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옥상
1.
이진아는 나에게 있어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존재였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게 엄청난 호의를 보이며 부관 역할을 자처해왔다.
내가 기존에 D마트를 점령하고 있었던 20명가량의 능력자 무리를 처치했던 사건으로 인해, 나에 대한 이진아의 호감도는 시작부터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물론 그 호의를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고, 그녀를 부관 자리에 앉히면서 꽤 많은 편의를 얻었다.
당시는 D마트가 정상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 업무를 분담해 주는 부관의 역할은 바쁜 와중에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이후에는 이진아가 내게 처녀를 받아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해서 어찌어찌 받아주기는 했는데…….
내 잔에 샴페인을 따르는 이진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
그녀는 내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톡 까놓고 말해서, 나는 그동안 이진아에게 소홀했다.
물론 그녀가 내게 부탁했던 건 첫경험이었고, 그 뒤로는 부관 역할에만 충실하며 사무적인 태도로 일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에게도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진데, 나는 그야말로 첫 섹스 이후로 줄곧 방치 플레이를 해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번 도움은 다 받고 있었으니, 그동안 무심했던 내가 진짜 나쁜 놈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일단 짠할까?"
"네."
챙-
가볍게 잔을 부딪치니 맑은 소리가 울렸다.
실내에서 하는 건배와 실외, 그것도 건물 옥상에서 하는 건배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밤이 되어도 어둑어둑한 도심의 풍경.
이진아는 샴페인을 마시면서도 희망의 땅 너머의 거리를 살피면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뭔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역시 본분에 충실하구나. 경계 서겠다고 샴페인이나 가지고 올라온 나와는 다르게…….
그때 이진아가 내 쪽을 흘깃 보면서 말했다.
"대장님. 뭔가 고민이 있으시군요."
"으, 응?"
"유능한 부관으로서 상사의 분위기를 읽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누가 와도 눈치채겠습니다. 대장님께 지금 근심이 있다는 것을요."
"아…… 그래?"
그 정도로 티 났나?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샴페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이진아는 내 두 눈을 지그시 응시해왔다.
"……응."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내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계시네요."
"……."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
이진아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발밑으로 보이는 검은 도심의 풍경을 시선으로 훑는다.
밤바람이 스쳐가면서 그녀의 기다란 흑발을 작게 흩트려놓았다.
"저는 요즘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특히 농사를 짓는 거요. 아스팔트를 부수고, 도로 잔해를 밖으로 옮기고, 땅을 고르고……, 제 능력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일이라는 거, 이곳에서 처음 알았어요."
그 말을 하는 이진아의 표정은 진심으로 행복한 듯 옅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행이네."
"그렇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요즘은 제가 흠모하는 어떤 분이 완전히 인터넷 스타가 되어버려서……."
"……?"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거나 댓글을 읽거나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려요. 예전에는 SNS에 빠져 사는 미인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제가 커뮤니티 중독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참고로,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는데?"
내 질문에 이진아는 생긋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김도하가 까이는 진짜 이유."
"그거 너였냐!?"
"푸훕. 대장님도 보셨나 보네요."
"마지막에 잘나가니까로 끝나는 그거 맞지?"
"맞아요."
"맙소사……."
상상이 안됐다. 이진아가 커뮤니티에 그런 글을 쓰는 모습이.
인터넷은 사람에게 또 다른 인격을 부여한다더니, 그 표상이 지금 여기에 있었다.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게 너무 마음 쓰지 마시라는 거예요. 미안해하지도 마시구요. 저는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요."
"……."
"그냥 이렇게…… 가끔 생각날 때마다 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저는 더 바라는 거 없어요."
"……큼."
뭔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못 챙겨준 것도 모자라서, 못 챙겨주는 내 마음이 그녀 자신에게 신경 쓰이지 않도록 배려까지 받아 버리다니.
"……."
내가 계속 우물쭈물하고 있자 이진아는 내 어깨를 탁 쳤다.
"……?"
그리곤 고개를 휙 돌리면서 말했다.
"대장님 관심, 귀찮기만 하거든요? 괜히 착각하지 마세요. 저 대장님 별로 신경 안 써요."
"……큭큭큭."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지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연극까지 하고 있었다.
내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내게 웃음을 주고 싶어서.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
내가 한걸음 다가서서 눈을 맞추자 이진아는 한걸음 물러서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서로의 코가 맞닿을 거리까지 좁혀지자, 그녀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무언의 허락이었다.
"쮸읍…, 쫍…, 츄릅…, 쯉……."
이진아의 키스는 처음 해보는 것처럼 서툴렀다. 그저 내 혀가 이끄는 대로 어색하게 뒤따를 뿐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첫경험 때 얼마나 많은 준비를 거쳐서 나를 맞이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무방비 상태였고, 이 키스는 기습 공격이었다.
"츄읍…, 쭙…, 쮸읍…, 쪼옥♡, 쫍♡"
내 목과 머리를 끌어안는 이진아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녀는 낯선 듯 딱딱하게 굳어있던 모습을 빠르게 탈바꿈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내 혀를 빨아오고 있었다.
사륵- 사륵-
나는 잘하고 있다는 표시로 그녀의 등골을 차분하게 쓰다듬어 주면서 오른손은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져본 가슴 중에는 가장 거대한 H컵의 가슴.
손바닥을 가득 채우고도 빠져나오려 드는 이 충만한 그립감이 만족스럽다.
"쯉…♡, 쪼옵♡, 음후으음…♡, 츄으읍…♡, 쯉…♡"
나는 키스를 계속하면서 그녀의 가슴을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주물렀다.
내 손길을 즐기는 듯 살포시 감고 있는 이진아의 눈꺼풀이 나비의 날개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반응을 두 눈으로 즐기면서 검은색의 면 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배꼽을 지나 명치 위로 자리한 밑가슴을 받쳐 들어 가볍게 무게를 느껴보고, 브래지어 밑으로 손을 넣어서 생가슴의 감촉을 만끽해 본다.
"흐우읍…♡"
나를 더 꽉 껴안는 이진아.
거의 매달리듯이 키스해오는 모습이 귀엽다.
손가락 다섯 개로 그녀의 유두를 스치듯 쓰다듬으며 살살 인사하다가, 기습적으로 유두를 붙잡아 세게 자극했다.
"음후으으으읏……♡, 흐우우으읍—♡!"
나를 꼬옥 껴안은 채로 눈을 크게 뜨고 허리를 부들부들 떠는 이진아.
그녀가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입고 있는 청바지 위로 보지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등살을 뜯어낼 듯 세게 쥐면서 하반신을 부르르 경련했다.
"후으으으읍……♡"
퓨븃-♡ 퓨뷰븃-♡
애액이 줄줄 새어 나오면서 청바지의 색을 진하게 만들었다.
나는 키스를 멈추고 입을 떼면서 그녀를 품 안에 껴안고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
이진아는 여운을 느끼는 듯 한동안 숨을 새액새액 몰아쉬었다.
옥상에 선 채로 맞는 밤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옥상 주변의 도심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대장님."
"응."
"저 경계 근무 시간 끝났습니다."
"……알지."
"대장님이 경계 서시는 걸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
이진아가 옥상 바닥으로 손을 뻗자 콘크리트 자재가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찰흙처럼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고 의자의 형태가 되었다.
판타지 소설의 대지 마법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진아의 특수 능력이었다.
"여기 앉아서 경계를 서주세요."
"……."
의자는 다리가 상당히 길었다.
확실히 여기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면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사주경계가 가능할 것이다.
"진아 너는?"
나는 다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봤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시동이 걸린 이진아는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저는 대장님이랑 열심히 섹스해야죠. 불을 지펴 놓으셨으니 책임도 지셔야 해요."
그녀는 나를 의자 위에 앉혀놓고는 무언가 굉장히 급한 사람처럼 서둘러 바지 버클을 풀었다.
곧바로 팬티를 내리자 아까 키스할 때부터 잔뜩 화나있던 자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이진아는 고개를 숙여서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내 귀두 끝에 키스했다.
"쪽♡"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듯 헝클면서 물었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인사해 주는 거야?"
"네. 너무 귀여워요."
"……내 물건이 귀여운 사이즈는 아닌데."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떡해요."
이진아는 말하면서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져서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어두운 도심의 풍경을 배경으로,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알몸으로 서있는 이진아.
H컵의 거대한 가슴은 브래지어가 없는데도 처지는 거 없이 보기 좋은 물방울 형태를 유지했다.
얌전하게 다물고 있는 그녀의 보지에서는 애액이 줄줄이 새어 나와서 밑층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작게 반짝이고 있었다.
"예술이네."
"대장님 자지도 예술이에요. 밖에서 섹스해 보신 적 있어요?"
나는 곧바로 시엘과 했던 섹스를 떠올렸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선채로 즐긴 타임 어택 섹스.
"……있어."
"그럼 옥상에서는요?"
"옥상은 처음이야."
"그럼 기억해두세요. 대장님 옥상 야외 플레이 첫경험 상대는 저, 이진아에요."
"……응. 기억해둘게."
내 대답을 들은 이진아는 피어나는 꽃처럼 미소 지었다.
무언가 처음을 가져간다는 것이 그렇게도 좋을까?
그녀는 콘크리트 의자에 앉아있는 내 위로 마주 보며 올라왔다.
이대로 삽입한다면 그녀 혼자 움직이는 기승위가 될 터였다.
"후으읏……♡"
이진아는 내 자지를 손으로 붙잡고 자기 보지 주변에 치대면서 애액을 골고루 묻혔다.
그리곤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대장님은 경계 근무에만 집중하셔야 돼요. 알았죠?"
……글쎄. 그게 가능할까?
최대한 노력해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