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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21. 남자의 첫 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21. 남자의 첫 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 "자, 필요할 일이 있을 거다. 받아라." 아버지가 뭔가 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 주었다. "뭐예요, 이게?" "공간확장이 걸려 있는 주머니다. 예전에 게이트 공략 때 얻었던 유물이지. 네가 활용하도록 하거라."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마치 원래 커다란 부대자루였다는 것처럼 손이 쑥 들어간다. "공간 확장이요? 인벤토리잖아요 이거.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예요?" "아마도. 우리가 가진 재산 중에 제일 비싼 물건이니 절대로 잃어 버리지 말거라." 인류의 마법은 아직는 전성기라고 볼 수 없다. 무수한 과학의 산물에도 불구 인간은 타임머신을 개발하지 못 했듯, 갖은 원소를 이용한 마법이 개발되고 응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공간 마법에 대한 것은 이론만 무성할 뿐 정작 실용단계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 타 문명의 마법물품 거기다 공간확장이 걸린 주머니라는 희소성은 그 편의성과 유용성을 아늑히 초과하는가치를 지니게 만들었다. 사용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물건이 아니라는 거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고맙기는. 남들이 자식에 쏟는 투자에 비교하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가거라. 늦겠다." "네. 근데 진짜 안 오실 거예요?" "음. 중요한 일이 있어서." 실기는 학부모 참관이 가능하다. 이선희가 바득바득 가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걸 기어코 뜯어 말리느라 아침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아들…, 엄마 없어도 잘할 수 있지?" "엄마는 아마도 없는 게 편할 것 같은데." "뭐? 너까지 그럴 거니?" 선호가 학창 시절에도 클랜 활동때문에 학부모 참석 이벤트를 많이 못 겪은 참이라 이번엔 꼭 가려고 했는데 박정호로 인해 무산되어 이선희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현관에 남은 두 사람은 결국 삐져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 선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봤다. "다녀올게요. 헌터 아카데미 입학식이랑 편입학식은 TV에 나오니까 엄마랑 같이 보세요." "그래." 선호가 나간 뒤 박정호는 이선희가 들어간 방에 따라 들어갔다. -크응...훌쩍!! "너무 속상해 하지 말지." "흐앙! 선호 중학교 때 운동회 혼자 보내게 한 거.. 우리 빼고 전부 다 참석 했다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미안 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구요!!" "훗.. 천하의 라텔이 이젠 정말 엄마가 다 됐군. 연애도 한번 안 해 보고 애 돌보기는 싫다고 그렇게 난리를 부리더니.." "그 이야기는 안 하기로 했잖아욧!!!" 이선희가 뾰족한 고함을 질렀다. "그래그래. 자 슬슬 우리도 가보지. 묵시의 존재와 만나기로 한 날이 오늘이지 않나." "왜 하필 오늘 인 거죠? 그냥 다음에 가면 안 돼요?" "그럴 수 있을 리가. 그 존재가 하는 일에는 뭐든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너도 잘 알지 않나." "원죄니 뭐니, 저는 그런 건 모르겠어요. 단지 선호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인데..." "욕심이다. 실제로 그런 거래였지 않나. 우리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도, 앞으로 인간이 마주할 파멸이 예정 된 미래도 그놈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하…. 우리가 더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티슈로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이선희가 말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괜한 일을 벌여 타초경사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엄마 노릇을 더 할 순 있겠군." "당신은 정말 괜찮나요? 그녀와의 일은…" 박선호가 습관처럼 비타민 담배를 꺼내 물어 연기한 모금 길게 뱉어 내었다. "후우..우리는 지금 수백,수천만의 목숨 위에 서 있다. 그까짓 사소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지..." "오늘은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담 온다이 아만." 세간에 비춰지기로 다정한 부부로 알려진 두 사람이 선 물리적 거리는 두 발자국에 불과했지만, 서로 간의 마음은 그보다 훨씬 멀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 헌터 아카데미 실기 시험장. 웅성웅성 거대한 체육관의 구석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편입생들이 앉아 있다. 관중석에는 편입생들의 실기를 응원하러 온 가족들과 기업의 스카우터,기자 등 관련 관계자들로 연신 북새통이다. 여기저기 피켓과 현수막이 날아 다니는 게 마치 인기 가수의 콘서트를 온 모양새. 심사석에는 여러 교수들과 함께 전형적인 깐깐한 꼰대처럼 생긴 아카데미 부학장이 실기시험의 채점을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수험번호 0183832 김남희】 "넷!!" 까까머리에 3대 500이상은 거뜬히 쳐 낼 것처럼 보이는 헬 창이 반바지에 이너아머 쫄쫄이를 입고 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이 나 강화계요 라고 광고하는 듯이 꿈틀거린다. 【가장 자신있는 거로 고르세요. 제한 시간은 1분입니다.】 헬 창이 당연하다는 듯 가로 2미터 세로 10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펀치 기계 앞에 섰다. 펀치 기계처럼 생긴 이것은 충격량 측정 장치이다. 심사 위원들의 스크린에 사전에 검사 한 마력적성평가 결과가 오각형표로 펼쳐진다. 오각형표의 각 꼭짓점에는 강화,방출,변화,특수,적성의 수치가 1~10으로 세분화되어 표기 돼 있다. 사전에 각 계열의 잠재를 측정하고 적성검사를 실시하여 그 사람이 지닌 스펙과 잠재력을 한눈에 판단하기 쉽다. 김남희는 강화 8, 방출 2, 변화 1, 특수 0, 적성 5. 평범한 전위의 오각형이다. 특수가 0이라는 것은 특수 능력이 없다는 뜻. 파앙!! 헬 창이 힘껏 주먹을 휘두르니 타격부위가 약간 밀려나며 펀치 기계에 표시된 스크린에 결과가 표시된다. 띠리리리리링 [158점] …… 결과: 상위 91% 1등: 892점 - 서지훈 2등: 853점 - 정수현 3등: 851점 - 이선희 . . . 100등: 799점 - 신영철 결과표에 역대 입학생의 점수가 명예의 전당처럼 쭉 나열돼 있다. '3등이 엄마랑 이름이 같네.2등에 정수현.....이 개 같은 새끼. 시험 보는데서부터 저 구역질 나는 이름을 보게 될 줄은.' 펀치기계는 딜러들이 신체를 이용한 파괴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도구다. 딜러로써 활약하려면 적어도 방출의 재능이 4이상은 돼야 한다. 김남희같이 강화에 편중된 능력이라면, 김남희의 경우 피해를 버티는 내구도 시험을 봤어야 경쟁력있는 점수을 받기 쉬운데 선택미스라 할 수 있다. 피하고 때리는 것이 좋지, 두들겨 맞기만 하는 게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선택은 자유고, 스스로 선택한결과에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수험번호 0183833 한지은. 가장 자신있는 거로 고르세요. 제한 시간은 1분입니다.】 '오.. 몸매 좋다. 가슴은....너무 머네. 다음 기회에.'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내려 묶은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다. 예의 그 펀치기계 앞에 서서 테스트를 위한 대궁에 코가 뭉뚝한 화살을 매긴다. 퓽-! 챵!!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화살이 날아가 타격판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화살촉이 날카로웠다면 철판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튕겨 나갈 게 아니라 철판을 뚫고 깊숙이 박히지 않았을까. 띠리리리리링 [714점] …… 결과: 상위 9% 1등: 892점 - 서지훈 2등: 853점 - 정수현 3등: 851점 - 이선희 . . . 100등: 799점 - 신영철 괜찮은 점수가 나온 것 같다. 아마 방출쪽의 재능이 뛰어난 여자겠지. 하필 어릴 적 친구'였던' 김민지와 많이 닮은 외모라. 정수현의 이름과 함께 보니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당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 평범한 교등학교 교실. 포니테일이 어울리는 그녀가 한 내게 달려와 익숙하게 팔짱을 낀다. 이름표가 노란색인 그들은 1학년 임을 알려 준다. "선호야~ 나 어제 수현이랑 아쿠아리움 갔다 왔잖아~ 근데 집에 데려다주면서 고백하는 거 있지. 그래서 사귀기로 했어. 헤헷." "뭐? 야 그 새끼 소문 못 들었어? 너까지 벌써 5명째에 그마저도 한 달을 멀다 하고 계속 바뀌는 놈인데..대체 왜.." "알아.나도, 그래도 각성자잖아? 괜찮아.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민지가 상처 받진 않을까. 고민 끝에 용기를 내 힘들게 말을 꺼냈건만 그녀는 신경도 안 쓰는 눈치이다. '나도 부모님이 헌터인데, 왜 각성을 못하는 거지..' 드르륵-! "어? 민지~여기 있었네? 얜 뭐야?" 정수현. 학창 시절 일편단심 순애충이었던 내 연애관을 뒤흔든 장본인이다. 각성자들이 각성하면 보통 각성자 전문학교로 전학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놈은 오만가지 행패와 패악질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소위 일진처럼 군림하여 나에게도 끔찍한 추억을 하나 선사했던 놈이다.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니는 B급 헌터이고 아내만 7명이라고 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아버지를 능가하는 게 꿈이라도 되는지 이쁘장한 여자애들은 다 후리고 다닌다. "응. 내 친구 박선호야." "오, 그래. 반갑다. 박선호." 정수현이 반갑다며 내 뒷목에 팔을 척 걸치더니 교실 구석으로 끌고 간다. -야, 쟤는 이제 내가 따먹으려고 침 발랐으니까.. 앞으로 친한 척 굴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마. 알겠어? 한 번만 더 걸리면 뒤질 줄 알아. 민지한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내 귀에 속삭인 다음 민지를 데리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허구한날 정수현의 여자들과의 신경전에 성질이 바짝 올라 나에게 이런저런 화풀이를 하는 장면 정수현이 왜 자꾸 그녀와 대화를 하냐며 나를 끌고 가 한대 치려는 상황에 민지가 내 부모님의 누군지 알려주자 마지못해 폭력은 못 쓰고 협박만 남긴 뒤 둘이 떠나는 장면.. 몇 달동안 한마디 말도 걸지 않던 그녀가 그와 헤어진 뒤 아무 일 없었다는 양 나한테 와서 또 친한 척 구는 모습을 보고 구역질이 나 화장실에 가서 토하는 장면.... 어째서 이따위 역겨운 년을 잠시 나마 좋아했던 걸까. 어째서 더 예쁘고 나은 여성들을 숱하게 만나며 시간을 보내 왔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걸까. 아무렇지 않게 잡던 그녀의 손은 정수현의 온기가 전해질까 두려웠고 이뻐보이던 입술은 그의 혀가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닐까 혐오감이 느껴졌다. 팔짱을 껴 올 때마다 느껴지던 성숙한 가슴은 누가보던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그가 떡주무르듯 쥐고 다니던 그것이다. 그저 완료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 압박과 불편함을 느끼는 자이가르닉 효과에 불과한 것인가. 제대로 된 시작조차 성립되지 못한, 내 첫사랑의 실패는 그렇게 깊은 후회와 분노와 상처로 내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 덕에 나는 타인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닿은 여자는 극렬하게 거부하는 유니콘 급의 여성 결벽증을 지니게 되었다. 【....박선호】 【편입생 박선호. 앞으로 나와주세요】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하던가. 정수현 그 새끼부터 일단 무덤에 먼저 보내야겠다. 문득 내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에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린 날 서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꼭 꼭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내 몸 안에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마이너 한 감정이 서서히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단전에서 풀려 나온 마력은 그날의 기억을 반추하느라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통해 온몸을 헤집고 다닌다. 마력 회로가 달아올라 온 몸에 열이 피어오른다. 내 오리지널 어빌리티 스탬피드가 최대로 전개되었다. 정수현. 결과적으로 그 역겨웠던 년에게 빠질뻔한 나를 구원해 준 구세주이자, 내게 NTR의 감정을 유사하게 느끼게 해준 놈. 사실, 좀 전까지만 해도 시험은 이것을 적당한 힘으로 쳐서 대충 상위 5% 정도의 점수가 나오게 끔 할 계획이었다. 너무 튀는 것도 좋지 않기에.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이 머리에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 최대로 전개 된 스탬피드로 인해 온몸에서 스팀이 미약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며, 뇌도 덩달아 익어가는 느낌이다. 눈앞의 펀치 기계의 타격판에 그 역겨운 년놈들의 면상이 투영됐다. 당장에라도 피 눈물이 쏟아질듯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차고 주먹을 박아 넣는다. 콰아아아앙!!!!!! 푸슈우~! 몸 안에 휘몰아 치던 달아올랐던 열기가 식으며 마치 한 겨울에 물을 뒤집어 쓰고 밖에 나간 것처럼 증기가 피어 오른다. 역겨운 년놈들의 면상이 보이던 타격판은 충격을 받아 내는 쇼크 어브저브 흔히 쇼바라 불리는 부위까지 말려 들어가 찌그러져 있었고, 결과를 알려주는 스크린은 지탱하던 받침대의 모가지가 부러져 전선에 매달려 달랑거린다. .... .... .... 기나긴 정적이 흐르는 중이다. '아...너무 힘줬다.' ... -꺄아아아아악!!!!!!!!!!우리 사위!!!!!!!!!!!!멋있따아!!!!!!!!!!!!!!!!!!!!!!!!! '뭐,뭐야?' 관중석에 나름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앞 쪽이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 리 화이팅!!] 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흔들며 엄청난 고함으로 주변을 환기 시킨다. 소싯적 연예인들 좀 따라다녀 본 듯한 포스다. -우와아아아!!!!! -우오오오오!!!!!! -뭐야, 저거!! -야!!! 이 주임!! 박선호라 했어 분명. 신상 따 빨리. 관중석에서 빠순이 아주머니에 이어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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