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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양심


그때 어머님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걸까? 지금, 이 상황이 아니면 방금 내가 연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무례가 괜찮다는 걸까? 둘 중 어떤 것일까? “어머님, 뭐가…”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다고.” 내 말의 중간을 끊어 먹은 어머님. 어머님의 말에 나는 몇 초간 망설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현아…” “‘현아야’라고 불러줘. 그렇게 불려본지가 너무 오래됐어. 그래서 아까 정진이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었을 때 좋았어.” 나는 어머님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슬이 가득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매일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로 불렸어. 그게 어느새 이십 년이 다돼 가는데… 그건 내 이름이 안 불리기 시작한 게 이십 년 가까됐다는 거잖아.” 어머님의 말에 안타까움을 깊게 느낀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자,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천천히 다정하게 불렀다. “박현아.” “그래, 그게 내 이름이야.” 어머님, 아니 현아의 손길이 내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다시 방안을 울려 퍼지는 교성. 아까와도 같은 상황이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끊임없이 ‘박현아’라는 말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박현아… 박현아… 박현아…박현아!” “하아아!” 교성은 커졌다. 소리가 너무 커 옆집에서 찾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한 여자의 이름을 반복하며 그녀의 안에 깊게 박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하아…” 내 고환에서 무언가 빠져나가고 있다. 그 무언가는 내 고환에서 꿈틀거리다 요도를 타고 밖으로 배출됐다. 그렇게 나온 무언가는 평소에 공기를 마주쳐야 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언가 살의 동굴에 바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래, 나는 싸버렸다. 해 버렸다. 질내사정. 질내사정. 남자가 여자를 임신시킬 확률을 만드는 행위. 그 행위는 보통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큰 맘을 먹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숭고한 행위. 하지만 나는 그 숭고한 행위를 누구에게 했느냐? 그건 바로 상사의 부인이자, 친구의 어머니에게. “어…?” 어머님도 당황한 눈빛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끈적한 분위기가 질내사정한번에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니, 막혀 있던 정액이 어머님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어머님이 침착한 표정으로 일어나더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나를 위로해준 어머님은 포옹을 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샤워기 호수가 들렸다. 아마, 보지에서 흐르는 정액을 씻어내고 있으실 것이다. 안절부절하게 소파에 앉아 있으니 몇 분 후 어머님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머님은 내 옆에 앉으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나이도 있고, 위험한 날도 아니니까 우리 정진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큰 걱정 안 해도 돼.” 이게 바로 연상이라는 걸까? 이제까지 만나온 여자들과는 달리, 어머님에게는 아무런 고민 없이 기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어머님이 아직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머님…?” “현아.” 내가 어머님이라 부르자 ‘현아’라고 정정하는 어머님. 어머님은 내 자지에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쓰다듬더니, 입을 앙하고 벌린 뒤 내 자지를 깊이 삼켜 버렸다. 나는 차마 ‘현아야’라고 부르지 못하고 ‘현아’라고만 말했다. “아아…!” 어머님은 입으로 정성스럽게 내 자지를 깨끗이 씻겨 주셨다. 어머님의 오랄은 여태까지 받았던 어떤 오랄보다 황홀했다. “이제 깨끗해졌네.” 어머님은 침으로 범벅된 입가를 닦으며 내 옆에 누우셨다. 그렇게 좁은 침대 위에 남녀가 멍하니 누워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약을 전부 변기통에 버리는 일이었다. 어머님이 도와주려 했지만, 나는 곧바로 제지했다. 조금 전 사례도 있고, 어머님이 마약 가까이 있는 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몰라 마스크를 두겹을 쓰고, 장갑까지 착용한 뒤 환풍기를 킨 채, 환풍기를 켜 놓은 채, 커터칼로 봉지를 뜯어 마약을 하나씩 버렸다. “흠… 원래 이렇게 적었던가?” 왠지 처음에 왔을 때보다, 봉지의 수가 작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왔을 때 정확히 수를 세워 본 건 아닌 탓에 확인을 할 수 없어, 찝찝했지만 시간이 돌려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어쩔 수 없이 넘겨 버렸다. “그럼 갈게.” “데려다 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내가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잖니?” 어머님을 오피스텔 입구 앞까지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지금까지 상황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했다. 하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또 이런 막장 짓을 하다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 여자 친구 도희는 무슨 낮짝으로 보지? 친구인 진아는? 그리고 어머님은? 세 여자. 내 인생에 세 여자가 동시에 깊은 관계로 엮일 줄이야. 그중 두 명은 모녀관계이고! “으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머리를 붙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를 열어 먹다 남은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시릴 정도의 차가움이 식도를 타고 흐르니, 불안 함이 어느 정도 가시는 듯했다. 카톡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님이 보낸 문자다. 집에 잘 들어갔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내용이 마치 여자 친구가 밤늦게 집에 도착했을 때, 남자 친구에 보내는 다정한 메시지 같았다. 기껏 콜라로 차가워진 머리가 다시 복잡해진다. ‘어머님은 지금 나의 관계를… 아마 좋게 보시는 건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독감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새빨겠다. 머리가 과부하에 걸렸다.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는 게 낫다. 어차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도출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 되돌릴 수 없는 잘못과 나를 이렇게 몰고 간 운명을 탓하며 해탈했다. “그래, 좆대로 되라.” 포기하니까 편하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세상 편하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 벨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누구인지 확인하는 걸 미루고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오후 10시 42분. 택배나 가정방문판매원이 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인터폰 화면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귀신인가? 아니면 인터폰 고장일까? “오빠!” 찾아온 사람은 도희였다. 흰티와 연청의 청바지와 입은 도희는 얼굴이 홍조가 도는 게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도희야?” “오빠! 놀랬죠? 이 근처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오빠 보고 싶어서 왔어요.” “아, 그래? 잘했네.” 도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도희는 내 손길이 좋은지 실실거리며 웃었다. “아, 일단 들어…” 도희에게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어머님이 격렬한 섹스 이후 청소를 안 했다. 어머님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졌다. 긴 갈색의 머리카락은 내 자취방 바닥 이리저리 떨어져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도희가 술에 취한 상태라고 하지만 많이 취한 거로 보이진 않는다. 세심한 성격을 가진 도희는 아마 내 방에 들어서자 마자 어머님의 긴 머리카락을 발견할게 뻔했다. “오빠, 집에 엄청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아요.” “그, 그러게?” 도희가 고개를 쭉 내밀어 열린 문틈을 쳐다본다. 나는 황급히 온몸으로 도희의 시야를 가렸다. 이상한 행동이지만 도희는 술이 들어간 상태라서 그런 걸까? 표정을 살펴보니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지금 약속 끝나고 온 거야?” “아뇨.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하고 잠깐 나온 거라서 금방 돌아가야 해요.” 다행이다. 지금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도희를 은근슬쩍 재촉했다. “친구들이 기다리겠다.” “음… 어차피 맨날 보는 얘들이라서 그냥 중간에 빠져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냥 술자리 도망치고 오빠랑 놀까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도희. …이러면 안 된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생각하다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콜록! 콜록!” “오빠?” 과장된 기침을 하는 나를 보며 놀라는 도희. 나는 필사적으로 독감에 걸린 척 연기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계속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거 보니까, 몸살에 걸렸나 봐.” “갑자기요?” “어제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그런가 봐.” “애구, 칠칠치 못하게. 약이라도 사다줘요?” 나는 힘없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아냐, 아냐. 점심때 약 먹었어.” “..그래요?” 걱정하는 도희를 보며, 양심이 식칼이라도 박힌 듯 아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미안 하지만, 오늘은 친구들이랑 계속 놀아. 다음에 우리 집에서 놀고.” “알겠어요… 깜짝 놀래켜 주려고 왔는데, 걱정만 되게… 약먹고 일찍 자야하니가 지금 갈게요. 몸조리 잘하고 창문 꼭 닫고 자요.” “알았어. 잔소리는.” “그럼 가 볼게요.” “그래, 집 갈 때 문자해 줘.” “네.” 도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 나는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앞으로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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