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38화 38. 귀족 영애의 보수


“흐, 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중앙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페르고트 백작가는 중앙 광장 너머에 있는 가장 큰 저택이다. 어둠 길드와의 항전에서도 들어가 봤지만, 정식으로 초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초대 목적이 알리시아 아가씨와 약속한 ‘보수’에 관한 것이니 마음이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던 길에 보인 상점 윈도우에 비친 모습을 보며 매무새를 확인했다. 하급 마법인 ‘클린’으로 더러움은 다 털어냈고, 머리는 부스스했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옷은 저택에 잠입했을 때 알리시아 아가씨한테 받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생각보다 기능성도 좋고 세련되어 계속 입고 다녔는데 나쁘지 않았다. “응, 괜찮네.” 유리에 비친 단정한 모습에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 광장은 전투의 여파로 여기저기가 파헤쳐져 있었다. 아직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지 땡볕 아래 인부들이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업하고 있었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던 상점가도 붕괴된 곳이 있어서 한동안은 한산할 것이다. 그런 작업 현장을 가로질러 거대한 저택 앞에 도착하자, 정문 앞에 연미복에 모노클을 쓴 노신사가 직립 부동 자세로 서 있었다. “어서오십시요, 모험가 강태진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노신사가 공손히 인사해왔다. “페르고트 백작가의 집사를 맡고 있는 웰킨이라고 합니다. 강태진 님을 마중하러 나왔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강태진이라고 합니다.” 나도 덩달아 꾸벅 인사했다. 그나저나 기다리고 있었다니, 내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나? 그러고 보니 길드를 나오면서 모험가 한 명이 중앙 광장 쪽을 향해 잽싸게 뛰쳐나가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리시아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스스로 백작가의 집사라 밝힌 웰킨은 딱딱하면서도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지 않는 자세로 나를 안내했다. 완전 무장한 병사가 백작가의 정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강태진.” 집무실 같은 방으로 안내받은 직후, 알리시아가 소파에 앉아 나를 반겨줬다. 턱을 치켜들고 앉아 있는 자세인데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의 거만한 자세가 너무 어울려서 무심코 감탄할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웰킨은 조용히 알리시아의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자리를 지켰다. 다시 보는 알리시아는 이전에 봤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찬란한 금빛 블론드 머리에 푸른 눈동자. 아직 앳된 얼굴은 자신감으로 넘치고 있었다. 먼지투성이던 드레스에서 아름다운 푸른 드레스로 갈아입은 알리시아는 무척 기품있고 고귀해 보였다. 꿀꺽. 이 귀족 아가씨와 곧 보지 섹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저를 감옥에서 풀어준 것뿐만이 아니란 것은 이미 전달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소동에 있어서 당신의 활약이 아주 컸다는 것 같군요. 당신에게는 정말 큰 은혜를 입었어요. 백작가를 대표해서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렇게 말한 알리시아는 방금 전까지 있던 거만한 자세를 풀고 앉은 상태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원래라면 백작인 아버지가 직접 당신의 노고를 치하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제정신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 사악한 마족이 사용한 약이 아무래도 마계에서 유통되는 제품인 것 같아 해독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흘 전에 본 페르고트 백작. 도대체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백작은 마치 마네킹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게 마약 같은 해로운 효과로 인한 것이었다니. 이세계 의료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현대에서도 약물 중독 치료는 상당한 금액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리 쉽게 낫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딸인 알리시아 아가씨가 직접 백작가를 지휘하는 위치에 설 수밖게 없는 듯했다. 지금까지의 상태로 볼 때 다른 형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어머니에 관해서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이런 자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즉 그런 뜻이란 얘기겠지. 아직 나이도 나와 비슷한 정도밖에 안 보이는데.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하반신은 빨리 그녀를 겁탈하라는 신호로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집무실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케이나와 케이트도 엄밀히 말하자면 귀족 영애였지만, 오랜 기간 동안 도적 생활을 하면서 귀족의 고귀함은 흐려져서 평범한 미녀 미소녀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알리시아 아가씨는 그야말로 진짜배기 귀족 영애. 아름답고, 고귀하고, 우아하다. 귀족이란 아름다운 상대를 혼약 상대로 정해서 그 미모를 다음 세대의 유전자로 남긴다. 즉, 귀족 영애란 미녀 미소녀의 교배종. 엄선된 미모의 인간이 타고난 매력을 가지고 성장하는 완성된 미인이다. 물론,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니 내 개인적인 망상에 불과하지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본론에 나섰다. “저기, 알리시아 님. 그래서 보수에 대해서는….” “아아, 물론 잊지 않았죠. 웰킨.” “예, 아가씨.” 알리시아가 지시하자 웰킨이 선반에 놓여 있던 주머니를 트레이에 올려 가지고 오더니 내게 공손히 건넸다. 일단 받아 보기는 했는데, 아무리 봐도 평범한 돈주머니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지. “이번 사태 최고의 공로자이자 개인적으로 저를 구해주기까지 한 당신에게 최대한의 감사를 담아 보수를 준비했어요. 평범한 모험가는 꿈도 꿀 수 없는 액수를 준비했으니, 분명 당신도 만족할 거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돈이었다. 나는 살짝 표정을 굳히고 재차 물었다. “알리시아 님, 저기, 저랑 그때 한 약속은….” “아아, 물론이죠.” 그러나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알리시아가 말을 끊었다. “이것만으로 당신의 활약을 다 치하하기란 어려운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둠 길드 세력에서 백작가를 구해주신 것은 평범한 모험가가 이룰 수 없는 큰 위업. 마족에 관한 이야기는 발설할 수 없더라도, 저희 백작가가 직접 왕정에 이야기를 전달해 그쪽에서도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하면 귀족의 지위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귀족이 된다는 소리는 솔직히 조금 솔깃했다. 중세의 귀족이라 하면 세를 받아 살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평생 놀고먹고 살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용사가 아닌 나는 귀족 지위를 가지고 적당히 미인을 모아서 하렘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알리시아와의 약속을 이행한 후에 차차 얘기하면 될 이야기다. “나쁘지 않은 얘기인 것 같네요. 그런데, 그것보다도 그때 감옥에서 나눈 이야기를….” “거기서 끝이 아니죠.” 또다시 내 말을 끊은 알리시아. “웰킨. 그것을.” “예, 아가씨.” 웰킨이 이번에는 선반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아까처럼 트레이에 얹어 내게 건넸다. “토지 소유 증명서에요. 이미 강태진 님의 이름은 서명해뒀습니다. 이걸 가지고 부동산 업자에게 가시면 페르고트 백작령에 속한 토지는 그 어떠한 곳이라도 당신에게 무상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번화가에 가까운 상업지나 귀족가 중에서도 1등지도 가능하고, 농사를 짓고 싶으시다면 가장 비옥한 땅을 찾아 드릴 거예요. 물론 땅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테니 앉아서 돈을 버는 격이죠. 후후, 어떤가요 강태진? 이것이 우리 페르고트 백작가의 저력이랍니다.” 부동산이라. 대한민국 출신이면 누구나 건물주, 땅 주인을 꿈꾸지. 그것을 이세계에서 이룰 수 있다면 앞으로 반평생은 놀고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 전에 먼저 알리시아와 할 일을 끝내야지. “아주 좋네요. 근데, 그 전에 먼저….” “아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을 깜빡했네요!” “…….” 그러자 알리시아가 방금 막 생각났다는 듯이 큰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내 말을 끊었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슬슬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강태진, 당신은 모험가죠. 게다가 이번 일의 공로로 A 랭크로 승급한다는 소식은 저도 전해 받았답니다. 축하드려요.” “아, 네, 감사합니다.” “모험가 하면 역시 모험에 필요한 장비가 가장 중요하죠. 이미 마을 대장장이 협회에는 이야기를 전달해 놨습니다. 앞으로 페르고트 백작령에 있는 어느 대장장이에게 가더라도 당신은 각종 명품 장비를 아주 파격적인 가격으로….” “알리시아 아가씨. 지금 계속해서 얘기 돌리려고 하는 거죠?” “…….”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하자 알리시아 아가씨의 얼굴이 굳었다. 역시 예상대로. 이 총명한 아가씨가 나와 했던 약속을 잊었을 리가 없다.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자 알리시아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동공을 흔들었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