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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정체.


찌덕찌덕찌덕.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어진 자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진 자지는 이미 정액투성이가 되어서 손으로 조금만 만지작거려도 질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몇 번을 사정했을까. 다섯 번 이후로는 기억도 나질 않았다. 그저 바닥에 이마를 맞대어 숨만 헐떡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뒤로 묶인 양 손을 꼼지락거리는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우, 이렇게나 많이 채취할 수 있을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하악, 하아악.” 양 손을 묶었던 것을 순순히 풀어주고서 바닥에 머리를 박은 것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퍼피. 착하지. 엄마는 이만 갈건데, 다음에 만날 때까지 엄마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응?” 너 같으면 기다리고 싶겠냐. 내 엉덩이를 가볍게 손바닥으로 탁 치고선 카운터에 나를 남겨둔채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내 눈을 가린 천을 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카운터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 ** 나를 깨운 것은 새벽의 찬 공기도, 아침을 알리는 알람수정의 소리도 아니었다. 스윽스윽-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 정신을 차리기까지 그닥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싱긋 미소를 짓는 스텔라. “잘 잤어요?” 잘 자다니. 내가 잘 잤으면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리 없잖아. 내가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퉁명스러운 생각이 먼저 떠올랐지만 나를 위해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에 대고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응, 잘 잤어. 많이 피곤했나봐.” “그러게요. 이런 곳에서 잠드시다니.”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필요한 자리에서 나를 가만히 기다려 줄 뿐. 안도감에 슬쩍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스텔라.” “네?” “나 사실…” 그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누군가에게 알린다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두려움이 앞서기는 했지만. 내가 쫄딱 망해서 내 미래가 박살나더라도. 그녀만큼은 내 옆에서 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다. 확신은 없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졌을 뿐. 나중에 그녀에게 버려지면 어떡하냐고? 그건 그냥,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겠지.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내 머리를 한 번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많이 힘들었겠어요. 혼자서 이겨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사실 제 욕심이라면 더 빨리 말하지 않았냐고 다그치고 싶긴 하지만… 나를 믿어주어서 고마워요.” “스텔라…” 장난스레 씩 미소짓는 그녀는 그대로 바짝 얼굴을 숙였다. 가까워지는 얼굴. 내 이마 위에 가볍게 쪽. 입술을 맞추고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잘 말해줬어요. 제게 좋은 생각이 있거든요.” “좋은 생각?” “네. 그 스토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요.” “그런게 있어?” “조금… 힘들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힘들어? 뭐,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인가? 사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여지껏 겪은 일 보다 뭐가 더 힘들까. 라는 생각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나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주었다. “스읍- 후우우- 사실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저도 여태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래도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응?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크게 심호흡까지 하는거야? “사실 그 누구한테도 말 하면 안되는 일급비밀이지만. 당신에게 만큼은 말 해도 될 것 같네요. 서큐버스의 전설에 대해서.” 서큐버스의 전설? 갑자기 무슨 전설이야기라니.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 “서큐버스들에게는 전설이 있어요. 과거 고대인들이 남겨진 예언이죠. 아주 먼 미래에 뒤틀린 세상을 구원해줄 영웅이 등장할 것이다. 불공평한 세상을 원래대로 바꿔줄 영웅이. 당신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아마 평범한 인간들은 다들 모를거에요. 세상이 바뀌어가는 와중에. 역사를 덮으려던 사람들이 과거의 기록을 지웠다고 들었거든요.” 그녀는 자세를 고쳐잡아 편한 자세로 자리에 앉고서 카운터 옆에 비치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금 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과거 고대인들은 남자도 여자처럼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해요. 거짓말 같죠? 정말이에요. 그리고 여자들처럼 건강하고, 여자들보다 힘도 쎄고. 그랬던 세상이 한 순간에 몰락하듯이 무너졌다고 해요.” 그러니까, 평범한 세상이 어느날 갑자기 이 꼴이 되었다. 이 소리인가? 하기사. 남자가 처음부터 이 꼬라지였으면 아무리 잘 돌아간다 해도 세상은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남자의 평균 수명이 25세? 성인이 되어서 고작 5년밖에 살지 못하는 몸이라니. 남자의 씨가 마르는 것을 떠나서 씨의 공급도 못하게 되어버리는 세상이 아닌가. “그리고 그 고대인중에… 신의 힘을 받았다는 예언가가 이렇게 되어버릴 것을 예언하고 먼 미래에 영웅이 태어난다 했어요. 이 세상에 걸린 저주를 풀어내고 다시금 멀쩡한 세상으로 만들어줄 영웅이. 그는 자신, 즉 고대인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몸으로 태어날거라고 했죠.” 제법 흥미가 돋는 이야기였다. 나도 몰랐던 세상에 대한 비밀. 비밀이란 것은 언제나 파헤쳐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일으키지 않던가. 지금 듣는 이야기도 그러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녀는 지금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걸까. “갑자기 그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는 설마…” “맞아요. 아마도 당신이… 전설 속에서 내려져오는 그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옛날 신화 이야기, 동화 이야기 같은 것을 듣다가 갑자기 나보고 영웅? 떨떠름하긴 했지만 쓸데없이 지금. 그것도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에야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농담을 던지지는 않았겠지. 그녀에게는 그녀 나름 나를 영웅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겠지. 갑자기 영웅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실감은 가지 않았지만 어깨가 무거워졌다. ** 어두컴컴한 공간. “어디보자, 뭐 재밌는 일 없나?” 사실 재미난 일이라고 해봤자. 여기는 망자를 관리하는 곳. 새로운 망자가 오지 않는 이상 그의 심심풀이를 풀어줄 일은 생겨나지 않았다. 허공에 떠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손가락으로 휙 휙 넘기며 망자들 데이터를 훑어보던 견습 신은 *특별* 이라 써있는 곳에서 우뚝 손가락을 멈추었다. “흐음… 이 놈 누구더라? 왜 특별관리 대상이지?”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더라. “야 13호!”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자 저승사자를 부르지만 나타나지 않고, 대답조차 없었다. “13호!!” “에이, 또 왜 불러요?” 어두운 그 공간에서 열릴 문이 어디 있었는지, 허공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 틈 사이에서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또 게임중이었어?” “아니, 게임이 아니라 공부하는 거라니까요?” “무슨 그 딴 공부가 있냐고.” “있다니까요? 어휴, 저승사자 일을 해봤어야 알지. 좀 더 확실하게 박으려면 필요한 일이라구요.” 저승사자가 하고 있던 게임. 아니, 공부. 아직 열려있는 공간 틈 사이로 보이는 화면은 ‘트럭 시뮬레이터’ 게임의 화면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왜요?” 시큰둥하게 내려다보는 저승사자를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고 화면을 보여준다. “여기 이녀석, 누구더라? 왜 특별관리 대상이지?” 저승사자는 화면을 바라보더니 작게 침음을 흘리며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래도 저승사자중에선 엘리트라고 불리는 13호였기에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아, 얘 기억 못해요? 그, 제가 실수로 데려왔던 그 놈.” “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네 실수가 한 둘이어야지.” “그 한 둘이 이놈인데요?” “그래?” 견습 신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뒤늦게 떠올랐다는 듯 짧게 박수를 쳤다. “비틱질 하던 그 새끼?” “예, 자기 대물이라고 자랑하던 놈이요.” 자랑은 하지 않았다. “그 때 홧김에 열이 받아서 고생좀 해봐라 하고 보냈던 그 놈이구나. 아직도 살아있었네.” “그러게요. 저 세상에서 벌써 성인이라니. 용케 안죽었네요.” “구경 좀 해볼까?” 그의 데이터베이스를 꾹 누르자 앞에 그에 대한 정보가 열람된다. 이름, 나이, 성별. 기초 정보부터 다른 세세한 정보들까지. 딱히, 지금까지는 그저 평범한 다른 인간들의 데이터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그래, 평범한 인간들의 데이터와 다르다는 문구를 보았을 때에 이미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챘어야 했다. 견습 신의 눈을 사로잡는 그 특이사항. [ 특이사항 : 예비 영웅. 각성 1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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