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26화 - 최진혁 (4)
“아, 나오니까 덥네. 넌 괜찮냐?”
“아, 응…. 좀 덥네….”
모텔 근처 샌드위치 점에서 그와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매장과는 정반대인 뜨거운 바깥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한 어제와는 다르게,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절로 날 정도였다.
“아, 잠깐만. 일 때문에 전화 좀 받을게.”
“응…. 천천히 해.”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박시후.
나는 그의 옆에 가만히 서서 그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가 통화를 하며 말하는 게 무슨 내용인지는 나는 잘 몰랐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존칭과 듣는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게 존대하는 말투는 이제껏 내가 보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하아….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뵐게요. 네. 네네. 아니요.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미간을 찌푸리는 박시후.
그는 길었던 통화가 끝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왜…? 무슨 일 있어…? 가야 해…?”
“어, 회사 일 때문에 가 봐야 할 거 같다. 집에 못 데려다 줄 거 같은데 괜찮아?”
“아…. 응, 괜찮아….”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꺼낸 그는 그곳에 있던 검은색의 카드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자, 이거로 택시 타고 가.”
어제부터 꽤 많은 돈을 쓴 그가 생각나, 나는 두 손을 저으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 아니야…! 그, 그냥 걸어갈게.”
“왜, 날도 더운데 택시 타. 그 꼴로 걸어가게?”
손을 뒤덮어 버리는 셔츠의 소매.
어젯밤 그가 찢어버린 블라우스 때문에, 지금 난 그의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괘, 괜찮아…. 걷는 게 운동도 되고 좋지 뭐….”
“하여간에 고집은…. 알았다. 일 끝나면 전화할게.”
“응….”
손에 들린 카드를 다시 집어넣는 박시후.
그는 한 번 더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걸어갔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시야에서 그가 흐릿해질 때쯤, 나도 집에 가기 위해 뒤돌아서는 순간이었다.
[툭…!]
어깨에 닿은 감촉.
별 생각 없이 뒤돌아선 것 때문인지, 누가 오는 것을 못 보고 그와 부딪쳐버렸다.
“아…. 죄, 죄송해요….”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휘유~ 저놈이었구나 수연아?”
“네…? 누구…? 아, 아아…!”
고개를 들어 나와 부딪친 사람을 보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낯익은 얼굴.
박시후와의 데이트로 잊고 있었던 최진혁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이야, 저 도련님이 우리 수연이 남친이였어?”
“오, 오빠…! 여, 여긴 어떻게…!”
“어떻게 오긴, 간만에 외출 좀 하러 나왔는데 딱 네가 보이네?”
뺨을 쓰다듬는 최진혁의 손길.
뺨을 타고 목으로 자연스레 내려가는 그의 손길에 소름이 끼쳤다.
“역시, 여자는 얼굴 반반하면 저런 재벌 도련님 정도는 가볍게 꼬시는 건가?”
“아으…. 하, 하지 마세요….”
“쓰읍, 수연아. 근데 오빠가 카드 놓고 가랬지, 언제 가방을 통째로 두고 가랬어. 응? 덕분에 어제는 너랑 떡 못 쳐서 딸딸이만 종일 쳤잖아.”
내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는 최진혁의 팔.
나는 거부할 수도 없이 집과 반대 방향인, 그의 집 방향으로 끌려갔다.
“아, 참고로 네 카드에 있던 50만원은 다 썼다. 근데, 저런 갑부 도련님 여자 친구가 고작 50만원이 뭐냐. 50만원이. 네 남친한테 돈 좀 달라고 해 봐. 응?”
“으흑…. 해, 해달라는 대로 다 해드렸잖아요…. 흑…. 왜 또 이러시는 거예요….”
“엥? 우린 섹파라고 했잖아? 고작 한두 번 한 거로 끝내면 아쉽지.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당장 떡 치러 오빠네 집에 가자!”
“오, 오빠아…. 이, 이제 제발 그만 해요…. 흐끅…! 왜 자꾸….”
“아, 이 말랑말랑한 느낌…. 이거지.”
그의 집으로 끌려가는 내내 최진혁은 사람들의 시선 따윈 상관없다는 듯 내 몸을 마구 희롱했고, 내가 울먹이거나 반항하려 하면, 내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근데, 이거 남자 사이즈 아냐? 흠…. 아! 남친이 존나 짐승 새끼구나? 맞지?!”
“흐끕…! 흑, 흐으으윽…. 오빠아….”
물밀듯 밀려오는 창피함과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도, 돈은… 어떻게든 드릴게요…! 그, 그러니까… 이제 그만…. 흐끅…!”
“에헤이, 돈도 좋지만, 난 우리 수연이랑 떡 치는 게 훨씬 좋아. 아 벌써 쿠퍼 액 흐른다….”
“으흑…. 흐으으으….”
“거의 다 왔다.”
“오빠아…. 흑….”
그렇게 저항 한번 못하고 도착한 최진혁의 집.
방으로 날 끌고 간 그는 자신의 더러운 침대에 나를 던지듯이 밀었다.
“아흑…!”
옷을 벗어 던지고 침대로 올라온 최진혁.
성욕으로 가득 찬 그의 얼굴은 나에게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흑?!”
바들바들 떨던 내 몸을 쓰러뜨리며 자신의 무게로 짓누르는 최진혁.
이어서 내 목을 쓸어내리는 혀의 감촉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흣, 오빠…. 이제 그만 해요 제발….”
“츄릅, 하아…. 수연이 살냄새 너무 향긋해. 츄르릅….”
어느새 풀어헤쳐진 와이셔츠.
그는 자신의 혀로 내 목에서 가슴을 타고 배꼽까지 멈추지 않고 쓸어내렸다.
아무리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아도, 그의 계속된 애무에 몸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으흣…! 하으읏…. 시, 시러어….”
한참을 애무하던 그는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내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흣?! 하, 하지 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는 내가 입고 있던 속옷을 벗겨냈고, 그는 벗겨낸 속옷의 냄새를 맡으며 날 수치스럽게 했다.
“스읍…. 하아…. 아직 안 갈아입은 2일째 속옷이라니. 수연이의 보지 냄새가 나서 너무 좋다….”
“아흑, 그, 그런 말 하지 마요…. 흣?!!”
음순에서 전해지는 최진혁의 손길.
입을 틀어막고 다리를 오므렸지만, 그는 두 팔로 내 다리를 억지로 벌린 뒤, 내 그곳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댔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최진혁의 뱀 같은 혀.
“츕, 후루룹…. 푸하…. 쮸우웁….”
입술을 맞대고 내 그곳을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그의 흡입력에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흐응…! 아흣, 흐아아아아…!!”
“하아…. 수연이 꿀물 너무 맛있어. 츕…!”
“그, 그마아아앙!!”
10분이나 넘게 계속된 그의 애무에 결국 느껴버린 나는 침대에 뻗어버렸고, 그 틈에 허리춤에 있던 치마를 풀어낸 그는 그것을 내 몸에서 벗겨냈다.
“흣, 아…. 아아아….”
“아직 임신기간 아니지? 오늘도 생으로 할게?”
“아, 안되에…. 읏…?! 아…!!”
음순을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
왜인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나는 거세게 발버둥을 쳤다.
“싫어어어!!!!”
“가만히 있어 수연아, 또 한껏 보내줄 테니까…!”
“하지 마!!! 이거 놔앗!!!”
“어, 어!! 야!! 아악!!!”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
발버둥 치며 최진혁의 얼굴을 걷어차 버린 나는 그가 쓰러진 틈에 도망치듯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방을 나가기도 전에 그에게 머리채를 붙들려 버렸고, 나는 간신히 벗어난 침대에 다시 내팽개쳐졌다.
“아윽…!!”
“아이씨 피나잖아. 야 수연아, 오빠 좀 화나려고 그런다?”
“제발…. 제발 그만 해요…. 이제 전…!”
“왜, 나랑 실컷 물고 빨고 바람피워놓고선, 이제 와 남자친구 볼 면목이 없다?”
“아으…. 흑…. 제, 제가 언제 그랬어요…!! 전부 다 오빠가…. 오빠가 먼저 저 협박해서 덮친 거잖아요…!!”
“에휴, 어쩔 수 없지.”
갑자기 거실로 나간 최진혁은 생수병 하나와 투명한 액체가 든 투약 병을 들고 왔다.
“흑, 흐윽…. 오, 오빠…?”
이어서 침대로 올라온 그는 손에든 투약 병을 내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수연아, 이게 뭔지 알아?”
“모, 몰라요…. 흑….”
“우리 수연이 돈으로 산, 수연이를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주는 약이야.”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반쯤 마신 생수병의 뚜껑을 연 최진혁.
그는 그곳에 다른 손에 들려있던 투약 병의 액체를 몇방울 떨어뜨렸다.
“원래라면 한 두방울이면 가는데, 버릇이 나쁜 수연이는 농도를 좀 높일게?”
“네…?! 시, 싫어요!! 그게 뭔데요!!”
그는 이상한 액체를 섞은 생수병의 뚜껑을 닫고, 엄청난 속도로 병을 흔들었다.
“감마…. 뭐시기라 하던데, 자세한 건 몰라도 괜찮아. 먹고 나면 아무 생각 안 들 테니까.”
“네…?! 시, 싫어요!! 그게 뭔데요!!”
“이 정도면 됐겠지.”
소름이 끼치는 표정으로 생수병의 뚜껑을 연 최진혁.
그는 침대로 올라와 내 턱을 붙잡으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수연이가 남친한테 죄책감 느낄까 봐, 오빠가 친절하게 약까지 먹여주잖아~”
“하지 마!!! 싫어어어!!!! 우브븝!!!!”
생수병에 들어 있던 수상한 액체가 입 속을 가득 채우며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가 억지로 먹이는 액체를 삼키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에게 붙잡혀 버린 턱은 생수병에서 쏟아지는 액체를 단 한 방울도 뱉어낼 수 없었다.
게다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그 액체는 물이 아닌 독한 술이었다.
입 안에 고인 술이라도 뱉어내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뒤로 젖혀, 입안에 든 술을 강제로 마시게 했다.
“흡?! 끗…! 푸하아…. 아, 아아아…!!!!”
몽롱해지는 정신과 함께 경직된 몸이 서서히 풀려간다.
“어때. 술맛 죽이지? 그게 물뽕이라는 거야.”
“아…. 아흐으….”
“잘 자. 오빠가….”
서서히 닫혀가는 시야.
그의 마지막 말을 듣지도 못한 채,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떴을 땐 최진혁은 온데간데없었고, 움직여지지 않는 몸엔 그의 흔적으로 보이는 정액이 끈적하게 말라붙어 내 몸을 더럽힌 상태였다.
한없이 흘러가는 파도에 몸을 맡긴 느낌은 이내 멀미를 유발했고,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구토를 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크게 요동쳤고, 멀미가 나는 머릿속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
침대 시트와 맞닿은 얼굴에선 땀인지 눈물인지 인지가 되지 않는 액체가 침대를 적셨다.
팔을 위로 뻗어보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전혀 다른 감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참을 더 쓰러져 있었고, 살짝 돌아온 감각으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손끝에 닿는 딱딱한 감촉.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자, 내 스마트폰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집었다.
1kg도 채 되지 않는 스마트폰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무거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보니 어느덧 자정까지 1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그 스마트폰의 시계는 내가 얼마나 약에 취해 잠들어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잠금화면을 풀자, 같은 과 선배들로부터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수많은 메시지가 와 있었다.
리스트를 내려보니 정체 모를 단톡방에 초대된 메신저의 상태.
단톡방에 들어가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최진혁에게 강간을 당하는 내 모습이 담긴 영상과 그에게 억지로 당하는 중에 찍힌 수많은 알몸사진이 톡방에 업로드되어있었다.
영상과 사진을 본 선배들의 메시지가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인다.
간신히 쥐고 있던 스마트폰은 어느새 손에서 떨어졌고, 진정된 심장은 어느새 또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같은 과 선배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상황이 되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힘없이 쓰러지는 몸.
침대에 쓰러져 한참을 울부짖었던 것 같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한참을 울부짖던 나는 결국 탈수증세가 온 건지, 그대로 눈이 감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