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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52화 - 하림과의 재회


나흘 째 되는 날. 가방속에 있던 삐삐때문에 눈을 떴다. 복순은 피곤했는지 얇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다. 덮고있던 홑이불을 걷어내자 구겨진 홈드레스와 복순의 불룩한 엉덩이, 길게 뻗은 다리 속살이 드러난다. 짧은 치마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자 속옷을 입지않은 맨살의 엉덩이가 있었다. 포동하게 탐스러운 엉덩이,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 퇴폐적인 속살이 놓여있다. 어느덧 가방 속 삐삐의 안부는 잊고 복순의 엉덩이를 벌려 그녀의 항문 주위를 부드럽게 핥았다. “읏, 흐음...” 복순의 신음이 나직이 들린다. 이미 그곳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함께 몸을 섞을 때마다 탈수가 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많은 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그녀였다. 세탁실에 쌓인 이불빨래도 그 때문이다. 살집과 근육이 붙은 그녀의 엉덩이에 코를 박고 키스를 하는데 비프음이 다시 울렸다. <삐삐> “쟤 좀 확인 해바라... 시끄럽다.” “집 근처에 공중전화 있니?” “거실 TV 옆에 전화기 있어.” “고마워.” “닌 집에 전화기 있는 것도 몰랐나?” 인터폰처럼 생긴 전화기를 집어 드는데, 복순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김하림이었다. <전화는 없앴나 봐요. 연락 주세요.> <방학이라 고향에 간 모양이네요.> <걱정되기도 하고... 그냥 연락했어요. 전화 부탁해요.> “여자친구야?” 복순은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을 피해, 등을 기대고 앉았다. 베개를 받치고 있었지만, 가슴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 채였다. “아냐 그런 거...” “헤어진 여자친구?” “....” 사이가 소원해진 여자친구 수연의 이야기는 잠깐 했지만, 김하림 선생에 대한 얘기까지 할 순 없었다. 하림이 고향 미술학원 원장님의 선배였고, 시골에선 소문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꾸가 없자 복순은 말없이 주방에서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상했는지 그녀가 손으로 만졌던 물건들이 소리를 내며 거칠게 다뤄졌다. 난 속옷만 주워입고 주방으로 다가갔다. “그 남자가 서울 가면 넌 뭐하면서 지내?” “하긴 뭘 해. 집에 있지.” 퉁명스러워진 말투다. “밥 먹어.” 전자레인지에 데운 밥을 놓고 복순이 식탁에 앉았다. 그녀의 구릿빛 어깨에 걸쳐진 검은색 브래지어 끈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느끼는 질투의 감정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왜 이래, 지금 밥 먹잖아.” 끈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끌어내리는데 복순이 내 손을 옆으로 치운다. “나도 먹으려고.” 난 그녀의 가슴을 감싸 쥐고 목 뒤에서 젖가슴까지 키스하기 시작했다. 다리 한쪽을 의자 위로 올리자 팬티를 입지 않은 복순의 사타구니가 크게 벌어졌다. “읏흐응...” 복순의 콧소리. 그녀는 이미 나와 뜻을 같이하거나, 최소한 저항할 의지가 꺾인 것이다. 밖으로 살짝 튀어나온 콩알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문지르자 복순이 의자 밖으로 쓰러졌다. “야앗, 이게 뭐야!” 나는 식탁 밑에서 그녀의 항문과 회음부가 모두 보이도록 사타구니를 껴안았다. 클리토리스 옆으로 벼슬처럼 붙어있는 해면체에 피가 몰려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혀끝으로 클리토리스를 감싼 표피를 간지럽히자 복순은 식탁 다리를 잡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복순의 감각기관들이 변신하듯 형태가 달라진다. 오돌토돌했던 표피가 팽팽해졌고 내벽의 위치와 깊이, 심지어 촉감도 변해갔다. “아윽! 대영아, 대영아!” 깊이 혀를 넣을수록 복순은 허리를 들썩이며 소리를 질렀다. 난 그녀가 알려준 대로 손가락과 혀를 동시에 사용하며 복순을 아득한 먼 곳으로 보내려 하고 있었다. “헉헉, 대영아... 나 잠시만...” 불과 몇 분 만에 절정에 다다른 그녀는 탈진한 사람처럼 숨을 헉헉거리며 옆으로 비켜 누웠다. 주방 바닥은 알 수 없는 액체로 흥건히 젖어 차가웠다. “하아하아... 벌써 목요일이네...” 나는 복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내일 저녁이면 그 남자가 나 대신 이곳에 있을 것이다. “그래... 가야지.” “다음 주에 다시 올래?” 복순은 자지를 잡더니 내 팔을 베고 누웠다. “봐서.” 복순의 얼굴에 그 남자의 얼굴이 오버랩되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은 아니었다. “칫, 화난 건 아니지?” “복순아.” “응?” 나는 옆으로 돌아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검붉은 입술과 이국적인 이목구비, 맑은 눈동자를 가진 착한 여자였다. 그녀가 조금만 공부에 흥미를 느꼈거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 사귈래?” 복순은 진심이냐는 듯 짧게 눈을 깜박이다, 내가 답을 기다리고 있음을 눈치채자 길게 한숨을 쉬었다. “왜? 나랑 사귀고 싶나?” “아무 사이가 아닌 건 아니잖아...” 복순의 가슴을 지나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찔렀다. “그냥 이렇게 지금이 좋지 않나?” “그런가...” “복잡한 거 싫다. 불편한 것도...” 복순은 몸을 아래로 돌려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핥기 시작했다. “이젠 무리야. 거기가 아프다고.” 실제로 귀두 끝이 불에 덴 것처럼 쓰라렸다. “어머, 정말? 여기 좀 빨개지긴 했다.”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섹스도 겨우 나흘 만에 시들해졌다. 아마 복순과의 관계도 곧 그렇게 되겠지. “우리 장 보러 가자. 내가 밥해줄게.” “또 매운탕?” “아니, 너 먹고 싶은 거.” 복순은 다리를 겨드랑이에 끼더니 불알 끝에 있던 혀를 항문 쪽으로 가져갔다. “아윽!” 첫날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애무는 짜릿하고 감미롭다. 쾌감은 부끄러움에 비례했다. “오늘은 집에 가야지.” “정말?” “응.” “이라고 간다니까 섭섭하다.” “다음 주에 다시 올까?” 복순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남자랑은 조금만 해.” “큭, 알겠어.” 복순은 내 엉덩이를 잡고 계속 핥았다. “이리 돌려봐.” 복순의 그곳은 이슬이 내린 풀숲처럼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손가락을 넣자 항문이 부어오르며 콩알 옆으로 길게 늘어진 수염이 살아있는 것처럼 뻐끔거리고 있었다. * * * 복순의 집을 나오자마자 난 공중전화 부스를 먼저 찾았다. 하림 대신 현모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어제 학원 원장이란 분이 학교로 찾아왔다. 축제 때 뵌 분 같은데 맞제?> 조교실을 거치지 않고 학교로, 더구나 빈 실기실인 줄 알면서도 찾아올 정도면 나름 급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달칵>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모두 털어 전화기에 넣었다. 다행히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나 보다. 전화기 너머의 놀란 목소리는 김하림 선생이었다. <여보세요?> 이동 중이거나 운전 중인 듯, 그녀의 목소리는 멀고 잡음이 섞여 있었다. <대영씨?> “네... 원장님. 저 대영이에요.” 우린 한동안 말없이 서로의 숨소리만 전화기 너머로 교환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데 마지막 동전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그만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동전이...” 그녀에게 별일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대영씨!> 마음이 급해진 하림은 나를 불러세웠다. <내가 대영씨 첫사랑은 아니더라도 첫 번째 여자였잖아요. 전 그게 너무 좋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영씨를 더 많이 좋아했던 것도 알게 됐고요. 내가 그날 그렇게 화낸 거 미안하고...> “원장님...” <뚜뚜뚜뚜...> 서로 할 말을 끝내지 못한 채 통화가 끊어졌다. 하림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은 나였는데, 그녀에게 사과를 받다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나이 차 때문에 사귈 수 없었다면 처음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난 이유를 나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자신을 자책하며 생각에 잠긴 사이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왔다. 복순이 어쩐 이유에선지 빨래해준다고 했을 때 약간의 짐을 그녀의 집에 두고 나왔고, 가벼워진 배낭과 저녁 산들바람을 이유로 나는 집까지 걷기로 했다. 우리 집은 충무여객터미널에서 통영 여객터미널로 이름이 바뀐 항구 근처의 낡은 상가 2층이었다. 몇 년 전부터 아버지는 그 상가 1층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유무형의 상품을 팔고 있었다. 5년이나 살던 집이지만 고등학교 땐 떨어져 있던 데다 남보다 못했던 아버지와 새엄마, 어린 동생들에게 정을 붙일 여유가 없었다. 평일 저녁의 여객터미널 인근은 한산했고, 저녁 장사를 마친 불 꺼진 상가들이 어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버지의 ‘대영슈퍼’에 다다랐을 때, 길가에 세워진 낯익은 차의 실내등이 켜지며 운전석 쪽 문이 열렸다. “선생님... 여길 어떻게...” 하림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정장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웃는 얼굴로 간단히 인사를 하곤 말없이 서 있었다. 마치 내가 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탈까요?” “네...” “집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조교실에 물어봤죠...” 우리가 사귀기 전처럼 그녀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어색했지만, 말이 쉽게 놓이질 않았다. “그럼 아까 전화할 땐 여기 오는 중이었던 거예요?” 하림은 고개를 끄덕인다. “미리 말씀하시지...” “미안해요. 말도 없이...” 그녀는 혹시 내가 불쾌하거나 싫어할까 봐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우린 어둠 속 항구 근처에 차를 세웠다. 서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난 차갑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키스했다. 하림은 키스를 받아주고 있지만, 미동도 없이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더 이상의 키스가 의미 없음을 깨달은 내가 손을 가슴 위로 가져가자, “그만, 그만요.” 난 거절의 이유가 장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날씨는 선선했지만, 해풍은 끈적거렸고, 어쨌거나 지금은 한여름이었다. 나는 그녀를 집과는 조금 떨어진 오래된 여인숙으로 데려갔다. 손님이 없는 시간대였는지 카운터를 보는 젊은 남자는 한참 후에야 나타났다. 3층쯤에서 뛰어 내려온 남자는 숨을 헐떡였다. “숙박이라예?” “네...” “3만 5천원입니다.” 남자는 하림이 내민 카드를 멀뚱히 쳐다봤다. “여긴 카드 안받심더...” “아, 미안합니다.” 하림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4장을 꺼내 카운터로 건넸다. 난 점원이 준 일회용 칫솔과 방 열쇠를 받아들었다. “3층이네요. 305호.” “네.” 하림이 앞장서 계단을 오른다. 계단이 길게 느껴졌다. 그곳은 욕망도 의무도 아닌 의미 없는 관계를 맺기 위한 장소였다. 방문을 잠그고 키스를 하기 위해 그녀를 안았을 때 하림의 호흡은 떨리고 있었다. “긴장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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