트레이너들이 듣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사법 거래를 들켜서 당황하는 성박사를 뒤로,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운디네가 갑자기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것은 내 몸이 흔들릴 정도로 과격해서, 나는 깜짝 놀라며 운디네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야 했다.
"야야 갑자기 왜 그래."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하는 운디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한쪽 손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투명한 손가락에 무심코 시선이 향한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드라이어드+ : Lv.3]
"쿨럭!"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순간 헛기침이 다 나왔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천천히 숨을 가다듬은 후. 눈을 비빈 다음 다시 확인했다.
[드라이어드+ : Lv.3]
"정말이네..."
부정맥이 온 것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있었구나. 유니크 에로몬.
이름 옆에 붙어 있는 작은 플러스 기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보가트 몬스터에는 없었던 기믹인지라 더욱 기대감이 들었다.
"잘했다 운디네야."
"!!!"
시크하게 손바닥을 들어 운디네와 하이 파이브.
그 뒤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에로몬들의 이름을 살펴봤다.
하지만 플러스 기호가 붙어 있는 것은 저 드라이어드 뿐. 다른 에로몬에겐 아무런 기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녀석을 포획해야겠지.
"주인님? 지금 뭐하세요?"
"쉿- 주인님은 지금 잠입 중이라고."
살금살금.
살금살금살금.
하나도 수상하지 않은 고양이 걸음으로.
성박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능청을 떨며 드라이어드에게 접근했다.
대충 일곱 걸음쯤 남았을 무렵. 인기척을 느낀 드라이어드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덜컥- 고장난 로보트처럼 걸음을 멈춘 채 씨익 웃으며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안녕 예쁜이?"
드라이어드가 깜짝 놀라며 수풀 사이로 달아났다.
물론 내 말투가 올드해서는 아니겠고, 내가 무서워서는 더더욱 아니겠지.
이건 아마도 그것이다.
미니게임.
"히히- 숨바꼭질이니?"
"!!!!!!!"
그렇게 나와 드라이어드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내가 다가가면 드라이어드가 도망치고. 내가 다시 다가가면 드라이어드가 다시 도망쳤다.
가까워지고 멀어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사랑, 사랑이 아닐까?
"..."
"뭐야, 서큐버스. 나를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지?"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큐버스가 뭔가 나를 갑자기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지만 아마도 착각이겠지.
이렇게나 멋진 주인님을 변질자 보듯 바라볼 이유가 없으니까.
어쨌거나.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마침내 드라이어드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흥분한 나의 입에서. 방송용 멘트가 흘러나왔다.
"크흐흐흐- 드라이어드 겟또다제~!"
어?
너무 흥분했나.
이게 아닌데.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자신을 코너에 몰아넣은 아저씨의 추악한 미소를 본 드라이어드는 움찔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다.
"잠깐만."
나는 필사적으로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드라이어드와의 거리를 살금살금 좁혔다.
"장난이었어. 오빠 마음 알지?"
"!!!!!!!"
그러나 드라이어드는 에로동인지에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드라이어드가 뿌리묶기를 사용했다.]
그 순간. 눈앞에서 알림창이 튀어나왔다.
어어? 하며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아기나무 크기의 뿌리가 내 신발을 휘감고 있었다.
"오, 이런 깜찍한 짓을."
살짝 힘을 주자 우득- 소리를 내며 뽑혀 나가는 뿌리.
3레벨 에로몬의 스킬은 겨우 이 정도인가. 가소롭기 그지없는 위력에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뭔가 나무를 뿌리째 뽑는 거대 괴수가 된 뽕맛을 느끼며 다시 고개를 들자. 드라이어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디로 갔지?"
영문을 몰라 눈만 깜박깜박.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니. 저 멀리 도망가는 드라이어드가 보였다.
"드라이어드야. 이리 온~"
"!!!"
나와 그녀의 거리가 다시 좁혀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속도를 올리는 드라이어드.
짧은 다리로 열심히 도망치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그렇게 다시 수줍은 숨바꼭질이 시작되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드라이어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킥킥- 겨우 이걸 못 잡아서 그래요 아저씨?"
막 12살이나 되었을까.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꼬맹이가 드라이어드의 목덜미를 획-하고 들어 올렸다.
드라이어드는 손발을 휘저으며 갑작스러운 납치에 저항했다.
"잡았다~"
남자아이는 반항하는 드라이어드를 사납게 째려봤다.
그러다가 피식- 웃더니.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은 상태로 손을 과격하게 흔들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드라이어드의 머리.
곧 그녀의 눈동자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뱅글뱅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꼬마야, 그만 놀리고 내려 줘. 드라이어드가 힘들어하잖아."
"내가 왜요? 나 얘랑 계약 할 생각인데. 그치 꼬맹아-"
남자아이가 드라이어드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뺨을 맞은 드라이어드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
그 모습을 본 나의 뱃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놔 줘."
"뭐래."
남자아이는 코웃음을 치려... 다가.
내 어깨 위에 올라탄 운디네를 보며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헤에~ 좋아. 그럼 배틀에서 이기는 사람이 이 드라이어드를 마음대로 하는 걸로 하자. 어때 아저씨?"
"배틀?"
소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나의 손목 부근.
정확히는 계약의 증표에 향해 있었다.
"계약도 했으면서 모르는 척 하기야? 뭐긴 뭐야. 에로몬 배틀이지!"
남자아이가 입술을 오랑우탄처럼 오므리며, 입가를 가린 상태에서 소리 없이 지껄였다.
'쫄?'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그래, 좋아. 하자고."
"흐흐."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남자아이.
언뜻 보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신감이다.
혹시 비장의 수단이 있나? 조금 긴장하게 된다.
"엘리―!"
남자아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그것은 남자아이의 앞에 추락하며 무릎을 꿇었다.
"심판은 니가 맡으라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공손하게 대답하는 메이드.
남자아이가 드라이어드를 메이드에게 넘겼다.
눈이 마주치자. 드라이어드가 가련한 공주님 포즈로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드라이어드를 향해 미소지었다.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구해줄게."
"하아? 그런 말은 먼저 나를 이기고 나서 하라고. 자 그럼, 눈이 마주치면 배틀이다!"
남자아이가 그렇게 선언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키이이이잉-
땅이 흔들리더니.
둔탁한 진동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나를 제외한 트레이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잠시 후. 발밑에서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배틀 룸 생성 중... 타입 : 노말
게임에서 많이도 들어봤다. 익숙한 목소리.
보가트 몬스터에서 배틀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기도...
"설마?"
아래를 바라본 순간.
쩌억- 하고.
땅이 절반으로 갈라졌다.
구구구구궁-
벌어진 땅의 사이에서 거대한 철의 장벽이 올라왔다.
어어 하는 사이― 키우미집의 중앙에 엄청나게 커다란 콜로세움이 세워졌다.
이런 오버 테크놀로지를 겨우 이딴 데에 쓰다니, 제정신인가?
정말인지 미친 세상이 따로 없다.
"배틀 시작이다!"
=====[Battle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