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어서 와~. 이런 권법은 처음이지? (5)
“진기 씨,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레이나는 나를 곁으로 불렀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는 모리슨과 지나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춘 후에 속삭였다.
“(진기 씨, 저 제안 어떻게 생각해요?)”
“(내 기술이 도움된다면 가르쳐주고 싶네요. 하지만 우리도 길을 서두르고 있으니...)”
“(저 제안 받아들이죠.)”
“(네?)”
레이나는 손가락으로 ‘색욕권 교본’을 가리켰다.
뒤이어 실비아를 슬쩍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색욕권이요. 저걸 익히면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겠죠.)”
“(저걸 우리가 배우면 우리도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네. 색욕권을 전수받는 조건으로 진기 씨가 저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는 거죠. 어때요?)”
이제는 나와 마음마저 통하게 된 걸까?
사실 나도 은근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레이나가 말을 꺼내주다니.
나는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도 같은 생각인가요?)”
“(네. 저걸 배우면 저 사람들처럼 막 붕붕 날아다닐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뭔가 재미있을 거 같아서 기대돼요. 게다가 나중에 액션영화를 찍을 때 써먹을 수도 있을 거 같고요.)”
의견이 모인 것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모리슨과 지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저희 일행인 레이나와 실비아에게 그 색욕권을 전수해 주십시오.”
내 요구를 들은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조건이라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이 무술을 익히기를 바라거든요.”
‘일자전승’이니 ‘문외불출’이니 하는 까다로운 규칙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리슨과 지나의 도장에 머무르며 서로의 기술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모리슨과 지나는 빠른 속도로 내 기술을 흡수했다.
역시 어느 정도 수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발기한 자지, 애액을 흘려대는 보지.’
조금 힘든 점이라면 그들과 대련할 때는 항상 그들의 ‘성기’를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리슨은 한껏 발기시킨 자지를 흔들며 움직였고, 지나도 보지에서 연신 애액을 흘려대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오묘한 기술이네요. 엄청나게 섬세하고.”
“그렇죠? 웬만한 타격보다 더 섬세한 움직임과 판단이 필요한 게 ‘굳히기’, ‘그래플링’입니다.”
“하지만 적이 다수일 때는 좋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좋은 지적입니다. 핵심을 짚으셨네요. 아무래도 하나의 대상을 철저하게 제압하는 걸 목적으로 하니까요.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모리슨과 지나는 이제 단순한 태클은 손쉽게 방어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게다가 그래플링의 약점까지 파악할 정도로 이해도가 깊어진 상태였다.
‘이런 식이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는걸.’
반면에 레이나와 실비아의 습득은 매우 더딘 상황이었다.
그녀들은 색욕권의 초입에 겨우 들어선 정도였다.
“아니, 아니! 그냥 성적으로 흥분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니까요?! 진짜로 섹스할 때처럼! 절정이 임박한 기분에 이르렀을 때! 그때야 비로소 색욕권의 진짜 힘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외침이 몇 번이고 도장에 울려 퍼졌다.
“그냥 야한 생각 하면서 싸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니! 그러면 그냥 변태죠. 그런다고 힘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 섹스하는 감각을 느끼면서 힘을 끌어내야죠.”
“말이 쉽죠. 섹스하는 것도 아닌데 섹스하는 기분을 느끼라뇨.”
“맞아. 마치 새에게 물고기처럼 완벽하게 아가미로 호흡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높은 훈련 난이도에 레이나와 실비아는 종종 불만을 늘어놨다.
그때마다 모리슨과 지나의 호통이 이어졌다.
‘레이나와 실비아가 힘을 끌어내면 같이 훈련도 하고, 서로 연계해서 싸울 수 있도록 진형도 짜보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원...’
그랬다.
그녀들이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되면 이것저것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미 일주일이 지났건만, 그녀들은 아직도 출발선에 서 있었다.
[철-컹-! 텅-!]
“후-!!”
“대...대단하네요.”
“마...말도 안 돼.”
그렇다고 우리가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신체 능력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었다.
그것도 단 일주일 만에 말이다.
근력이 눈에 띄게 강해졌고, 순발력과 점프력 그리고 유연성까지 좋아졌다.
“진기 씨, 지금 ‘오버 트레이닝’하고 있는 거 알고 있죠?”
“제가요?”
“네.”
“그냥 조금 힘든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건 알고 있죠?”
“네. 뭐. 그래도 간만에 수련할 기회인데 열심히 해야죠.”
“그렇다고 해도 너무 이상하네요. 강인한 지구인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나도 조금은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다.
연일 격한 훈련을 하고 있으면서도 금세 피로가 회복되고 몸이 단단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을 좋은 식사와 안락한 잠자리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이 일주일을 넘게 지속되니 우연이나 커디션이 좋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였다.
“잠깐만요. 진기 씨, 잠시 이리로.”
한참 쇠질을 하면서 몸을 단련하는 나에게 모리슨이 말했다.
나는 목에 걸린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그에게 향했다.
“네?”
“저와 동시에 점프를 하는 거예요? 아셨죠?”
“아니, 갑자기 그걸 왜...”
“일단요. 어서요.”
“...알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나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힘껏 위로 뛰었다.
[훌-쩍-!]
“엇-!”
“역시-!”
모리슨의 구령에 맞춰서 점프했다.
그렇게 우리는 수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력을 다한 나의 점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색욕권 덕분에 신체 능력은 지구인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2미터에 달하는 황당한 점프력.
내 서전트 점프력이 이 정도까지 늘어난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내 몸을 훑어보기 시작했고, 모리슨은 자신과 비슷할 정도까지 뛰어오르게 된 나를 보면서 허탈한 미소를 보였다.
‘메테르의 음식이나 물이 지구인에게 좋은 건가?’
아무리 내가 초인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체력이나 감각은 그런대로 계속 단련할 수 있다.
한계에 부딪힌다고 해도 낭비를 줄이거나 효율을 높이면서 계속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근력이나 순발력 같은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요소까지도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마치 한계를 모르는 것처럼.
“이렇게 된 거 모든 종목을 측정해 봅시다.”
갑자기 나에게 최대 기록을 측정하자고 권하는 모리슨.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내 한계가 궁금하던 참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기록을 측정하는 내내 모리슨과 지나의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색욕권을 익혀서 어지간한 지구인보다도 강한 신체 능력을 뽐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뭐야. 괴물처럼 강해진 게 아니고 그냥 괴물이 되었네?’
벤치 프레스 700kg, 스쿼드 650kg, 데드 리프트 750kg.
3대를 합쳐서 2,200kg에 육박했다.
슈퍼 헤비급의 몸을 자랑하는 스트롱맨.
그들의 3대 기록도 1,400kg 정도였다.
나는 67kg의 몸으로 그들보다 700kg은 더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제 기록이 1,100kg입니다. 지나가 1,000kg이고요.”
“맙소사...”
게다가 기막힌 기록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반사 신경 속도는 0.15초에 달했다.
보통 생각의 속도가 0.08초라고 하고, 신경에 전달되는 속도가 0.02초라고 한다.
그리고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이 0.1초.
다시 뇌를 거쳐서 근육에 전달되는 것이 순식간이라고 가정해도 보통 0.2초는 필요하다.
따라서 반응이 빠른 사람은 0.2초에서 0.3초에 반응을 하고, 둔한 사람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상식을 깰 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0.15초라니.
다른 사람의 손에 든 물건을 낚아챌 정도로 재빠른 아버지도 반응 속도가 0.26초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그것에 곱절은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마치 미래를 예측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거 운 좋으면 총알도 피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의 손가락을 잘 보면 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반응이 기민하게 이뤄지는 것이었다.
“...”
“...”
“...”
모든 기록을 측정한 후에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놀라운 결과에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서로의 안색을 살필 뿐이었다.
“따로 먹는 약 같은 거 없죠?”
“네.”
“돌연변이나 감염자는 아니고?”
“그건 확인했잖아요. 네, 네.”
“혹시 여기에 오는 과정에 뭔가 특별한 게 있었나요? 유전자 조작을 당했다거나, 정부에서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파견되었다던가.”
“아니요. 지구의 어떤 정부도 이곳의 존재는 모를 걸요? 눈을 떠보니 그냥 여기였어요.”
모리슨과 지나의 마음에 새삼 의심을 깃들게 할 정도로 내 기록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거듭된 지나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보세요. 지금까지 여기에 왔던 지구인 중에서 당신이 가장 강력할 겁니다.”
모리슨은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뭔가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일종의 자료였다.
호머라는 ‘전대 색욕권 장문’이 남긴 자료.
그것에는 지금까지 지구에서 넘어왔던 사람들의 신체 능력이나 전투력 등을 추정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지구인이 강력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생물입니다. 생물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저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몸이 강해지기 시작했으니.”
“여기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네.”
“혹시 뭔가 짚이는 구석이 없어요? 평소와 다른 것이라든가.”
지나의 목소리에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기는 있었다.
‘감염자에게 물렸었지. 혹시 그게 영향을 준 것일까?’
나는 그저 내가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면?
만약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과정에 내 몸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 중에서 특별하다고 할 만한 일은 그게 전부였다.
‘이 이야기는 아직 하지 말자.’
나는 달싹거리는 입술을 진정시키며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굳이 이야기해서 그들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